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진화를 이끌어내고, 먼 곳의 서신이 오다
어찌 되었든 계연은 먼저 법결을 완성해야 했다. 이왕 금교를 이용해 삼매진화를 끌어내기로 하였으니, 이제 그에 따라올 결과가 어떨지도 잘 생각해보아야 했다.
삼매진화를 이용하려면 단순히 천지화생의 술법을 반대로 부리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불을 조절할 수 있는 정교하고 수준 높은 단계의 술법을 접목하여, 일종의 특수한 어화술(御火術)을 구상해야 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한다면, 계연은 자신의 신체 상황을 고려하여 삼매진화를 진정으로 끌어내는 오묘한 술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은 모두 해결 가능하다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떻게 삼매진화를 생성하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아무래도 그 과정에 칙령을 한마디 더 넣어야 할 것 같았다.
계연은 5일 동안 꼼짝 않고 자리에 앉아, 불을 조절할 수 있는 술법을 가다듬고 진화가 안전히 신체 안에서 지나올 수 있는 길을 여러 차례 모색해 보았다.
먼저 삼매진화는 의식 세계의 단로를 나와 금교를 통해 단실로 들어온 후, 기해(*氣海: 배꼽 아래 한 치쯤 되는 곳. 하단전(下丹田))로 나올 것이다. 그 후 가장 안전하고 좋은 길은 심장이 있는 위로 올라오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횡경막을 지나 목으로 올라와 닫힌 구강 내에 마침내 불길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계연은 이렇게 위로 불길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합당하고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실제로 올라오는 진화의 불길이 자신의 신체와 가장 적게 닿을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수행하는 사람들이 일컫는 규혈(竅穴)은 비록 신체 내의 경락(*經絡: 인체 내의 기혈(氣血)이 운행하는 통로의 줄기와 갈래를 통틀어 일컬음)이며 혈자리들과 같은 위치에 같은 이름을 하고 있지만, 규혈은 몸 안에 숨겨져 있었으므로 당연히 신체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일종의 허상과 실제 사이에 있는 것으로, 무한대로 커질 수도 있었고 무한대로 작아질 수 있기도 했다.
비록 진화에 데일까 봐 겁이 나기는 했지만, 만약 그가 자신의 의지로 교혈을 드넓은 공간이라고 상상하여 크기를 조절한 다음, 진화를 딱 한 줄기 정도만 끌어낸다면 이 시도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가장 큰 위험은 삼매진화가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였다. 즉 진화가 목구멍을 지나 입안으로 올라오는 순간으로, 계연은 그때 바람과 불을 동시에 조절하는 술법을 쓰기로 했다. 어화술로 진화를 통제한 다음, 어풍술을 이용해 진화를 입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최대한 중간 과정을 짧게 만들어 실패하거나 다칠 가능성을 줄여야 했다.
어디서 본 대로 손가락을 통해 불길을 만들어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일단 불길이 지나야 할 길이 먼데다, 손가락의 교혈을 통과하는 순간 분명 신체 겉면을 스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입안은 그와 달랐다. 입을 다물고 불길을 머금을 때는, 입안은 신체의 다른 교혈과 같았다. 입을 열면 그제야 진화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니 계연의 신체 어느 부분과도 진화가 닿을 염려가 없었다.
사실 신체를 세세히 살펴보자면, 입 말고도 진화를 보낼 수 있는 다른 길이 하나 있기는 했다. 게다가 입으로 불길을 올려보내는 것보다 경로도 짧을 것이다. 그 길은 바로 아래로 통했다.
그러나 계연이 아무리 체면을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기준은 있었다.
‘그러니 그 길은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5일 후, 계연은 준비가 다 되었다고 느끼고 더욱 안전을 기하기 위해 묘외루로 가서 식사를 푸짐하게 주문해 배불리 먹었다. 그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와 누운 상태에서 다시 한번 술법을 연습하며 휴식을 취했다. 이렇게 하여 그동안 소진했던 정신력과 심신을 가장 완벽한 상태로 끌어올렸다.
삼매진화를 끌어내는 데에는 그리 많은 법력이 필요치 않았다. 어쩌면 아예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다만 정교하고 능숙한 어화술과 어풍술을 필요로 했다. 가장 많이 소모하게 되는 것은 그의 정신력이었는데, 계연은 이에 자신이 있었다.
