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정말로 수공(水公)이 있단 말인가?
오늘 강에는 바람이 없어 돛을 펴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뱃사공이 노를 젓는 힘은 아까 전보다 조금도 줄지 않았다. 보아하니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도 같은 속도로 노를 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춘목강의 어느 위치에 이르자, 계연이 돌연 그를 멈춰 세웠다.
“사공, 배를 세워주세요!”
“네? 손님, 만약 소변이 급하시면 뱃머리로 가서 해결하시면 됩니다. 맞은편 기슭에는 나무도 없는 황야라 아무도 볼 사람이 없어요!”
계연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기분이었다.
“소변을 보려는 게 아니라, 오늘 밤은 여기서 쉬고 가도록 하죠. 내일 아침에 출발하고요!”
“네?”
하늘을 올려다보던 뱃사공은 계연의 말을 쉬이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노를 젓는 속도를 생각하면, 앞으로 한참은 더 간 후에 쉬어도 되기 때문이다.
계연은 미안한 듯이 공수하며 그에게 설명했다.
“예전에 이곳을 지날 때 재미있는 일을 겪었는데, 오늘 이곳을 다시 보니 그때처럼 이곳에서 쉬었다 가고 싶습니다. 귀찮으시겠지만 부디 양해해 주세요.”
뱃사공은 뒤통수를 긁적이다가 그에게 공수하며 대답했다.
“네, 네. 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야지요! 에고, 서생들은 이래서 귀찮다니까…….”
그는 첫마디를 호쾌하게 내뱉은 후에 작은 소리로 불평을 속삭이듯이 이어갔다. 그렇지만 그가 한 모든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계연의 귀에 들어왔다.
이왕 계연이 이렇게 요구하니, 뱃사공도 노를 내려놓고 배를 이곳에 세웠다. 그는 생선 두 마리를 손질한 후 화로를 꺼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남자는 이미 요리를 끝낼 수 있었다. 그는 생선 두 마리에 생강편과 집에서 가져온 양념을 올려 쪄냈다. 그가 식사를 차리기 전에, 계연은 뱃머리로 가서 생선탕을 끓인다며 그에게 화로와 질솥을 빌려 갔다.
뱃사공은 호기심에 한 번 쳐다보았는데, 질솥을 가득 채운 물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은색 생선 두 마리가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서 가져온 생선인지는 모르나, 아마 책궤 안에 작은 항아리가 있어 그곳에 넣어왔을 터였다. 생선은 물에 들어가자마자 배를 드러내고 몸을 뒤집었는데,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가끔 움직이는 것을 보니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았다.
“저, 손님. 제가 생선 손질을 도와드릴까요? 아가미나 내장 같은 부분은…….”
“아뇨, 아뇨. 손질할 필요 없이 이렇게만 하면 돼요!”
계연은 웃으며 그의 호의를 거절했다. 그러자 뱃사공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책벌레라서 뭘 모르는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자, 선창 안에 있던 계연과 윤청, 뱃사공은 밥그릇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호운은 구석에서 입맛을 다시며 뚫어질 듯이 음식을 쳐다보았다. 가끔 윤청이 ‘칠칠치 못하게’ 흘리는 생선 조각으로는 여우의 배가 차지 않았다.
계연이 식사 도중에 천일춘 한 주전자를 꺼내 오자, 뱃사공은 무척 기뻐했다. 이 술은 뱃삯보다 비쌌기 때문에, 그는 나눠 마시기가 조금 미안했다.
대충 식사를 마친 뱃사공이 소변을 보러 나가자, 윤청은 서둘러 밥을 퍼담고 그 위에 생선살이며 양념들을 위에 올려 숟가락까지 꽂아서 한쪽에 있는 의자 위에 올려 주었다.
호운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숟가락을 잡고서 부지런히 입으로 음식을 퍼 날랐다. 먹고 싶은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그리 오래 쳐다봐야 했으니, 지금 호운에게 이 식사는 영안현에서 먹던 제대로 된 요리보다 더욱 맛있었다.
뱃사공은 볼일을 본 뒤 다른 쪽의 강물로 손을 씻고서, 뱃머리에 놓아둔 화로에 목탄을 넣으러 갔다.
“냄새는 참 좋군. 하지만 계 선생께서 무슨 양념을 넣지는 않은 것 같은데…….”
중얼거리던 남자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매로 손을 잘 감싼 뒤, 질솥의 뚜껑을 열어 안쪽을 살폈다.
순식간에 진한 향기가 안에서 흘러나왔다. 남자는 이를 맡자마자 온몸이 노곤해지는 것 같았다. 그가 다시 안쪽을 바라보니, 생선 두 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은백색의 국물만 솥에 가득했다.
