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201화 (201/892)

201화. 전부 다 말하겠습니다

이야기의 주제가 되고 있던 계연은 사술을 닦는 스승과 제자 한 쌍을 데리고, 얼마 전 넝쿨검으로 이 노인을 공격하려 했을 때 얻은 깨달음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있었다.

계연이 어깨에 멘 낚싯대에 원래부터 무언가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계연의 성격상 쓰던 물건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비교적 좋아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계연은 얼마 전에 이 낚싯대를 새로 만들고 나서, 마침내 그 위에 글자 몇 개를 썼다. 낚싯대와 낚싯줄을 더 얇거나 혹은 더 굵게 만들 수 있는 술법이었는데, 그로 인해 이 낚싯대를 털실로 된 공처럼 둘둘 말아 소매 안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춘목강의 늙은 거북에게 낚싯대를 맡긴 것은, 다만 그 거북이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렸으면 해서였다.

계연은 사술을 닦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자신의 집이 있는 공간을 더럽힐까 저어하여 바로 영안현으로 돌아가지는 않기로 했다. 이 둘을 처리하려면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 또는 귀신에게 맡기는 것이 좋았다.

금주는 땅이 넓고 사람은 적어, 많은 현에 제대로 된 성황당을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도 부성(府城)의 성황신들은 대정국 다른 지역의 성황신들보다 도력이 얕았고, 계연도 그들을 잘 알지 못했다. 이렇게 대뜸 두 사람을 들고 그들을 찾아간다면, 그들에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공개적인 비난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계연에게 있어 그런 번잡한 과정을 거치고 이들을 맡기는 것은 너무나 귀찮은 일이었다.

그래서 계연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춘혜부 저승이었다. 이전에 춘혜부 성황신은 매목(埋木)으로 된 목패를 이용해 자신에게 뱀 요괴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을 전해주기도 했었다. 그래서 계연은 춘혜부 성황당의 일 처리 능력을 크게 신뢰했다.

그래서 계연은 구름을 타고 정수현을 떠났다.

구름을 탄 계연은 바람을 부려 주위의 기류와 눈보라를 물리치고, 주변에 하나의 무풍지대를 만들었다. 그제야 손에 든 구운 닭고기와 술병을 보고서, 자신이 며칠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계연은 접시 안에서 완전히 차가워진 닭 요리를 다시금 연기가 솟아오르도록 따뜻하게 데웠다. 그러자 향긋한 냄새가 바로 계연의 코를 찔렀다.

“음, 맛있겠다. 데우는 건 이 정도로만 하면 되겠구나. 다행히 태우지 않았네.”

계연은 구름 위에서 닭을 뜯으며 도소주를 마셨다. 그날 연추산에서 있었던 일들은 목격한 누군가에 의해 널리 퍼졌고, 일전에 진마가 대정국은 사실 와호장룡(*卧虎藏龍: 웅크린 호랑이와 숨어있는 용. 은거한 고수들을 뜻함)의 형세라고 했던 소문이 이번 일에 의해 증명되었다.

* * *

다음 날 일몰 후, 춘혜부 성황당 밖은 이미 밤이 깊어 인적이 드물었다. 야경꾼과 순찰하는 관원들을 제외하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는 시각이었다. 그때, 흰옷을 입은 서생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두 사람이 매달린 기이한 각도로 굽어진 장대를 메고 성황당에 다가서고 있었는데, 바로 금주에서부터 날아온 계연이었다.

성황당에서 어느 정도 가까워진 거리에 서자, 계연은 법력을 이용해 음양을 뒤집었다. 계연이 저승과 이승 간의 경계를 넘자, 눈앞에 저승의 문턱인 귀문관(鬼門關)의 풍경이 펼쳐졌다.

