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113화 (113/892)

113화. 친우(親友)의 도착

누선 위의 공자가 나무로 된 난간을 꼭 틀어쥐자, 그 위에 흔적이 옅게 남기 시작했다. 순간 공자의 시선은 계연의 작은 배를 따라 이동했다. 그는 계연이 힘써 이 큰 배를 앞지르려는 것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마음을 치고 지나가는 깨달음에, 온 힘을 다해 쥐어져 있던 손가락의 힘이 빠져나갔다.

그때, 계연도 시선을 느끼고 위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진즉 그의 작은 배를 바라보고 있던 공자는, 고개를 숙이고 노를 젓던 어부가 돌연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놀라서 우두커니 계연을 바라보았다.

계연은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돌려 노를 저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그러나 저 공자가 순간적으로 얻은 깨달음이 그의 일생을 대표하지는 못했으므로, 이는 짧은 흥미에 그쳤다. 계연은 어쩌면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자신이 저 공자에 대해 궁금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검은 지붕을 얹은 배는 다시금 속력을 올려 누선을 제치고 나아갔다.

소씨 가문의 큰 누선에서 공자는 눈썹을 찌푸린 채 작은 배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중루야,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말로는 아버지를 꺾을 수 없으니, 먼저 장원(壯元)에 이름을 올리고 오겠습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마침내 웃는 얼굴로 왼손으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오른손으로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도성에 돌아가면 네 류(劉) 백부를 찾아가 차나 한잔해야겠구나!”

사실 소씨 가문의 권세를 따졌을 때, 공자가 출사(出仕)하고자 한다면, 과거 시험을 보지 않고도 관직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 시험은 보통의 서생들이 관직을 얻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고관의 자제들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들이 망나니만 아니라면, 보통은 집안의 도움과 인맥으로 과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계연이 노를 저어 지나갈 때, 뒤에서 곧 누구를 방문해 차를 마시겠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는 분명 과거 시험을 대비해 도움을 줄 인맥을 만난다는 뜻으로, 그 공자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런 봉건 왕조 시대에서 귀족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풍습인 것 같았다.

물론 이들도 어느 정도 지키는 선이 있었다. 대부분은 어느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지 짚어주는 정도일 뿐, 그를 넘어선다면 황제의 위엄을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대정국 역사상 시험 주제를 다른 이에게 흘렸다가 극형을 당하거나 관직에서 쫓겨난 관원들이 꽤 있었다.

‘윤 훈장님이 과거 시험장에서 맞닥뜨릴 이들이 하나같이 보통이 아니구나!’

배는 노를 저을수록 누선에서 멀어져, 곧 누선에 탄 이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어느새 하늘은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여, 계연은 다시 한번 힘을 끌어올려 노를 저었다. 나무로 된 노는 미세한 법력의 영향으로 더욱 견고해져서, 무거운 물을 밀어내는 빠른 속도에도 부러지지 않았다.

자정도 되지 않아 작은 배는 곧 장원 나루터를 지나게 되었다. 부두에는 등이 높게 걸리고 그 주변으로 주점과 객잔이 늘어서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통천강 강신의 사당에도 등롱이 높게 걸렸고 향불을 태우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강을 건너는 배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연은 항상 정박하던 곳에 도착하여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진씨 아저씨가 요 며칠간 자신을 찾지 못했을 테니 어쩌면 관아에 신고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계연은 깊이 생각지 않고 강변에 배를 잘 묶은 뒤, 배의 양측에 달린 대나무로 엮은 문을 잘 닫고서 이불을 덮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 날 새벽, 귀에 익은 목소리가 강기슭에서 들려왔다.

“계 선생님? 계 선생님 맞으세요? 선생님!”

계연은 사실 발소리가 먼 곳에서부터 가까워질 때부터 눈을 뜨고 있었는데, 그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지붕 덮인 배에서 나왔다.

계연이 나오는 것을 보고 기슭에 서 있던 노인은 한시름 놓은 모습이었다.

“아이고, 계 선생님. 며칠 동안 어디에 가셨던 겁니까? 이렇게 추운 날 말도 없이 사라지시니…… 저는 하마터면……!”

진씨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으나, 계연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짐작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그에게 공수한 후 말했다.

