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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105화 (105/892)

105화. 낚시꾼

과연 막우의 일행들이 초엽산에서 내려온 지 반 시진 정도 지나자, 공중에서 어떤 이가 바람을 몰고 나타났다. 다만 일행들이 땅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늘에 부는 바람에 그가 입은 자색(紫色)의 장포가 펄럭펄럭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아직 입문하지 않은 제자가 내뿜는 기운을 찾아온 것인데, 막상 도착해보니 제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그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그가 아래를 주시하며 살펴보니, 가복(家僕)과 수하들이 줄줄이 따르는 작은 아이가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아이가 다름 아닌 자신의 제자인 걸 발견하고는 마음을 놓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제자의 사주팔자와 어젯밤의 날짜를 대입해 계산해보았으나, 위험에 맞닥뜨린 후 평안하다는 점괘가 나왔을 뿐 그 외에 다른 것은 알 수 없었다.

‘모르겠으면 저들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그가 바람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자 지면에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큰바람이 지나간 후에 그가 모습을 드러냈고, 다른 이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구냐?”

“소주를 지켜라!”

막동과 다른 이들이 적을 잔뜩 경계하던 중, 막우가 흥분하여 크게 소리쳤다.

“사부님!”

한두 번 만났을 뿐인데도 매일 만나는 이를 본 듯 친밀한 태도였다.

막우의 말을 들은 막씨 가문의 사람들은 마음을 놓고 서둘러 인사했다. 연달아 두 번이나 선인을 만나니, 이들도 더는 허둥대지 않았다.

나타난 이는 머리를 올려 옥비녀를 꽂고 자색 장포를 입고서, 검은 수염을 아름답게 기르고 있었다. 막씨 가문의 사람들이 그에게 인사를 올리자 그는 고개만 가볍게 끄덕인 후, 막우에게 가서 손을 뻗어 법력을 이용해 제자를 살펴보았다. 그의 손이 막우에게 닿는 순간 그는 제자에게 있던 난해하게 숨겨진 기운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우야, 어젯밤 무슨 위험한 일이 있지 않았느냐?”

그 일을 떠올린 막우는 다시 조금 두려워졌다.

“어젯밤 네 명의 괴한이 저를 잡으러 왔었어요. 저는 하인들이 그자들을 막아내지 못해 도망쳤어요. 너무 두렵고 잡히기 싫어서 도망치던 중에, 어찌 된 영문인지 혼이 갑자기 몸에서 빠져나왔어요.”

막우는 한참을 재잘재잘 떠들며, 자신이 어떤 위험에 맞닥뜨렸고 어떻게 곤경에서 빠져나왔는지 설명했다. 그의 사부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너희들이 만난 도인의 성이 계씨라고? 초엽산 산신의 일은 또 무슨 말이냐? 그가 왜 스스로 네 혼백을 찾아왔단 말이냐? 우연히 지나던 길이었나?”

막우가 그 산신이 사람이 아니라 요괴처럼 보였다고 하는 말을 듣고, 그는 상대의 도력이 높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산수를 다스리는 완전한 신령이고 신당을 세울 정도의 산신이라면, 형태가 인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저런 보잘것없는 신령은 완전한 산신이 자리 잡은 영역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막우의 스승은 어린 제자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그의 물음에 막동은 내용을 보충해 자신이 대답했다.

“선장(仙長)께 아룁니다. 저와 다른 이들 모두 계씨 성을 가진 선장께서 발을 내디디며 ‘초엽산 산신을 뵙기를 청합니다.’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막동은 계연의 몸짓과 주문을 흉내 내며 말했다.

이를 본 다른 이들은 그의 흉내가 어젯밤 계 선생이 하던 것보다 더욱 선풍도골(*仙風道骨: 신선의 풍채와 도인의 골격, 남달리 고상한 풍채를 이름)한 모습인 것을 발견하고 표정이 약간 굳었다.

“여러분들이 정말로 그가 그렇게 산신을 소환하는 것을 보았단 말입니까?”

“틀림없습니다!”

막우의 사부는 약간 넋이 나갔다.

‘구신술을 쓰다니! 어떤 신묘한 도력을 가진 고인(高人)이 때마침 그곳을 지나갔단 말인가? 성이 계씨라고……?’

