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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227화 (227/892)

227화. 물속의 달처럼 덧없다

“오미(*五尾: 다섯 개의 꼬리) 고양이 요괴네요.”

계연은 노인의 곁에 서서 바닥의 회색 고양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색 고양이는 아주 작았지만, 그것이 뿜어내는 요기는 깜짝 놀랄 정도로 짙었다.

“이 삿된 축생(畜生)은 지금까지 수행해오는 동안 분명 수많은 생명을 죽였겠지요?”

“그럴 겁니다. 저 요괴에게서 느껴지는 원기(怨氣)와 사기(邪氣)가 적지 않군요. 살려줘 봤자 큰 화근이 될 겁니다.”

“음, 그럼 노 선생님께서는 어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계연과 늙은 거지는 죽이 척척 맞아 주거니 받거니 대화했다.

“제가 지금 이것을 가볍게 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진산법(鎭山法)으로 이것을 억지로 누르고 있는 겁니다. 이 손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요기를 내뿜고는 목숨을 걸고 덤빌 겁니다.”

늙은 거지는 눈을 가늘게 고양이 요괴를 살폈다. 그는 지금 이 고양이 요괴가 엄청난 요기와 법력을 이용해 쉬지 않고 이 ‘새장’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법회를 위해 모인 이들 중에서도 이 요괴의 실력은 그리 낮다고 볼 수 없을 겁니다. 지금 당장 통천강으로 가서 흑수법(黑水法)으로 강물을 끌어와 이것을 익사시키는 게 어떻겠습니까?”

늙은 거지의 말에는 조금의 웃음기도 없었다. 그는 정말로 이 요물을 죽일 생각이었다. 이를 들은 고양이 요괴는 온몸의 털이 바짝 세우더니, 전보다 더욱 극렬하게 발버둥질 쳤다.

미야옹…… 야오옹……!

“보세요, 지금도 이렇게 흉악하지 않습니까? 계 선생님, 오미 고양이 요괴는 저 같은 이들이라 해도 그리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계연은 엄숙한 얼굴로 고양이 요괴에게서 솟구치는 요기와 삿된 기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노인의 말을 듣고 계연은 자신도 모르게 삼매진화를 떠올렸다. 그러자 계연의 얼굴에는 웃는 듯 아닌 듯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내가 화염을 조금만 더 세게 불면 어렵지 않을 텐데!’

계연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자연히 늙은 거지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왜 계 선생이 저렇게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다.

“익사시킬 필요는 없소이다!”

그때 약간 냉랭한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오더니, 곧이어 누군가 이곳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긴 수염과 눈썹 털을 가진 늙은 용 응굉이었다.

늙은 용은 성큼성큼 걸어왔는데, 그에게서는 어떤 법력의 기운이나 신령한 빛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가진 특유의 기세는 가려지지 않아서, 늙은 거지는 곧바로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과 계연을 번갈아 보며, 이자는 어디서 온 누구인지 어리둥절해했다.

늙은 용은 자연스럽게 늙은 거지와 언상을 관찰했다. 노인은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언상은 놀라움과 흥분이 담긴 표정으로 가까스로 자신의 감정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계 선생, 중추절은 잘 보내셨소?”

비록 용들은 이런 명절을 챙기거나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는 자신의 막역한 벗이 이런 민속 명절에 아주 연연한다는 것을 알았다. 응굉이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계 선생은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네, 응 선생님도 중추절 잘 보내세요! 참, 제게 아직 월병 두 개가 있으니, 선생께도 하나 드릴게요.”

계연은 편안한 모습으로 그에게 하나를 주었고, 늙은 용은 월병을 받아 든 다음 아주 자연스럽게 늙은 거지의 주머니와 언상의 손을 살핀 후 다시 계연을 쳐다보았다.

그는 비록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계연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저도 선생님께서 오실 줄 몰랐는걸요. 하나 남은 것만 해도 어디예요.”

“일단 이 요괴나 먼저 처리합시다!”

늙은 용은 이렇게 한마디를 던졌는데, 돌연 그의 머리 부분이 그림자처럼 변했다. 이에 늙은 거지는 속으로 몹시 놀라, 자신도 모르게 고양이 요괴를 내리누르는 손에 힘을 풀었다.

‘아차!’

순간 그는 기겁했다.

어흥~!

이때, 그리 크지 않은 용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꿀꺽……!

길게 늘어졌던 용 그림자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방금 일어난 일은 마치 한순간의 착각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고양이 요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음……. 응 선생님, 요괴를 드신 거예요?”

계연은 멍하니 늙은 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 요괴가 어떤 내력을 가진 자인지 아직 밝히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먹어버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하하……. 계 선생도 틀릴 때가 다 있구려. 이 늙은이는 삼킨 것이오. 삼킨 건 먹은 게 아니지. 둘은 다르다오.”

그러자 계연도 곧 이해할 수 있었다. 늙은 용도 그 정도의 분별을 할 줄 알았다. 다만 용의 배 속에 있는 요괴는 아주 괴로울 것이다.

늙은 거지는 늙은 용의 얼굴을 보다가 무언가를 깨닫고서, 경악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당, 당신은…… 당신은 통천강의 용왕입니까?”

“흐음, 자네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대정국을 온통 흙탕물로 만들려고 온 것인가?”

늙은 용은 눈을 가늘게 뜨며 노인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곧이어 늙은 거지는 거대한 압력이 자신을 내리누르는 것을 느꼈고, 곁눈질로 계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과 달리 어떤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계연은 다급히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

“둥근 달이 뜨는 오늘 같은 중추절 밤에 이렇게 만난 것도 분명 인연이지요. 노염생 선생은 평범한 수선자가 아니세요. 분명 응 선생님의 심기를 거스를 의도는 없었을 거예요.”