“사정을 깊이 고려해보지 않은 제 잘못입니다. 며칠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했는데, 마침 친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우가 조금 더 먼 곳으로 가면 고기를 잡을 수 있다길래……. 눈 내린 풍경도 감상할 겸 같이 따라갔다가 아저씨께 말을 남기는 것을 잊고 말았습니다.”

진씨는 고개를 저으며 계연을 토닥였다.

“며칠간 보이지 않으니 놀라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되었습니다.”

한동안 계연을 꾸짖던 진씨는 그제야 마음을 갈무리할 수 있었다. 노인이 계연과 꽤 친해진 데다가 말이 잘 통하기 때문에 그도 감히 이렇게 잔소리를 해댈 수 있는 것이었다.

진씨가 습관적으로 뱃머리 쪽에 기대 놓은 바구니를 살피자, 그 안은 역시나 텅 비어 있었다.

“계 선생님, 선생님과 친우분께서 고기를 잡지 못한 모양이군요?”

“네,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래서 제 친우도 흥이 떨어져서 그만 가버렸지 뭡니까!”

“그렇군요. 최근에 상황이 정말 안 좋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도 고기를 잡지 못한 지 오래되어, 피라미 같은 생선이나 새우만 조금 걸릴 뿐 낚시로는 고기를 낚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계 선생님, 봄이 되어도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어쩌지요?”

노인은 말을 하면서 계연에게 연잎으로 감싼 뜨끈한 만두를 건넸다.

계연은 코로 바삐 냄새를 맡으면서 기쁘게 만두를 받은 후 그에게 물었다.

“강의 신께 기도를 드려 보았습니까?”

“했지요, 어찌 안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럼 곧 좋아질 거예요!”

“휴, 곧 그리되길 바랄 뿐입니다. 참, 계 선생께서 혹시 술을 마시고 싶으시거든 오후에 제가 술을 좀 가지고 올까요?”

계연은 저번에 술을 다 마시지 못한 채로 늙은 용에게 작은 배와 함께 끌려갔던 것을 떠올렸다.

“아니요. 아직 남은 술이 좀 있어서, 나중에 필요하면 제가 말씀드릴게요.”

“네, 그럼 천천히 드세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살펴 가세요, 아저씨!”

진씨는 마음이 편해져 걷는 걸음 또한 가벼워졌다. 계연에 대한 걱정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사람이 죽었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 더 컸다.

진씨가 멀어지자 계연은 강변에 묶어 두었던 줄을 풀고, 배를 강으로 힘껏 민 다음 노를 저어 나아갔다.

여러 곳에서 온갖 물요괴들, 특히 교룡과 같은 이들이 몰려들었다가 이제 모두 떠났으니 놀라 흩어졌던 물고기들도 곧 예전처럼 돌아올 것이다.

배가 적당한 곳에 이르자 계연은 예전처럼 뱃머리의 작은 걸상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낚싯줄에 미끼를 걸어 던지고 연잎을 열어 만두를 먹은 다음, 늙은 용에게서 빌려온 책을 무릎에 펴 놓고 읽기 시작했다.

<어론(御論)>은 비록 천록서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책이라고 할 수 없었다. 책의 글자와 행간 사이에 현묘한 기운이 스며 있어, 일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지러움을 느끼며 환각에 빠질 수도 있었다.

이 책은 예전에 계연이 얻었던 책들처럼 저자가 쓰여 있지 않았다.

계연은 예전에 이곳이 요괴와 마귀, 신선이 존재하는 세계이다 보니, 사실은 저자들이 어떤 고인이나 흉악한 요괴에게 화를 살까 두려워 모든 책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고 악취미적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론>은 법결서(*法訣書: 도법(道法)이나 비술(秘術)을 쉽게 전수할 수 있도록 만든 어구를 담은 책)는 아니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법결 중에서 ‘어법(*御法: 술법을 부리다)’ 종류의 이해를 돕도록 만든 책이었다. 보통 이렇게 두꺼운 책들 대부분은 <외도전>, <통명책>과 같은 잡서였다.

그리고 이런 잡서는 재미있고 흥미를 끌 만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법불경전(*法不輕傳: 술법은 쉽게 전할 수 없다)이라는 말이 있듯, 진정한 법결의 내용은 이렇게 잡스럽거나 내용이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법결은 신묘함이 어떤 물건에 담겨있었는데, 계연이 가진 백옥 서표나 옥간(*玉簡: 옥으로 엮은 책)이 그러했다.

