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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300화 (300/892)

300화. 수상한 도시 (2)

모닥불이 있는 다른 한쪽에서는 계연의 삼매진화가 우패천에게 걸려 있는 사술의 근원까지 마침 다다른 참이었다. 진화는 마치 아주 가는 회오리처럼 사악한 기운을 바깥에서부터 칭칭 감쌌다.

그러더니 짙은 갈색의 털과 거기에 서린 사악한 기운이 단번에 불타 사라졌다.

“후읍…….”

우패천은 고통을 참는 것인지 놀란 것인지 이 사이로 숨을 확 들이마셨다.

“됐어요, 없어졌어요. 이 술법을 풀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이런 거친 방법을 사용해서 불태울 수밖에 없었어요.”

“휴……. 후우……. 방금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드디어 끝났군요.”

우패천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는 손을 뻗어 목덜미 부근을 만져보았다. 손톱만큼 그을린 상처를 제외하고는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온몸이 훨씬 가벼워진 데다 목덜미 부근에서 어떤 괴이쩍은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하하! 하하하……. 정말 없습니다, 잘됐군요! 하하하……. 이제 완전히 회복되기만 하면, 다시 그 사악한 요괴를 만나더라도 두려울 일이 없습니다!”

“그 도락(*道樂: 술·여자·도박 같은 유흥에 취하여 빠지는 일) 좋아하는 습관을 고치지 못하면 또 당할 수도 있어요.”

“아이고, 설마요! 한번 당했으니 이제 저도 교훈을 얻은 셈입니다. 다음부터는 정말로 조심할 겁니다! 참, 연 동생은 어디 갔습니까?”

우패천은 이렇게 큰소리치며 연비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볼일이라도 보러 갔나 봐요. 조금 있으면 올 거예요.”

과연 계연이 한 말대로 잠시 후 연비가 모닥불 근처로 돌아왔다. 그때 계연은 마저 책을 읽고 있었고 우패천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연비의 발소리를 듣고 계연은 고개도 들지 않았지만, 우패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금 있었던 일을 그에게 말해주려 했다.

“연 동생 돌아왔군! 하하, 자네 이 형님이 어떤지 한 번 보게! 이제 이 사술이 없어졌으니 나도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게 되었어. 이제 그 요괴는 날 이길 수 없을 거야. 자, 여기 보게. 털이 없어지지 않았는가!”

우패천은 몸을 돌려 연비에게 자신의 목덜미를 보여주었고, 연비는 몇 마디 축하의 말을 건넨 다음 자신이 방금 보고 온 것을 털어놓았다.

계연은 연비의 말을 듣다가 결국 책을 내려놓았다. 연비의 말을 듣고서 우패천도 곧 조용해졌다.

“연 대협의 말은 이 근처에 도시가 있을 수도 있단 말인가요?”

“맞습니다, 제 두 눈으로 직접 마차가 그곳을 향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도시처럼 불빛이 일렬로 늘어선 것도 보았습니다. 계 선생님, 저와 함께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우패천이 계연을 향해 말했다.

“계 선생님, 아무래도 무언가 이상합니다. 이 근처에는 도시가 없는 게 맞아요. 도시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내뿜는 화기(火氣)를 못 봤을 리가 없습니다.”

이에 계연은 서책을 덮고서 연비가 말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도시에 있어야 할 불의 기운이 운집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가서 보면 알겠지요. 두 분은 저를 따라오세요.”

이미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그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의 걸음만 보면 천천히 걷는 듯 보였으나 주변 풍경은 쏜살같이 스쳐 지나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계연의 모습이 사라졌다.

“연 동생, 우리도 가지!”

우패천이 연비의 한쪽 팔을 잡자, 우패천의 발밑에서 은은한 황색 빛무리가 어렸다. 우패천은 곧 엄청난 속도로 계연을 뒤쫓아갔다.

채 일각(*15분)도 안 되어 산비탈에 도착한 세 사람은 멀리 서쪽을 바라보았다.

“정말 도시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 사는 걸까요? 이런 곳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요.”

