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146화 (146/892)

146화. 몸을 숨긴 토지신

오늘은 별이 선명하게 반짝이고 달이 높게 걸린 밤이었다. 창문으로 별빛이 쏟아져 들어와, 일단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실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청송 도인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부릅뜨고 있었다. 호흡을 멈춘 그는 말문이 막힌 상태였다.

진정한 변신술은 계연도 아직 배우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늙은 용에게서 얻은 옥간(玉簡)에 있던 변신술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계연은 여러 번 연습하여 변신술의 원리를 깨우친 뒤, 약간의 수정을 거쳐 이 술법을 배울 수 있었다.

계연 자신이 사용한 변신술과 손오공의 72가지 변신술은 본질적으로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계연의 것은 변신술에 장안법을 약간 섞은 것이기 때문이다.

계연과 청송 도인의 체형이 비슷한 덕에, 사실 계연은 자신이 잘 다루는 장안법을 활용해 일종의 ‘변검(變脸)’을 한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계연이 가진 법력은 신기한 특성이 있었다. 바로 너무 자주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어떤 파동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약간의 장안법을 사용했으니, 다른 이들은 술법을 꿰뚫어 보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계연은 그 후 청송 도인의 도포(道袍)로 옷을 갈아입고 머리 모양을 바꿨다.

그 결과 청송 도장과 아침저녁으로 함께 하는 제문만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뿐, 다른 이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황흥업과 그의 일행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신령들도 모두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변신술은 술법과 강호에서 사용하는 역용(*易容: 용모를 바꾸다)술의 결합이었는데, 이 두 가지 다 알아채기가 힘든 것이었다.

* * *

이튿날.

계연을 본 제문은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쨌든 도관의 두 도장은 하산하는 손님을 배웅해야 했다. 게다가 청송 도장은 황흥업 일행을 따라가기로 되어있었다.

손님들에게는 계 선생님이 풍한에 걸려 침상에 누워있다고 말해 놓은 상태였다.

운산관 건물 안에 숨어있던 청송 도장은 모든 사람이 도관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 기다린 후에 드디어 제문이 돌아왔다.

“사부님, 저 왔어요!”

제문은 기세 좋게 뛰어 들어와 한결 편안한 얼굴로 차를 마시는 제선을 보았다.

“사부님, 계 선생님의 얼굴이 도대체 어떻게 사부님과 똑같아진 거예요? 강호의 고수들이 쓴다는 역용술을 쓴 게 아닌가요? 저한테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청송 도인은 가볍게 제문에게 꿀밤을 때렸다.

“역용술이라니? 그건 선법(仙法)이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겠느냐? 계 선생님은 신선이시라니까.”

제문은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계 선생님 스스로 아니라고 하셨는데…….”

* * *

운산을 나오자 더는 산길이 아닌 데다 지면도 평평했기 때문에 훨씬 걷기 편해졌다.

황흥업과 그의 일행은 마차를 끌고는 산에 오를 수 없어서 운구촌에 마차를 남겨두고 온 상태였다. 그래서 그들은 돌아가는 길에는 마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마차 두 대 중 한 대는 지붕이 달려있었고 다른 한 대는 짐수레였다. 이들은 동락현으로 가지 않고 바로 무전진으로 향했다.

마차에 탄 황흥업은 다시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청송 도장님, 아무래도 성황당에 먼저 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럴 필요 없소. 선생께서 성황신께 기도를 올렸으니 이미 알고 계실 거요. 어쩌면 이미 귀신들을 무전진으로 파견해 토지신당을 조사하라 하셨을 수도 있지.”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시선은 창에 달린 가리개를 통해 바깥을 살피고 있었다. 아직은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희가 현성(縣城) 안에 숨는 것이 좀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제 부인의 친정이 성안에 있고, 아이들도 아내와 함께 모두 그곳에 머무르고 있으니…….”

“황 선생께서 옳은 결정을 하셨군. 그러나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소? 이 일은 결국 선생께서 대면해야 하는 일이오. 귀신도 허술해질 때가 있는데, 보통 사람은 더욱 그렇지. 동락현에 머문다고 해도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니, 차라리 이 일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보오.”