계연은 이런 잡서들의 대부분이 학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허황된 생각이 담긴 일부 책들도 읽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다. 이 <어론>에는 저자가 어수(*御水: 물을 부리는 법), 어화(*御火: 불을 부리는 법), 어풍(*御風: 바람을 부리는 법), 어뢰(*御雷: 벼락을 부리는 법) 등을 연구한 내용이 기초부터 심화 단계까지 서술되어 있었다. 그러나 술법의 이론보다는 저자의 깨달음이나 추측이 주된 내용이었다.

각종 어법에 대한 깨달음과 추측의 분량을 근거로 계연은 저자의 도력과 술법을 행하는 실력을 추측해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 저자는 8할의 확률로 어뢰술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면 그에 관한 내용이 모두 소문과 가설, 또는 추측으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이다.

계연은 만두를 베어 물며 책을 뒤적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찾았다. 어수술을 할 때 물을 부드럽고 세게 만드는 변화를 설명한 부분에서 계연이 직접 겪은 것과 내용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발견한 계연은 기쁨에 미소 지었다.

이때, 왼쪽에 놓인 낚싯대의 끝부분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며 찌가 오르내렸다. 계연은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만두를 모두 입안에 밀어 넣은 다음, 찌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고기가 걸렸나?’

수면 아래를 바라보며 미소 짓던 계연은 돌연 고개를 돌려 강변의 관도(官道)를 쳐다보았다. 먼 곳에서부터 서책을 등에 진 서생 두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윤(尹) 형, 제가 폐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일찍이 그것이 속임수임을 알아챘어야 했는데……. 제가 윤 형의 충고를 듣지 않아 기어코 이 사달이 났습니다. 노잣돈이 모두 없어졌으니…….”

둘 중 한 서생은 계속해서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윤재성도 약간 우울한 기색이기는 했으나, 옆에 있는 사람보다는 털털해 보였다.

“괜찮습니다, 사(史) 형. 그만 자책하십시오. 이번 일은 교훈을 얻은 셈 칩시다!”

“그렇다고 쳐도, 그자가 감히 적반하장으로 나올 줄은……. 만약 윤 형께서 계주에서 얻은 해원의 신분이 아니었으면, 저희 둘 다 옥에 갇힐 뻔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울분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윤재성은 서책을 넣은 배낭의 끈을 다시 조인 다음, 손을 비벼 열기를 불어넣고서 옆 사람을 향해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공명(功名)을 손에 넣어야 하는 겁니다. 오늘 입은 화가 내일의 본보기가 될 테니, 장래에 관원이 되었을 때 이런 안건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수 있겠지요.”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윤 형의 말이 맞습니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다가, 드디어 통천강 강변에 가까워졌다. 그러는 동안 남은 여비로 강을 건너기 충분할지, 시험까지 아직 몇 달이나 남았는데 그때까지 어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을 나누었다.

윤재성조차 근심에 차 찌푸린 얼굴로 걸음을 떼고 있었다.

“저쪽에 뱃사공이 있군요. 장원 나루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서 물어봅시다.”

“그게 좋겠군요. 저리로 갑시다!”

두 서생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걸었다.

한편, 강 아래에서는 야차 하나가 의혹에 차 있었다.

‘저 낚시꾼은 낚싯대도 끌어 올리지 않고 뭘 하는 거지? 눈이 먼 게 아니고서야 자기 낚싯대에 고기가 걸린 것도 모르다니? 더 큰 것으로 바꿔야 하나?’

응풍 전하께서는 그에게 이리로 와서 어부 하나를 찾아 가끔 그의 낚싯대에 큰 고기를 매달아 주라고 명했다. 야차는 비록 그의 명령을 비록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저 받은 명을 따라 일을 할 뿐이었다.

그가 막 다른 고기를 낚싯바늘에 바꿔 달려고 할 때, 작은 배 위의 어부가 낚싯대를 잡아 올렸다.

윤재성과 사씨 성을 가진 서생은 막 강변에 다다라 검은 지붕을 덮은 배를 향해서 소리를 치려 했다. 그때 배 위의 어부가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그 끝에는 2, 30근(*약 12~18kg)은 될 듯한 거대하고 하얀 대두어(大頭魚)가 수면에서 펄떡거리며 사방으로 물방울을 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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