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279화 (279/892)

279화. 부자들만의 즐거움

계연은 위씨 집안에서 자신을 찾는 데에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위씨 부자가 5년간 산에서 수행하던 일에 관해 이야기하며 즐겁게 차를 마셨다.

어떤 일들에 관해 계연은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이는 두 사람에 대한 온전한 관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옥회산에서는 어떻게 수행의 기초를 닦는 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옥회산에서는 수행에 입문한 이들을 위한 체계가 매우 잘 잡혀 있었고, 이 체계는 계연의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치밀했다. 수행하며 어려움을 겪을 때 사부가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사부는 제자를 위해 영기를 끌어와 제자의 육신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한 별의 힘을 끌어와 규혈(窺穴)을 자극하여, 제자가 의식 세계에서 단로를 불러내고 금교(金橋)를 만들 때 보호해 주기도 했다.

게다가 가까운 선배들은 후배들의 수행 상황을 수시로 시험해보았다. 주로 기초적인 술법과 호신용 기물들을 얼마나 익혔는지를 보는 것이었다.

옥회 성경(聖境)은 세상과 완벽하게 동떨어진 동천(洞天)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축복받은 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천에만 있는 특이한 신비로움은 없었지만, 영기가 충만했고, 그중에는 옥회산의 옥주봉처럼 남달리 뛰어난 곳도 있었다.

옥회산은 사부와 선배들의 세심한 가르침에 더해, 수행 환경의 특수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선문의 수행에 있어 이런 것들은 꼭 필요한 초석과 같았다.

위무외와 위원생의 이야기에 더해, 상의의와 관화의 보충 설명까지 더해지자 계연은 옥회산 제자들이 수행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었다.

이와 비교해보면, 그는 자신이 술법을 전수해줬다고 할 수 있는 몇몇 존재들을 방목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문에서 쓰는 방법과 자신의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결론을 낼 수는 없었다. 이는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계연이 가르침을 준 이들은 모두 늦깎이들이라고 볼 수 있어 옥회산과는 상황이 달랐다.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위무외는 제 아들을 향해 눈짓했다. 이에 위원생은 입안에 가득 찬 간식을 재빨리 씹어 삼킨 뒤, 차 한 잔을 꼴깍꼴깍 비웠다. 그리고 돌연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계연에게 이렇게 말했다.

“계 선생님, 제 사조(*師祖: 사부(師父)의 스승)께서 돌아오셨어요!”

계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위원생을 향해 물었다.

“네 사조가 누구신데?”

“그분의 성함은 배정(裵正)이라 하고, 지난 몇 년간은 천기각에 계셨다가 이번에 돌아오셨어요.”

위원생의 설명을 듣자 계연도 옥회산에 그런 이름의 진인(眞人)이 한 사람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천기각의 심상치 않은 점괘가 새어나간 일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멀리 남황주(南荒洲)에 있는 천기각에 머무르고 있다고 들었었다.

“그분이 이제야 돌아오셨구나?”

계연이 웃으며 이렇게 되물었다. 사실 계연은 속으로 그가 일찍부터 돌아왔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자 상의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사조께서는 저 멀리 남황주까지 아득한 대양(大洋)을 넘어가셨어요. 상공과 해역에서 수많은 위험을 맞닥뜨리셨지만, 서둘러 돌아오려고 홀로 비둔(*飛遁: 하늘에 몸을 숨기다)술을 쓰시면서 어떤 도움도 받지 않으셨대요. 천기각은 한 번 왔다 가기도 힘든 곳이지요.”

“아, 그분께서 고생이 많으셨겠구나.”

