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165화 (165/892)

165화. 위씨 부자(父子) 옥회산에 들어가다 (2)

잠시 후, 저택 내의 한 거실에서 위무외는 찻잔을 들고서 두 하인이 올리는 보고를 듣게 되었다.

“계 선생님께서 가주께서 보내신 쫑즈와 다과를 받으셨습니다. 특히 천일춘 몇 항아리를 보고서는 특히 기뻐하셨습니다. 가주께 애썼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이를 들은 위무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가주님, 계 선생님을 그리 중시하시면서 어찌 직접 방문하지 않으십니까?”

이 두 하인은 위무외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감히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위무외는 고개를 저으며 차를 한 입 마신 후 대답했다.

“너희들은 모른다. 이 정도가 제일 좋다. 가식적이지 않으면서 친분을 보일 수 있지. 게다가 그분을 귀찮게 할 일도 없으니 말이야. 참, 계 선생님께서 다른 말씀은 없으셨느냐?”

“없었습니다.”

“음, 잘했다. 이만 물러가도 좋다.”

“네!”

두 하인이 공수하며 나가려 할 때, 위무외는 돌연 그들을 불러 세웠다.

“참, 대추나무꽃이 피었더냐?”

“가주님께 아룁니다. 천우방 전체에 그 향기가 쫙 깔렸습니다.”

“과연 그렇군.”

위무외는 중얼거리고는, 손을 저어 그들을 나가게 했다.

비록 열매가 열리고 나서 길을 떠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위무외는 계 선생님에게 가식적인 행동을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들을 데리고 5월 15일에 길을 떠났다.

그를 따르는 일행에는 위무외의 백부와 위씨 집안의 하인인 무공 고수들이 있었다. 위무외의 부인은 그 전날 밤부터 계속해서 울고 있어, 그녀의 모습을 보면 마치 생사가 나뉘는 순간을 보는 듯했다.

* * *

옥회산은 덕승부 성에서 직선거리로 대략 8, 900리 떨어져 있었는데, 이는 계주의 반을 가로지르는 거리였다. 직선거리로 갈 수 없으니 이리저리 구불구불 돌아가야 하는 데다가, 옥취산에 도착해서도 한참 걸어 올라야 했다. 위무외 일행은 대략 도착하려면 2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실제 상황도 그와 비슷해서, 대략 열흘이 지나자 위씨 집안의 마차는 옥취산 근처의 한 마을에 다다랐다. 필요한 물품만 간단히 챙긴 뒤 그들은 산으로 들어섰다.

위원생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 옥취산에서 5일째 산을 오른 끝에, 그들은 마침내 운무가 가득 낀 산의 바깥 부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그들은 과일을 채집하며 짐승들을 사냥했고, 독충에 물리고 열악한 날씨에 고생하기도 하며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었다.

산등성이에 선 위씨 집안 사람들은 약간 낭패한 꼴로 먼 곳의 운무가 가득 낀 방향을 바라보았다. 위원생은 조용히 하인의 등 위에 엎드려 있었다.

“너희들은 여기까지만 오면 된다. 이 앞으로는 나와 원생이만 들어가겠다.”

위무외의 목소리는 침착하게 들렸으나, 사실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계선생이 준 종이학이 들어있는 품속의 비단 주머니를 만지고서야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원생아, 아버지 등에 업혀라.”

“우응…….”

졸고 있던 위원생은 하인의 손에 들려 조심스럽게 위무외의 등 위로 올려졌다. 그는 순순히 부친의 목을 끌어안았다.

“가주……. 만약 일이 잘되지 않으면 즉시 돌아오십시오! 이곳에서 두 달은 기다렸다 가겠습니다!”

위무외는 일행 중 유일한 연장자에게 웃어 보였다.

“백부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위씨 집안은 신인(神人)이 돕고 계시니,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산속이라 위험하니 돌아가는 길에 부디 조심하십시오.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고 계세요!”

“몸조심하십시오, 가주님! 도련님도 부디 건강히 지내십시오!”

“가주님, 도련님, 부디 잘 지내세요!”

그를 따라온 하인들이 모두 허리를 굽히고 읍했다. 이를 보는 위무외는 약간 코끝이 시큰해졌다. 원생은 아버지의 굵은 목을 더욱더 꽉 끌어안았지만, 다행히도 울지는 않았다.

