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213화 (213/892)

213화. 수택(水澤)의 기운이 새어 나가다

성의 백성들은 방금 먼 곳에서 울려 퍼진 포효성을 들은 데다, 이제 검은 구름이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으며 천둥마저 울리자 당황스러운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성황당 앞에서는 많은 사람이 멈춰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방금까지는 하늘이 푸르렀는데…….”

“자네들도 방금 하늘 저편에서 울렸던 소리를 들었나? 천둥 말고 다른 소리!”

“들었어요, 들었어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던 걸요!”

“그러게 말이에요. 소가 우는 소리랑 비슷하긴 했는데…… 이상하게도 두려웠어요!”

“맞아, 나는 여기에 전부 닭살이 올라왔을 정도였네!”

“방금 그 이상한 구름도 보았습니까?”

“봤습니다. 보아하니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던데요.”

“혹시 용이 아니었을까요?”

“쉬, 그게 어디 그리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던가?”

우르릉…… 쾅!

그들이 이렇게 의견을 나누던 중 머리 위에서 돌연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모였던 이들은 전부 놀라 펄쩍 뛰었다.

“곧 비가 오겠네요, 얼른 돌아갑시다.”

“그래, 그래. 그럽시다!”

“가세, 얼른 가세. 나도 이제 집으로 가야겠네.”

성안의 백성들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일어나는 변화가 너무 빨라, 어떤 이들은 가던 길을 포기하고 찻집이나 주루에 몸을 피했을 정도였다.

* * *

휘이이…… 휘잉……!

계연과 여순부 성황신은 먼 곳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고, 성황당 밖 강변에서 답청을 하던 이들도 어느새 모두 사라져 있었다.

계연이 고개를 숙여 강변을 내려다보자, 버드나무 옆에 연이 하나 놓여있었다. 보아하니 누군가 서둘러 떠나다가 이곳에 남겨두고 간 듯했다. 연은 북풍에 휘말려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시종일관 하늘을 살피며 북쪽 광동호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던 여순부 성황신은 언제부터인가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거대한 수택(*水澤: 물이 질퍽하게 괸 넓은 땅, 또는 못)의 정기가 흘러넘쳐, 그것 때문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천둥이 울리는 것 같습니다. 계 선생님, 저와 함께 광동호로 가서 무슨 일인지 살펴보지 않겠습니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침묵을 유지하던 성황신은 결국 계연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저도 마침 그러려던 참입니다!”

계연은 주위를 관찰하던 시선을 거두고, 법안을 크게 열어 먼 곳에서 수택의 기운이 뻗어 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용의 형체가 떨어질 때 구름처럼 보였던 것도, 이렇게 엄청난 수택의 기운이 새어 나와 만들어진 광경이었다. 바로 그것이 추락하는 용의 몸을 구름으로 층층이 감쌌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먹구름이 이토록 빨리 움직이는 것도 그 사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계연은 비록 여순부 성황신이 하려던 말이 궁금했지만, 일에는 경중이 있으므로 급한 일부터 해결하는 게 옳았다.

“가시지요!”

계연은 고공으로 뛰어올라 주변에 부는 광풍을 이용해 움직였다. 검은 옷의 성황신은 마치 무지개처럼 모습을 바꾸며 고공으로 날아올라 모습을 숨겼다.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그들은 무작정 속도를 빨리 낼 수 없었다. 그들은 하늘을 나는 동시에 법력을 이용해 주위를 관찰하고 있는 데다, 시시각각 용이 떨어진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은 처음에는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불안정한 모습으로 낙하했었다. 울음소리와 포효가 들린 후에는 공중에서부터 뚝 떨어진 것이다.

쿠르릉……!

먹구름은 하늘을 뒤덮을수록 더욱 땅 가까이 내려왔고, 내려치는 번개가 먹구름 속에서도 언뜻 보일 정도였다. 계연과 성황신은 머리 위에 검은 구름을 이고 비행하고 있었는데, 언제든 벼락을 맞을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광동호는 계연이 읽은 <백부통감>에도 서술되어 있었는데, 대정국에서 가장 큰 4대 호수 중 하나이며 수많은 강줄기와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수심은 정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았지만, 예부터 ‘백 리(*百里: 약 39km) 광동호’라고 불려왔다고 한다.

사실상 광동호는 여순부에 속해 있는 지역이 아니라, 세 부(府)의 경계에 접해 있었다. 그러나 여순부에 속한 광동호의 면적이 더 넓었기 때문에, 광동호만은 행정상 여순부의 관할에 놓이게 되었다. 그 근처의 백성들은 본래 사는 지역에 따라 세 부 각각에 속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호수 부근에는 큰 현(懸)이 없었기 때문에, 요괴가 얽혔다거나 의심스러운 사건이 벌어지면 여순부 성황신이 책임지고 조사해야 했다. 이 상황은 확실히 주간 순시관을 보내어 조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성황신이 직접 나서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계 선생과 같은 위엄 넘치는 인물이 곁에 있으니, 여순부의 성황신은 걱정을 한 짐 덜 수 있었다.

계연은 바람을 부리는 동안 시종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교룡은 요괴이지만 보통 요괴와는 다르게 여겨졌고, 특히 대정국에서는 물요괴 중에서 가장 대접받는 축이었다. 게다가 대정국의 용들은 진룡인 응굉의 존재와 그의 위엄 때문에 규칙을 착실히 따르는 편이었다. 그러니 이 일에는 분명 심상치 않은 데가 있었다. 하지만 한 부의 성황신이 자신과 함께 사건을 조사하러 가게 되었고 경험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자신보다는 나을 테니, 계연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 * *

한편, 여순부 관아의 뒤편 안채에서는 윤재성이 후원에 있는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발걸음을 서둘러 객사로 향하는 중이었고, 그의 뒤에는 남자 한 명과 지부에서 근무하는 하인 한 사람이 따르고 있었다.

