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209화 (209/892)

209화. 산을 향해 절하다

아우!

아우우우!

밤이 되자 산속에서 돌연 늑대 소리가 났다. 이에 모든 이들이 긴장 상태로 침묵을 유지했고, 곧이어 한 번 더 소리가 들렸다.

아우우!

이제 대부분의 이들은 칼을 꺼내 들었고, 모닥불 뒤편으로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육 어르신, 저 늑대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말하는 남자를 포함한 다른 일행들도 모두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음……. 오늘 밤은 더욱더 조심해야겠어. 배고픈 늑대들은 여우 요괴보다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옛말에 배고픈 늑대 떼는 호랑이보다도 무섭다 했으니까.”

그러나 이 시각, 행상인들보다도 더욱 긴장한 것은 여우 세 마리였다. 그들은 행상인들에게서 백 장 정도 떨어진 골짜기에서 한데 모여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허억…….”

“으으…….”

아우우우~!

늑대가 한 마리씩 여우들의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숫자가 점점 더 많아졌다. 그것들은 마치 멀리서부터 여우들을 포위해 오는 듯한 모습인 데다, 대부분은 이미 침이 뚝뚝 흐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이놈들이 왜 이러지?”

“이 축생들이 왜 우릴 향해 오는 거야?”

“큰, 큰 언니, 이제 어쩌지?”

“엄청 많아, 대통산에 사는 늑대가 전부 왔나 봐.”

밤하늘 아래에서 늑대들의 눈에서 초록빛 안광이 번쩍였다. 늑대들은 높은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그들과 바로 근처에 서 있기도 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모두 여우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백여 장 떨어진 일행들이 피운 모닥불은 수많은 수풀과 암석들을 중간에 두고도 이곳에서 훤히 보였다. 그런데도 늑대 떼는 그쪽으로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마치 무슨 신호라도 받은 것처럼, 맨 앞에 선 늑대 한 마리가 “아우……!”하고 울부짖자 다른 늑대들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여우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세 여우 요괴들은 횡골을 녹여 사람 말도 할 수 있었지만, 수행의 방향이 달랐기 때문에 그들 자체가 가진 능력은 여우가 타고난 결함을 덮을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 게다가 늑대와 개에게는 태생적으로 삿된 것을 쫓는 능력이 있어, 이는 그야말로 여우 요괴들은 천적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오오……!

우우우……!

“꺄아아!”

“아악!”

으르렁-!

“언니, 살려줘!”

여우 요괴들과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먼 곳에 떨어진 이들에게도 들려왔다. 짐승들이 싸우는 소리를 들은 이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거리가 바로 지척인 듯 가까이 들려와, 마치 동굴 바로 밖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어……. 방금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요, 혹시 사람이……?”

“헛소리하지 마, 난 못 들었어!”

“쉬, 다들 조용히 해. 여기로 올 수도 있어. 불을 더 키워!”

“그래, 그래. 불을 더 키우자!”

일행은 모두 전전긍긍하며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 밤의 저 늑대들이 마치 미치기라도 한 것인지, 온 사방이 늑대 울음소리로 뒤덮였다. 물어뜯고 부딪히는 소리가 한참을 이어지다가, 뒤이어 좀 더 먼 곳에서 싸움이 이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굴에 모인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에는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필 용기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하룻밤 내내 잠을 자지 못한 일행들은 피로에 찌든 몸을 이끌고 조심스럽게 길을 나섰다. 그들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젯밤 짐승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던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골짜기가 있는 위치에 다다르자 어젯밤의 잔혹한 흔적이 그곳에 남아있었다.

“허어……. 피 좀 봐!”

“그리고 여기 피에 젖은 털도 엄청 빠져 있어!”

육 노인은 관목 뒤편으로 가서 칼을 들어 쿡쿡 찔러보던 도중, 피에 흠뻑 젖은 붉은 털로 뒤덮인 다리 하나를 발견해 들어 올렸다.

“이거…… 여우 다리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허어……. 그저께 밤에 공격한 그 여우 요괴는 아니겠지요?”

“혹시 모르지!”

“어이쿠! 인제 보니 대통산이 참 위험한 곳이었군요!”

육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속으로는 다음부터 대통산을 넘어오는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 어서 가세. 서둘러야 해. 오늘 해가 지기 전에는 반드시 산을 나가야겠다. 여긴 너무 위험해!”

“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어서 갑시다!”

그들은 여기서 더 지체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서생 세 사람도 길을 재촉하는 내내 피곤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약 스무 명에 가까운 피곤함에 찌든 일행들은 마침내 대통산을 빠져나와 인가가 있는 경계 부근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작게 난 길을 따라 옆으로 꺾자, 전방에 큰 역참이 보였다. 마침내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품 안에서 움직임이 느껴져 고개를 숙인 윤청은 다시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산길에 인접한 커다란 돌 뒤편에서 등이 굽은 모습의 산신이 그를 향해 공수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서 윤청은 어젯밤의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차렸다. 그는 산신이 그들을 도운 것이라 짐작하고, 다급히 몸을 숙여 인사했다.

“윤 서생, 누구한테 인사를 하는 겁니까?”

“이 산의 신령께 감사 인사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산에 산신이 있다면, 그분이 우리 모두를 보우하여 안전히 산에서 나올 수 있게 도우신 게 분명하니까요!”

