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175화 (175/892)

175화. 두 강의 정신(正神)이 한자리에 모이다

계연은 구름을 타고 먼저 통천강으로 향했다. 이렇게 향불의 힘을 크게 소모하는 일에 대해 서신으로 부탁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으므로, 자신이 직접 방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계연이 부탁하려는 상대는 당연히 통천강 강신인 응약리와 춘목강 강신인 백제였다. 이 둘은 진룡이 되려는 이들이니, 그동안 쌓은 신도(神道)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부차적인 힘일 뿐이었다. 그러니 신도, 즉 향불의 힘을 크게 소모한다 해도 무방할 것이고, 둘째로는 자신이 부탁하면 그들이 흔쾌히 들어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략 다섯 시진을 넘게 날아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에 이르러 계연은 장원 나루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시각 장원 나루터는 그리 번잡하지 않았다.

강물이 일렁이며 달빛을 비추었고, 어수술이 더욱 능숙해진 계연은 바로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강신이 머무는 용궁을 향해 가던 계연은 잠시 후 용궁 근처의 경계 지역에 도착했다. 강을 순찰하는 야차 몇 명이 강철로 만든 창을 들고 그의 앞을 막아섰다.

“신분을 밝히십시오.”

계연은 피수술을 사용하여 입은 옷과 머리카락 모두 물살에 닿지 않는 상태였다. 그러니 야차들은 그가 계연임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자가 수족(水族)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아챌 수 있었다.

계연은 공수하며 사실대로 대답했다.

“부디 강의 신께 계연이 도움을 청하러 왔다고 대신 전해주세요.”

‘계연……? 계연이라고!’

“계, 계 선장(仙長)님?”

야차들은 그렇게 물으며 계연을 아래위로 살펴보았다.

“네, 제가 바로 계연이에요. 이곳에서 감히 이런 거짓말을 할 사람은 없겠죠?”

계연이 농담처럼 묻자, 야차들은 그를 알아보고서 급히 무기를 거둔 뒤 읍했다.

“계 선장님, 어서 들어오십시오. 지금 바로 강의 신께 가서 고하겠습니다!”

야차들이 계연을 용궁 경계 안으로 들인 후, 야차 하나가 재빨리 헤엄쳐 용궁의 정전(正殿)으로 향했다.

이 시각, 정전 안에서는 늙은 용이 술을 음미하며 가무를 감상하고 있었다. 응풍은 이곳에 없었는데, 어디로 놀러 나간 건지 그도 몰랐다. 딸인 응약리는 궁전의 다른 곳에서 한창 수행하는 중이었다.

비록 계연이 응약리를 찾아왔다고 말했으나, 야차는 당연히 먼저 용왕에게 이 일을 보고하러 갔다. 그래서 야차는 안에서 가무가 한창이었음에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정전 안으로 들어갔다.

“용, 용왕님께 아룁니다. 계 선장께서 용궁 밖에서 오셨습니다. 강신마마의 도움을 청하고자 왔다고 하십니다!”

주위의 무희들이 동작을 멈췄고, 늙은 용은 술잔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계 선생이 왔다고! 약리를 찾아?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용왕님께 아룁니다. 계 선장께서는 분명 강신마마를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늙은 용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손을 휘둘러 무희들을 전부 물러나게 한 후 야차에게 말했다.

“너는 가서 약리를 불러와라. 내가 밖으로 나가 계 선생을 맞이하겠다!”

“네!”

늙은 용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

“나를 찾아온 게 아니란 말이야?”

잠시 후, 정전 안에는 응약리와 계연, 응굉이 모두 자리에 앉게 되었다. 계연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늙은 용은 이를 듣고 자신의 딸보다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계 선생께서 계유신을 칙봉(*勅封: 칙명(敕命)으로 어떤 자리에 봉하다)하려고 한다는 말이오? 정말 흥미롭군. 재미있는 일이 생겼구먼! 이 늙은이도 아직 그런 일은 본 적이 없는데!”

“응 선생님, 칙봉이라는 말은 당치 않습니다. 그저 이번 참에 계유신이 될 수 방법이 참인지 한 번 시도해보려는 것뿐입니다.”