연비가 미심쩍은 듯이 이렇게 묻자, 우패천이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대답했다.

“하! 연 동생의 말에 틀린 점이 있소. 도시는 진짜지만, 저기에 사는 건 사람이 아니오!”

그의 말에 깜짝 놀란 연비의 머릿속에 곧이어 귀성(鬼城)이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계연조차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세 사람이 서 있는 각도에서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보였는데, 성문 근처부터 시작하여 그 안쪽까지 모두 등불이 밝혀져 있어서 낮처럼 밝았다. 성 곳곳에는 등롱이 걸려 있었다.

이런 풍경은 일반적인 도시라면 등회(燈會) 같은 커다란 축제가 열릴 때나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등불을 내걸다니. 연비가 먼 곳에서 볼 때는 다른 이들이 피워올린 모닥불이라고 오해할 만했다.

“계 선생님, 어찌하실 겁니까?”

우패천이 계연을 쳐다보며 이렇게 물었다. 세 사람 중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느새 계연의 몫이 되어있었다. 이는 이들이 그동안 함께 여행하며 암묵적으로 합의한 사항이었다.

계연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먼 곳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도시의 상공에는 옅은 구름이 모여 있었는데, 그것이 하늘에서 비치는 달빛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저곳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무척 맑은 날씨였다.

“음기(陰氣)가 구름처럼 모여 있어요. 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그리 뚜렷한 기운이 드러나지 않아요. 보아하니 저절로 만들어진 음기가 아니라, 누군가 음기를 저렇게 바꾼 거예요. 저 성안에는 고명한 수단을 지닌 귀신이 있군요.”

이렇게 말한 계연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등불을 내건 것을 보니 무언가 특별한 날인 것 같아요. 일단 기다려 봅시다. 굳이 저곳에 갈 이유는 없으니까요.”

연비가 곧장 이렇게 대답했다. 강호의 무인이라지만 어쨌든 그도 사람이었기 때문에, 온갖 귀신들이 모이는 저런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우패천은 무척 호기심을 느끼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계연이 결국 가지 않기로 결정 내리자 무척 조급해했다.

“계 선생님, 저는 진짜 저승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만, 보아하니 무척 떠들썩해 보입니다. 가서 구경이라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연 동생도 가서 구경하고 싶지 않은가?”

그러자 연비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우패천이 보내오는 눈짓을 무시했다.

“우 형님, 저 같은 일개 범인이 귀성 안에 뭐 하러 들어가겠습니까? 구경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계연은 고개를 저으며 그들이 서 있는 언덕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해가 뜨기를 기다려 봅시다. 그때가 되면 저 성에 관해 뭐라도 알게 되겠지요. 지금은 저렇게 온 성이 떠들썩하니, 준비도 없이 들어갔다가 저들을 자극하게 될 수도 있어요.”

계연이 이렇게 말하자 우패천도 더는 고집을 피울 수 없어 실망한 기색으로 탄식했다.

계연은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우패천과 연비는 먼 곳의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이 온 후로 지금까지 성을 드나드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보아하니 연비는 무언가 특별한 상황에서 조금 전에 마차를 목격했던 것 같았다.

“어어, 연 동생! 저기 사람, 아니, 귀신들이 지나간다!”

우패천이 별안간 이렇게 속삭였다. 이는 그가 요괴가 된 후로 귀신을 보고 처음으로 흥분한 순간이었다.

“예? 어디요?”

연비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우패천은 그가 귀신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가까이 다가왔다.

“자자, 형님이 도와줄 테니 잘 보게!”

말을 마친 우패천은 자신의 검지를 연비의 이마에 대고 살짝 눌렀다.

‘퉁’하는 소리와 함께 연비의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졌다. 연비의 눈앞이 순간적으로 깜깜해졌다가 다시 흰빛이 스쳐 지나갔다.

