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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237화 (237/892)

237화. 운주에 수상한 조짐이 보이다

황제가 선인의 목을 베고 그자를 찾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도성에 퍼져 나갔다. 그러나 모든 백성은 그 선인이 황제에 의해 목이 잘렸으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덕제는 이 일을 언상에게 맡겼고, 언상은 모든 관원과 관아의 심부름꾼들에게 늙은 거지의 외양을 상세히 알려 주었다. 그 후 그들이 도성 안의 거지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법사를 찾도록 지시했다.

그는 그들이 그 노인에 관해 묻고 다닐 때, 최대한 온화한 얼굴로 절대 흉악한 기세를 드러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도처에 거지의 화상(畵像)을 붙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어쨌든 그들이 찾는 것은 고인이니, 죄인을 잡을 때 쓰는 방식을 쓰기는 꺼려졌던 탓이었다.

그날 밤까지 언상이 얻게 된 소식은 적지 않았다. 누군가는 거지가 어느 거리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가져왔고, 누군가는 어떤 찻집에 있었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심지어 어떤 자는 그 늙은 거지를 찾았다고 보고하였는데, 언상이 가서 보니 그저 보통의 늙은 거지일 뿐이었으므로 쌀가마니를 하나 주고 내쫓았다.

하루 동안의 일을 모두 처리하고서, 언상은 모든 대신과 황족들은 황궁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만수절의 연회가 시작되려 할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원덕제가 아침에 큰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저녁이 되자 그는 다시 위엄 있고 냉정한 구오지존의 모습을 되찾았다. 오늘 낮에 그가 느꼈던 좌절감은 완전히 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연회가 시작하기 전, 언상은 비밀리에 어서방으로 불려갔다. 황제는 과정은 묻지 않고 다짜고짜 결과부터 듣고 싶어 했다. 이에 언상은 한바탕 준비해 놓았던 말들을 뒤로 하고, 그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찾지 못했다고 고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황제도 분노에 차 그에게 벌을 내리지 않았다. 원덕제는 사실 속으로 그 거지를 찾기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언상에게 몇 마디 격려의 말을 한 다음 그와 함께 연회 자리로 향했다. 황제의 이런 행동에 일찍부터 불안에 떨고 있던 태상사는 속으로 몹시 놀라고 있었다.

만수절 연회는 무척 장엄한 모습이었다. 특히나 올해는 황제의 70세 생일이었으므로, 예전보다 그 규모가 더 컸다.

황제는 연회에 자리한 열네 명의 법사들에게 천사의 지위를 내리고 황금 천 냥을 하사했다.

연회에 참석한 법사는 총 열네 명뿐으로, 이유는 혜동 대사가 연회가 시작하기 전 병이 나서 역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언상은 그를 위해 어의를 데리고 갔고, 확실히 그에게 토와 설사를 하는 증상이 있으며 몸이 쇠약한 것을 확인했다.

원덕제는 원래부터 남아 있던 이들에게 그리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았는데, 제 몸조차 돌보지 못하여 병이 난 법사가 그의 눈에 들 리가 없었다. 이에 그는 승려를 책봉 명단에서 지웠고, 황금 천 냥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남아 있는 열네 명의 법사들도 오직 천사의 칭호만을 바랐을 뿐 황제를 위해 능력을 쓸 마음은 없었다.

연회에 초대된 고관들로 꽉 찬 건물 안에는 가무 소리가 드높이 울려 퍼졌다. 그 시각, 법대 주변의 한 역관에서는 안색이 창백한 채 침상에 누워있던 한 승려가 조용히 이불을 걷어내고 있었다.

오늘은 만수절이었기 때문에, 역관 안에 있던 이들도 위로부터 음식과 술을 하사받은 상태였다. 이에 역관의 많은 이들이 술을 마시며 고기를 뜯고 있었고, 승려가 있는 방은 온통 암흑 상태였다.

승려는 조용히 침상에서 내려와, 의관을 정제하고 신발끈을 묶었다. 그 후 벽에 세워져 있던 자신의 선장을 들고서, 머리에는 두립을 썼다.

“선재 대광명불(大光明佛)…… 어서 떠나자!”