칙봉을 한다는 뜻은 진자주가 곧바로 계유신이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계연은 감히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에이, 그게 거기서 거기지. 안 그렇소? 자자, 갑시다! 어서 출발해야 하지 않겠소?”

응굉은 이미 엉덩이가 들썩거려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할 지경으로, 당사자인 계연보다도 다급해 보였다.

“강신께서는 어찌 생각하세요?”

계연이 묻자 늙은 용은 자신의 딸을 한 번 쳐다보고는 자신이 딸 대신 대답했다.

“감히 거절하려고? 용심(龍心)을 얻게 된 마당에 고작 1, 2백 년의 향불이 아까울까?”

부친의 모습을 본 응약리는 소매를 들어 입을 가리며 웃었다.

“당연히 계 숙부님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셋은 급히 수부를 나섰고, 응굉은 친히 일행을 위해 구름을 부려 함께 춘혜부로 날아갔다.

춘혜부 강신을 청해 온 과정은 응약리보다도 더 간단했다. 계연은 바둑돌에 대고 강신을 모시는 사당 밖에서 도음(道音)을 사용해 그를 청했다. 한창 잠을 자고 있던 교룡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즉시 모습을 드러냈다.

백제는 계연의 부탁을 듣고서 마치 계유신이 되는 것이 자기 자신이기라도 한 것처럼 무척이나 기뻐했다. 안 그래도 계연을 만날 기회를 찾지 못해 근심하던 중, 계연의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기회를 찾게 된 것이다.

그들은 함께 구름에 올라 덕승부로 향했다. 계연과 응약리는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응굉과 백제는 한창 흥이 올라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매년 있다지만, 올해는 특별히 더 많은 것 같네.’

그들이 흥분한 이유를 알면서도 계연은 약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듯 푹푹 찌는 날씨에는 시신을 오래 둘 수 없는지라, 진자주의 유족들은 하루가 지난 후 그의 관을 묘지로 옮겼다. 진자주는 그날 밤 저승의 관리들을 따라 토지신과 함께 덕승부 저승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일을 미리 전해 들은 덕승부 저승은 크게 들썩였다. 성황신과 각 기관의 기관장들이 상황을 전해 들은 후, 진자주도 점차 이 기회가 얼마나 얻기 어려운 것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늦은 시각.

덕승부 성황당 밖의 저승 입구에서 귀문관(*鬼門關: 저승의 입구)을 지키던 관리는 하마터면 놀라 자빠질 뻔했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 사정을 보고하자, 기관장들을 이끌고 성황신이 귀문관 앞으로 친히 마중을 나왔다.

대정국에서 가장 큰 통천강의 정신(正神)과 두 번째로 큰 강인 춘목강의 정신이 친히 왕림한 데다, 소문으로만 듣던 용왕이 직접 왔기 때문이었다.

강의 정신들이 내뿜는 빛이 성황당 밖 하늘 저편을 찬란하게 물들였다.

그들과 함께 선 계연의 모습은 더욱더 범상치 않게 보였다. 이에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이미 누구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 간단히 소개를 주고받은 이들은 대강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춘목강은 덕승부를 지나 흐르기도 했기 때문에, 덕승부 성황신은 이미 백제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정국은 물론이고 대정국 근처 어디에도 통천강보다 큰 강은 없었으므로, 응약리가 내뿜는 신령한 빛은 백제와 비교도 할 수 없이 밝았다.

평소에 두 강의 신령들은 이처럼 빛을 드러내지 않았다. 완전히 가리긴 어렵지만 그래도 범상치 않은 후광이 나는 정도로는 조절할 수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빛을 드러낸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신분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덕승부 성황신의 법체는 귀빈들의 곁에 서서 덕승부 저승 안으로 이들을 이끌었다. 계연과 일행들이 저승의 문을 넘자, 그곳에 가득 찬 음기가 일행들에게 느껴지며 음산한 귀기(鬼氣)가 흘렀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두려워할 법한 분위기였지만, 계연과 그의 일행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이곳이 바로 정전(正殿)입니다, 드시지요!”

