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은규자로 만든 생선탕
계연은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구해와 물고기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후 물고기를 손에 들고 자세히 살펴보니, 촉감이 차갑고 미끄러웠으며 아가미와 비늘, 꼬리까지 전부 갖추고 있었다. 만약 일반 백성들이 보았다면 그저 보기 드문 생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계연은 술법을 써서 생선의 몸을 물로 된 막으로 동그랗고 엷게 둘렀다. 그 후 소매에서 미리 준비해 둔 마른 연잎을 꺼내 은규자 두 마리를 감쌌다.
“자자, 어서 가자. 나루터로 가자. 오늘 신선한 생선탕을 끓여 주마!”
계연은 얼굴에 번지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그는 마른 연잎으로 감싼 생선을 들고서 윤청과 호운을 재촉하여 걸음을 서둘렀다. 비록 벽수담에 따로 주인이 없다지만, 그는 어쩐지 계속 남의 집 생선을 훔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윤청과 호운은 계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가 하는 일에는 항상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계연이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계연을 뒤쫓아갔다.
돌아가는 길은 연못으로 왔던 길보다 더 빠르게 느껴졌다. 마차들이 지나는 길에 도착하자, 소달구지며 나귀가 끄는 수레와 마차가 여러 대 보였다. 그것들은 제각각 화물을 싣거나 손님을 태우고 있었고, 그들의 일행처럼 보이는 행인들도 적지 않았다.
길을 걷는 도중, 호운은 때때로 계연이 손에 들고 있는 연잎 묶음을 바라보았다. 그 연잎은 구도구현에서 전병을 살 때 주인장에게 부탁해 얻어온 것으로, 그것을 생선을 감싸는 용도로 쓸 줄은 몰랐다. 그래서 호운은 본능적으로 그 생선에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윤청도 가끔 계연이 든 생선을 보긴 했지만, 그보다는 계연의 등 뒤를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 주변에 행인이 없는 것을 보고, 그는 작은 목소리로 계연에게 물었다.
“계 선생님, 방금 손에 나타난 그 검 말이에요. 왜 지금은 안 보이는 거예요?”
윤청은 계연이 등에 지고 있는 천 보따리를 바라보았다. 보따리는 너무 작아서 장검을 넣을 수도 없었을뿐더러, 그 모양을 봐도 검이 들어있을 것 같진 않았다.
“아, 넝쿨검 말이냐? 넝쿨검이 원하지 않으면 나도 넝쿨검을 다른 이들에게 보일 수 없단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잘 숨겨놓고 있지.”
“아…….”
계 선생님이 이렇게 모호한 대답을 할 때는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에 윤청은 그에 관한 대답을 듣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그 보검(寶劍) 정말 아름다웠어요. 비취처럼 영롱하고 반짝이는데, 한 번 보자마자 범상치 않은 무기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그렇죠, 계 선생님?”
계연이 그의 말을 듣고 웃으며 미처 대답하기도 전이었다.
우웅……!
들릴 듯 말 듯 작은 검명(劍鳴)이 울려 퍼지자, 윤청과 호운은 좌우를 둘러보았으나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계연만이 ‘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노화산의 산길은 산세가 평탄한 곳에 뚫려 있었으므로, 나루터까지 가는 길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계연과 윤청은 보통 사람들이 걷는 속도로 걸었는데도, 정오가 되기 전에 소순하(小順河)의 나루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윤청이 짊어진 책궤(冊櫃) 안에는 구도구현에서 산 전병과 간식거리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나루터에 있는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강을 건널 배를 찾으러 갔다.
예전에 계연이 이곳에 왔을 때는 이른 시간이었으나, 지금은 딱 나루터가 가장 붐빌 시간대였다. 나루터는 화물을 싣고 내리는 일꾼들과 승객을 모집하는 뱃사공들로 떠들썩했다.
이곳에 처음 와보는 호운은 서책이 든 나무상자 위에 엎드려 긴장하고 있었다. 특히 근육이 불끈불끈 솟은 일꾼들이 커다란 나무상자들을 쿠당탕하는 소리를 내며 내릴 때마다, 여우는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 마치 그 무거운 상자가 자신에게로 날아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쩐지 윤청이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요괴를 때려잡는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니, 이 장면을 보니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계연은 윤청을 데리고 나루터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이에 윤청은 계연이 뭔가를 찾고 있다고 느꼈다.