늙은 거지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미친 게인가? 왜 진룡과 맞서고 있지?’

그래서 그는 급히 응굉을 향해 공수했다.

“용왕을 뵙습니다.”

늙은 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도리상 노인을 향해 공수해 보였다. 이에 계연은 웃으며 한쪽에 서 있던 언상을 소개했다.

“이 분은 대정국 태사사천감의 감정인 언상 대인이세요.”

“오, 흠천감이라고?”

늙은 용은 언상에게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언상은 공손한 태도로 몸을 굽혀 읍했다.

“저는 언상이라 합니다, 용왕을 뵙습니다!”

언상은 총명하고 눈치가 빨랐기 때문에, 몇 마디 대화로 엄청난 진실을 알게 되었다. 눈앞의 이 노인이 바로 용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날 밤은 이 태상사에게 있어 마치 꿈 같은 하루였다. 믿기 힘든 일들을 맞닥뜨리는 것으로 정신력을 많이 소모한 데다가, 특히 계 선생의 그 검무(劍舞)를 보았으니 말이다.

* * *

“……언 애경(愛卿), 언 애경……. 언 애경!”

위엄 있는 목소리가 세 번 연달아 울리자, 곁에 선 관원이 마음이 급했는지 팔을 뻗어 정신이 나간 언상을 쿡 찔렀다.

“어?”

언상은 꿈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좌우를 살피다가 자신이 조당(朝堂)에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원덕제의 얼굴이 언짢은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폐하!”

언상은 옥으로 만든 홀(笏)을 손에 쥐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 몸을 다급히 굽혔다. 방금 수륙법회에 관해 토론하던 중, 자신도 모르게 중추절 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상께서 방금 물으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언 애경은 법회의 일로 심신이 많이 피로했나 보군. 휴식을 조금 취하는 게 어떤가?”

언뜻 들으면 그를 걱정해주는 듯한 황제의 물음을 듣고, 언상은 오히려 등허리가 데인 듯 뜨거워졌다. 황제는 최근 몇 년간 그 감정의 기복을 종잡을 수가 없게 변했기 때문에, 지금 이 물음이 정말 그를 향한 관심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당황한 언상은 서둘러 품 안에서 비단 주머니를 하나 꺼내 들었다.

“폐하! 신이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법대에 올라 달을 감상했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선인(仙人)이 달빛을 흩뿌리며 검무를 추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선인께서는 제게 월병을 하나 건네주신 후, 하늘로 날아올라 떠나셨습니다. 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여명이 밝아오고 있어, 급히 조회에 참석하게 된 것입니다. 어젯밤 내내 잠을 자지 못했더니, 방금 저도 모르게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월병은 신이 감히 사사로이 숨길 수 없으니, 특별히 폐하께 바치겠나이다!”

원덕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래에 선 언상을 살폈다. 저자가 평소에 어떤 품성을 지녔는지는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는 곧 비단 주머니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리 올려보아라.”

“예!”

곁에 기립해 있던 태감이 아래로 내려가 비단 주머니를 받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그는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열어 투박한 모양의 월병을 꺼내 황제의 손안에 올렸다.

평범하고 특이할 것도 없는 조잡한 월병을 보자, 황제는 얼굴에 약간의 노기를 띠었다.

“이게 선인이 주고 간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신은 절대 허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참, 물을 떠 와 그 물에 월병을 비추면, 물 안에 월병이 아닌 밝은 달이 비쳐 보일 것입니다!”

언상은 이런 말을 다급히 쏟아내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속으로는 어젯밤 그가 월병을 먹을 때, 물에 비쳤던 모습을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 그게 사실이냐?”

원덕제는 흥미가 일어, 즉시 아랫사람에게 물을 담은 놋대야를 가져오도록 지시했다.

이어서 황제가 손에 든 월병을 들어 올려 대야 안을 보자, 과연 그 안에는 밝은 달이 비춰 보였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태감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아래에 서 있던 대신들은 고개를 쭉 빼고서, 자신들도 위로 올라가 직접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이로구나! 정말로 선인이 주고 간 것이란 말인가? 아!”

원덕제는 흥분에 휩싸여 손을 떨다가 월병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에 마음이 급했던 그는 힘껏 손을 뻗어 월병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그것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풍덩……!

월병이 물에 쏙 빠지자 수면에 비춰 보였던 밝은 달의 모습이 흔들리며 사라졌다. 게다가 월병마저 마치 설탕처럼 물에 닿자마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런…… 과인이…… 이게……!”

이 장면을 지켜본 대전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조용해졌다. 언상도 넋이 나간 듯 멍하니 황제를 바라보았고, 차마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방금 손에 월병을 쥐고 대야에 밝은 달이 비췄던 순간은, 아마 원덕제가 말년에 선연(仙緣)을 얻길 원한 이래 드물게 얻은 성과일 것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이렇게 사실적인 선인(仙人)의 증거를 손에 쥐어 본 적이 없었다.

비록 과거 새해 전날 밤, 하늘에서 상서로운 징조가 내려오긴 했지만, 그것은 화원의 꽃이 피었던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월병은 실제로 존재하여 볼 수도 만질 수도 있었고, 심지어 먹을 수도 있었다.

월병이 물에 들어가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던 순간, 원덕제는 자신의 마음도 일순간 텅 비어 버린 듯 공허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쩌면 좋지?”

노쇠한 황제는 대신들 앞에서 드물게도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였다. 대야에 있는 물은 여전히 깨끗하고 투명해서, 월병의 찌꺼기조차도 없었다.

황제는 일종의 직감으로 느꼈다. 물에 빠진 월병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정말로 사라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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