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261화 (261/892)

261화. 응약리의 분노

경황없는 모습의 상대방을 바라보며, 계연은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만약 이 자리에 우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있었다면, 방금 그 수많은 뱀에게 심장이 뚫렸으리라는 걸 알고 있나요?”

계연은 눈썹을 찡그리며 놀란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비록 담담해 보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벼락과 같은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피를 빨아먹는 삿된 술법으로, 당신은 직접 피를 먹여 부적의 힘을 길러 왔겠지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승사자들이 당신의 혼을 끌어내 감옥에 가두고 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렇게 악독한 부적은 도대체 누가 준 것입니까?”

계연의 꾸짖음에는 듣는 이가 식은땀을 흘리도록 하는 기세가 느껴졌다. 소릉과 단목완은 어린 시절 비 오는 밤에 들었던 천둥소리를 떠올렸다. 그때처럼 두 사람의 심장이 떨리고 온몸이 뻣뻣이 굳었다.

계연의 말이 끝나자 소릉과 단목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단목완은 소릉과 같은 정신력이 없었기 때문에, 경황스러운 와중에 울음기를 띤 목소리로 해명했다.

“그것은 한 신인(神人)께서 주신 것입니다. 어떤 사악한 술법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함께할 수 있기만을 바랐는데, 그분께서 저희에게 도움을 주신 것입니다. 흐윽…….”

“신인? 어떤 신인 말이오? 방금 불렀던 청부 대신 말이오? 정확히 말을 하시오!”

응풍은 울며 말을 잇지 못하는 여인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놀라 울음을 터뜨린 단목완을 진정시키는 소릉의 안색이 흐려졌다가 밝아졌다 여러 번 바뀌었다. 저 세 사람이 요괴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보통 사람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는 속으로 자신을 도와준 그 신인을 떠올리며, 그분의 신분이 상대방의 기세를 꺾기에 충분하기를 바랐다.

“여러분들이 정말로 이 일에 대해 캐내고자 하신다면, 통천강 강신마마를 찾아가십시오!”

“뭐?”

이에 놀란 응약리가 연유를 모르는 얼굴로 물었다.

소릉은 그녀를 향해 좀 더 침착해진 어조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를 도와주신 분이 바로 통천강 응 마마이십니다! 2년 전 저와 완아가 함께하지 못함에 슬퍼하자, 그에 깊은 감동을 받고 현신하시어 저희를 도와주셨습니다. 술법을 부려 완아를 다른 이와 바꾸고, 저희에게 몸을 지킬 수 있는 이 부적도 주셨…….”

“너, 방금, 뭐라고 했느냐?!”

응약리가 놀라며 분노에 찬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그 위엄 어린 목소리에 계연을 포함한 실내의 모든 이가 깜짝 놀랐다.

그녀는 두 사람을 뚫어질 듯이 쳐다보며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내가 한 번 맞혀보지. 혹 그 강신마마께서 네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이 부적은 때때로 피를 먹여주어야 하는데, 신령의 피가 가장 좋고 사람의 피가 그다음이며, 축생(畜生)의 피가 가장 떨어진다고?”

“당신……?”

“내가 어떻게 아냐고? 흥, 사람에게 부적을 키우는 삿된 술법을 알려주면, 장래 10년 또는 수십 년 이후에 그자는 점점 더 그 부적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 부적을 이용하면 타인을 해치기가 무척 쉬워지니까. 그러나 힘을 쓸수록 이 부적의 입맛도 점차 늘어나, 축생의 피는 먹지 않게 될 것이고 그럼 이제 사람의 피를 먹이게 되겠지. 그 피가 부족하게 되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고……!”

계연은 그 부적이 이렇게나 사악한 힘을 담고 있는지 몰랐으므로, 응약리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이를 알게 된 계연도 소릉을 바라보는 눈빛이 차갑게 바뀌었으나, 지금 화를 내기에 마땅한 이는 당연히 응약리였다.

계연과 응씨 남매는 소릉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님을 모두 알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응약리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자가 스스로를 통천강의 강신이라 칭했단 말이지? 하지만 너에게 그런 삿된 물건을 주었음에도 그자의 말을 믿었단 말이냐?”