“계 선생님, 뭘 찾고 계시는 건가요?”
계연은 이곳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도 예전의 그 뱃사공을 찾지 못했다. 그들 부자(父子)가 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배를 몰고 나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후자가 더 가능성이 클 것이다.
윤청의 질문을 듣고 계연은 웃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둘러보는 거야. 너희 둘은 큰 배에 타고 싶니, 아니면 작은 배에 타고 싶니?”
“큰 배요!”
“작은 배요!”
두 목소리 동시에 울려 퍼졌다. 윤청과 호운은 보기 드물게도 이번엔 의견이 맞지 않았다. 윤청은 큰 배에 타고 싶어 했고, 호운은 작은 배에 타고 싶어 했다.
윤청이 등 뒤로 고개를 돌리자, 약간 불안해 보이는 여우의 얼굴이 보였다. 이를 보고 그는 계연에게 다시 말했다.
“계 선생님, 작은 배에 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사람도 적고 조용하니까요.”
“그래, 그럼 작은 배에 타자!”
윤청을 이끌고 예전 그 부자의 배와 비슷한 형태의 작은 배를 찾아낸 계연은 얼굴에 밀짚모자를 뒤집어쓰고 갑판 위에서 낮잠을 자는 사내에게 물었다.
“이보세요, 이 배 춘혜부까지 가나요? 사공!”
계연의 목소리를 듣고 뱃사공은 모자를 들어 올린 후 몸을 일으켰다. 그는 부두에 선 계연과 윤청을 보고서 그들이 서생이라고 생각했다.
“이 배 춘혜부에 가나요?”
계연이 다시 한번 물었다.
뱃사공은 얼굴을 긁적이다가 또 머리를 긁고는, 느긋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했다.
“배를 빌리려면 2냥입니다. 다른 손님들이 오길 기다렸다가 나눠 내도 되고요. 최대 여덟 사람까지 태울 수 있습니다.”
남자의 숨겨진 기세가 범상치 않은 걸 보니, 익힌 무공이 꽤 쓸 만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느껴져 계연은 손을 휘휘 저었다.
“2냥이라고요? 계주에는 재해도 없었고 물자도 풍부한데, 뱃삯이 왜 이리 올랐죠? 2백 문(文)에 식사 포함이 어떻겠습니까?”
뱃사공은 강변으로 몸을 기울여 얼굴을 씻은 후, 개운해진 얼굴로 계연을 바라보았다.
“오, 여기를 잘 아시는 분이군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손님께서 지금 바로 배를 빌리시면 2백 문에 해드리겠습니다. 돈을 나눠 낼 다른 손님들을 기다리면, 총 4백 문을 받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지금 바로 출발합시다, 이 배는 저희가 빌리죠!”
“좋습니다, 손님께서는 참 호쾌한 분이시군요! 아이고, 공자! 천천히 오르세요. 조심, 조심하세요. 발판을 가져오겠습니다!”
계연이 시원스럽게 배를 빌리자, 남자의 태도는 한결 친절해졌다. 그는 서둘러 발판을 가져와 아래에 놓았고, 윤청은 발판을 밟고 편하게 배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윤청이 책궤를 짊어지고 배에 오르려고 하자, 뱃사공은 손을 뻗어 윤청을 부축해 주었다. 윤청이 작은 배에 발을 디뎠을 때, 호운은 책궤에서 배 위로 뛰어내렸다.
여우의 무게가 아무리 가볍다지만, 호운이 배 갑판에 뛰어내린 순간 뱃사공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뱃사공은 다시 계연이 배에 오르도록 도왔다.
“배는 사공 혼자 모시나요?”
계연이 배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선창 안에는 다른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며칠간 교대 없이 뱃사공 혼자 노를 저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하, 저 혼자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생. 다른 사람이 3일 걸릴 거리라면 저도 3일 안에 갑니다. 혹여 다른 사공이 5일 걸릴 거리를 갈지라도 저는 3일 안에 가니, 늦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말하며 남자는 부두에 묶인 줄을 푼 다음, 죽간을 이용해 배를 부두에서 조금씩 밀어냈다.
