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화. 영특함을 타고난 자
“계 선생님, 저분 왜 저러시는 거예요?”
윤청이 궁금해하며 묻자, 계연은 호연이 맹렬하게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남은 음식을 먹어 치우는 것을 잠시 본 다음에 웃으며 말했다.
“보양이 너무 과했던 모양이지. 자, 자. 이 생선탕은 우리 넷이서 나눠 먹자!”
“네, 생선탕 냄새가 너무 좋아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계 선생님, 넷이라니요?”
윤청은 본능적으로 저 뱃사공은 계연이 말하는 네 번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계연과 호운을 보며 물었다.
계연은 더 길게 설명하지 않고, 뱃머리에 가서 앉았다. 그는 생선탕을 한 그릇 가득 담은 후, 윤청에게 손짓했다.
“자, 이리 와서 내가 만든 생선탕 좀 맛보렴.”
윤청은 다가가 그릇을 받으며 그에게 말했다.
“계 선생님, 저 뱃사공에게는 반 그릇만 먹을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이렇게 많이 마셔도 되나요?”
“하하하, 너와 저자는 다르지. 괜찮을 거야.”
윤청은 이에 더 사양하지 않았다. 어쨌든 계 선생님이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을 하지는 않으실 테니 말이다. 그는 헤헤 웃으며 생선탕을 한 입 마셨다. 신선하고 깊은 맛이 혀와 목구멍을 지나 은은하게 퍼졌다.
“맛있어요. 계 선생님 요리 실력이 제 어머니보다도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선창 안 식탁 위에 남아있던 요리가 생선탕 냄새보다 못한지, 호운도 이곳으로 이끌려왔다.
찰싹! 좌르르….
이때, 뱃머리 부근에서 수면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려 윤청과 호운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 바람에 호운은 곧장 윤청의 등 뒤에 몸을 숨겼는데, 윤청은 무언가가 등에 닿는 느낌에 더욱더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등에 닿은 익숙한 형태의 발바닥이 살짝 떨려오는 것이 느껴지자, 그제야 그것이 호운임을 알고 안심했다.
“어쨌든 너도 여우 요괴인데다 이제 좀 겁먹는 게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무서워한다고 너도 같이 무서워하면 어떡해?”
이에 호운도 지고 싶지 않았는지 곧장 반박했다.
“네가 나보다 나으면 얼마나 낫다고? 넌 놀라서 생선탕을 다 쏟을 뻔했잖아! 계 선생님, 물 안에 이상한 게 있어요! 어서 처치해주세요!”
호운은 첫마디에는 윤청과 입씨름을 하다가, 끝에는 계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핫! 저건 이상한 것도 아니고 수공도 아니야. 영지를 얻은 강청어일 뿐이지. 게다가 도력으로 비교하자면, 우리 호선(狐仙) 호운 대인께서 저것보다 훨씬 강할 텐데!”
‘호선 호운 대인’은 호운과 윤청이 입씨름을 할 때, 호운이 저 자신을 뽐내려 자주 사용하는 단어였다. 당연히 계연도 전에 그들이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 알고 있었다.
호운은 계 선생이 자신을 놀리려고 일부러 이렇게 부른 것을 알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윤청은 등 뒤에서 몰래 득의양양해했다.
계연은 잠시 호운을 곁에 놔두고, 생선탕 한 그릇을 가득 뜬 다음 강의 수면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몇 년간 보지 못했는데, 아직도 이 부근에서 잘살고 있었구나. 그동안 선행을 베풀고 덕을 쌓아왔겠지?”
물 아래의 청어도 계연을 기억하는 듯, 더는 수면 아래에서 왔다 갔다 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어 계연을 향해 입을 뻐끔거렸다.
“와……. 엄청 큰 물고기다…….”
“그러게 말이야…….”