그 후로 다시 3일이 지나고, 계연은 마침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이미 얇은 눈이 한 겹 쌓여 있었고, 며칠 새에 기온은 눈이 땅에 쌓여도 녹지 않을 정도로 내려가 있었다.
계연이 눈 쌓인 지면을 바라보았을 때, 위에는 작은 발자국이 몇 개 나 있었는데 이는 여우 호운이 남긴 것이었다. 계연이 휴식을 취할 때는 의식 세계 속에 깊이 빠져 있었으므로, 위기를 느끼지 않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호운의 발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이 3일 동안 계연은 꿈속에서 자신이 시도하려는 술법에 더욱더 완벽을 기했다. 현재 그의 영각(*靈覺: 사물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영험한 감각)으로 판단할 때 진화가 단실에서 나와 목구멍으로 가까이 갈수록, 위험해진다면 분명 이를 미리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 들자 계연은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 술법은 본래가 자신의 의지를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므로 몸을 단련하여 신체를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후원에 서서 정신을 집중한 다음, 의식 속에서 자오연결을 운용했다. 그러자 계연의 몸이 의식 세계에서 웅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산봉우리와 거대한 단로도 계연의 키에는 닿지 못했다. 그가 손을 뻗어 단로의 가장자리를 만지자, 인력(引力)이 단로를 감쌌다. 그 후 계연은 입을 열어 칙령을 뱉었다.
“진화를 끌어내어 실체를 드러내라.”
칙령음이 의식 세계 안에서 메아리로 울려 퍼졌다.
그가 거대한 손을 밖을 향해 뻗자, 안쪽은 금빛과 빨간빛이 섞이고 겉은 회색이 감도는 화염 줄기가 단로의 여러 구멍을 통해 빠져나왔다. 이 순간 계연은 너무 많이 끌어내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즉시 정신을 집중해 끌어내는 화염의 양을 줄였다. 그러자 밝게 빛나던 화염은 붉은빛을 띠는 한 줄기 회색 연기처럼 변했다.
‘거의 다 됐어!’
의식 세계 안의 거대한 계연의 팔이 소매를 한번 떨치자, 하늘과 땅 사이에 금빛으로 휘황찬란한 다리가 하나 생겼다. 붉은빛이 나는 회색 연기를 닮은 진화는 이 다리를 따라 계연의 의식 세계를 떠나, 계연의 신체 속 단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계연은 순식간에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표정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는 속으로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마침내 진화를 자기 생각대로 끌어낸 것이다.
진화는 횡경막을 지나 천돌(*天突: 쇄골 중간의 우묵한 곳), 그리고 승장(*承漿: 입술 아래의 움푹 팬 곳)에 이르러 순탄하게 길을 따라가 목구멍으로 올라왔다. 이에 따라 계연은 진화가 내뿜는 열기를 점점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다행히 어떤 고통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위험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이에 계연은 마음을 놓고 진화를 바로 입안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계연은 곧 입안에 숯을 머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조금 뜨겁기는 했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였고, 곧 뱉을 것이니 큰 상관은 없었다.
계연은 손을 들어 올려 대추나무 근처에 있던 주먹만 한 크기의 돌덩이를 공중에 떠올렸다. 그와 동시에 계연은 입을 열어 밖으로 불길을 내보냈다.
“후우……!”
미세한 바람이 붉은 잿빛의 ‘연기’를 계연의 입안에서부터 밀고 나왔고, 그것은 순식간에 돌덩이에 부딪혔다.
진화는 계연의 조종에 따라 돌 전체를 휘감았다. 그러자 돌덩이는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후에는 계연의 예상처럼 용암으로 변하지는 않고, 곧바로 새까맣게 탔다.
진화는 목표 대상이 사라지자 그 형태가 저절로 사라졌다.
계연은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로 공중에 떠 있는 돌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후 통제를 풀자 돌은 그 형태를 더는 유지하지 못하고, 회색 가루가 되어 지면에 떨어졌다.
떨어지는 돌가루를 조금 받아 든 계연은 처음에는 조금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그가 법안을 열어 돌가루를 자세히 살피니, 맹렬한 불길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계연은 대추나무를 쳐다보다가 다시 등 뒤의 넝쿨검을 바라보았다. 그런 뒤 입을 열어 그들에게 묻는 것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역시 삼매진화로구나.”
