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외팔이 대협(大俠) (1)
위씨 집안 작은 도련님의 만월주가 무예 대회도 아니고, 선물을 주고 축하하며 식사하는 것 외에 다른 볼일은 없었다. 이렇게 추운 날 갓 태어난 아기가 야외에 나올 수도 없으니, 대부분의 사람은 저녁 연회가 끝나자 작별 인사를 전하며 떠났다.
물론 덕승부에 머물며 즐기다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주루나 찻집, 청루에서 쓰는 돈은 모두 위씨 집안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성에서 가장 질이 좋고 유명한 상점들은 도박장이나 청루를 제외하면 대부분 위씨 집안의 소유였다.
* * *
두형과 두 동생들은 이튿날 이른 아침에 위씨 집안에서 마련해준 객잔에서 나왔다. 이들이 마구간으로 가서 말을 끌고 나오려는데, 마부 하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 팔이 없는 두형이 두 사람을 이끌고 객잔의 뒷문에서 나오자, 두꺼운 외투를 입은 빼빼 마른 마부의 눈이 일순간 빛나더니 그가 곧 마구간에서 뛰쳐나왔다.
“두 대협입니까?”
두형은 약간 의아했다. 객잔에 돈을 미리 내고 서명한 후, 마부에게 세 사람이 올 때 데려온 말을 끌고 오게 하지만, 그가 자신을 알 리는 없지 않은가?
마부는 손을 비비며 입김을 불어 넣더니, 급히 손으로 우측의 마구간을 가리켰다.
“맞는 모양이군요. 대협께서 끌고 오신 말 몇 필을 다른 이들이 실수로 잘못 데려갔다며, 가주께서 특별히 다른 말 몇 필을 보내오셨습니다. 저쪽에 마차도 있습니다. 덕승부의 어느 현이나 마을에 가고자 하시면 제가 마차를 몰아 모시겠습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우니 마차를 타고 가시는 게 편하실 겁니다!”
그가 가리킨 우측의 마구간에는 대추색의 건장한 말 세 필이 있었다. 털에는 잡색이 하나도 섞이지 않았고 털에는 윤기가 흘렀다. 근육이 알맞게 잡혔고 긴 다리와 큰 몸체를 보아하니, 세 마리 모두 좋은 말이 확실했다. 심지어 그들이 전에 끌고 온 세 마리보다 훨씬 더 좋은 말이었다.
“하핫, 두 소협. 이 세 필 모두 연지마(*臙脂馬: 몽고 말과 가까운 혈통의 말)로, 가주께서 사죄의 의미로 보내신 것입니다. 이들 모두 인내심이 강하고 힘이 세며 빠릅니다. 주인에게는 온순하나 다른 동물들은 다리로 한 번 걷어차면 늑대도 죽일 수 있지요. 다만 먹는 양이 많을 뿐입니다.”
마부는 손을 비비며 다시 한번 마차를 가리켰다.
“마차의 내부는 가죽으로 마무리했고 안에는 난로도 가져다 두었으니, 앉으시면 편안하고 따뜻할 겁니다. 이삼백 리를 간다 해도 피곤을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헤헤, 두 소협, 제게 마차를 맡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두형은 눈썹을 약간 찌푸리며 이 영악한 마부를 바라보았다. 그가 비록 작고 마른 데다 손도 얼어서 빨개졌지만, 손가락 관절이 크고 두꺼웠고 두툼한 손은 짐승의 발과 같았다. 분명히 무공이 보통 이상은 되는 자의 손이었다.
“위 가주님께서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시는가?”
“헤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가주님께서 어찌 그런 것을 알겠습니까? 다만 대협께서 쓸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겠지요!”
두형의 뒤에 서 있던 두 동생들은 이미 연지마를 보고 두 눈을 빛내고 있었다.
계연의 전생에 남자들이 비싼 차를 좋아하던 것처럼 이곳의 남자들, 특히 강호의 사람들은 남녀 불문하고 연지마처럼 좋은 말을 갖고 싶어 했다.
“위 가주님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우리는 말을 타고 가도록 하지. 마차는 필요 없네!”
두형은 모르는 이가 그들을 위해 마차를 모는 것이 영 불편했다. 게다가 두 동생들을 보니 그들도 얼른 저 말에 타보고 싶은 것 같았다.