좌르르…….
강 표면에서 돌연 물소리가 나자, 뱃사공은 제 발이 저려 자신도 모르게 뚜껑을 다시 덮었다. 배에서 조금 떨어진 강 표면에서는 파문이 일었다가 주위로 넓게 퍼지고 있었다.
찰팍!
이번에는 뱃머리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뱃사공은 몇 척의 거리를 단번에 뛰어넘어 뱃머리에 서서, 수면에서 파문이 퍼져나가는 쪽을 바라보았다. 수면 아래서 어른어른 푸른빛이 번쩍이며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게다가 파문이 작지 않은 것을 보니, 확실히 일반적인 물고기는 아니었다.
비록 무공을 할 줄 안다지만, 이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
‘설마 정말로 수공이 존재한단 말인가?’
남자는 이 일을 3년간 해오며,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수면 밑에서 배 주위를 돌던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그는 물에 빠져 죽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이야기에서 죽은 이들은 자신이 죽은 것에 원한을 품어 ‘수공’이 된다. 그가 방금 본 수면의 움직임은 이야기에서 나온 수공의 움직임과 매우 비슷했다.
남자는 그래도 무공을 좀 닦은 몸이라 꽤 빨리 정신을 다잡았다. 그는 걸음을 서둘러 돛대를 지나 선창 안으로 들어왔다.
호운은 이미 굉장한 속도로 식사를 끝낸 뒤였다. 양념을 묻혀 잘 익힌 생선은 너무나 신선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뱃사공이 대변을 보고 얼른 오기를 기대했다. 이때 뱃사공이 선창 안으로 들어서자, 호운은 의자 아래에 몸을 숨기고서 이빨 사이에 박힌 가시 몇 개를 발톱으로 빼냈다.
계연은 이미 물속에서 벌어진 일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하지만 뱃사공의 안색이 좋지 못한 데다 급히 들어온 행색을 보자, 그는 적절하게 질문했다.
“사공, 왜 그러세요?”
남자는 식탁 위에 천일춘이 담긴 주전자를 들어 올려, 안에 술이 조금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계연에게 대답했다.
“계 선생님, 그리고 공자님. 강물 아래에 불결한 것이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같은 뱃사공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염치 불고하고 선생께 이 술을 한 잔만 더 얻어가겠습니다.”
소문으로는 맛이 좋은 술일수록 효과가 더욱 좋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천일춘이 있으니 다행이었다.
윤청은 계연을 향해 호기심에 차 물었다.
“뭔데요? 물귀신?”
“쉬! 윤 공자, 목숨이 아깝지도 않으십니까? 그렇게 부르면 화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뱃사공은 안색마저 하얗게 질렸다. 모두 그것이 물귀신이라는 것을 알지만, 누가 감히 강물 위에서 수공을 그렇게 부르겠는가? 그랬다가 그것이 화가 나 자신에게 들러붙을까 봐, 사람들은 경외심을 담아 ‘수공’이라고 불렀다.
남자는 무공을 익힌 몸이지만, 이런 존재를 만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인지라 약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와 달리 윤청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연히 계연이 그의 곁에서 태연하게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윤청은 계 선생님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지녔는지 본 적은 없었지만, 자신이 어릴 때 계 선생님이 성황신과도 웃으며 대화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게다가 한입에 대추나무 반을 털어먹은, 계 선생님의 친우인 범상치 않은 노선생(老先生)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 노인들의 이야기에나 등장하는 물귀신 따위가 계 선생님께 감히 무슨 영향을 끼칠 수 있겠어?’
사실 윤청이 ‘물귀신’이라고 부른 것은 ‘수공’이라는 명칭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윤청도 뱃사공을 존중하는 뜻에서 기꺼이 그렇게 불렀을 것이다. 다만 무공을 한다는 남자가 이렇게 담이 작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윤청은 뱃사공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재차 사과했다.
뱃사공도 약관(*弱冠: 남자 나이 20세를 일컫는 말)이 채 넘지 않은 소년에게 그 이상으로 따지고 들기 어려워, 술잔에 술을 따른 뒤 계연에게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는 왼손으로는 돛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술잔을 든 채 수면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나를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당신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술 한잔으로 경의를 표하니 수공이시여, 어서 가십시오!”
