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화. 모두 사라지다 (1)
어흥~!
우우!
하늘의 천둥소리에 뒤섞인 용의 포효가 들릴 듯 말 듯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어보니 구름 위의 교룡들이 모두 흥분한 것 같았다.
법대 바깥쪽의 대정국 관원들과 실내로 몸을 피한 금군들은 두려움을 품고 법대를 올려다보았다. 비록 수많은 법사가 도망치는 것을 보았지만, 법대 위에는 때때로 벼락이 계속 내리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속으로 이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위에 아직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
늙은 거지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미 이 대단한 술법의 결과를 목격했으니 더는 법대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어린 거지의 손을 붙잡고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던 ‘법사’들은 놀라거나 애원하거나 분노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애걸하는 사람은 물론, 그의 짓으로 오해하여 욕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자 늙은 거지는 법력을 써서 즉시 그자를 바닥에 눌러 제압했다.
어린 거지 노소유(魯小遊)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요괴가 난무하는 두려운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수면에 비친 ‘법사’들의 진짜 모습은 그야말로 요괴라고밖에는 볼 수 없었다. 이에 그는 놀라고 두려운 마음에 늙은 거지의 곁에 바짝 붙어섰다.
그러나 어린 거지도 마냥 무지하지는 않아서, 이 노씨 할아버지가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보니, 이 요괴들은 자신에게 결코 해를 끼치지 못할 것 같았다.
“노 할아버지……. 저들은 모두 죽게 되나요?”
“흠, 그건 이 늙은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저것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폭우와 함께 천둥이 치며 번개가 때때로 법대 위로 떨어졌다. ‘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찌르는 빛이 번쩍이는 것이 수차례 반복되었고, 이에 관리와 금군들은 법대 위의 상황을 살피러 올라가기는커녕 그 근처에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더욱 괴이한 것은 비와 천둥소리를 뚫고, 법대에서부터 짐승의 울음소리와 끔찍하고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는 것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더욱 법대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속세의 금군들이 법대 주위를 둘러보려 하지 않는 사이, 금군들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곳에서, 경기부 성황신 밑의 관리들은 일찍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저승의 관리들은 법대를 빠져나갈 수 있는 출입구를 봉쇄했다.
당연히 이들이 법대에 올라 누군가를 잡을 필요는 없었다. 성황신은 한두 사람을 주의 깊게 보도록 하는 것 외에는, 저승의 관리들에게 법대에서 도망친 ‘법사’들을 추적하도록 했다. 그중에 운 좋게 섞여 있던 요괴가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천사’의 지위를 얻기 위해 이곳까지 온 바른 몸가짐을 지닌 수행자들은, 원한이나 악기(惡氣)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자가 정괴(精怪)라고 해도 눈 감고 지나가 주었다. 물론 이는 아주 한시적인 결정이었지만, 최소한 구천십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저승에서 그들을 건드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원래 이런 정괴들을 발견하면 저승의 관리들은 절대 놓아주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수선자, 요괴, 신령 세 가지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이 함께 모였기 때문에 경기부 저승에서도 잠시 기준을 느슨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존재들은 사실 예전에 정원제(正元帝)가 신선에 빠졌을 때도 나타난 적이 있었다. 이들은 도력도 얕고 수행에도 가망이 없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술법으로 사람들을 속아 넘겨왔다. 무거운 황조(皇朝)의 기운이 내려앉고 그들이 힘껏 노력한다는 전제만 있다면, 제왕에게서 친히 봉정(*封正: 수행자들이 요괴에게 내리는 일종의 축복 또는 승낙(承諾)으로, 후에 득도하기가 쉬워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정괴들은 기회를 보아 몸을 빼내면, 다시 수행에 정진하여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일은 위험성이 너무 컸다. 황가의 사치와 화려함은 속세에서 가장 ‘독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황족이나 황궁에 가깝게 어울린다면 이들처럼 도력과 수행이 얕은 이들에게는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아주 쉽게 독기에 미혹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분명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행하는 이들은 그 유혹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그 ‘예외’가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정말로 그 예외라면, 끊긴 수행의 길이 어찌 봉정을 받는다고 해서 단번에 뒤집히겠는가?
이와 비교하면, 아직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여 고된 수행을 계속하는 정괴들이야말로 오히려 봉정을 받은 후 더욱 쉽게 떠날 수 있을 터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부분 성황신의 담당 지역에서 저승의 관리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걸 알기에, 성안에 남아 있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도력과 수행이 깊지 않은 자들뿐만 아니라, 진정한 고인이 그 인파 안에 섞여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법대에 계연이 만들어 놓은 것은 오직 삿된 무리를 겨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도(正道)를 닦는 이들은 언제든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계연을 포함한 각 계를 대표하는 이들은 온갖 사악한 것들이 이 땅에서 풍파를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정도를 수행하는 이들은 오늘 일로 몹시 놀랐겠지만, 구천십회에 참여하기 위해 왔으니 이번 일로 인해 바로 도성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그 늙은 거지처럼 말이다.
* * *
법대에서 2리(*약 800m) 정도 떨어진 찻집 안에는 십 수 명의 법사들과 금군들이 비를 피해 들어와 있었다.