“자, 그럼 가겠다!”

위무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신술을 사용하여 뛰어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전방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 * *

위원생을 업고서 안개 속으로 들어간 위무외는 뒤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사라지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들어오기 전에는 그리 짙은 안개로 보이지 않았는데도, 지금은 자신을 따라왔던 일행들의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원생아, 무서우냐?”

위무외는 왼손으로 위원생의 엉덩이를 받쳐 업고, 오른손으로는 그의 앞을 막아서는 나뭇가지나 넝쿨들을 젖히고 있었다.

“조금요. 그런데 아버지가 있으니 괜찮아요!”

“응, 착하구나.”

멈추지 않고 걸어가자 전방의 안개가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곳은 안개가 끼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있는 근처는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반 시진쯤 지나자, 먼 곳에 낀 안개조차 희미해졌다.

위무외는 자신이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산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안개가 잔뜩 낀 구역을 통과해 앞으로 나아갈수록 의혹만 짙어졌다.

“아버지, 아무래도 같은 길을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아요.”

위원생의 직감은 위무외보다 정확했다. 제 아비가 앞을 향해 걷는 동안, 그는 쉬지 않고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걷는 방향은 분명 직선인데, 어쩐지 계속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의 말을 들은 위무외는 깜짝 놀랐다. 곧이어 당시 거북이 알려준 주의 사항을 떠올린 그는, 자신의 목에 걸린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옥패를 잡아 뒤에 업힌 아들에게 넘겼다.

“원생아, 옥패를 잡고 눈을 감아라. 그 후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는지 이 아비에게 알려주렴.”

“네!”

위원생은 오른손으로 옥패를 쥐고, 왼손으로는 제 아비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 후 아버지의 등에 조용히 엎드린 뒤 눈을 감았다.

위무외는 발걸음을 천천히 늦추며 앞을 향해 걸었다.

“아니에요, 길을 잘못 들었어요. 직선 방향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 해요.”

위무외는 고개를 돌려 제 아들을 쳐다보고는, 다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바라보았다. 그가 기억해 놓은 나무 몇 그루가 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제 아들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약간 각도를 달리해 왼쪽을 향해 걸었다.

잠시 후, 위원생은 또다시 왼쪽으로 위무외가 나아가게 했다. 몇 분이 지난 후, 아이는 한 번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치대로라면, 그들은 이미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있어야 했다.

이런 상태로 반 시진쯤 걸어가자, 이제 위무외의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부담감이 점점 더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이제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었고, 때때로 이명이 들려오기도 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는 더욱더 공황 상태에 빠졌다. 마치 이 깊은 숲속에 갇혀 다시는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위무외는 지극히 이성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일행들과 이미 옥취산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게다가 일신의 무공도 출중했으므로, 그는 지금 드는 공포감을 그나마 억누를 수 있었다.

까악……! 까악……!

하늘 저편에서 학의 울음소리가 은은히 들려오자, 위무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를 들은 위원생도 즉시 눈을 떴다. 부자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백학(白鶴) 한 마리가 공중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다만 저 학이 옛날 위씨 집안과 인연이 닿은 그 학인지는 알 수 없었다.

깍…… 까악……! 끼룩!

백학은 땅으로 내려서지 않고, 공중에서 빙빙 돌다가 날아가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부자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날아가 버렸어요, 아버지…….”

“하하, 괜찮다, 괜찮아. 원생아, 배고프지 않니? 아버지가 간식거리를 가져왔으니 조금 쉬었다 가자.”

그들은 마침 산골짜기에 다다랐는데, 다행히 커다란 나무나 수풀이 우거진 곳은 아니었다. 위무외는 위원생을 깨끗한 바위 위에 앉혔다.

부자가 물을 마시고 배를 채우고 있을 때, 돌연 바스락대는 소리가 멀지 않은 숲속에서 들려왔다. 위무외는 조건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소매 안에 숨겨놓은 원앙도(鴛鴦刀) 두 자루를 꺼내 방어 자세를 갖췄다.

이곳은 산짐승들이 적지 않았으므로, 위원생은 조심스럽게 바위 뒤편으로 가 숨었다.

