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인맥을 이용하다
위무외는 집사를 따라 말을 전속력으로 달려 부성으로 향했다. 거리는 겨우 수십 리 정도였으니, 말이나 체력을 아낄 생각도 않고 최대한으로 서둘렀다.
다행히 정말 좋은 말이었기 때문에 말은 위무외와 같은 육중한 몸을 태우고도 그 거리를 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택에 도착했을 때 말 두 마리는 한눈에 봐도 기력을 모두 소모한 듯이 보였다. 위무외가 탔던 말은 하인이 끌고 가는 동안에도 폐가 터져 나갈 것처럼 헉헉대고 있었다.
제 옷차림을 자세히 살펴볼 새도 없이, 위무외는 머리를 차분하게 정리하고 옷 위의 먼지를 털고서 집사와 함께 바로 응접실로 들어갔다.
그는 입구에 들어서서 계연을 보았다. 계 선생은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의 변화도 없는 듯했다.
“계 선생님! 정말 선생님이시군요!”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위무외는 계연에게 공손하게 읍했다. 그를 본 위행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계연도 자리에서 일어나 위무외의 손을 붙잡고 끌어올렸다.
“그 후로 몇 년간 만나지 못했는데, 가주께서는 아직 저를 기억하시는군요.”
“어찌 감히 계 선생님의 은혜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주방에 이미 연회를 준비하라 명해 놓았는데, 얼추 시간이 된 듯하니 제 누추한 집에서 식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누추하다니?’
계연도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풍성한 접대를 받을 기회는 흔치 않으니, 놓치면 안 되겠지요.”
“잘됐군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계 선생님!”
위무외는 주변의 하인들에게 바쁘게 눈짓하며, 직접 계연을 데리고 연회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계연이 배불리 식사하고 술도 적당히 마셨을 때, 위원생이 약간 겁먹은 얼굴로 모친의 손에 이끌려 탁자 앞으로 왔다. 그는 계연의 회백색의 불투명한 눈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위원생이 계 선생님을 뵙습니다!”
계연은 삶은 달걀을 까놓은 듯 하얗고 귀여운 아이를 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아버지 품에 가서 앉으렴. 우리 같이 이야기를 하자꾸나.”
위원생은 위무외를 보고는 조금 엄두가 나지 않는 듯했는데, 위무외가 급히 아들을 안아 올렸다. 그 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몇몇을 뺀 주변의 하인들을 모두 물렸다.
“사실은 몇 년 전 이곳저곳 유람하던 시기에 위씨 집안의 일을 점쳐본 적이 있었는데, 이제 때가 가까워져 보러 온 거예요.”
위무외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계 선생님, 선생께서 보시기에 원생이가 선산(仙山)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자신감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로서도 답을 알고 싶었다.
“귀댁의 공자는 영성을 타고났으니, 옥회산에서도 자연히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주께서 같이 가기는 조금 힘들 듯하군요.”
위무외는 웃는 얼굴로 손을 비비며,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계 선생님께서는 우리 원생이를 어찌 생각하십니까?”
“하하하……. 그 생각은 접는 게 좋을 거예요, 위 가주. 원생은 옥회산과 연이 닿아 있어요. 게다가 저도 원생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자를 받아들이는 귀찮은 일은 할 생각이 없습니다.”
위무외는 그의 말을 듣고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한쪽에 있던 위무외의 부인은 다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나리, 원생이와 나리가 같이 산에 오르지 못하면, 이 아이는 홀로 지내게 되지 않습니까?”
위원생은 부친의 품 안에서 움츠러들었다. 아무리 총명해도 아직 나이가 어려서 위원생도 조금 두려웠다.
계연은 그들을 살피다가 위원생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말씀해 보세요. 선학의 도움이 있어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말은 해봐야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계연은 신비롭게 웃었다.
“옥회산에 제가 아는 사람이 있어요. 그러니 위 가주께서는 선학에게 ‘계’씨 성을 가진 친우가 구풍 선장을 알고 있다고 말해 보세요. 아마 위 가주께서 들어가실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위무외는 놀란 동시에 기뻤다. 계연에게 가지고 있던 존경심이 더욱 커진 그는, 마음속으로 계 선생께서 된다고 하셨으니 분명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연은 위원생의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얼굴에 드리웠던 웃음을 점차 거두었다. 계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의자를 위무외의 자리에 가깝게 끌고 가서 고개를 숙여 위원생을 바라보았다.