“사부님, 사부님! 제가 계 선생님께 그분의 도력이 센지 사부님의 도력이 센지 물었더니, 그분께서 사부님이 더 셀 거라고 하셨어요. 제가 보기에도 계 선생님은 온 세상을 두 발로 걸어 다니시고 하늘은 날지 못하니까, 사부님께서 더 대단한 게 확실해요!”

그의 사부는 표정이 약간 굳은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우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있다. 그 계 선생이라는 분은 그저 겸손한 분일 뿐이야. 어떤 고인들은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단다. 되었다, 너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테지. 그러고 보니, 그분이 네게 이름을 말해주었느냐?”

“아니요, 제가 물어봤는데 알려주지 않으셨어요!”

막동과 다른 이들은 계연이 마귀를 맞닥뜨린 후 사용한 정신법을 보지 못한 덕분에, 이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정신법에 대해 이 자색 장포를 입은 선장에게 말했다면, 그는 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 시각, 이미 멀리 떠난 계연은 비록 자색 장포를 입은 수선자를 보지는 못했지만, 빗물로 남긴 특수한 법령이 사라지자 막우의 사부가 도착했음을 알게 되었다.

만약 계연이 막우의 사부가 그는 하늘을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라고 한 걸 알았다면, 꽤 복잡한 기분이 되었을 것이다.

* * *

어느새 계절은 동지(冬至)가 되었다. 유주(幽州)를 서쪽에 둔 통천강 어느 기슭에는 까만 덮개를 씌운 작은 배가 수면에 떠 있었다. 작은 배에는 두립을 쓰고 도롱이를 걸친 사내가 자신이 만든 대나무 낚싯대로 낚시를 하는 중이었다.

입동(立冬)이 지난 후부터, 이 사내는 계속 뱃머리에 앉아 이 강에서 낚시를 해왔다. 때로는 반대편 기슭에서도 했고 때로는 지금 앉은 이쪽에서 하기도 했다.

이쪽 강 너머는 유주, 반대편은 대정의 모든 권력의 중심지인 경기부(京畿府)였다.

이 낚시꾼은 바로 계연이었다. 그가 탄 덮개를 씌운 작은 배는 한 노인에게서 그가 반년 동안 빌린 것으로, 두립과 도롱이, 배를 저을 노까지도 이에 전부 포함되어 있었다.

계연이 탄 작은 배에서 남쪽으로 십 리 정도 더 가면, 통천강의 수많은 나루터 중 명성이 자자한 장원(狀元) 나루터가 있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곳은 원래 작은 나루터였는데, 대정국이 세워진 이후로 여섯 명의 장원이 그 나루터를 이용해 강을 건너 경기부에서 장원 급제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대해 계연은 그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주변 백성들이 돈을 벌 목적으로 지어낸 것인지 굳이 알아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 동쪽에서 과거시험을 보러 오는 이들은 좋은 기를 받을 겸 대부분 장원 나루터로 왔고, 그 김에 강의 신에게도 절을 올리고 갔다.

윤재성도 분명 이곳을 통해 갈 테니, 계연은 자신이 직접 친우를 배에 태워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외도전>에서는 보통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예를 들면 춘목강의 늙은 교룡이 용이 되지 못했다는 등의 내용 등이었다.

통천강은 비록 큰 강이지만, 계속 무사태평했던 곳인지 <외도전>에서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계연은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통천강을 다스리는 신이 여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계연은 강의 신을 모시는 사당에 방문해서 참배객들과 주변 백성들에게 묻고 나서, 강의 신의 이름이 응약리(應若璃)라는 것을 알아냈다. 늙은 용 응굉(應宏)과 분명 친인척 사이일 것 같았다.

계연은 서둘러 응굉을 찾아 술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강가에서 이토록 오래 어슬렁거렸는데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니, 집에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강의 신을 모시는 사당에 가서 말을 전하자니 그것도 불편했다. 만약 그가 가족들에게 자신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면, 상황이 얼마나 어색해지겠는가?

차라리 이렇게 낚시꾼의 모습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좋은 친우들인 인간 하나와 용 한 마리를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누구를 먼저 만나게 될지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을 듯했다.

통천강은 대정국에서도 손꼽히는 큰 강으로, 국경의 반이 넘게 이어졌다. 남쪽으로 꺾이는 강은 대정 남부 지역의 국경을 넘어서 동해로 이어졌다. 몇 군데의 지역에서 강폭이 좁아지긴 했지만, 대체로 아주 드넓은 강이었다.

