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138화 (138/892)

138화. 다시 만난 청송 도인

계연이 탄 구름은 표표히 날아가 곧장 현성(縣城) 안의 묘사방으로 향했다. 계연은 성황당 밖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 작은 소반을 두고 앉은 청송 도인을 발견했다. 그는 약간 병색이 도는 얼굴로 그곳에 앉아 있었는데, 곁에는 그간 키가 많이 자란 제문이 함께 있었다.

비록 그 작은 노점 앞에 뭐라고 쓰였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청송 도인이 성황당에 가는 이들에게 열정적으로 호객하는 소리가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계연에게 들려왔다.

“이보시오, 공자께서는 짝을 찾아 달라 기도하러 오셨소이까?”

“이보시오, 아가씨께서는 혹시 인연을 찾고 계십니까?”

“인연점 보고 점괘 풀이 받으려면 여기로 오시오! 싸게 해줄 테니!”

…….

계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보니 자신이 한 말을 제선 저 사람이 그래도 들어먹은 것 같았다.

그러나 계연이 속으로 이렇게 안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색 직거(*直裾: 옷깃과 옷자락이 직선 형태인 옷) 심의(*深衣: 상의와 하의가 이어져 있고 옷의 가장자리는 다른 색감의 천으로 마무리한 옷)를 입고 머리에 사방관을 쓴 중년의 참배객이 돗자리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도장(道長)께서는 가정점과 평안점 풀이도 하십니까?”

청송 도인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곁에 있던 제문이 막 입을 열어 부정하려던 순간, 목청 좋은 제선의 목소리가 제문의 목소리를 덮었다.

“그것도 하지요! 왜 안 하겠소! 만약 풀이가 자세하거나 정확하지 않으면 다른 점 하나를 더 봐주겠소. 나는 돈도 많이 안 받는다오!”

“오? 잘됐네요, 그럼 제가 뽑은 산가지를 도장께서 좀 풀이해주십시오.”

“하하하! 어서 앉으시오, 앉아. 사실 내가 여기 앉아서 그쪽 관상을 좀 봤는데, 이쪽으로 오지 않길래 보기만 하고 부르진 않았지.”

청송 도인은 친절하고 온화한 태도로 그 참배객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의 곁에 있던 제문과 멀리서 이쪽을 보던 계연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사실 청송 도인의 노점에서도 점괘를 뽑을 수 있지만, 성황당에 오는 참배객들은 대부분 성황신의 신상 앞에서 점괘를 뽑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 후 스스로 점괘를 풀이해 보거나 다른 이에게 점괘 풀이를 부탁하기도 했다.

성황당 안에서 점괘를 뽑는 것은 특수한 방식으로 신령의 대답을 얻는 것이었다. 성황신 앞에서 점을 뽑으면 저승에 있는 책자와 어느 정도 연관되어 나오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기도하는 자가 성실하게 묻는다면 점괘는 대략적인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다만 그 결과를 제대로 풀이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점을 치는 이들이 사람에게 점괘를 뽑게 하는 것은 성황당의 방식과 조금 달랐다. 이들은 사람들이 뽑는 산가지를 특수한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운명을 점쳤다.

청송 도인의 열렬한 환대에 중년의 참배객도 돗자리에 놓인 작은 소반 앞에 앉았다. 청송 도인이 방금 자신의 관상을 봤다는 말을 듣고 그는 호기심이 들어 물었다.

“도장께서 제 관상을 보셨다고 하셨는데, 제게 뭔가 알려주실 것이 있으십니까?”

청송 도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입을 열기 전에 곁에 있던 제문이 어휴, 한숨을 쉬었다.

“일단 점괘부터 풀어봅시다. 산가지 위에 뭐라고 쓰여 있었소?”

중년 남자는 자신의 본 그대로 말했다.

“성황당 안에서 뽑은 산가지 위에는 ‘막료(幕僚)들이 쉬지 않고 싸운다. 병갑(*丙甲: 점괘의 좋고 나쁜 정도를 나타냄. 병갑은 좋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계연은 이때쯤 자신도 모르게 청송 도인의 돗자리가 펼쳐진 나무 옆으로 다가가고 있다. 장안법 같은 것을 쓸 필요도 없이, 세 사람의 신경이 모두 다른 것에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계연을 발견하지 못했다.

