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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207화 (207/892)

207화. 사람이 요괴보다 무섭다

낭패스러운 꼴의 행상인들은 코를 막고서 밖으로 나가 그들을 뒤쫓으려 했다.

우르릉…… 쿠궁!

밖에서는 천둥 번개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비가 쏟아지고 광풍이 불고 있었다.

“퉤!”

“도망치게 놔두세.”

“후…… 후우…….”

“빌어먹을, 무슨 냄새가 저렇게 구려!”

“쓰읍……. 방금 한 번 물렸는데 엄청 아프네. 후……. 냄새가 너무 독해서 죽을 뻔했어.”

“나도 엄청 많이 긁혔어, 인제 보니 상처가 얕지도 않군.”

“어서 여기 환기 좀 시키세.”

“제길, 아직도 냄새가 나!”

“퉷!”

남자들은 문가에 서서 침을 뱉으며 한동안 욕을 늘어놓았다. 구린내가 모두 흩어지고 난 뒤에야 문을 닫고서, 다시 탁자들을 옮겨와 문 앞과 그들이 빠져나간 구멍을 막았다.

그들은 한 사람씩 모닥불 곁으로 돌아왔다. 방금의 싸움으로 인한 흥분감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가 하마터면 요괴를 벨 뻔했어!”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거의 한 마리 잡을 뻔했다고!”

“하하하, 산적에 비하면 별거 아니구먼!”

“육 어르신도 한 마리 잡았는데, 죽이기 전에 그만 도망쳤지 뭔가!”

“요괴 가죽은 값이 더 나가나?”

“한 마리도 못 죽인 게 아쉽군!”

“그러게나 말이야.”

“자자, 어서 상처부터 치료하세.”

“저 죽일 것들! 냄새도 구역질 나고, 상처도 더럽게 아프네.”

행상인들은 아직도 감정이 고양된 채였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와 욕설이 난무했다. 그들은 등짐을 뒤져 약초와 술 등을 찾아내 상처 부위에 사용했다.

윤청을 비롯한 네 사람은 그들이 오가는 길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조용히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방금 그 구역질 나는 냄새가 역참 안에 퍼졌을 때도 그들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지금 저 행상인들이 요괴보다도 더 흉악했기 때문이다.

“젊은이, 방금은 정말 고마웠네!”

육 노인은 손에 난 상처를 잘 감싸고 난 뒤, 윤청에게 다가와 이렇게 인사했다. 윤청의 손에 들린 서신에서는 더는 빛이 나지 않았고, 그저 보통의 서신처럼 보였다.

그러자 윤청은 급히 몸을 일으킨 다음 공수하며 말했다.

“오히려 저희가 감사를 드리는 게 맞지요. 만약 여러분들께서 칼을 들고 나서지 않았다면, 오늘 밤 우리 모두 목숨이 위험했을 거예요.”

“맞습니다, 여러 대장부들께서 정말 수고가 많으셨지요!”

뇌옥생이 ‘대장부’라고 치켜세우자, 곁에 앉았던 이들 모두 즐거워했다.

“하하하, 서생분들께서 놀라셨겠습니다.”

“윤 서생, 담력이 대단하십니다!”

“맞아, 맞아. 역시 책 읽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니까! 우리였다면 방금 그런 기지를 발휘하지 못했을 겁니다.”

“자자, 우리 이쪽에 술도 있고 고깃국도 있소이다. 어서 와서 좀 드십시오!”

“맞습니다, 사양하지 마십시오. 우리도 알 건 아는 이들이라, 조금 전엔 윤 서생의 부적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네가 알긴 뭘 알아, 저건 서신이란 말이야.”

이번 사건을 함께 넘기고 행상인들은 이 서생들에 대한 냉담한 태도를 완전히 버리고 친근하고 열정적으로 말을 걸었다. 그리고 두려운 순간이 무사히 끝나자, 서생들도 행상인들에 대한 인상이 크게 바뀌어 그들은 서로에 대한 벽을 허물고 곧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떤 이들은 방금 여우 요괴를 공격한 일에 관해 이야기했고, 어떤 이는 윤청의 서신이 혹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 데에 사용된 게 아닌지 묻기도 했다. 그들은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심지어 어떤 이는 여우 요괴들의 자태를 논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비바람이 부는 밤하늘 아래, 그들과 조금 떨어진 언덕에서는 비에 젖은 여우 세 마리가 흉흉한 눈빛으로 역참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솨아아…… 솨아아……!