누군가는 반쯤 젖은 옷을 입었고, 누군가는 아예 젖은 옷을 벗어 던지고 몸을 드러내 놓고 있기도 했다. 그들에게서는 조금도 ‘고인’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갑옷 안쪽이 모두 젖었음에도 갑옷을 몸에서 떼지 않는 금군들이 고인처럼 보였다.
비를 피하던 이들은 모두 법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번쩍이며 그곳에 떨어지는 벼락을 바라보며 그들은 여전히 두려움을 느꼈다.
“어이쿠, 만약 도망치지 않았으면 저 벼락에 맞아 죽었겠구먼!”
“그러게 말일세. 몇 명은 이미 벼락에 맞아 죽었을 테지.”
“어휴, 아무래도 저 법대를 너무 높이 지은 것 같소.”
“아니오. 내 보기에는, 상금 성상께서 법회를 여는 이 방식이 아무래도 옳은 것 같소!”
“음? 그게 무슨 뜻이오?”
법사들은 그들끼리 심오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이에 한쪽에서 휴식을 취하던 금군들은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다.
“자네들도 생각을 한번 해보시오. 왜 하늘에 돌연 비바람이 불고 천둥 번개가 내려치겠소? 내 생각에는 성상께 어떤 불만을…….”
“무엄하다! 감히 성상에 대해 왈가왈부하다니!”
금군들은 그 자리에서 들고 일어나 검집에 손을 댔다. 이에 법사들은 모두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인, 대인, 진정하십시오. 저희가 어찌 감히 성상께 불경한 말을 입에 담겠습니까? 일단 제 말을 좀 들어보십시오!”
그 말을 듣고 금군들의 기세가 누그러지자, 그 법사는 크게 한숨을 돌렸다. 방금 느낀 몸을 꿰뚫는 듯한 살기는 그에게 너무나 두려운 경험이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황성의 군사들이 혈기가 없다고들 하던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 금군들이 정말로 한 번도 피를 보지 않았다면, 이 흉흉한 살기는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찻집 안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이렇게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날씨는 이런 신비한 이야기를 듣기에 딱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제 말에 성상께 불경한 뜻은 절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왜 하늘이 불만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냐면, 여러분도 생각 좀 해보십시오. 성상께서는 대중국의 강산을 영원히 공고하게 하여, 영명하신 폐하께서 오래도록 통치할 수 있기를 바라시지요…….”
그가 뒷부분에 한 말을 모든 이들은 이렇게 받아들였다. 황상은 신선이자 황제가 모두 되고 싶은 거라고, 언제까지나 이 강산을 누리고 모든 권력과 부를 손에 쥐고서 말이다.
“이 일은 사실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라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대정국의 영명하신 성상만이 해낼 수 있는 쾌거이지요!”
법사는 이렇게 말하며 황제를 향해 적당한 아첨을 덧붙인 다음, 자기 생각을 꺼내 놓았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이 일이 만약에 성공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하늘에서는 분명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쳤지요. 이는 즉 성상께서 구하시는 것이 무척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됩니다…….”
“일리 있는 말이오!”
“음,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
“법사께서는 어디에서 오신 고인이시오?”
“저 말입니까……. 어이쿠, 요의가 올라오네요. 일단 소변을 좀 보고 오겠습니다.”
그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끈 다음, 요의가 올라온다는 말로 적당한 곳에서 말을 끊어 호기심을 잔뜩 부풀리려는 속셈이었다. 그는 웃는 얼굴로 찻집을 나가 뒷간으로 향했다.
뒷간을 가려면 찻집의 뒤쪽 복도를 빙 돌아 나가야 했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밖은 무척 어두웠다. 그런데 법사는 소변을 보고 돌아오던 길에 돌연 온몸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난데없는 추위는 무척 괴이하게 느껴졌는데, 법사는 좌우를 둘러보았지만 어떤 수상한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곧 이곳에 바람이 불지 않는 것을 느꼈다.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잘못된 느낌에, 법사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향이 타다 남은 잿가루를 한 움큼 꺼냈다. 그는 가루 위에 침을 뱉어 잘 섞은 뒤, 눈을 감고서 눈꺼풀 위에 그 가루를 발랐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법사의 몸은 덜컹하며 크게 떨렸다.
얼굴이 푸르고 검거나 혹은 창백한 저승의 관리들이 그를 둘러싸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중에 혀가 길게 나오고 눈썹 털이 무척 긴, 남녀를 분간할 수 없는 관리는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그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마침 금군 하나가 뒷간으로 가려다가, 이 법사가 마치 얼어붙은 듯 벽에 몸을 기대고 있는 것을 보고서 이상하게 여기며 다가왔다.
“왜 그러십니까?”
그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금군은 한 발짝 더 다가와 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어이쿠……. 열이 이렇게 나는데 식은땀도 흘리시는 걸 보니, 방금 맞은 비로 풍한이 드신 듯하네요. 일단 소변 먼저 보고 나와서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금군은 손을 거두고 걸어가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여긴 왜 이렇게 춥지?”
법사는 이 순간에도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고, 뻣뻣하게 굳은 채 안색도 엉망이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저승의 귀신들에게 둘러싸이니, 놀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라 더욱 두려웠다.
눈이 쭉 찢어지고 혀가 길게 튀어나온 저승의 관리는 이 법사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곧이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가세, 이자는 문제 없군.”
저승의 관리들이 찻집을 떠나자, 법사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허어억,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