“예, 듣고 보니 도장의 말씀이 옳습니다.”

잠깐의 대화를 마치고 계연은 눈을 감고 정신 수양을 했다. 그 모습이 마치 더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여, 황흥업은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고 곁에 앉은 여면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오가 가까운 시각에 마차는 무전진 근처에 도착했고, 마차를 몰던 하인이 그에게 알려왔다.

“어르신, 곧 저택에 도착합니다.”

황흥업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청송 도장이 눈을 뜨며 말했다.

“일단 먼저 토지신당에 갑시다.”

“네! 아복(阿福), 토지신당으로 가자!”

“네, 어르신!”

하인은 대답과 동시에 마차의 방향을 조절했다.

잠시 후, 마차가 토지신당 앞에 멈춰 섰고 계연과 황흥업을 비롯한 이들이 마차에서 내려섰다. 하인은 따르지 않고 여면과 황흥업, ‘청송 도장’ 세 사람만이 토지신당을 향해 걸어갔다.

토지신당은 무전진 마을 밖의 남쪽에 있었다. 그곳에는 황씨 집안에서 고용한 장인과 일꾼들, 그리고 사당을 짓는 줄 알고 모여든 몇몇 노인들을 빼고는 다른 마을 사람들은 없었다.

토지신당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계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작은 소리로 황흥업과 여면에게 말했다.

“토지신당 앞에 주간 순시관이 있으니, 필요하지 않은 말은 하지 마시오.”

“주간 순시관이요?”

황흥업이 의혹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해가 뜬 시간 동안 속세를 살피는 귀신이오. 분명 동락현 성황신께서 보냈을 것이오.”

“아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를 들은 황흥업은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고, 여면은 의혹에 찬 얼굴이었다. 토지신당 앞을 아무리 살펴도 어떤 특이한 것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토지신당 앞에 도착하자, 장인들과 묘지기 늙은이가 서둘러 그들을 맞이하러 나왔다. 그러자 마침 입구에 서 있던 두 주간 순시관들도 황흥업과 다른 이들을 쳐다보았다.

“저 사람이 황흥업인가 보군.”

“맞아, 저자가 바로 성황당에 와서 이곳의 일에 대해 알린 사람이야.”

“저 도인은 또 누구지?”

“운산관의 청송 도인인 듯하군. 성황당 앞에 자주 돗자리 깔러 오는 도인이야.”

두 주간 순시관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황흥업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계연은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굳이 놀라게 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황흥업에게 말하지 않았다.

신당 안의 신상을 자세히 살피던 계연은 신상이 인간의 형상과 닮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향불을 켰던 미세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신상에 남은 신령한 기운도 강하지 않은 것을 보니, 토지신은 며칠간 토지신당에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신상의 팔은 아직 몸체에 이어 붙이지 않고 한쪽 구석에 놓여있었는데, 장인이 이미 흙을 이용해 훼손된 부분을 말끔히 되돌려 놓은 상태였다. 팔에는 어떤 사악한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고, 팔은 그저 인위적으로 훼손처럼 보였다.

‘설마 사람이 한 짓인가?’

토지신당을 조금 둘러본 뒤, 계연과 황흥업의 일행은 함께 황흥업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두 명의 주간 순시관들은 그들을 따라왔다.

황씨 가문의 저택은 경기부에 있는 왕부나 초(楚)씨 가문의 저택에는 비할 수 없었지만, 동락현에서는 대갓집에 속했다.

황흥업은 청송 도인을 접대하기 위해 좋은 술과 맛있는 요리를 준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식사 시간이 되기 전에 계연은 하인들에게 작은 목패(木牌) 두 개를 가져와 달라 요청하고는 술과 요리는 자신이 머무는 방 안으로 가지고 오게 했다. 그 후 혼자 방에 들어간 그는 잠시간 누구도 자신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며 당부했다.

황흥업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여면과 다른 사람들만 데리고 식사를 하러 갔다.

방 안에서 계연은 붓을 들고 목패 두 개에 각각 ‘동락현 주간 순시 우사(右使)’와 ‘동락현 주간 순시 좌사(左使)’를 적었다.