곁에 서 있던 윤청과 호운은 청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이제는 조금 전처럼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강청어는 보통 사람의 평균 신장만 한 길이로, 몸체는 건장한 남자의 허리보다 굵었다. 온몸을 덮은 비늘은 달빛 아래에서 반짝이며 은은한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뻐끔…… 뻐끔…….
수포가 강청의 입에서 연달아 만들어졌는데, 보아하니 생선탕을 먹고 싶어 군침을 흘리는 것 같았다.
계연은 법안을 크게 뜨고, 강청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몸체는 처음 봤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고, 삿된 기운도 묻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영성(靈性)이 더해진 채였다. 희미한 원력(愿力)이 내뿜는 빛도 느껴졌는데, 이는 신령들이 가진 향불의 힘과는 비교할 수 없이 옅었지만, 강청어의 영성을 안정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아하니 강청어가 살렸던 그 백의(白衣) 공자가 계연의 말대로 강청어에게 제대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듯했다.
“내가 끓인 은규자탕을 너에게도 조금 줄게.”
계연은 탕 그릇을 밖으로 내밀어 아래를 향해 기울였다. 이에 물속에 있던 강청어는 생선탕을 모두 마시기 위해 입을 크게 벌려 강물을 모두 빨아들였다.
이 은규자로 만든 탕은 강청어와 같은 수중 생물에게는 정말로 좋은 보약이었다. 그런 데다가 맛까지 좋으니, 강청어는 흥분하여 한 쌍의 지느러미를 물속에서 끊임없이 파닥거렸다.
강청어의 반응을 보고 배 위의 사람과 여우도 신이 났다. 호운은 윤청의 등 뒤에서 나와 화로 앞으로 다가가더니 코를 벌름거렸다. 그리고 계연을 바라보며 자신에게도 생선탕을 한 그릇 나눠 주기를 기다렸다.
자신이 먹을 양만큼의 생선탕을 한 그릇 담고, 계연이 솥에 남은 탕을 보니 얼추 한 그릇 정도 되는 양이 남아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는 질솥을 화로에서 내린 다음 숟가락 하나를 솥 안에 꽂았다.
“자, 네 몫이 제일 많구나. 솥에 남은 건 전부 네 몫이다. 어서 먹으렴!”
붉은 여우는 더는 예를 차리지 않고, 숟가락을 쥐더니 바쁘게 놀렸다.
계연도 은규자탕을 한 입 맛보았는데, 과연 듣던 대로 신선하고 깊은 맛이 났다. 이에 그는 꿀꺽꿀꺽 단번에 국물을 마셨다.
은규자처럼 영험한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 영물(靈物)은 다른 식으로 음식을 섭취해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중에 이 탕처럼 깊고 진한 맛이 나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윤청도 자신 몫의 탕을 다 먹고는 호운이 숟가락으로 생선탕을 한 입씩 떠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윤청은 솥 안에 생선탕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고는, 호운에게 다가가 좀 더 먹고 싶다며 졸랐다.
“호운, 나한테 조금만 더 줘. 너처럼 작은 여우가 한 솥을 다 먹으면 너무 욕심이 과하잖아.”
그러나 호운은 윤청을 상대하지 않고, 숟가락을 더욱 빨리 놀렸다. 심지어는 질솥을 들어 올려 입을 대고는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완전히 마셔 없앴다. 이를 지켜보던 윤청은 입을 삐죽거렸다.
계연은 아직도 배 옆에 붙어있는 강청어에게 질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다야. 저 뱃사공이 반 그릇 먹은 것 빼고, 남은 양은 우리 넷이서 한 그릇씩 먹어서 이미 없어.”
계연이 강청어에게 하는 말을 듣고, 윤청과 호운도 어느새 곁에 다가와 물속의 강청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운은 자신과 육 산군을 제외한 요괴를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더 흥분하며 궁금해했다.
“어이, 너 아직 횡골을 녹이지 못했구나? 물이 이렇게 찬데, 겨울에는 어떻게 보내?”
