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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104화 (104/892)

104화. 마기(魔氣)일 뿐

수없이 많은 감사 인사를 받은 계연은 그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산신을 불러 산신당 밖으로 나갔다. 산신당 안에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주를 다시 살펴보았다.

산신은 조용히 계연을 따라오며 먼저 떠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산신당 밖의 처마 밑에 이르러 그를 본 계연은 약간의 미안함을 담아 말했다.

“이번에 공 산신께서 도움을 주셔서 다행이에요. 산에서 혼을 찾는 일은 아무래도 산과 물의 신령님들이 전문이니까요. 만약 오늘처럼 덕을 쌓고 선행을 한다면, 인근에 사는 더 많은 백성이 더욱 열심히 공 산신님을 모실 것이고, 산신님께서는 더욱 빨리 정식 산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거예요.”

“선장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산신보다는 요괴를 더욱 닮은 공목화는 그저 연달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는 계연의 동의 없이 감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여태껏 수선자(修仙者)를 볼 일이 많이 없었던 그에게 이번 기회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공목화는 비록 견식이 넓지 않아 ‘구신술’이 무엇인지는 몰랐으나 이 술법의 신묘함과 위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목화는 조금 전까지 땅 밑에서 수행하고 있었는데, 돌연 그의 신체가 아무런 제약 없이 산맥, 지맥의 신통한 힘과 연결되며 떨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공목화의 몸이 강제로 산신당을 향해 끌어당겨지는 동시에 그의 마음속에서 명료한 생각이 떠오르며, 누군가가 산신을 부르는 것이라고 알려왔다.

‘이게 무슨 법력(法力)이지? 이렇게나 신통하다니?’

이는 완전히 공목화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었다.

도를 닦는 어떤 고인이 자신과 같은 사이한 신을 떠받들어 제를 올리는 사당을 탐탁지 않게 여겨서 자신의 하찮은 목숨을 단번에 앗아갈까 봐, 공목화의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산신당에 도착한 후, 자신을 부른 고인이 역시나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게다가 그것은 진정한 선검(仙劍)이었다.

그러나 인제야 공목화가 까닭 없이 겁먹은 것이라는 게 밝혀졌다.

계연은 이 산신이 자신에게 겁먹은 모습을 보고 더욱 미안해졌다. 그러나 공목화의 수행 단계에서는 그에게 일반적인 칙령을 알려주어도 별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 ‘산신’이 덕행이 얕아서, 만약 그가 완전한 칙령을 사용하게 되면 몸에 있는 천지의 기운이 더욱 많이 소모될 뿐 아니라, 공목화의 수행에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이 요괴는 정통 산수(山水) 신령에 속하니 자신이 닦아온 수행법이 바탕이 되는 편이 좋을 터였다. 그러니 자신이 향을 피워 절을 올리는 것도 적합하지 않을 듯했다.

“공 산신님, 이번에 제가 큰 도움을 받았는데 보답해드릴 만한 것이 없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하시지요. 만약 산신께서 꾸준히 수행을 닦고 산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덕을 쌓는다면, 이후에 제가 반드시 큰 보답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술법에 신통한 선장이 자신을 없애려면 이런 쓸데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바른길을 걷는 수선자들은 항상 약속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공목화도 계연의 말이 진실임을 알고는 연이어 읍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소신(小神),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보답을 받든 말든 지금 그는 바늘방석에 앉은 듯 마음이 편하지 않았으므로 어서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계연이 기대하던 바둑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요괴 산신이 비록 자신의 말에 열렬히 호응해 주지만 사실은 자신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이 ‘산신’은 덕행이 얕고 너무 어리석은 데다, 아직 어떠한 고난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인연을 귀히 여길 줄 몰랐다. 만약 춘목강의 그 늙은 거북이였으면 반드시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계연은 이제 약간 흥미를 잃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음, 만약 다른 일이 없다면 공 산신께서는 이만 돌아가 수행하시지요. 이쪽에는 이제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네, 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말을 마친 산신은 연기로 변해 빗속으로 떠오르더니, 산등성이에 이르러 완전히 사라졌다.

산신은 보냈고 산신당 안에는 아직 자신이 포로로 잡아 온 마귀가 있으니, 계연은 몸을 돌려 산신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벌써 일어나 그를 둘러싼 이들에게 자신이 어찌 도망쳤는지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계연이 들어오자 산신당 내부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계연은 막동과 또 다른 무인이 마귀가 있는 방향을 향해 칼을 뽑아 들고 경계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마귀를 휘감은 물줄기에 대한 호기심도 담겨 있었다.

일각(一刻: 15분) 후, 사람들은 모두 화로를 둘러싸고 앉았다. 불은 물론 계연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단로 안의 불이 삼매진화로 바뀐 후, 계연은 공화술(拱火術)을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허공에서 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당연히 공화술로 만들어진 불은 삼매진화가 아닌 평범한 불길이었다. 그래도 장작에 불을 붙이고 불길을 크게 만드는 정도로는 충분했다.

오늘 밤 이왕 많은 일이 벌어졌으니 계연은 손을 한 번 휘둘러 일행의 옷에서 물기를 털어내 주었고, 사람들의 몸과 옷은 완전히 마르게 되었다.

그 후 계연은 화로 곁에 앉아 일행의 얘기를 듣고 물었다.

“균천부 저택 바깥에서 수상하게 돌아다니는 이가 있다는 걸 알아챘는데,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데다 관아에 신고해도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막(莫) 소주를 보호하며 기다리던 중, 소주께서 악몽을 자주 꾸기 시작해 급히 균천부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막동이 재빨리 대답했다.