계연은 이렇게 대답하며 마음속으로 그 점괘가 어떻게 나왔을까 생각했다. 계연이 채 묻기도 전에 상의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사조께서는 천기각의 어르신 몇 분과 함께 수년간의 별의 움직임을 거꾸로 되짚으셨대요. 최종적으로는 그중 3년간 매일매일 일어난 별들의 변화들을 추정했고, 당시의 천지건곤(*天地乾坤: 세계와 우주)의 수를 헤아리는 데에 1년을 쓰셨고요. 되짚어간 지난 4년간의 점괘를 결정하느라 또 1년을 쓰셨대요. 그렇게 해서 완전한 점괘를 내놓을 수 있었고, 조금 휴식을 취한 뒤 서둘러 돌아오신 거라고 하셨어요.”

계연은 비록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무척 놀란 상태였다. 점괘를 한 번 보는 과정이 이렇게나 길고 복잡하다니. 게다가 듣자 하니 이번에 본 점괘에서 그들은 무언가를 포착한 것 같았다.

“그럼 배 진인께서 가져오신 소식을, 옥회산에서 여러분들을 시켜 제게 알려주시는 건가요?”

계연은 눈썹을 찡그리며 의혹을 담긴 눈길로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위원생이 나서서 대답했다.

“이상한 점이 있었거든요. 사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당초 세 어르신께서 점괘를 보신 후에는 모두 중상을 입으셨었어요.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몇 년의 시간을 쏟아 점을 친 것인데도, 처음에 본 것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셨대요. 천기각 사람의 말에 의하면, 이는 천기(天機)가 혼란스러워 그런 거라고 하더라고요. 하늘의 변화가 아니라면 인위적인 변화가 분명하고, 어찌 되었든 사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대요. 그분들이 점괘를 잘못 보셨을 리도 없고요.”

위원생은 계연을 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조께서 돌아오신 후 계 선생님에 대해 들으시고는, 무척 신비롭고 비범하다고 여기셨대요. 그런데 마침 제가 고향에 방문하게 되었으니, 저희에게 계 선생님께 이 점괘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라고 하셨어요…….”

여기까지 말한 위원생은 다시 계연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 선생님. 사실 사조께서는 그 점괘에 우리 옥회산이 기운이 급부상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있어서, 천기각을 본떠 우리 옥회산에서 대정국 안에서 다시 한번 점을 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사조께서는 그래 봤자 별 수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제게 선생님께 은밀히 여쭤보라고 하신 거예요. 만약 사조의 말씀에 동의하신다면, 옥회산의 어르신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만 해달라고요. 아니면 선생님께서는 저희가 다시 점괘를 쳐봐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계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몇몇 이들을 바라본 후, 위무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일은 배 진인께서 가주님께 은밀히 말씀하신 건가요, 아니면 옥회산의 다른 분들께서도 아시는 일인가요?”

위무외는 숨길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억지로 미소를 지은 뒤 대답했다.

“제가 보기에 비록 저희에게는 배 진인의 은밀한 요청이라고 하셨지만, 실은 옥회산에서 선생님에 대해 넌지시 의중을 내보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그분들은 선생님과 이 일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여기기도 하고, 둘째로는 만약 선생님께서 흥미를 보이신다면 함께 점괘를 칠 수도 있으니까요.”

계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옥회산이 무슨 일을 하든 저는 어떤 관심도 없어요. 어쨌든 저는 대정국에 충분히 오래 머물렀으니, 곧 이곳을 떠나 유람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러니 천기각의 점괘를 다시 보느냐 마느냐는 저와 무관해요. 그러니 옥회산의 여러 진인께 저에게는 천기를 어지럽힐 만한 능력이 없다고 전해 주세요.”

“그것보다는, 위 가주께서 제게 어떤 융숭한 대접을 해주실지가 더 기대되는데요.”

위무외는 보기 드물게 당황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제가 어떤 대접을 해 드려야 할까요? 원하시는 게 따로 있으십니까?”

계연은 웃는 얼굴로 이왕 요리사를 열 명 넘게 부리고 있다면, 부자들이 누리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체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로 원하는 건 없고, 고기랑 생선이나 좀 넉넉하게 먹고 싶네요!”