“아이고,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안장을 얹어 드리겠습니다.”
준비가 끝난 후, 세 마리 연지마는 마구간에서 마부에 의해 끌려 나왔고 두형의 일행도 말에 올라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때 마부가 다시 손을 비비며 웃음을 띤 얼굴로 말했다. 그 모습이 주인인 위무외와 무척 닮아 있었다.
“음, 허허……. 두 소협, 가주께서 제게 살짝 일러주셨는데, 만약 소협께서 영안현에 가려 하신다면…….”
두형의 눈빛이 살짝 얼어붙었다.
‘과연 알고 있었군.’
두형의 눈빛을 보지 못한 듯 마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 가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선생의 후원에 대추나무가 있는데 올해 열매가 조금 열렸고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후원을 돌보는 아이가 그것을 따거나 팔려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두 소협은 선생과 오랜 인연이 있으니, 그 아이가 분명 몇 알 정도는 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헤헤……. 또 가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위씨 가문에서 크게 사례할 테니 대추 몇 알을 사오셨으면 한다고 대협께 전하셨습니다.”
‘대추를 사오라고?’
두형은 더욱더 의문에 빠졌다. 위씨 집안의 재력으로 볼 때, 대추를 먹고 싶다면 아무 때나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계 선생님의 후원에 있는 대추나무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 걸까?
“이 일은 내가 돌아오면 다시 이야기하지. 이만 가보겠네. 위 가주께 감사하다고 대신 말씀드려주게!”
두형이 이렇게 말하자 곁에 선 그의 동생 둘이 마부에게 인사했고, 마부도 서둘러 예를 올렸다.
세 남자는 말을 달려 객잔의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이 연지마는 확실히 좋은 말이었다. 속도도 빠르고 명령도 잘 따랐다. 말을 달려 질주하는 동안 세 명의 두씨 집안 사내들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성을 나온 후로는 행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그들은 그야말로 바람을 타고 번갯불처럼 내달렸다.
다만 이렇게 한 시간 정도 질주하고 나니 정면에서 덮쳐오는 찬 바람이 그런 통쾌함을 전부 앗아갔다. 점점 그들의 속도는 줄어들었다.
말이 빨리 내달릴수록 체온이 내려가는 속도도 빨랐다. 게다가 며칠 동안 계주의 기온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무공을 익혔다고는 해도 세 사람은 곧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덕승부 부성(府城)과 영안현은 직선거리로는 대략 150리(*약 58km) 정도였으나, 구불구불하게 놓인 도로를 타고 가려면 300리에 가까웠다. 그들은 지나는 길에 있는 민가(民家)나 객잔에 묵으며, 출발한 지 3일째가 되어서야 영안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어……. 미리 알았으면 마차를 탔을 텐데…….”
말에 올라탄 한 두씨 집안 사내가 고삐를 쥔 채로 손을 비볐다. 그의 아래에 있던 건장한 말이 뿜어내는 하얀 콧김이 1척(*尺: 약 30cm)은 되는 것 같았다.
“알았다. 그만 불평해라. 돌아가면 내가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위 가주께 부탁해 그 구리로 만든 솥을 빌려오마. 훠궈나 한 번 더 해 먹자.”
“헤헤, 형님 방금 한 말 잊으시면 안 됩니다!”
“맞아요, 나중에 무르시면 안 됩니다!”
세 사람은 크고 건장한 말을 타고 영안현에 들어섰고, 적지 않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시기에 영안현에 오는 외지인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을 몇 번 물은 후에 그들은 계 선생의 거처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전에도 육승풍만 그곳에 가보았을 뿐, 다른 이들은 이름과 대략적인 위치만 알 뿐이었다.
인심 좋은 시골 사람들은 직접 그들을 데려다주고서 사례는 받으려 하지 않았다. 천우방 깊숙한 곳의 작은 집에서 백 보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같은 천우방 주민인 사내가 초록잎이 무성한 곳에 점점이 빨간 것이 박혀 있는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이 바로 거안소각(居安小閣)이오. 이전에 계 선생님께서 저곳에서 사셨지요. 그럼 어서 가보시오.”