이렇게 말을 하고 남자는 술잔에 든 술을 멀리 뿌렸다. 술은 멀리 날아가 최소 3장(*약 9m) 거리에 뿌려졌는데, 그 거리를 보니 던질 때 연마한 무공을 사용한 듯했다. 뱃사공들 사이에는 멀리 뿌릴수록 수공이 술을 마시려고 배에서 떨어질 테니 더욱 좋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계연도 예전의 그 뱃사공 부자에게서 이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순간 약간 즐거워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당신은 이 아래에 있는 것이 술을 좋아하는 강청어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시겠죠. 게다가 당신이 주는 술이 좋은 술일수록, 이놈은 오히려 당신 배에 붙어 다닐 겁니다!’
뱃사공은 술을 뿌린 후, 곧이어 그 방향에서 일어나는 파문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 확실히 보지는 못했지만, 이로써 그는 마음에 안정을 얻었다.
‘과연 유용한 방법이었군!’
그는 정신을 다잡은 후, 다시 계연에게 당부했다.
“계 선생님, 그 화로는 아무래도 이쪽으로 옮기는 것이 낫겠습니다. 뱃머리는 공간이 협소해서요. 오늘 밤에는 안심하고 주무십시오. 하늘을 보니 오늘 밤에는 날씨가 맑을 것 같네요. 듣기로 수공은 큰비가 내리는 날에만 기슭에 올라온다고 하니, 배에서 잘 쉬시면 별일 없을 겁니다.”
“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가 자신의 선창으로 돌아가려는 듯하자, 계연은 다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참, 제가 끓인 생선탕 맛 좀 보시겠어요? 사공의 체질이라면, 반 그릇 정도만 먹으면 별일 없을 거예요.”
이를 들은 뱃사공은 어리둥절해졌다.
‘왜 내 체질에 반 그릇이면 문제가 없다는 거지? 저 생선탕에 독이라도 들었나? 아니면 산삼처럼 너무 몸에 좋기 때문인가?’
그가 막 거절하려던 순간, 그는 풍겨오는 짙은 향기를 맡았다. 거절의 말이 이미 목구멍까지 치밀었었지만, 그는 생각을 바꿨다.
“아, 조금쯤은 마셔도 괜찮겠지요!”
계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선창에서 깨끗한 도자기 그릇과 숟가락을 가지고 뱃머리로 향했다. 솥뚜껑을 열자 진한 향기가 다시 한번 공중에 퍼졌다.
‘음, 정말로 탕 속에 녹아들었네.’
질솥은 보통 생선탕이나 쌀죽을 끓일 때 이용했는데, 은규자 두 마리가 녹아든 생선탕은 대략 솥의 반 정도를 채우는 양이라 적다고 할 수는 없었다.
계연은 숟가락으로 생선탕을 반 그릇 정도만 던 뒤 뱃사공에게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사실 그 생선이 보통 생선이 아니라 일종의 약어(藥魚)라고 할 수 있어요. 몇 년간 귀한 약초를 먹고 자라거든요. 오래 끓이면 육질이 부드러워져 물에 모두 녹아들게 되는데, 좋은 영양분이 모두 국물에 있으니 마시면 몸에도 무척 좋지요. 그러나 너무 많이 마시면 좋지 않아요. 사공은 무공을 닦았으니 좀 많이 마셔도 별일은 없겠지만, 이 생선탕의 재료가 너무 진귀해서요. 맛만 좀 보세요.”
계연의 설명을 듣고 뱃사공은 그제야 조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뱃사공은 그릇을 받아 향기를 몇 번 맡은 뒤, 혀를 내밀어 그릇 바깥에 묻은 탕을 맛봤다. 술 향기와도 같은 은은한 향기가 입안에서 감돌았다. 사실 정말로 맛을 보려던 게 아니라, 독을 판별하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순수한 뱃사공이 아니었으므로, 늘 방비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생선탕에 문제가 없다고 느껴지자, 남자는 한 번에 탕을 들이켰다.
“아, 정말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계 선…….”
입안에 감도는 향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그의 뱃속에 들어간 맑은 기운이 이미 그의 오장(五臟)에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그는 마치 진짜로 술을 마시고 취한 것처럼 취기가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이것이 중독된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의 몸이 휘청이자, 계연은 그가 손에 든 그릇을 떨어트릴까 봐 얼른 잡아챘다.
“어서 선창으로 가서 쉬세요. 아니면 앉아서 수행하셔도 좋고요. 여기 있다가 물에 빠지시면 안 되니까요!”
계연의 말에 뱃사공은 연이어 “네, 네”하고 답하며, 술에 취한 사람처럼 힘겹게 걸어 배 후미의 선창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현재 그의 상태로 볼 때 안에서 잠이 들든 앉아서 수행하든, 날이 밝기 전까지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이는 계연이 일찍이 계산해둔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