응약리의 기세는 사람을 짓누를 듯했고, 신령의 위엄이 그녀의 주위를 감돌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강렬한 두려움을 느꼈다. 소릉은 애써 진기를 운용했는데도 입술이 덜덜 떨리는 것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그, 그것이…… 그 신인은 물을 밟으며 걸어온 데다 온갖 신묘한 수단을 보여 주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일개 범인으로서…… 당연히 그런 것을 알지 못했으므로, 어찌 보통 사람이 그런…….”

“그래서 그렇게 믿었단 말이냐? 그것이 네게 그토록 사악한 부적을 주었음에도?”

소릉은 침묵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를 지켜본 응약리는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너도 그때 의심하기는 했지만, 그걸 알고도 받았던 것이구나. 내가 한 번 더 맞혀보지. 이 부적을 네가 키워야 한다는 조건을 걸지 않았느냐?”

응풍은 보기 드물게 분노한 동생을 보며 계연에게 다가가 이렇게 속삭였다.

“계 숙부님, 약리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생의 도행이 저보다 높으니…… 저러다 자제력을 잃으면 저는 계 숙부님만 믿겠습니다…….”

이에 계연은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잠시 보다가 다시 응약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응약리는 자신의 오라버니가 계연에게 속삭인 말을 들은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휙 돌려 응풍을 잠시 노려보더니, 계연을 향해 겸연쩍은 얼굴로 미소 지었다.

그 후 응약리는 조금 기분을 진정시킨 듯, 신령한 빛이 번쩍이는 두 눈으로 소릉과 단목완을 바라보며 물었다.

“감히 그것이 스스로를 통천강 강신이라 했다니, 그럼 내가 누군지 한 번 맞혀보아라!”

응약리가 두 팔을 양쪽으로 펼치자 자신의 외모에 걸어 두었던 변화가 사라지며, 점차 원래의 얼굴과 빛무리가 흐르는 옷차림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응약리는 평범한 여인에서 단정하고 위엄이 넘치는 강신(江神)의 모습이 되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표대(*飄帶: 어깨나 팔에 거는 장식용 띠)가 그녀의 주위에서 파도처럼 일렁였다.

“모르겠다면 내가 알려주지. 내 이름은 응약리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응약리’라는 이름을 들었더라도 소릉과 단목완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방금 통천강 응 마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보인 저 여인의 반응과 지금 드러난 신묘한 외양, 성이 응 씨라는 점과 합쳐보니 그들 두 사람의 뇌리에는 이런 생각이 스쳐 갔다.

‘설마 강신마마이신가?’

게다가 눈앞의 이 여인은 기세가 비범했고 상상 속의 강신마마와 매우 비슷한 데다 신묘함까지 느껴졌다.

“혹, 강신마마이십니까?”

소릉은 이전보다 훨씬 공손해진 태도로 물었다. 전에는 비록 놀라고 두려웠지만 오기가 치솟았던 데에 반해, 지금은 그녀가 내뿜는 위압감에 반항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응약리는 담담한 눈길로 소릉을 바라보았다.

“눈치는 있구나. 그러나 너는 그 부적이 사악함을 알고도 그것을 받아 키워왔다. 게다가 이미 상대방의 정체를 의심했음에도, 강신이 너를 도왔다고 주장했지. 보아하니 아무래도 생각이 바른 자는 아니로구나. 그러니 벌로 네 10년의 원기(元氣)를 거둬가겠다!”

응약리가 손가락을 한 번 구부리자, 소릉의 몸에서 흰빛이 뿜어 나오더니 그녀의 손바닥으로 모여들었다.

그와 동시에 소릉은 온몸의 힘이 빠진 듯 창백해진 얼굴로 다리가 풀려 쓰러졌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온몸이 차가워지면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영혼에 깊이 파고드는 고통이었으므로, 인간으로서 감히 감내해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그는 눈물을 흘리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소랑(*蕭郞: 소릉을 친근하게 부르는 것)!”

단목완은 쓰러진 소릉을 부축하려 했으나, 힘이 부족하여 그를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결국 그와 함께 몸의 중심을 잃은 채 바닥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쿵!