계연이 그런 요구를 할 거라고 위무외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동시에 몹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이전의 화제는 비록 옥회산에서 그들에게 대신 물어봐 달라 요청한 것이지만, 내심 계 선생님께서 불쾌해하시지 않을까 걱정하던 참이었다.

이렇게 농을 건네는 것을 보니 자신들의 난처함을 느끼고 일부러 신경 써 준 것만 같았다. 이는 계연이 최소한 자신들 부자에게는 어떤 불쾌함도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은 정월 초하룻날이 아닙니까! 어제는 제가 급하게 돌아왔더니 집안에 식재료가 부족하여 그다지 만족스럽게 먹지 못했지요. 마침 오늘은 선생님도 오셨으니 넉넉하게 차리면 되겠습니다!”

그의 말에 상의의와 관화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제 먹었던 그 융숭한 요리들이 그냥 그랬다니?’

그들이 아는 요리 이름보다 어제 식사에 올라온 한 번도 보지 못한 요리들의 가짓수가 더 많았다.

위무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었다. 먹는 방면에 있어서라면, 그는 위씨 집안이 황궁의 어선방(御膳房)과도 그리 차이 나지 않을 거라 자부할 수 있었다.

열 명이 넘는 요리사들은 각자 제자를 두고 있었으므로, 요리를 준비하는 인원은 적게 잡아도 3, 40명이 넘어갔다. 게다가 위씨 집안의 주방은 웬만한 저택의 크기에 버금갈 정도였다.

삶고, 찌고, 튀기고, 볶는 각종 요리법이 동원되었고, 어떤 요리들은 이미 어제부터 푹 고아지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계연이 도착하자, 위무외는 직접 주방에 걸음 하여 지시를 내리며 얼마간 머무르기도 했다.

오후는 이렇게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흘러갔고,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계연의 예민한 후각은 이미 농밀한 음식 냄새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이날 저녁은 곧 위(魏)씨 가문 전체의 연회가 되었다. 하인들조차 입가에 기름을 잔뜩 묻힐 정도였고, 수선자들은 속세의 화려함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백 십여 가지의 아름다운 요리들은 솜씨가 뛰어나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연회는 해시(*亥時: 오후 9시~11시)가 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이는 위씨 가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늦게 끝난 것이었다. 어제 대부분의 사람이 설을 쇠느라 밤늦게까지 자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은 오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계연은 저택 뒤편에 있는 객사(客舍)의 상방(廂房)에 묵게 되었다. 이 객사에는 상방이 총 4칸 있었는데, 좌우로 두 칸씩 나뉘어 있었다. 관화와 상의의는 좌측 상방을 각각 하나씩 썼고, 계연은 그 맞은편을 쓰고 있었다. 그 중간에는 여러 화초를 심은 작은 정원이 있었다.

자시(*子時: 밤 11시~오전 1시)는 양기(陽氣)가 처음 발생하는 시각이었으므로, 상의의와 관화는 방 안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계연은 따로 수행할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잠도 오지 않았다.

낮에 옥회산에서 내려온 이들이 전해 준 말에는 옥회산의 태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었다. 사람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를 악무는 것처럼, 선문에서도 덧없는 기운을 잡아보고자 애쓰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계연에게 부탁하는 것을 보니, 천기각에서 본 점괘에 아무런 수확도 없던 것은 아닌 듯했다.

아니면 천기각은 이 일과 상관이 없고, 배정이 옥회산에 돌아온 이후에 점괘와 대정국에서 최근 몇 년간 일어났던 일들을 합쳐본 뒤 스스로 내린 추측일 수도 있었다.

천지의 모든 수를 엿보았을 수는 없지만, 얼핏 계연이 특이한 변수(變數)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된 듯했다. 다만 그들은 한 가지 기연(機緣)을 보았을 뿐 그보다 더한 것은 엿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