그러나 멀지 않은 곳의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산짐승이 아닌 한 여인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서른 언저리로 보였으나, 다시 보니 온화한 용모를 가진 데다 얼굴에는 주름이나 어떤 나이든 기색도 찾을 수 없어 스물 몇 살 정도로 보였다. 여인의 발걸음은 가벼웠는데, 흰 날개옷을 입고서 긴 머리를 비녀 두 개로 올린 모습이었다.

그녀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천천히 걸어왔다.

“두 분은 산속에서 길을 잃으신 건가요?”

여인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녀는 거리를 좁히며 위무외가 양손에 들고 있는 길이가 각기 다른 원앙도를 바라보았다.

“마침 저도 여기서 길을 잃어서요. 함께 길을 찾아 나가는 게 어떨까요?”

여자는 바위 뒤에 숨은 위원생을 향해 웃어 보이며, 위무외에게 제안했다.

이때, 위씨 부자는 이미 어찌 된 일인지 눈치채고 있었다.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 만난 여인이 정말로 길을 잃은 사람일 리는 없었다. 이는 분명 선학(仙鶴)이 인간 모습으로 변한 것이 분명했다.

“원생아, 어서 이리 오너라!”

“네!”

위원생은 바위 뒤편에서 나와 부친의 곁으로 통통 뛰어왔다. 위무외는 옷자락을 열어 안에서 옥패를 잡아 끈을 풀어낸 뒤, 위원생의 손 위에 올렸다.

과연 옥패를 본 순간, 여인의 눈빛과 표정이 모두 변했다.

“어떻게 이 옥패를 당신들이 가지고 있죠? 두 분 성(姓)씨가 어떻게 되시나요?”

위무외는 위원생과 눈을 한 번 맞췄고, 두 사람은 동시에 여인을 향해 읍했다.

“선고(仙姑)께 아룁니다. 제 이름은 위무외로, 옆에는 제 아들인…….”

“선고께 아룁니다. 제 이름은 위원생입니다!”

위무외는 눈썹을 찌푸리며 위원생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이를 본 위원생은 목을 움츠리며 겁먹은 듯 여인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나 위원생을 바라보는 여인에게서는 화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위씨……. 아주 오래전 일인데…….”

여인은 추억에 젖은 듯 한마디를 하고는 곧 미소 지었다.

“이곳을 찾아올 수 있었으니,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겠군요. 그래도 괜찮아요. 위씨 집안의 은혜는 갚아야 하니까요. 음, 이 아이 이름이 위원생이군요. 정말 좋은 이름입니다!”

위원생은 여인을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하얗고 작은 얼굴에 젖살이 오른 통통하고 부드러운 아이는 무척 귀여웠다.

“호오, 이리 어린 나이에 이토록 총명하다니. 이리 보니 자질도 훌륭하고, 옥패에서도 신기한 빛이 나는구나!”

위무외와 위원생은 동시에 옥패를 바라보았으나, 그들에게는 어떤 빛도 보이지 않았다.

“좋습니다, 아이는 제가 옥회산으로 데리고 가지요. 당신은,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면 곧 바래다주러 오겠습니다.”

‘그건 안 되지!’

위무외는 서둘러 허리를 굽히며 예를 올리고는, 여인을 향해 간청했다.

“제 아들 원생이를 받아 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원생이는 아직 채 다섯 살도 되지 않아,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부모가 곁에서 돌봐 줘야 할 나이이지요. 선고께 간청드리오니, 제가 함께 입산(入山)하여 아들이 사리를 구별하고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때까지만 곁에 있게 해주십시오.”

여인은 탄식하며 말했다.

“내 이 아이를 보니 영특하기 이를 데 없어, 무지한 이 나잇대의 다른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위 선생께서 굳이 함께 입산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를 들은 위원생은 목을 잔뜩 움츠리며, 앳된 목소리로 함께 간청했다.

“선인(仙人) 아주머니, 부탁드려요, 아버지를 보내지 마세요……. 무서워요….”

이 순간 원생의 두려움은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 속에 차오른 눈물은 곧 떨어질 듯했다. 정말로 아버지가 떠나면 어떡하지?

“선고께 부탁드립니다, 부디 우리 위씨 집안을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위무외는 여인을 향해 무릎을 꿇으려 했으나, 여인이 소매를 한번 휘두르자 그는 몇 걸음 뒤로 밀려나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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