비는 깊은 밤이 되도록 조금도 기세가 줄어들지 않았다. 여우들이 자리한 언덕은 역참에서 1리(*里: 약 4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비록 세차게 내리는 비의 장막이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지만, 여우 요괴들의 시력으로는 버려진 역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연기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정말 기가 막혀, 열 받아 죽겠네! 우리가 고작 인간들에게 쫓겨 도망치다니!”

“하! 그 늙은이가 내 꼬리를 꽉 쥐고서 감히 나를……! 깜짝 놀랐네.”

왼쪽에 있던 여우는 아직도 두려움이 남은 듯했다. 방금 그 노인이 든 칼에 거의 맞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 행상인들의 기세로 볼 때, 그 칼을 맞았다면 자신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흥, 이건 다 너희들이 담이 작아서 그래. 그래 봤자 인간들인데, 그것들이 기세가 좀 흉흉하기로서니 뭘 어쩔 수 있겠어? 여우의 몸으로는 가볍게 그것들을 물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너희들 모두 당황해서 몸을 피하기 바빴지. 내가 정말……!”

쿠르릉…… 쾅!

그때 벼락이 내리치더니, 그들 근처에 있던 커다란 나무 위에 떨어졌다.

“아악!”

여우들은 모골이 송연해져 크게 비명을 지르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 * *

역참 안에 있던 이들은 싸움이 끝나자 슬슬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러나 방금 그런 일이 있었으므로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어, 불침번을 서는 이들의 숫자를 늘렸다.

행상인들은 절반은 쉬고 절반은 깨어 있었고, 윤청의 일행도 두 명씩 교대하며 잠을 자기로 했다. 비록 행상인들이 자신들에게 맡기고 자라고 했지만, 서생들은 이번 경험으로 먼 길을 떠나면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 자신들도 깨어 있기로 했다.

이른 아침 뇌옥생이 잠에서 깼을 때, 밖에는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깼어?”

윤청은 눈을 비비며 하품했다. 그런 뒤 몸을 일으켜 이리저리 손발을 움직였다. 원래 윤청의 곁에 앉아있던 임흠걸은 작은 탁자 위에 엎드려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뇌옥생은 자신의 곁에 있던 막휴를 쳐다보았다. 원래대로라면 윤청과 임흠걸은 몇 시간 전에 자신과 막휴를 깨워 교대를 바꿨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을 보니, 윤청과 임흠걸이 지난 밤 내내 깨어 있었거나 윤청 혼자 깨어 있었던 것 같았다.

“윤청, 너 안 잤어?”

윤청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웃었다.

“나는 별로 피곤하지 않았어. 그러니 조금 덜 자도 상관없어.”

“그러게 말입니다. 저 윤 공자께서는 지난밤 우리에게 책도 읽어 주셨습니다! 다른 지방의 특색이며 풍속 같은 이야기요. 간밤에도 정신이 아주 또렷하시던데요! 학문도 아주 뛰어나시고요!”

“맞아, 확실히 학식이 깊으셔.”

“아직 연치도 어리시니 앞으로 장래가 유망하시겠어.”

일찍이 잠에서 깬 행상인들이 허허 웃으며 뇌옥생을 향해 이렇게 말하자, 다른 이들도 하나씩 그의 말에 찬동했다.

잠에서 깬 사람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시끄러워졌다. 임흠걸과 막휴도 이에 잠에서 깨어, 역참 안은 다시 한번 소란스러워졌다.

육 노인이 장작을 모닥불에 몇 개 더 올려놓고 입으로 바람을 불자, 남아있던 불씨에 의해 다시 한번 불길이 타올랐다. 그러고서 그는 위에 솥단지를 걸어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네 명의 서생을 포함한 모든 이들은 좁쌀로 만든 죽에 모닥불 옆에서 데운 만두와 절인 채소를 조금 곁들여 먹었다.

평생 정성껏 만든 미식만 먹어온 뇌옥생과 임흠걸도 행상인들의 요리 솜씨가 좋다고 연신 칭찬하며 맛있게 그릇을 비웠다.

스무 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모두 준비를 마친 후, 각자 등짐과 책 상자를 매고서 역참을 나섰다.