바닥에 엎어진 소릉의 창백한 안색이 새파래지며, 그의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소릉은 이내 벌벌 떨었다.

“소랑! 소랑! 왜 그러세요? 제발 정신 좀 차려 보세요!”

단목완은 놀라고 당황하여 소릉의 몸을 흔들었으나, 그에게서는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소릉을 끌어안고서 약간의 온기라도 나눠주려 했다.

“저 좀 그만 놀라게 하고 말을 좀 해보세요! 소랑!”

이렇게 몇 마디 부르짖던 단목완은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 몸을 돌려 응약리에게 연거푸 절했다.

“강신마마! 저희는 요물을 잘못 믿어 큰 잘못을 저질렀고, 사용하지 말아야 할 물건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모두 저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함께 벌을 받고 싶습니다. 소랑을 용서해 달라는 청은 하지 않을 테니, 그저 그와 함께 벌을 받게 해주십시오! 저 고통을 반이라도 나눠서 지게 해주십시오!”

여인은 2층 나무 바닥에 자신의 머리를 쿵쿵 찧어 댔다. 곧이어 그녀의 이마가 금방 부풀어 올랐다. 소릉은 고통을 느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와중에도,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어 단목완을 말렸다.

응약리는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던 계연과 응풍을 쳐다보았다.

계연은 소릉과 단목완의 모습과 응약리의 반응을 보더니 곧 그녀의 마음을 눈치챘다.

“좋습니다. 강신마마는 부디 화를 삭이시지요. 단 낭자의 말에 일리가 있으니, 원하는 대로 해드립시다.”

마치 그의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응약리는 계연에게 살짝 몸을 굽힌 뒤 다시 엄숙한 얼굴로 소릉과 단목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떤 힘에 가로막힌 단목완은 더는 이마를 바닥에 찧을 수 없게 되었다.

“소릉, 너는 운도 좋구나. 계 숙부님이 너희를 위해 내게 부탁하신 데다, 두 사람의 정도 깊으니…….”

응약리는 단목완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네 소원대로 해주마!”

소릉은 추위와 고통을 느끼며 보랏빛으로 변한 얼굴을 벌벌 떨면서도, 힘을 끌어모아 단목완을 말리려 했다.

응약리는 소릉을 한 번 쳐다보더니, 오른손을 열어 그에게서 거둬간 흰빛을 다시 그를 향해 날려 보냈다. 그와 동시에, 단목완의 몸에서 흰빛이 뿜어져 나와 응약리의 손안으로 날아갔다.

몇 초 후, 모든 빛이 사라지며 응약리는 주먹 쥔 손을 화려하고 넓은 소매 안에 감추었다.

소릉은 약간의 체력을 회복하여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옆에 있던 단목완의 몸이 휘청이자 즉시 그녀를 부축했다.

“완아, 어찌 이리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이오! 당신처럼 연약한 여인이 이런 고통을 어찌 감내한단 말이오…….”

응약리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계연과 응풍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뒤로 물러났다. 이로써 이 일을 마무리 지었으니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계연은 미묘한 얼굴로 여전히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응약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정말로 사정을 봐주지 않고 원기를 빼앗아 갔다. 하지만 두 번째에는 소릉과 단목완에게서 반반씩 원기를 빼앗아 가지 않고, 오히려 팔에서 구할 정도의 원기를 되돌려 주었다. 그러고서 단목완에게서 상징적으로 원기를 약간 빼앗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단목완은 진작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었다. 5년의 원기라고 하여 간단히 5년의 수명이라고 환산할 수는 없었다.

이 세상에는 사람의 생사(生死)가 기록된 책이 따로 없었고, 저승의 관리들도 사람이 죽을 때가 되기 전에 책자의 변화를 보고서야 누군가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붓을 들어 사람의 수명을 멋대로 조작할 수도 없었다. 원기는 사람의 근본을 이루는 기운으로, 년(年) 수로 계산하는 것은 다만 그 양을 짐작하기 위함일 뿐이었다. 원기가 뽑힌 뒤 몸을 요양할 때 어쩌다 사악한 기운이 몸으로 들어간다면, 쉽게 중병을 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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