흰옷을 입은 남자가 두 사람을 끌고 오는 것을 보고서, 귀문관의 관리 몇은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오신 분의 신분을 밝혀 주십시오. 춘혜부 저승의 경계를 넘어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계연이 귀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한눈에 알았다. 저승의 관리인 그들은 땅을 밟는 무게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열기로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분할 수 있었는데, 보아하니 범인(凡人)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번잡한 과정을 줄이기 위해, 계연은 이전에 영안현에서 호운에게 되찾아온 목패를 그들에게 내보였다.

“이것은 춘혜부 성황 대인께서 주신 목패입니다. 부디 계연이 방문했다고 대인께 고해 주세요.”

목패를 손에 쥐자, 관리는 성황신의 위엄 어린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그는 계연에게 말했다.

“선생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런 후에 그는 급히 저승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가 가져온 목패를 보고 나타난 춘혜부 성황신은, 계연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곧바로 이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이 스승과 제자의 혼을 바로 빼낸 뒤, 벌악사 감옥 깊은 곳에 가둬 두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정신법에 당한 여인은 그대로였지만, 노인은 아직도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다.

대략 하루가 지난 뒤, 저승의 음기에 영향을 받아 노인의 혼이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의식을 회복한 바로 그 순간, 그는 주위를 감도는 음기와 추위를 느꼈다. 게다가 먼 곳 어딘가에서 계속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의 모든 기억과 시야는 아직 흐리멍덩한 상태였기 때문에, 노인은 있는 힘껏 기억을 되돌려 보다가 마침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고인(高人)이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온 것, 산신이 그자를 막아내지 못한 것, 그러고는 기억이 없었다.

노인은 중얼거렸다.

“내가 죽었나? 여기가 어디지?”

“흐흐, 네 말이 옳다. 너는 지금 죽은 것과 비슷한 상태지!”

목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오자 노인은 놀라 고개를 들었다. 곧 노인의 시야가 또렷해지며, 깜짝 놀랄 정도로 괴이한 외모를 하고 몸집이 커다란 자가 눈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상대는 관리 복색을 하고 있었는데, 노인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자 사방이 형벌 도구로 가득 차 있었다. 기괴한 모습의 괴물들이 모두 그 안에 갇혀 있었고, 처음 들었던 것 같은 채찍 소리나 비명이 때때로 들려왔다.

“어디냐고? 히히! 자기가 어디에 있냐는데?”

“하하하……!”

“으흐흐……!”

“키키킥……!”

“으허허허!”

어느새 주위가 날카로운 분위기로 바뀌며 괴기스러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어떤 소리는 관리의 옷을 입은 자에게서 났고, 어떤 소리는 형구에 갇힌 괴물에게서 났다. 그래도 수행자라고, 노인은 곧 무한한 악의와 한기(寒氣)가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하하! 아, 하하……. 아아악!”

한 괴물은 웃던 도중에 기름이 끓는 솥에 넣어졌는데, 그 바람에 치지직 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처참한 비명이 노인의 귀에 들려왔다. 괴물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웃는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의 모든 악귀와 괴물들이 웃고 있었다. 그들은 이 노인의 죄가 무겁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일단 노인은 인과응보의 구리 기둥에 묶인 데다, 그의 몸 위에 더럽고 악한 기운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 연옥(煉獄)에 갇힌 이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 자신처럼 처참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었고, 자신보다 처참할수록 더욱 좋아했다.

관리복을 입은 남자는 냉혹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네가 어디에 있는 것 같으냐?”

노인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이곳이 아마 수행하는 자들조차 오기 꺼린다는, 말로만 듣던 저승 안의 연옥인 것 같았다.

주위에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부분은 형태가 기괴한 괴물처럼 보였는데, 사실 그들은 모두 한때 사람이었다. 그러나 연옥에서 형벌을 받으며 사람의 형태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런 것들을 노인도 일찍이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보자마자 저절로 떠올랐다.

“저들은…… 왜 저를 보고 웃는 겁니까?”

노인은 간담이 서늘해져 이렇게 물었다.