성황신은 손을 들어 손님들께 방향을 안내한 후, 먼저 성황전(城隍殿)으로 들어갔다.

다른 신령들과 비교해, 성황신들은 사실 자신들만의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수행이 깊고 법력이 높은 이들을 경외하나, 그렇다고 자신을 과하게 낮추지도 않았다. 충분한 존중을 표한 후에는 그 이상 무언가를 더 드러내지도 않았다.

정전 안에 들어서자 성황신은 가장 상석에 자리했고, 계연과 늙은 용은 그의 우측에, 응약리와 백제는 그의 좌측에 앉았다.

각 기관장과 토지신은 양쪽 아무 데나 앉거나, 서 있기도 했다. 진자주에게도 자리가 하나 주어졌다. 자리에 있는 모든 귀신이 이미 알고 있듯, 이 진 의원이 백 년 혹은 몇백 년 후에는 진정한 계유신이 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장 대부분이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진자주는 감히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진자주, 당신은 생전에 덕승부에서 손꼽히는 선인(善人)이었습니다. 평생토록 간악한 일이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않았고, 집안을 엄히 다스렸으며, 후학들에게도 신중히 가르침을 전했군요. 80여 년 동안 의술을 행하며 살린 이들이 셀 수 없으니, 저승에서도 120년의 수명을 갖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쌓은 복덕(福德)은 6대에 걸쳐 자손들이 그 덕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진자주의 공적은 의술을 행하며 사람을 살린 것뿐만이 아니었다. 출중한 의술과 덕을 갖춘 후학을 양성하여, 그들에게 수혜를 입은 백성들이 셀 수 없었다.

덕승부 성황신은 친히 진자주 일생의 공적을 판결했다. 잠시 말을 멈춘 성황신은 좌우를 내려다본 다음 계속해서 말했다.

“오늘, 계 선장께서는 당신 평생의 공적과 혼백에 품은 깨끗한 기운을 보고 수행을 닦을 수 있도록 점화(*點火: 신선이 법술(法術)을 사용하여 사물을 변화시키는 것)하려고 합니다. 수행의 길에 오르길 원하십니까?”

아무리 성황신이라고 할지라도, ‘계유신’ 세 글자를 언급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더욱 무거운 어조로 변했다.

계연과 강신들이 오기 전에, 저승의 관리들은 이미 진자주에게 계유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비록 자신들도 아는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말을 듣고 진자주는 이전의 얼떨떨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계연이 이미 강신 두 명을 데리고 오긴 했지만, 결정은 여전히 진자주 본인에게 달려 있었다.

이 상황이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일 것이다. 게다가 그가 너무 오래 살아있던 바람에, 저승에는 진씨 집안의 선조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승을 떠난 지 이틀이 지나 좀 더 현재 상태에 익숙해진 진자주는 더는 막 죽었을 때처럼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신의(神醫)라고 불리는 이 다운 태도와 마음가짐을 되찾았다.

어떤 병증은 때때로 보통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만들 정도인데, 심지어 병자의 가족들조차 이런 병증을 보이는 환자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오로지 진정한 의원만이 조금의 동요도 없이 환자를 만질 수 있었다. 진자주도 바로 그런 의원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얻기 힘든 기회인지 알게 된 후, 사실 진자주도 거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그러나 이때 성황신이 그의 의사를 묻자, 진자주는 손을 모아 공손히 읍하며 질문을 하나 했다.

“저도 이것이 천재일우의 기회임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전에 계 선장(仙長)께 왜 저를 선택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오랜 세월 의술을 행해 적지 않은 사람을 구해 제 혼백에 특별한 점이 있다지만, 선장께서는 분명 저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을 찾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선장께 보답해드릴 수 있는 무언가가 있습니까?”

진자주의 질문은 이곳에 있는 이 대부분이 가진 의혹이었다. 어쩌면 오로지 응굉만이 계연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계연은 그의 질문을 듣자마자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진 의원님은 자기 자신을 그리 대단치 않게 여기시는구나. 의원님과 같은 혼백은 마음먹고 찾는다 해도 몇 명 찾지 못할 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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