계연이 있는 곳도 소와 말이 오갈 정도로는 강가와 기슭 사이가 넓지 않았다. 그러나 대신 강물이 항상 잔잔하여 파도가 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강물이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낚시찌도 덩달아 움직였지만, 고기가 걸린 것 같은 기척은 없었다.

“계 선생님! 계 선생님!”

기슭에서 계연을 부르는 이는 바로 그에게 배를 빌려준 노인이었다. 노인은 작은 토기 항아리와 연잎으로 감싼 만두를 들고 서서 계연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계연은 낚싯대를 거두고 노를 저었다. 배는 천천히 강기슭에 가까워졌다.

“하하하, 계 선생님. 제가 직접 빚은 술 2근(*약 1.2kg)을 전해드리러 특별히 왔습니다. 이제 날씨가 추우니 저녁에는 저희 마을로 가서 주무시는 게 어떠세요?”

배가 기슭에 닿자, 계연은 일어서서 그가 건네는 술과 음식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진(陳)씨 아저씨. 하지만 저는 추위도 별로 타지 않고 이 배는 비를 막아주는걸요. 게다가 앞뒤로 입구를 닫을 수 있고, 안에 요와 이불도 있어 괜찮습니다.”

진씨는 고개를 저었다. 이 배가 추운지 안 추운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계 선생은 시종 온화한 태도에 예의 있고 학문도 깊었다. 그러나 그는 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돌볼 줄 몰랐다. 이렇게 추운 엄동설한에 배에서 이토록 오래 머무르는 것만 봐도 그랬다.

“선생님, 오늘은 아무것도 못 잡으셨습니까?”

그가 뱃머리에 놓인 바구니를 보니 안이 비어 있었다.

“네, 오늘 강바닥에 교룡이 두 마리 지나가서 물고기들이 죄다 도망쳤지 뭡니까! 사방으로 흩어지기 바쁜데 어떤 놈이 와서 찌를 물겠어요.”

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계 선생님께서 또 농을 하시는군요! 그럼 천천히 드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만약 밤에 마음이 바뀌시거든, 저희 하사두촌(下沙頭村)으로 오세요. 우리 집에 사랑방이 있으니 언제든 오셔도 됩니다!”

계연은 술과 음식을 내려놓고 진씨를 향해 공수했다.

“네, 만약 그렇게 되면 꼭 가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진씨도 손을 공수하며 옷을 단단히 여미고는 몸을 돌려 떠나갔다. 계 선생은 정말로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계연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계연은 배를 빌리는 돈도 충분히 주었고 멀리 다른 부로 시집간 그의 큰딸에게 보내는 서신을 대필해주기도 했다.

계연은 진씨가 떠나는 것을 눈으로 배웅한 후 작은 배에 돌아와 앉았다.

통천강의 풍경을 바라보니, 예전에 들렀던 춘혜부 외곽처럼 잔치를 벌이는 곳도 없었고 대형 유람선도 없었다. 어쩌면 날씨가 너무 추워서일지도 몰랐다.

계연은 주전자의 마개를 열어 냄새를 맡은 후 술을 한 입 머금었다. 약간 혼탁한 술이었지만, 맛이 썩 괜찮았다.

연잎을 감싼 끈을 풀고 잎을 열자, 아직 열기를 뿜어내는 만두 네 개가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세 개는 채소가 들어있었고, 나머지 한 개에는 고기가 들어있었다.

계연은 뱃머리에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만두를 베어 먹고 술을 마시면서 통천강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때 흐릿한 검은 형태가 먼 곳에서부터 헤엄쳐 오고 있었다. 그것은 열 장(*약 30m)이 넘는 길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강바닥에서 헤엄쳐 오자 주변의 물고기들이 황급히 비키는 모습이 보였다.

‘이 강바닥에서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통천강에 사는 교룡이 너무 많은 걸까? 아냐, 교룡 전부가 통천강에 사는 건 아닐 수도 있지.’

얕은 물에서는 교룡이 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큰 강에 꼭 있는 건 아니었다. 산다고 해도 그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그들은 대부분 게으르고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통천강은 특이한 경우였다.

호기심은 호기심일 뿐, 계연은 감히 교룡을 막고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자신의 도력으로는 칼을 뽑지 않는 한 아무리 노력해도 교룡의 한 입 거리도 안 될 것이다.

<외도전>에는 온갖 요괴에 대한 고정관념이 적혀 있는데 계연도 그중 한 가지는 꽤 믿고 있었다. 바로 교룡 대부분은 성격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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