비가 하룻밤 동안 온 뒤에는 산 전체가 맑게 씻겨 내려간 것처럼, 공기는 상쾌하고 햇빛은 투명하니 밝았다. 모두가 밖으로 나와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자, 어서 갑시다. 대통산은 이틀이면 넘어갈 수 있으니, 서생분들께서도 우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윤청은 이를 듣고 자신의 친우들과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막휴가 고지식한 얼굴로 물었다.

“이틀이요? 제가 들은 바로 7, 8일은 걸린다고 하던데요.”

“하하하, 그건 산길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가면 걸리는 시간입니다. 저희는 또 알고 있는 길이 따로 있지요. 평탄하진 않지만 걷는 거리가 훨씬 짧습니다. 일찍이 완주의 견직물을 날랐던 이들이 전부 우리 같은 사람들이었지요. 등짐을 지고 산을 넘어 다녔으니, 그때는 무슨 길이란 것도 없었으니까요!”

이 산에서 이미 여우 요괴를 만났던 터라, 윤청과 그의 일행은 육 노인의 말을 듣고서 그들과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길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걷다가 마침내 길을 벗어나 산봉우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육씨 성을 가진 노인의 뒤를 따라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사실 윤청을 제외한 다른 세 사람은 모두 힘들어했는데, 나머지 두 사람과는 달리 부귀한 집안에서 자라지 않은 막휴마저도 여정이 힘에 부칠 정도였다.

그래서 잠시 후 행상인들은 자기들에게는 그다지 무겁다고 할 수도 없는 서책 상자를 대신 짊어져 주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때때로 세 사람을 부축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서생들은 간신히 길을 따라올 수 있었다.

오직 윤청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서, 행상인들의 속도를 따라 걸을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 모두 놀라워할 정도였다.

“후우…… 헉……. 드디어 이걸 넘었네!”

큰 고개를 하나 넘자 무리를 이끌던 육 노인도 마침내 숨을 헉헉대기 시작했다. 어젯밤 비가 내려 공기는 쾌적했지만, 대신 발밑이 온통 진창이었다. 그래서 돌이 많은 곳만 골라 밟으며 올라오다가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되었던 것이다.

육 노인이 뒤를 돌아보자 사람들은 모두 피곤한 기색이었고, 서생 세 사람은 구멍 뚫린 풀무처럼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모두 여기서 쉬고 갑시다.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말고, 볼일을 보러 가더라도 누군가와 같이 가시오!”

“네!”

“하아, 드디어 쉬는구나.”

“이제 좀 살겠네.”

“일단 짐부터 좀 내려놔야지…….”

사람들은 농을 던지기도 하고 불평을 하기도 하며, 비에 젖지 않은 곳을 골라 앉았다.

이때 까마귀 한 마리가 스쳐 지나가며 소리를 냈다.

까악! 까악!

이를 들은 임흠걸은 무심결에 이렇게 물었다.

“육 어르신, 까마귀 울음소리는 불길하지 않습니까?”

죽통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던 남자 하나가 이를 듣고 웃었다.

“하하하! 책 읽는 이들은 그런 미신을 안 믿는다고 들었는데요. 산에는 온갖 날짐승이 다 있는데, 까마귀 소리 한 번 들었다고 전전긍긍하면 어떻게 합니까? 저는 심지어 호랑이 소리를 들은 적도 있는데요!”

“그러게 말이오!”

“저 젊은이도 참……!”

이를 들은 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임흠걸을 놀렸다.

한편 윤청은 오히려 남자의 말을 듣고 호기심이 일었다.

“아저씨, 호랑이 소리도 들으셨어요? 어땠나요? 무섭진 않으셨어요? 제 친우 중에 그 소리를 자주 듣는 이가 있는데, 들을 때마다 무서워 죽겠다고 하던데요. 정말 그런가요?”

윤청의 말을 들은 행상인들은 괴이쩍은 얼굴로 윤청을 바라보았다. 윤청이 질문한 남자는 오히려 호기심을 보이며 이렇게 반문했다.

“그 친우가 자주 호랑이 포효 소리를 듣는다고요? 그 사람 아직 살아는 있습니까? 담이 참 크네요!”

“하하하! 걔가 담이 크다고요? 그보다 작을 수가 없을 정도인데요!”

호운이 겁에 질린 모습을 떠올리자 윤청은 참지 못하고 폭소했다. 그는 자신이 책을 읽어 주는 거북에게서 그 여우가 첫 만남 때 몹시 놀라 벌벌 떨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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