계연은 아무래도 또 다른 존재가 그곳에 있는 것을 잊은 듯했다. 그것은 계연의 품 안에 숨어 납작하게 접힌 모양의 종이학이었다. 종이학은 곧 그의 품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쿵쿵쿵! 쿵쿵쿵!
이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계 선생님, 댁에 계십니까? 계 선생님?”
쿵쿵쿵…….
“네! 갑니다!”
계연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대문 앞에 다가갔다. 문을 열어보니 밖에는 관아에서 보낸 젊은 심부름꾼이 서 있었다. 그는 아직 앳된 얼굴로 입구에 서서 몸을 웅크린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
계연이 문을 연 것을 보고 상대방은 기쁜 기색이었다. 그는 서둘러 공수하여 인사한 다음, 품 안에서 서신 몇 통을 꺼내 들었다.
“계 선생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이틀 전에 왔을 때는 아무도 안 계시더라고요. 여기, 선생님께 온 서신입니다. 시간상으로 볼 때 오래전에 부친 것도 있고 얼마 전에 보낸 것도 있는데, 모두 이틀 전에야 역참에 도착했습니다. 직접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계연도 그에게 인사한 다음 서신을 받아 들었다. 그 후 상대방이 추위에 떠는 듯이 보이자 계연은 이렇게 물었다.
“아, 정말 감사해요. 밖이 추운데 들어와서 따뜻한 물이라도 한잔 마시겠어요?”
끓여 놓은 물은 없었지만, 뜨거운 차를 내놓는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심부름꾼은 연신 손과 발을 비비적대며 거안소각 안을 바라보았다. 마침 방문이 열려 있어 그가 안을 살펴보니 안쪽이 어두컴컴했다. 후원의 대추나무는 눈을 한 겹 덮고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싱그러운 초록 잎이 무성했다.
“그…… 제가 급히 처리해야 할 공무가 있어서요.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렇다면 편한 대로 하세요.”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계연은 상대방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한 다음, 심부름꾼이 골목을 돌아 모습을 감출 때까지 서서 배웅했다.
저 사람이 정말로 급한 일이 있는 건지 아니면 거안소각이 흉가였을 때의 두려움이 아직 남아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래도 들어오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계연은 손에 쥔 서신을 살펴보았다. 봉투 겉면에 쓰인 글자로는 서신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하나는 윤청이, 다른 하나는 윤 훈장님이 보낸 것이었고, 또 다른 한 통은 외팔의 협객인 두형의 것이었다.
계연은 대문을 닫은 후, 서신을 살펴보면서 후원에 놓인 돌탁자 앞에 앉았다. 먼저 윤씨 부자의 서신을 모두 뜯고서, 급한 사정이 담겼는지 대략 살펴보았다. 그 후 계연은 두형이 보낸 서신을 열어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부디 계 선생님께서 친히 열어보십시오
저는 금주(金州)의 추수(秋水) 주변을 여행하다가, 그곳 마을 사람에게서 사람의 심장을 도려내어 먹는다는 사악한 여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근처 두 현(懸)의 백성들은 이로 인해 몹시 근심하며 두려워하고 있고, 관아에서는 아직 그 범인을 잡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제가 보잘것없지만 무공을 좀 할 줄 알기 때문에, 가까운 이들과 밤낮으로 그 여인을 찾아다녔습니다……. 그 요괴 같은 여인은 음험하고 사악하여 평범한 사람이 아닌 듯했습니다. 이에 저와 제 일행은 하룻밤 동안 힘껏 맞서 싸우다가 귀동(鬼童) 일곱을 베었고 13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자의 머리를 베었는데, 거무죽죽한 피가 흐르며 역겨운 냄새가 났습니다……. 그 후 제 일행 중 세 명이 중독된 증상을 보였고, 아직 치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는 이 일이 무척 기괴한 데다 아무래도 평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선생님께 이렇게 서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갑신년(甲申年) 어느 고즈넉한 가을날
두형이 선생님께 안부를 여쭈며>
서신의 내용은 빼곡히 두 장 정도의 종이를 채우고 있었다. 서체는 비록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필획이 웅건하고 힘이 있었다.
계연은 서신을 읽어내릴수록 더욱 눈썹을 찌푸렸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곳의 신령들은 뭘 하고는 거지? 아니면 정통 무공이 아닌 삿된 무공을 배운 강호인이 저지른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