“원생아, 옥회산에 가보고 싶니? 선도(仙道)를 닦고 싶지 않니?”
“저요?”
위원생은 멍하니 대답했다. 동시에 부친이 자신을 감싸 안은 손에 돌연 힘이 들어간 것을 알아차렸다.
“아하하, 계 선생님……. 원생이는 겨우 4살입니다. 그런 판단력이 어디 있겠어요. 뭐가 뭔지도 잘 모를 텐데요.”
계연이 위무외를 한 번 쳐다보자, 위무외는 돌연 거대한 압력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서 점차 팔에서 힘을 풀었다.
“그래, 나는 네게 수선자가 되고 싶은지 묻는 거야. 이전에는 분명 네 부친이나 모친, 집안의 어른들이 네게 무언가 준비하라고만 했겠지. 네 생각은 어떠니?”
계연은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띄웠고, 이를 본 위원생은 점차 긴장이 풀렸다.
위원생은 비록 어렸지만, 만약 자신이 이 자리에서 “싫어요, 안 갈래요.”라고 한마디만 하면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서 멀리 떠나버리리라는 걸 알았다.
자리에 있는 몇몇 집안 어른들은 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직 위원생의 모친만이 눈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위원생은 제 어미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제 아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계연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아이는 이제 모를 수가 없었다. 아이는 망설이며 계연에게 물었다.
“계 선생님, 선인(仙人)들은 모두 선생님과 같나요?”
계연의 옆얼굴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나와 비슷한 이들은 분명 있겠지, 하지만 아주 적단다.”
이제 계연은 더는 자기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었던 선인에 대한 기준에 얽매이지 않았다. 어쨌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신과 같은 이들은 분명 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선생님 정도의 경지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의 능력이 필요한가요?”
계연은 그리 큰 재능이 필요치 않다고 대답하려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했던 일들에는 비록 많은 의외의 사건이나 도움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수선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속세를 돌아다니는 것에는 그리 강한 도력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사실 시간이 오래되면 방향을 잃기가 쉬웠다. 그래서 속세에서 수행하는 수선자들은 보통 도력이 낮지 않았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 하겠구나.”
계연이 대답하자마자, 위원생은 용기를 끌어모아 다시 한번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정말로 제자를 안 받으시나요? 사람들은 모두 제가 정말 총명하다고 말해요. 제가 위씨 집안 도련님이라 칭찬하는 게 아니라요.”
계연은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안 받는다.”
“음……. 비록 선산에 들어가는 건 좀 무섭지만, 그래도 가고 싶어요. 저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평생 이런 기회를 한 번 얻기도 매우 힘들다는 걸 알아요.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거예요.”
이렇게 말한 위원생의 작은 얼굴에는 약간의 갈등이 비쳤다. 그는 곧 작은 주먹을 꼭 쥐고 불평하듯 말했다.
“게다가 제가 안 가면, 일 년 동안 공부한 고생이 전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요. 그건 너무 억울해요!”
“하하하… 정말 그렇구나, 네 말이 맞아. 그럼 너도 결정을 내린 거야. 이는 너희 위씨 집안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원생이 너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해. 그러니 온종일 얼굴 구기고 있지 마. 너도 잘 알듯이, 이건 천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야!”
계연은 큰 소리로 웃으며, 아이를 골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계연의 웃음에 실내의 분위기가 드디어 가볍게 풀어졌다. 위원생도 방금까지 느꼈던 두려움을 잊고 조잘조잘 계연에게 선문의 일에 관해서 물었다.
“계 선생님, 옥회산은 큰가요?”
“잘 모르겠는데. 네가 가보고 내게 알려주렴!”
“가본 적 없으세요?”
“응, 없어.”
“그럼 제가 간 후에 거기 갇히면 어떻게 선생님께 알려드리나요?”
계연은 일부러 위협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자들이 감히?”
“제 아버지도 정말 같이 갈 수 있나요?”