조금 진정한 그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자,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병졸로 보이는 이들이 말을 타고 오는 것이 보였다. 한편 그들의 뒤로는 밧줄로 몸이 꽁꽁 묶인 인영(人影)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어떤 이는 공중에 둥둥 떠 있었고 어떤 이는 두 발로 걷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은 목이 기괴할 정도로 길거나 팔이나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헉……. 저, 저것들은……?”

“하! 저것들 전부 떠도는 넋이나 유령들이야.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서 목숨을 잃거나 수습해 줄 가족도 뭣도 없는 자들이지. 게다가 이 나라는 신의 도리가 무너졌으니, 죽은 자들이 떠돌게 되는 게 더욱 쉽겠지. 조월국 전체가 아마 이런 상황일 거야.”

연비는 이런 내막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럼 저 귀신들은 사람을 해치지 않습니까?”

계연은 이때 눈을 뜨고서 멀리 도시를 바라보았다.

“옛말에 사람이 귀신을 무서워하는 게 3할이고, 귀신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게 7할이라고 했습니다. 또 양심에 꺼리는 짓을 하지 않으면 귀신이 찾아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지요. 두 가지 말 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요. 이 옛말에서 가리키는 것이 바로 저런 연고 없는 유령들입니다. 죽을 당시 원한이 깊지 않으면 대부분 혼백이 사라지게 되지요. 그리고 몸이 아주 약한 사람이 아니라면 저런 귀신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도시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계연은 이제 저 성에 사는 이들이 전부 귀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소한 조월국 남쪽 국경 근처에는 저런 유령들이 널리고 널렸을 것이다.

‘다만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군!’

저 한 무리의 귀신들이 성으로 들어간 것을 빼면, 동이 틀 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연비가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귀성의 모습이 점차 모호해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연비는 단번에 졸음이 싹 가셨다.

“계 선생님, 우 형님, 저 성이 방금 사라진 겁니까?”

“아직 있어요. 저 구름이 아직 흩어지지 않았잖아요. 다만 해가 떠오르면 양기가 성을 감싸게 되니, 귀신들이 술법으로 저 성을 음양(陰陽) 사이의 공간으로 숨긴 거예요.”

계연은 이렇게 설명한 뒤, 몸을 일으켜 먼저 성을 향해 다가갔다. 이에 우패천과 연비도 다급히 그를 뒤쫓아갔다.

세 사람은 곧이어 도시가 있었던 위치에 도착했는데,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다른 곳에 비해 더욱 황폐해 보였다. 하지만 그 점을 빼고는 연비가 느끼기에는 어떤 특이점도 없었다.

“계 선생님, 저쪽을 보십시오!”

우패천은 먼 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 다음 먼저 그곳으로 뛰어갔다. 계연과 연비가 그의 뒤를 따라가자, 1리(*약 39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커다란 돌 뒤편에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마차는 무척 크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최소한 두 필 이상의 말이 끌어야 적합한 크기였으며, 마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말조차 매여있지 않았다.

우패천은 손을 뻗어 마차 위쪽을 만져본 다음, 창에 달린 발을 걷어 올려 안을 살핀 후 계연에게 이렇게 말했다.

“계 선생님, 아무런 수상한 흔적도 없습니다. 버려진 것 같진 않은데요…….”

이렇게 말한 우패천은 연비의 기색이 이상한 것을 깨닫고 눈썹을 찡그리며 이렇게 물었다.

“연 동생, 왜 그러는가?”

연비는 우패천과 계연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다시 마차를 자세히 관찰한 다음 이렇게 대답했다.

“이 마차……. 아무래도 제가 어젯밤에 본 그 마차 같습니다!”

“확실한가?”

우패천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돌연 무언가 깨달은 듯했다.

“어쩐지…… 아우가 그 성으로 들어가는 마차를 봤다고 했었지. 이 마차는 귀신이 타거나 끌던 게 아니고, 보통 사람이 타고 있었던 거야!”

“그럼 마차 안에 타고 있던 이들은요?”

그러자 연비는 우패천과 계연을 향해 다급히 물었다.

계연은 텅 빈 마차 내부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리더니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저 귀성 안에 남아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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