“하하하! 당연히 자기들보다 더 끔찍한 형을 받을 자가 왔기 때문이다. 너는 수행자로서 사도(邪道)를 닦으며 수많은 죄업을 저질렀겠지. 선장께서 네 몸의 부적을 떼어내자, 그야말로 더러운 악기(惡氣)가 하늘을 덮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춘혜부 벌악사에서 가장 흉악하기로 유명한 집행관이 그를 보며 말했다.

“벌악사에서는 너를 심문할 계획이 없다. 성황신께서 말씀하시기를, 너처럼 사악한 것이 순순히 입을 열 리 없으니, 모든 형벌을 다 가하라고 하셨지. 게다가 수행자들의 혼은 단단하니, 더 거리낄 것도 없는 셈이지! 우리 벌악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빨리 죽는 것이 가장 큰 복이라고. 하하하……. 너도 곧 알게 될 것이야!”

집행관이 이렇게 말하는 동안, 노인은 자신이 묶인 기둥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앞에는 온통 어두운 핏빛의 광경이 펼쳐졌는데, 셀 수 없이 많은 악귀며 백골과 망령들이 애원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 * *

반나절이 지난 후, 벌악사 감옥 깊은 곳에서 노인은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오직 한마디를 거듭하여 반복하고 있었다.

“으아악! 말하겠습니다, 제가 언제 말하지 않겠다고 했습니까? 전부 다 말하겠습니다!”

노인이 얼마나 처참한 비명을 지르고 애걸복걸하든 간에, 집행관은 형벌만 집행할 뿐 결코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주변의 수많은 악귀가 비웃는 소리가 귀 따갑게 들려왔다.

집행관이 떠난 사이에 형체가 온전하지 않은 악귀와 괴물들이 절름거리거나 바닥을 기어 노인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오로지 그를 잡아 뜯고 베어 먹을 생각뿐이었다. 그들이 가진 그러한 광기와 탐욕은 속세의 요괴나 마귀들보다도 훨씬 두려웠다. 그리고 노인의 혼은 이 순간에 가해지는 모든 고통을 낱낱이 느끼면서도 결코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았다.

집행관이 돌아오자 온전하지 못한 형체의 악귀며 괴물들이 즉시 당황하여 허둥댔다. 그들이 분분히 도망치자 노인은 또 한 차례 새로운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그는 집행관에 의해 거의 모든 형벌을 체험하고 있었는데, 이미 가했던 형벌을 다시 한번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만약 중복된 형벌이 있다면, 그것은 그 형벌이 노인에게 주었던 고통이 다른 것들보다 강했기 때문이었다.

벌악사 지하에 자리한 감옥의 위층에서, 벌악사 기관장은 공과사 무판관(武判官)과 함께 노인이 맞게 된 결말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음기와 온갖 더러운 기운 너머로 노인이 애걸복걸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허허, 저런 마음을 지녔으니, 사도(邪道)를 닦는 것도 이상하지 않군.”

무판관은 입을 비죽대며 말했다. 벌악사 감옥의 지하는 저승의 관리 중에서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아무리 수행하던 자의 혼이라고 해도, 저렇게 엄청난 형벌을 모두 체험하고 있으니 얼마 안 가서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자에게 금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심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벌악사 기관장은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급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혼이 견고하고, 이전에 가졌던 육신도 영기와 법력에 오래 둘러싸인 상태였으니 말입니다. 이대로 고생 좀 하게 놔둡시다. 조금만 더 지나면, 집행관이 무언가 물어보려는 기색만 보여도 자신이 언제 젖을 끊었는지부터 시작해서 모든 일을 낱낱이 고하게 될 것입니다.”

“으흠!

벌악사의 심문 과정에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었고, 그 안에서 그들이 지켜야 하는 정도도 분명했다. 게다가 저런 자에게는 그의 동정을 받을 가치가 없었으므로, 무판관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다만 저자가 나중에 모든 일을 고하고 나서도 형벌을 계속해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이 저 노인에게 있어 가장 참혹한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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