그는 아직 객사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계 선생님, 계 선생님. 제가 한 가지 가르침을 청할 일이 있습니다! 계 선생님…….”

세 사람은 연달아 객사 바깥에 도착했으나, 곧 문이 굳게 닫힌 것을 발견했다.

쿵쿵쿵-!

“계 선생님, 선생님의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쿵쿵쿵…….

“계 선생님, 쉬시는 중입니까? 제가 여쭤볼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쿵쿵…… 끼이익…….

윤재성이 문을 좀 더 세게 두드리자, 문이 저절로 조금 열렸다. 알고 보니 문은 원래부터 잠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고개를 내밀어 안쪽을 쳐다보자, 방은 침상까지 처음 모습 그대로 정돈되어있는 상태였다. 계연의 모습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윤재성은 몸을 돌려 눈썹을 찌푸리며 객사를 담당하는 하인을 쳐다보았다.

“선생께서 객사에 계시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찌 이곳에 계시지 않지? 언제 출타하셨느냐?”

하인도 방안을 바라보다가 윤재성의 물음을 듣고는 의혹에 잠긴 모습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저어…… 지부 나리, 계 선생께서는 분명 이곳에 계셨습니다. 소인이 계속 외원(外園)에 있었는데도, 선생께서 나가시는 모습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윤재성의 곁에 서 있던 관리의 의복을 입은 남자가 하인을 향해 엄숙한 얼굴로 꾸짖었다.

“네가 깜빡 잠이 들었거나 제대로 자리를 지키지 않고서 나리께 거짓을 고한 것이 아니냐?”

“어이쿠, 어르신께서는 지금까지 딱 한 분, 오직 계 선생님만을 이곳에 묵게 하셨으니 지금 다들 그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일까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요! 그러니 제가 어찌 감히 제 일에 태만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저와 함께 이곳을 청소하던 이도 계 선생님께서 나가시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다 합니다!”

윤재성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몰려오는 먹구름을 바라보다가 손을 휘휘 저었다.

“되었다, 계 선생님께서 돌아오시면 내게 와서 알려라.”

윤재성이 이곳에 온 이유는 사실 계연에게 방금 일어난 일에 관해 묻고 싶어서였다. 그는 호연지기를 가지고 있어, 용의 울음소리나 그 언뜻 보인 그림자를 다른 백성들보다 훨씬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신령이며 다른 괴이한 일들을 겪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으니, 가장 먼저 계연이 생각나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계 선생님은 그 소리가 들린 순간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떠난 듯했다.

하인이 계 선생님을 보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갔다. 도대체 세상에 신선이 떠나는 모습을 어떤 범인(凡人)이 볼 수 있겠는가?

우르르…… 콰광!

번개가 번쩍이며 대지를 밝게 비추었다.

솨아아아……!

별안간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며, 건조하여 흙 바람이 일던 땅에 작은 진주가 통통 튀어 오르듯 빗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올해 봄이 된 이래 처음 내리는 비였다.

* * *

이로부터 대략 일각(*15분) 전쯤, 광동호에서 남쪽으로 10리 정도 떨어진 쌍공교촌(雙拱橋村)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아직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르릉……!

별안간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아이고, 깜짝이야!”

“깜짝 놀랐네…….”

“이렇게 맑은 날에 갑자기 천둥소리가 나다니?”

“어어,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는군!”

“저기, 저기 좀 보게! 하늘에 저 구름…….”

“허억…….”

갑작스럽게 울린 천둥소리는 마을의 모든 이들을 몹시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마을 사람들은 구름 하나가 계속해서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크아아악……!

콰르릉-!

용의 포효가 먼 곳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천둥소리에 뒤섞여 있긴 했지만, 그 기이한 소리는 매우 독특했으므로 적지 않은 사람이 들을 수 있었다.

크아아악……!

음매에……!

고통스러워하는 용의 포효가 하늘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자, 마을 사람들은 그 소리에 소름이 돋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건가! 어서 정리하자고!”

“그래, 그래…….”

비구름이 무겁게 세상을 내리누르자, 마을 사람들은 볕에 널어놓았던 물건들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곡물을 털어내는 타작마당도 한바탕 어수선해졌다. 큰 대나무로 만든 체와 누에섶(*누에가 올라 고치를 짓게 하려고 차려 주는 물건), 말려 놓은 작물과 옷가지 등을 모두 거둬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저, 저기……! 어서 저쪽 하늘 좀 보게!”

마을 사람 하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후 점차 다른 이들도 ‘하늘을 보라’며 큰 소리로 고함치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들어 상공을 쳐다보았다.

바로 그 시각, 하늘에 낀 구름 사이로 ‘긴 구름’ 한 자락이 비구름 한복판을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그것이 떨어지는 동시에 안개 같은 연기가 그 안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기다란 ‘구름’은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며, 층층이 뒤덮인 구름을 뚫고 지면으로 점점 가까이 내려왔다.

“저, 저런……! 저것 좀 보게! 저 구름이 아무래도 용이랑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확실히 형체가 비슷하긴 하군.”

“어…… 어…… 어……! 점점 가까이 내려온다!”

“떨어진다! 떨어진다!”

“뛰어! 물건은 내려놓고 일단 가세!”

“위에 널린 것은 신경 쓰지 마! 어서 뛰어!”

“서두르게!”

“으아악!”

타작마당에 있던 백성들은 당황하여 급히 몸을 피하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집이 있는 쪽을 향해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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