성황당 묘지기가 산가지를 대신 읽어준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읽은 것으로 봐서, 이 남자는 글을 아는 것 같았다. 점괘는 이제 청송 도인의 풀이에 맡겨졌는데, 계연이 듣기엔 별로 좋은 점괘가 아닌 듯했다.

계연은 의도치 않게 중년 남자의 기를 관찰해보았는데, 생명력은 아직 왕성한 편이었다. 다시 이 참배객의 외양을 살펴보니, 이자는 걸핏하면 손을 들거나 사람을 때리는 부류는 아니었다.

청송 도인은 점괘를 듣자마자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이 참배객을 살폈다.

“안 좋은 점괘로군…….”

이렇게 말하는 청송 도인의 얼굴은 정말로 고인(高人) 같았다. 그가 깊이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참배객은 약간 긴장이 되었다.

“보아하니 날 때부터 이리 죽을상은 아니었구먼!”

청송 도인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

“이 사람이……!”

남자는 순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려 다가, 그래도 이를 꾹 참고 말했다.

“……점괘나 마저 풀이해 주시오!”

제문은 곁에서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다급히 제 스승을 위해 한마디 했다.

“선생께서는 부디 오해하지 마세요. 제 사부님께서는 선생의 관상을 보시고 최근에 얼굴이 상했다는 것을 알아본 것일 뿐, 욕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청송 도인도 방금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며 급히 점괘 풀이를 시작했다.

“선생께서 성황당에 물어본 것이 가정이나 평안, 사업 중 어느 것이오?”

“전부 다입니다.”

청송 도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남자의 얼굴을 살폈다.

“이론으로 볼 때 선생의 외양은 오관이 바르게 잡혀 있어 좋은 관상이라 할 수 있소. 다만 최근 상황에 변화가 있었고 현재 곤경에 처해있는 상태로군. 점괘의 의미로 볼 때, 최근에 옛 원한을 가진 자의 계략에 빠져 시달리거나 하지 않았소? 게다가 선생 자신도 이미 심상찮음을 눈치채고 있었군. 맞소?”

중년 남자는 그의 말을 듣고 몹시 놀라 표정이 더욱 진지해졌다.

“도장께서는 부디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제게 방법이 있겠습니까?”

청송 도인이 점을 쳐주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찾아온 이들의 일을 정확하게 맞혔을 때의 표정과 반응 때문이었다. 남자의 반응을 본 그는 더욱 진지하게 임했다.

“이 막료(幕僚)라는 것이 군중의 장군 아래에서 일하는 자들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아시오? 막료들의 싸움이라고 하면 점잖아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다툼이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소. 검광이 흩날리는 도중 반드시 피를 보지요!”

중년 남자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안색도 안 좋아졌다. 그러나 청송 도인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보통 점괘면 그 정도로 끝나지만, 선생이 뽑은 산가지 위에 ‘쉬지 않고(不休)’ 두 글자가 붙었으니 이는 앞길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오.”

그의 말은 어느 정도 학식이 깊지 않은 자라도 충분히 알아들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 중년 남자는 약간의 견식이 있는 모양이니, 안색이 이전보다 더욱 안 좋아졌다.

옆에 있던 제문은 스승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고, 몇 걸음 떨어진 곳의 계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듣고 있었다. 그는 지금 당장 법안을 열어 저 중년 남자를 자세히 살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은 청송 도인의 점괘 풀이가 끝나면 저자의 기운을 관찰해볼 생각이었다.

“도장께서 하신 말의 뜻은 이 일은 이미 누군가 피를 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지경까지 왔다는 것입니까?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겠습니까?”

“흐음, 세상일에 절대적인 게 어디 있겠소. 점괘가 조금 심각하게 나왔을 뿐, 정말로 해결법이 없진 않을 것이오. 확실한 것은, 나쁜 생각을 하지 말고 선행을 하며 덕을 쌓는 것은 언제나 옳다는 것이오.”

청송 도인은 뜻밖에도 이렇게 남자를 위로했다. 그가 내놓은 방법은 거의 모든 점괘에 내놓을 수 있는 해답이었는데, 이치에는 맞지만 듣는 이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보니 선생의 마음에 이미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것 같소만. 그게 아니었으면 점괘에 ‘막료’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공(*寓公: 어리석은 자)’이라고 나왔을 거요. 선생의 생년월일을 알려주면 내가 점을 한 번 쳐보는 것이 어떻겠소?”