강청어는 물거품을 휘저으며, 선체에 툭 튀어나온 붉은 여우의 머리통과 두 발을 바라보았다.
강청어가 주둥이를 움직이자 물방울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계 선생님께서 네가 덕을 쌓고 선행을 했다던데, 많은 사람을 살렸나 보지? 이 물에 산다던 수공은 만나 봤어? 수공은 물귀신이랑 같은 말이야.”
강청어는 또다시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여우와 물고기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이를 지켜보는 윤청과 호운은 그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퍽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강청어는 호운보다 훨씬 오랜 세월 수행을 해왔고, 심성도 호운보다는 침착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청어는 부평초처럼 아무 데도 의지할 곳 없이 떠돌며 살아온 요괴였고, 반면에 호운은 계연의 바둑돌 중 하나가 된 뒤로 꾸준히 단기(丹氣)를 섭취해온 데다 그 외 다른 이득도 많이 얻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강청어가 호운보다 수행이 많이 뒤처진 것이다.
물론 이런 수행의 격차는 사람들 사이의 전투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산술적으로 비교할 수 없었다. 지금은 호운이 여러 마리가 되어 한꺼번에 덤빈다 해도 어쩌면 저 강청어 한 마리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여우와 물고기가 대화를 마치길 기다렸다가 계연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자. 너는 물 밑에서 계속 이 배를 따라오렴. 우리가 내리는 춘혜부 밖 춘목강 나루터까지 함께 가자. 강신과 그 부근을 순찰하는 야차들이 너를 내쫓지 못하도록 해주마.”
계연은 여기까지 말하고서 윤청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는 앞으로 혜원 서원에서 공부하다가, 서원이 쉬는 날마다 성 밖의 한적한 곳에서 이 강청어를 만나 책을 읽어주렴.”
윤청은 의아해하며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제가요?”
강청어도 물속에서 다시 한번 입을 뻐끔거렸다.
계연은 평온한 표정으로 윤청에게 숨겨져 있는 영성이 윤청의 몸속 곳곳에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 영특함을 타고난 자는 무슨 일을 하든 좋은 결과를 얻겠지. 강청어가 지름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렴.”
계 선생이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윤청도 가볍게 대답했다.
“네.”
호운과 강청어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강청어는 비록 횡골을 녹이지 못했지만, 수행한 세월이 길다 보니 어느 정도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최소한 방금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계연도 친절한 태도로 수면의 강청어에게 말했다.
“방금 우리가 나눈 대화는 결론을 내린 게 아니야. 만약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계연은 말을 마치고, 그릇과 솥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배 한 쪽으로 걸어가 그릇 하나를 들고 물을 뜬 다음, 물을 화로 안에 남아있던 목탄 위에 부어 남은 불을 껐다.
그런 후에 계연이 자신들이 탄 배가 있는 강 인근을 바라보니, 오늘 밤 이 근처에서 머무는 것은 자신들이 탄 배뿐이었다.
“자, 시간이 늦었으니 나는 먼저 가서 쉬어야겠구나. 너희들은 알아서 하렴.”
계연은 이렇게 한 마디를 남기고 선창으로 돌아가 문을 반 정도 닫아걸었다.
윤청은 여우와 물고기를 데리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졸음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쪽으로 걸어가 볼일을 본 다음, 선창으로 들어가 누웠다. 호운과 강청어는 남아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강청어야, 내 고향 우규산에는 아주 아주 흉악한 호랑이가 한 마리 있는데, 입이 이렇게 커! 너는 걔한테 한 입 거리도 안 될걸…… 그리고 계 선생님에게는 신기한 종이 가 한 마리 있는데, 윤청이는 계 선생님이 심심할 때 접은 거라고 했거든. 근데 내가 보기에는 선생께서 장안법을 쓰셨을 뿐, 그 안에는 진짜 새 요괴가 들어있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