그는 살금살금 문가로 다가가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다.

“어이쿠……!”

그가 문을 열자마자 그 앞에는 흉악한 얼굴의 노인이 서 있었다. 그의 흉흉한 기세에 승려는 너무 놀라 뒤로 다급히 몸을 물렸다.

“허허허……. 스님, 어딜 가십니까?”

승려는 얼굴이 빨개지거나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립 아래의 대머리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선재 대광명불…… 소승은 역관을 떠나려던 참입니다. 시주께서는 누구십니까?”

역관 밖에 서 있던 흉흉한 기세의 노인은 바로 응굉이었다. 그는 승려의 이런 모습을 보자 더욱 화가 끓어올랐다.

“스님……. 멀쩡한 만수절 연회는 안 가고, 어찌 꾀병을 지어내 도망치려 하시오?”

“어……. 시주께서는 대정국 조정의 관원이십니까?”

승려는 속으로 안절부절못했다. 대중국 조정에 이런 인물이 있다면, 도대체 황제는 왜 그리 신선을 찾으려 하는 거지?

‘선재 대광명불, 이렇게 황당할 데가!’

“하하……. 나 말인가? 조정 관원이냐고? 하하하……!”

늙은 용은 기가 찬 듯 웃으며, 손을 뻗어 승려를 잡아챘다. 그는 분명 문가에 서 있는 모습 그대로였고, 팔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술법을 쓴 것도 아니었는데, 공간 전체가 압축된 듯 승려는 벽에 등을 붙인 채 멱살을 잡혔다.

그리고 응굉은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를 잡아챈 것처럼, 승려를 끌고 역관을 나선 뒤 단번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으아아……, 시주! 선장!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십시오! 소승은 하늘을 날지 못합니다!”

공중에서 승려는 손발을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하고서, 혹시 여기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온 힘을 다해 늙은 용의 팔을 붙잡았다. 백 장(*약 300m) 높이의 고공에서 떨어진다면, 온몸이 부서지거나 못해도 반신불수가 될 것이다.

조금의 낌새도 없이 닥친 이 어마어마한 재난에 대해, 승려는 자신이 언제 이 정도의 인물에게 미움을 샀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늙은 용은 승려를 데리고 황궁이 있는 상공까지 날아갔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아래쪽에 흥겨운 가무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가리켰다.

“여기가 어디입니까?”

승려는 고공에서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황궁이오. 음, 아래쪽에서 막 천사들을 책봉한 것 같군. 스님도 가서 하나 얻어오는 게 어떻소? 걱정하지 마시오, 내 죽지 않도록 잘 떨어뜨려 줄 테니까. 게다가 스님이 그렇게 등장하면, 황제는 깜짝 놀라 즉시 큰 상을 내릴 거요!”

“아, 아니요! 선장께서는 부디 이 소승을 놀리지 마십시오. 도대체 소승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십니까? 죽더라도 이유는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이 승려가 죽어도 내려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고, 늙은 용은 한숨을 내쉬며 화를 가라앉혔다.

“정말로 천사가 되기 싫었다면, 구천십회에서 왜 능력을 드러내 보인 거요? 배불리 먹고 할 일이 없었나? 내가 계 선생과 내기를 한판 했는데, 원래는 내가 당연히 이길 줄 알았고 나중에는 최소한 비기기라도 할 줄 알았소이다. 그래, 뭐. 그 정도도 괜찮다고 칩시다. 그런데 방금 경기부 저승에서 내 무언가 느끼고 속으로 점을 쳐보았더니, 이유도 없이 내가 지지 않았지 뭐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더니만, 알고 보니 스님께서 꾀병을 부린 게 아니겠소!”

승려는 다급한 와중에도 머리를 굴려 재빨리 대답했다.

“선장, 누군가와 내기를 했다면 결과에도 승복하셔야지요. 지금 하시는 일은 반칙입니다! 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늙은 용은 내기에 지고 분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승려를 잡고 한번 겁을 준 것이었다. 지금 이 승려가 그의 협박에도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면 그는 분명 더욱 화가 났을 테지만, 그가 이토록 두려워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응굉은 화가 많이 가라앉았다.