“아마 별문제 없을 거다.”
“그럼 제 어머니는요? 제 유모도 같이 갈 수 있나요? 소취도요!”
계연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이를 지켜본 위무외와 다른 이들은 모두 마음을 내려놓았다. 대부분 위무외는 자신이 꼭 필요할 때만 끼어들었고, 최대한 계 선생과 아들이 이야기를 나누도록 내버려 두었다.
계연은 생각이 이리저리 튀는 아이와 밤새 떠들었다. 선문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 사라지자, 위원생은 드디어 졸음을 참지 못하고 위무외의 품 안에서 잠이 들었다.
위무외의 부인이 위원생을 안고 재우러 들어가자, 계연은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위무외가 보기에 이는 아무리 봐도 평범한 종이 새였다.
“어흠, 계 선생님. 이건 원생에게 주는 것입니까?”
“아니요, 가주님께 드리는 거예요.”
계연은 종이학을 식탁 위에 놓고, 고개를 돌려 위무외에게 말했다.
“잘 봐두세요. 옥회산에 도착하여 만약 구풍 선장을 만나게 되면 이걸 그에게 전해주세요. 그에게 종이학의 날개를 이렇게 뒤집은 뒤 중간을 잡아서 열라고 가르쳐 주세요.”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종이를 접었다. 완성된 종이학은 식탁 위에서 날아올라, 계연을 감싸고 두 바퀴를 돌고는 다시 위무외의 주위를 두 바퀴 돈 뒤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종이학은 진짜 새처럼 부리로 식탁을 쪼아 대기도 했다. 계연이 완전히 잡아당기지 않은 쪽은 다른 쪽보다 좀 더 완성도가 있었다.
자리에 있던 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할 말을 잃었다. 비록 이전에 거북이 물을 부리는 것을 보긴 했지만, 이토록 신기한 선법(仙法)을 눈앞에서 보니 전율이 일었다.
계연은 웃으며 자신이 몇 년간 더욱 완벽하게 다듬은 ‘지학법(紙鶴法)’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그가 다시 종이학을 가져와 평평하게 펴자, 신기한 종이새는 다시 순식간에 접힌 종이가 되었다.
“잘 보셨죠? 만약 구풍 선장을 찾지 못하면, 가주께서 직접 종이학을 펴세요. 그럼 알아서 선장을 찾아갈 거예요.”
“네, 기억했습니다!”
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자, 위무외도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계 선생님, 제가 쉬실 곳을 내어드릴 테니 묵고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계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괜찮아요. 저 대신 원생이에게 한 마디만 전해주세요.”
“말씀만 하십시오!”
위무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는 계 선생이 또 떠나려는 것을 눈치챘다.
“음……. 원생이 저를 대하는 모습을 보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분명 위 가주께서 알려주신 거겠죠?”
“그렇습니다! 부디 꾸짖지 말아 주십시오.”
“괜찮습니다. 그것도 좋지요. 저 대신 원생이에게 전해주세요. 저와 같은 선인이 되고 싶다고 했던 말을 제가 기억하고 있을 테니, 잊지 말라고요.”
“네,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원생이가 잊지 않도록 때때로 다그치겠습니다!”
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위씨 가문의 사람들을 향해 공수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배웅은 나오지 않으셔도 돼요.”
이렇게 한 마디를 남긴 계연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배웅이 필요 없다지만 어찌 정말로 배웅을 나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에 위무외와 다른 이들도 급히 뒤쫓아 나갔다.
다만 그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는 마당이며 주랑 어디에도 계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밖에서 기립해 있던 하인 몇 명이 다가와 인사를 올렸다.
“가주님!”
위무외는 사방을 살피고 있었다.
“방금 나간 선생님이 떠나시는 모습을 보았느냐? 날아가신 건가?”
하인 넷은 서로를 어리둥절하여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중 나이 많은 이가 약간 망설이며 대답했다.
“가주님. 문이 안쪽에서 열리긴 했습니다만, 저희는 가주님과 어르신들께서 나오는 것만 보았습니다.”
위무외는 이를 듣고 멍한 얼굴로 자신의 셋째 숙부와 집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