계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 수선자가 소주를 제자로 삼으려고 술법을 써 소주의 특별한 기운을 숨겨주었고, 자신이 올 때까지 균천부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면, 이미 그에게 어떤 계획이 있었을 거예요.”

계연은 아이가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아이를 향해 웃어주었다.

“어쩌면 네 사부가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을 일찍이 알아보고, 너를 균천부 사람들의 온갖 기운에 덮이도록 숨겨둔 것 같구나. 자신이 일이 있어 잠시 떠난 사이에 네가 삿된 마귀들에게 당할 줄 모르고서 말이야.”

막우(莫羽)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는 호기심에 차 물었다.

“계 선생님, 그들은 왜 저를 잡으려 하나요? 제 사부께서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나요?”

막우의 말을 듣고 계연은 한쪽에 있는 시체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도 마귀들의 입을 열 수 없었던 계연은, 좌씨 일족을 만나 얻은 바둑알을 검지로 쥐고 방금 마귀들의 마기를 흡수했다. 그러자 그것은 곧 흑돌로 변했다.

마귀에게 몸을 빼앗긴 네 명의 무인들은 기력이 너무 떨어진 데다 마귀에 물들여진 시간이 길어 마귀에게 동화되었기 때문에, 마기가 흩어지고 무인들의 혼이 소멸하면서 무인들의 육신도 즉시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아니라 ‘그’라고 할 수 있어. 비록 네 마귀가 각자 생각하고 움직이지만, 본질적으로 하나의 마념을 품은 마기에 침식당한 것이란다. 스스로 사고하도록 하는 것은 무인들의 영혼이고, 이들은 모두 한 마귀의 분신들이라고 볼 수 있단다.”

잠시 말을 멈춘 계연은 막우의 일행들에게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막 소주와 같이 특수한 기운을 가진 이는 저도 처음 만나 봅니다. 심지어 따로 수련 없이 자신의 의지로 혼이 육신 밖으로 나오는 일은 동물들이 영지를 얻게 되는 것보다 힘든 일입니다. 그러니 사악한 마귀가 그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영혼을 흡수하려 한 것인지, 그 몸을 대신 차지하려 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을 거예요.”

이러한 일은 계연도 잘 모르는 데다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었으므로, 화로 주변의 대화 소리는 잠깐 끊겼다.

“계 선생님. 선생님의 능력이 센가요, 제 사부 되실 분께서 더 센가요?”

계연은 기대에 찬 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아무런 부담 없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네 사부가 좀 더 세겠지…….”

* * *

산신당 안에서 자던 일행은 자신들이 어젯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하늘에 해가 높이 걸렸을 때쯤 누군가 일어나 다른 이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산신당의 문은 아직도 닫힌 채였고, 바깥의 비는 이미 멎어있었다.

몸을 일으켜 사방을 둘러본 막동은 계연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계 선생님은? 선생님께서 벌써 떠나셨나?”

사람들이 신당의 문을 열고 사방을 돌아다니며 찾았으나, 여전히 계연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신선 같은 이는 이미 떠난 것이 분명했다.

“막동아, 계 선생님께서 어젯밤 남겨 주신 선법(仙法)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만약 다시 마귀나 요괴 같은 것들을 마주치면…….”

한 여인이 걱정을 담아 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악한 요물을 마주친 후로 여인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뀐 것에 대한 충격보다는 솟구치는 무력감을 더 크게 느꼈다.

막동이 대답하기 전에 막우가 먼저 떠들기 시작했다.

“그럴 거야. 어제 계 선생님께서 물을 이용해 어떤 두 글자를 내게 써 주신 이후로 불안한 느낌이 없어졌어. 그러니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막동도 위로하듯 말했다.

“계 선생님 같은 선인(仙人)들이 하시는 일을 나 같은 범인(凡人)이 어찌 추측할 수 있겠냐만…… 만약 소주께 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분의 말씀대로 성황당에 가서 몸을 피하면 돼!”

“그래야겠지…….”

일행은 짐을 꾸린 후 방석을 원래 자리에 놓고, 산신상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만약 산신당 내에 단향(檀香)이 있었다면, 분명 향을 피우고 갔을 것이다.

그 후 그들은 산신당의 문을 꼭 닫고 떠나갔다.

사실 계연이 곧바로 떠난 이유는 법령(法令)을 남겨 막우의 기운이 변할 정도로 그의 신묘함을 숨겼기 때문이고, 게다가 이미 막우의 고난이 끝났음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어제 아이의 혼백이 몸을 떠난 사건을 아이의 사부가 분명히 감지하여 최대한 빨리 돌아올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욕심을 자제하거나, 수행하며 선을 쌓거나, 산 깊은 곳에 틀어박히거나, 고된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등, 이 세상에서 정통 선도(仙道)를 걷는 이들은 제각각 성향이 달랐다. 그리고 이들 중 아이를 괴롭히는 음험한 일을 하는 이들은 아주 적었다. 게다가 그 경지가 높을수록 더욱 그랬다. 도움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도를 깨달을 수는 있지만, 그 반대로 남에게 해를 끼쳐서는 절대로 도를 깨달을 수 없었다.

계연은 막우의 스승과 인사할 생각도 없었고 가는 길 내내 신선처럼 떠받들어지기도 싫었기 때문에 한발 먼저 떠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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