그 후, 계연은 쌀알이 가득 담긴 그릇에 향을 세 개 꽂고 불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주간 순시관이 소환되어 왔고, 그들은 방 안의 상황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금세 파악했다.

“청송 도인, 우리를 볼 수 있었던 겁니까?”

한 주간 순시관이 이렇게 묻자, 계연은 그들을 향해 공수했다.

“조금 전엔 주변에 속세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저승의 규칙에 따라 두 분께 인사 올리지 못했습니다. 부디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두 주간 순시관은 청송 도인을 위아래로 살펴본 뒤 대답했다.

“음, 그건 도인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지요. 그나저나 식탁 차림이 참 풍성하군요.”

“안 그래도 두 분과 함께 식사하려던 참이었습니다!”

“허허, 잘되었군요!”

두 주간 순시관들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작은 현성의 성황당에 있는 순시관들은 만들어진 형상이 없었다. 그래서 성황당에 공물이 올라와도 그들 차례까지 돌아오긴 힘들었고, 이렇게 풍성한 식사를 누리는 일도 드물었다.

계연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했다. 귀신들이 식사하는 방법은 인간과 달랐기 때문에, 다 먹고 난 뒤에도 어떤 요리들은 손도 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계연은 이틀 동안 주, 야간 순시관들이 무전진에 와서 사건을 조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사 외에도 그들의 주된 목적은 토지신을 찾는 것이었다. 저승에서 나온 관리들조차 그의 행방을 찾지 못하는 것을 보니, 어딘가 몸을 숨긴 것 같았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계연은 이를 듣고 의아하게 여겼다.

‘토지신이 스스로 몸을 숨겼다고?’

“확실합니다. 그 어떤 요괴의 흔적을 찾지 못했는데도, 계속해서 저승의 관리들을 보내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 식사는 거의 마친 상태였으므로, 계연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두 관리를 향해 말했다.

“주간 순시관님,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디 성황신께 황흥업이라는 자의 명이 특수하여, 만만찮은 삿된 것이 무언가 꿍꿍이를 꾸민 듯하니 관리들을 좀 더 파견해달라고 대신 고해주세요.”

두 주간 순시관은 이를 듣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저희가 돌아가서 보고한 후 성황신의 분부를 받고 오겠습니다.”

“그럼 두 분만 믿겠습니다!”

계연은 공수한 자세로 두 명의 주간 순시관들을 배웅했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잠시 기다린 계연은 눈을 반짝 빛내더니, 다리를 들어 바닥을 살짝 밟았다. 그러자 계연이 밟은 지면이 물결처럼 흔들리며 빛났다.

“무전진 마을의 토지신을 뵙기를 청하옵니다!”

이 땅의 지맥과 연결되어 토지신이 되려는 귀신이 있다면, 아무리 숨어도 구신술로부터는 몸을 숨길 수 없었다.

곧이어 실내에 파란 연기가 지면에서부터 회오리치며 솟아올랐다. 그러자 몸이 약간 구부정하고 황토색의 도포를 입은 ‘사람’이 계연이 눈앞에 나타났다. 얼굴은 온통 노란 털로 뒤덮여 있었으나, 그에 달린 오관(五官)은 사람의 것이었다.

계연을 보자마자, 토지신은 급히 몸을 구부리며 읍했다.

“무전진의 토지신이 상선(上仙)을 뵙습니다! 상선의 도력이 현묘하시니, 드디어 저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습니다. 다행입니다! 부디 저를 꼭 좀 도와주십시오!”

굽신거리는 토지신의 모습이 지난번 도움을 청하던 황흥업과 매우 비슷하여 계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토지신, 여기 앉아서 이야기하세요. 저승에서 토지신을 찾고 있는데 어찌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습니까?”

이 토지신은 아무래도 이것이 구신술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는 더욱 자신의 믿음을 굳히며 서 있겠다고 고집했다.

“상선께 답합니다. 아무래도 황흥업이라는 자가 어떤 대단한 것에 미움을 산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동락현의 성황신이라 해도 그것을 누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전에는 저도 잘 모르고 황흥업을 도와준 것입니다. 만약 상선께서 부르신 것이 아니라면, 제가 어찌 감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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