두형 일행은 그에게 감사를 표한 후 말을 몰고 그곳으로 향했다.
길을 안내해준 사내는 저 대추나무가 참 특이하다고 말했다. 과연 얼음이 어는 이 계절에도 나무는 초록 잎이 무성했고, 잎맥 사이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빨간 점이 마치 빨간 꽃이 핀 것처럼 아름다웠다. 나무만 봐서는 지금이 엄동설한의 계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저택의 문과 그 안의 후원으로 통하는 문도 열려 있어, 텅 빈 후원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한 소년이 그곳에서 나무 막대를 엮어 그 위에 이불을 널어놓고 있었다. 계 선생이 남기고 간 이 이불은 윤씨 집안에서 보내온 것이었고, 이불을 널고 있는 소년은 바로 윤청이었다.
말발굽 소리와 사람들이 내는 발걸음 소리를 들은 윤청은 고개를 돌려 바깥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처음 보는 세 사람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팔이 하나 없는 두형을 보고서 윤청은 잠시 넋을 놓았다. 세 사람 모두 칼을 찬 것을 보니 강호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여러분들은 누구세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두형이 서둘러 대답했다.
“저는 두형이라 하고, 계 선생님의 옛 친우입니다. 영안현을 지나는 길에 잠시 선생을 뵈러 왔습니다.”
“두형이라고요?”
윤청은 그를 살펴보다가 잘린 한쪽 팔을 보며 뭔가를 생각해냈다.
“아! 생각났다, 호랑이를 잡은 그 영웅이시군요? 계 선생님께서 여러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두형의 잘린 팔은 그의 신분을 알아보기 쉽게 했다. 윤청은 하고 있던 일을 잠시 내려놓은 후 세 사람을 정원으로 들어오게 한 뒤, 그들이 데려온 세 필의 연지마에도 큰 호기심을 보였다.
재빨리 주방에서 잔 몇 개를 가져온 윤청은 돌 탁자 위에 있던 주전자에 물을 채워 넣었다.
“물 좀 드세요. 찻잎은 없지만 물은 아직 따뜻해요. 선생님께서는 떠나신 후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그동안은 저희가 와서 선생님의 저택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도 얼마 전에 과거 시험을 보러 가셔서 지금은 저뿐이에요. 몇 달만 더 일찍 오셨으면 대추도 더 많았을 텐데요…….”
윤청은 조금 흥분된 어조로 두형에게 이야기했다. 그 후 예전에 호랑이를 잡은 일이 궁금했던지 그에 대해 질문했다.
호랑이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그들은 호랑이 요괴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했던 것뿐이었다.
두형은 이야기할 만한 게 없었기 때문에, 준비과정이나 호랑이와 맞붙을 당시 포위 공격을 했던 이야기를 조금 알려주었다. 자세한 설명도 없이 얼버무리듯이 이야기를 끝냈지만, 그래도 윤청은 아주 흥미롭게 들었다.
두형은 이야기를 마치고 윤청에게 계연의 상황에 관해 물었다. 길을 알려준 이들도 계 선생이 기인(奇人)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자세한 상황은 윤씨 집안 사람들에게 묻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윤청은 신이 나서 다른 얘기들을 늘어놓았다. 저승의 관리들 이야기나 위무외가 선생을 찾아와 옥을 보여준 일 등, 말하면 안 된다고 주의받은 얘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여우를 구하고 방생한 이야기, 선생이 검무를 추자 꽃잎이 용처럼 날아오른 이야기, 선생께서 먼 길을 떠나시기 전 대추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과실을 맺은 이야기 등등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두형은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는데, 그의 두 동생은 아이가 허풍을 떤다고 생각하고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윤청은 두형의 두 동생이 입을 삐죽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점점 더 흥분했다.
“맞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집에 잠깐만 갔다 올게요. 보여드릴 것이 있어요!”
윤청이 말을 하며 후원을 통통 뛰어나갔고, 남겨진 세 사람은 돌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대추가 불에 타는 듯 빨간 것이 맛은 또 어떨지 모르겠네. 형님, 두 개 정도 따서 맛이나 볼까요?”
“멋대로 손대지 마라!”
두형은 눈을 부릅뜨고 아우를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