이렇게 말하는 청송 도인의 말투는 이미 이 남자에 대해 흥미가 생긴 모습이었다.

계연이 보기에 제선 저자는 현재 속으로 ‘보통 사람의 명을 점치는 게 무슨 재미가 있나, 인생에 굴곡이 많을수록 더욱 재미있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듯했다.

마치 일부 의사들이 고치기 어려운 특이한 병을 가진 이에게 흥미를 느끼듯이 말이다.

그러나 중년 남자는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듯했다. 청송 도인의 점괘 풀이가 충분하다고 느꼈거나, 이미 여러 번 점을 쳐본 적이 있었던 듯, 그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알려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점괘를 풀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는 노점에 내건 간판을 보더니, 돈주머니에서 일 문(文)짜리 동전 다섯 개를 꺼내 소반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 복채입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남자가 몸을 일으키더니, 그에게 공수하며 떠나려 했다.

그가 이렇게 나오니 청송 도인은 몸이 단 것 같았다.

“어어, 잠깐, 서두르지 마시오. 내가 선생의 관상을 보니 어둡고 불행한 기운이 껴있는데, 점을 쳐서 수명을 한 번 봐주겠소이다. 죽는지 사는지 확실히 알아야 할 것 아니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청송 도인과 그 곁에 긴장한 얼굴로 자신의 스승을 끌어당기고 있는 제문을 보았다. 그리고 심호흡한 뒤 더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떠나갔다.

“아니, 저 사람이……! 나는 다른 점쟁이들은 다르단 말이오! 다른 이들은 내가 볼 수 있는 걸 못 본다고……! 아이고, 제문이 너는 나를 왜 붙잡느냐?”

“사부님, 제발 그만 하세요. 제자가 이렇게 빌겠습니다. 저 선생께서는 점을 쳐볼 생각이 없으신 거예요!”

“왜 점치기 싫어한단 말이냐? 저자는 그저 두려운 것뿐이야! 내가 몇 번 더 권하면 됐을 텐데, 에잇……!”

그 참배객은 이미 멀리 떠나갔고, 그제야 청송 도인은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저 사람 성격이 참 좋았는데…….”

계연은 마침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떠나간 중년 남자를 살피던 참이었다. 그는 청송 도인의 이 말을 듣고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도장께서도 아시는군요? 만약 저 사람 성질이 조금만 나빴어도 아마 또 얻어맞으셨을걸요?”

계연의 맑고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청송 도인과 제문은 순식간에 하던 말을 잊고 고개를 돌려 나무 옆에 서 있던 계연을 바라보았다.

“계 선생님이군요! 하하하, 정말로 계 선생님이셔!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제문은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했고 청송 도인도 흥분에 찬 얼굴이었다. 그러나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린 그는 약간 어색해하는 표정으로 계연에게 공수하며 읍했다.

계연도 웃으며 공수했고, 이어 제문에게 말했다.

“제문이 너는 이미 어른이 다 되었구나. 예전에는 네 스승의 턱 밑 정도였는데 이제는 둘의 키가 비슷해졌어.”

“어흠……. 하하하! 계 선생님께서는 언제 오셨습니까?”

청송 도인은 불안해 안절부절못했다. 그가 생각하기로는 계 선생님은 정말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온 지 좀 되었어요. 선생께서 머무는 운산관에 갔다가 거기 없길래 여기까지 찾으러 왔습니다. 도장께서는 언제 자리를 접을 예정이세요?”

“접죠, 지금 바로 접으면 되죠. 제문이 너는 그만 넋 놓고 얼른 와서 자리 정리하거라.”

청송 도인은 계 선생님이 일부러 자신들을 찾아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신선이 옆에서 기다리는데, 어찌 해가 저물 때까지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그는 서둘러 제문과 함께 자리를 정리했다.

이 작은 노점은 그저 나무 막대기 두 개 위에 큰 나무판자 하나를 덮고, 다시 그 위에 노란 삼베를 덮은 것에 불과했다. 스승과 제자 두 사람은 간단히 자리를 접은 후, 산가지가 든 통과 점을 치는 판을 바구니에 넣었다. 그것을 제문이 등에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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