“자리에 앉으세요, 배 움직입니다! 허어~!”
몸에서 솟는 기력으로 사공이 노를 젓자 그의 온몸 근육이 두드러졌다. 작은 배는 좌우로 급격히 흔들렸다가 부두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윤청은 배가 불안하게 흔들리자, 급히 선실의 의자에 앉아 중심을 잡았다. 처음으로 배에 타는 여우도 의자에 누워 앞발과 뒷발로 의자를 꼭 잡고 있었다.
계연만이 선창 앞에 서서 소순하의 강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몸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뒤에 서 있던 뱃사공의 이목을 끌었지만, 사공은 곧 자신이 잘못 보았다고 여겼다.
남자는 예전의 나이 든 뱃사공보다는 확실히 노를 젓는 힘이 강했다. 오후가 되자 배는 이미 소순하와 춘목강이 만나는 곳에 접어들었다.
예전에 탔던 배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은 배도 이곳에 잠시 멈춰 섰다. 남자는 배 후미에서 선미로 걸어가더니 선창 안에서 작살을 꺼내 왔는데, 막대기 끝에는 기다란 밧줄이 달려 있었다.
“손님 여러분, 잠시만 기다리세요. 강이 만나는 곳에는 큰 물고기가 많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 재료는 여기서 잡도록 하죠!”
윤청과 호운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남자가 물고기 잡는 것을 구경하러 나왔다. 계연도 웃으며 돛대 옆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는 동안 작고 큰 배들이 이곳을 지나쳐 갔는데, 그중에는 이들이 탄 배처럼 이곳에 잠시 멈춰 그물을 펼치거나 낚싯대를 드리우는 배들이 있었다.
뱃사공은 정신을 집중해 수면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강물에 반사되어 수면 아래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만약 작살 낚시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햇빛 때문에 물고기가 대략 어느 정도 깊이와 위치에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뱃사공에게는 빛의 산란이 별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계 선생님, 저분은 왜 가만히 서 계시는 거예요?”
“쉿……. 잘 지켜보렴!”
계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뱃사공은 몸을 움직였다. 그의 온몸 근육이 한순간 솟아오르는 듯이 보이는 찰나, 그의 손에 들린 작살이 맹렬한 기세로 물살을 관통했다.
슈욱-!
풍덩-!
물보라가 퍼지고 작살이 멀리 날아가 물속에 꽂혔다. 1장(*丈: 약 3m) 길이의 작살은 어느새 손바닥 길이 정도만 수면에 드러나 있었다.
“하하하……! 명중입니다!”
남자는 시원스레 웃으며 재빨리 밧줄을 끌어당겼다. 잠시 후, 아직도 몸을 팔딱거리고 있는 백련어(白鰱魚)가 작살에 딸려 올라왔다.
“솜씨가 대단하네요!”
계연이 그를 칭찬했고, 윤청도 연신 대단하다면서 감탄했다.
약간 먼 곳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와 그곳을 쳐다보니, 마침 커다란 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위쪽에 앉은 승객들이 마침 이 장면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대단하다며 소리를 치고 손뼉을 쳤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물에서 벌어먹고 사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뱃사공은 백련어 한 마리로는 부족하다 여겼는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잡은 생선을 나무통에 던져 놓고는 다시 정신을 바짝 집중했다.
계연은 이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윤토(*閏土: 노신(魯迅)의 소설 <고향(故鄕)>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중국 농민의 전형)와 사(*猹: 오소리와 비슷한 동물로 노신의 소설 <고향>에 나옴)를 떠올렸다. 그의 자세가 지난 생에서 책에서 본 그림과 닮아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4, 5근(*약 2.4~3kg)은 나갈 듯한 백련어와 그와 비슷한 크기의 산천어(草魚)가 남자의 최종 수확물이었다. 물고기를 다 잡은 뒤, 그는 기쁜 얼굴로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노를 저었다. 배는 어느새 강 입구에서 빠져나와 춘혜부 방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