이에 그는 더는 말하지 않고, 이 승려를 데리고 바람을 몰아 경기부로 날아가 저승으로 숨어들었다.

지난 며칠간 잡힌 삿된 무리는 모두 저승에 갇혀 있었다. 그들은 모두 혼백의 형태였고, 진짜 육체는 일찍이 교룡들에게 먹혀 소화된 상태였다.

이는 승려에게 있어 저승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경험이었다. 강렬한 음기(陰氣)가 몸을 덮쳐오자, 그는 입으로 끊임없이 ‘대명왕불’을 되뇌었다.

저승 성황전 안에는 거대한 원형의 안개가 실내 중앙에 떠 있었다. 안개의 중심에는 저승의 감옥 가장 깊은 곳에서 펼쳐지는 광경이 떠올라 있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성황대전에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들 중에는 옥회산 수사들, 저승의 관리들, 경기부 성황신 그리고 사람 형태인 요괴들도 있었다.

“아버지, 갑자기 왜 나가신 거예요? 어라, 저 승려는 황궁에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응풍은 다짜고짜 응굉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렸다. 하지만 이 일은 그다지 숨길만 한 일도 아니었으므로, 늙은 용은 결과에 승복하는 용이 되어 보기로 했다.

“이 승려는 꾀병을 부려 황궁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황제로부터 천사의 지위에 책봉되지도 못했지.”

“꾀병이요? 그래도 되나요?”

한쪽에 앉아있던 응약리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이렇게 외쳤다.

“그럼 아버지께서 진 건가요?”

이에 얽힌 사정을 모르던 이들을 제외하고, 내기에 대해 알고 있는 몇몇은 모두 계연을 쳐다보았다.

계연은 늙은 용이 잡아 온 승려를 바라보았다. 승려는 자리에 있는 선인과 요괴, 귀신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그는 지금껏 불도를 걸으며 이런 상황은 본 적도 없었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은 그에게 마치 명왕불(明王佛)과 함께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대신 그 명왕불이 하나가 아니라 한 무리였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소승은 수륙법회에 참가하러 왔을 뿐입니다. 이제 법회가 끝나 도성을 떠나려 하는데, 이대로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계연은 승려가 조마조마해 하는 모습을 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대사께서는 응 선생님께서 단지 화가 났다는 이유로 이 저승까지 끌고 왔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아니란 말인가?’

“그…… 선생께서는 기세가 비범하시니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승려는 속으로는 여전히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이쪽을 좀 보세요!”

계연은 손으로 성황전 안에 떠 있는 안개를 가리켰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안개 속으로 요괴와 마귀들의 혼이 형벌을 받는 참혹한 장면이 비추어졌다. 그들의 한껏 찡그린 공포에 찬 표정만 봐도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들은 대정국에 섞여 들어온 삿된 요물들이에요. 이 중에는 혼란을 틈타 이득을 보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내력이 분명치 않은 이들도 섞여 있지요. 비록 형벌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조금 누설하긴 했지만, 저들이 아는 것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거예요.”

늙은 용은 코웃음을 치며 덧붙였다.

“우리 동토 운주에 수상한 조짐이 보이는데, 스님은 연량국 이북의 대량사(大梁寺)에서 오셨다고 하셨지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은 지는 얼마나 되었소?”

승려는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소승은 올해 마흔두 살이니, 17년이 되었습니다.”

비록 이 건물 안에 있는 이들은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는 존재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 준수한 외양의 승려는 마흔두 살로는 절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계연은 자기도 모르게 그를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음, 그럼 한 번 돌아가 볼 때도 되었군. 비록 우리가 이 요괴들의 배후나 그 뿌리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중 적지 않은 요괴들은 모두 연량국 북쪽의 천보국(天寶國)에서 왔소이다.”

“천보 상국에서 말입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하하, 그렇게 많은 요괴가 어찌 생겨났느냐는 말이오?”

늙은 용의 물음에 승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보국은 연량국 북쪽 사람들에게 ‘상국(上國)’이라 불렸다. 그러니 그 이름만 들어도 혼란스러운 곳은 아닐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요괴가 전부 그쪽에서 넘어왔다면, 상국에 분명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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