“아, 그렇군. 일리 있는 말이오!”

“그럼 나도 절을 올려야겠군.”

“나도 하지!”

이번 일을 겪고 그들은 아직도 마음에 두려움이 남아있었으므로, 진심을 담아 산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산신이라고 자칭한 자연의 정괴(精怪)는 사실 산신이 되고자 수행하는 이에 가까웠다. 그는 산신의 자리에 이제 막 한 발을 걸친 참이라, 산속에 사는 짐승이나 산에 들어오는 인간들 모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대통산에는 산신당조차 없었다. 그가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향불을 모을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은 어떻게 향불의 힘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몰랐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산을 향해 절을 올리던 순간, 그는 마침내 원력(愿力)이 자신에게 모여드는 것을 느꼈다.

정확히 말해서, 행상인들이 걸어온 길은 윤청 일행이 원래 지나려던 경로에서 꽤 떨어져 있었다. 행상인들은 대통산 절반을 가로지른 게 아니라, 가장 짧은 길을 택해서 산을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산을 나오자 윤청 일행이 생각했던 것보다 여정은 더욱 편해졌다. 다다른 역참 옆에 마차를 고용할 수 있는 곳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윤청 일행과 행상인들은 겨우 며칠간 알게 되었을 뿐이지만, 이들이 서로에게 가진 감정은 특별했다. 그러나 이제 역참 앞에 이르자 결국 모두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오고 말았다.

행상인들이 비록 새로 캔 약초로 상처를 대강 치료했다지만, 그래도 의원을 찾아가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윤청과 그의 일행들은 마차를 빌려 여순부 부성으로 향해야 했다. 이들은 서로 작별인사를 건넨 후 다른 길로 갈라졌지만, 며칠 동안 이들이 함께 겪은 일은 죽을 때까지 잊기 힘들 것이다.

마차에 앉아 평탄한 관도(官道)를 따라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오르니, 네 명의 서생들은 그제야 마음이 완전히 놓이는 것 같았다.

“휴우……. 며칠간 있었던 일을 서원에 가서 선생님들과 다른 동기들에게 이야기하면, 그들이 과연 믿을까?”

가장 말이 많고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임흠걸이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아마도…… 우리가 허풍 떤다고 생각할걸?”

뇌옥생은 그다지 자신 없어 보이는 얼굴로 대답했다. 막휴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윤청에게 말했다.

“대통산에서 다른 사람들이 또 그 여우 요괴들을 만나면 어쩌지? 역참에 있던 사람 중에 몇은 이미 그 일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 그런데도 그 이상 무언가를 하려 하진 않더라.”

그들은 역참에 도착한 후 그곳의 관리에게 산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는데, 그 사람들은 의외로 귀 기울여 들어주었다. 알고 보니 이전에 이미 그들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었다고도 했다. 산에서 나온 후로 그 사람들은 정신이 황폐해진 모습이었고, 심지어 그 일행 중에는 실종된 사람도 있었다고 말이다. 그래서 관리들도 관아에 이미 이 사실을 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듣자 하니 별 소득을 얻지는 못한 듯했다.

윤청은 막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휴, 관아에서 나온 사람들도 당연히 한번 조사를 나가긴 하겠지. 그런데 요괴가 얽힌 사건은 인간들 사이의 문제와 달리 처리가 까다로울 거야. 오히려 공문(官文)을 발행하여 주변 마을에 알린 다음, 경험 많은 사냥꾼이 사냥개들을 데리고 여우 사냥을 나가게 하면 그게 더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

이는 윤청이 스스로 생각해 낸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 여우 요괴들을 직접 만나도 보고, 또 다른 여우 요괴인 호운을 아는 그는 늙은 거북이 전에 말했던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대체로 대정국은 태평하다고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도력이 높아 상대하기 어려운 정도의 정괴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여우 요괴 세 마리 정도는 숙련된 사냥꾼들과 그들이 기르는 사냥개들만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서 윤청은 한마디 덧붙여 막휴를 위로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어쩌면 그 여우들은 이미 죽었을 수도 있어. 그 피 묻은 여우 다리와 그 일대에서 벌어진 싸움의 흔적도 우리가 두 눈으로 봤잖아. 게다가 그날 밤 늑대들의 수도 무척 많았어.”

“그랬지…….”

“그래, 윤청의 말이 맞아. 게다가 우리도 느꼈지만, 그 대통산에는 진짜로 산신이 있을 수도 있어.”

“맞아, 우리 이번엔 정말…… 참, 그리고 윤청의 서신 말이야. 그날 밤에 거기서 빛이 막 나오던데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나도 봤어! 그리고 그 글자도 참 대단하더라.”

“맞아, 그건 대가의 솜씨였어.”

윤청은 세 사람이 또다시 서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조금 불편한 듯이 이렇게 대답했다.

“책 읽는 이들에게는 호연(*浩然: 마음이 넓고 뜻이 크다)한 정기(正氣)가 있다고들 하잖아. 그 서신도 그와 비슷한 거야. 우리도 마음에 그런 정기를 갖게 되면, 언젠가 그것으로 몸을 지킬 수도 있게 될 거야.”

윤청은 비록 그 서신이 호연정기로 인해 빛을 내뿜은 것이 아님을 알았지만, 그들이 믿든 안 믿든 그런 기운이 있다는 사실만은 진짜였으니 이렇게 대답하고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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