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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303화 (303/892)

303화. 도대체 어떤 분이시란 말인가!

계연이 두 사람을 데리고 함께 등원루 밖에 도착했을 때, 계연은 아직도 주변에 남아있는 원한과 악귀의 기운을 볼 수 있었다. 점원은 마침 엎어진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고, 바닥에는 음식물과 깨진 접시가 보였다. 그리고 작은 물웅덩이 두 군데에서는 양기가 섞인 지린내가 났다.

“계 선생님, 보아하니 저희가 한발 늦은 것 같습니다.”

우패천이 가까이 다가가 이렇게 속삭이자, 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루를 향해 걸어갔다.

“오호, 여기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설마 싸움이라도 난 겁니까?”

주인장은 이미 보통의 모습을 회복한 상태였지만,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문밖에서 누가 이렇게 묻자,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흑령사 대인의 위세가 드높아서 그럽니다. 오늘 주루에 살아있는 사람 네 명이 왔었는데, 제가 먼저 발견했는데도 그자가 홀랑 채가지 뭡니까! 그 네 사람이 먹은 밥값도 안 내고 갔다고요!”

주인장은 다시 한숨을 내쉰 다음,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힌 후 웃는 얼굴로 계연 일행을 응대했다.

“식사하러 오신 거라면 어서 들어오세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여기에 산 사람이 들어오다니, 정말 희귀한 일이네요. 그 흑령사가 사람들을 채간 건 자기가 그 양기와 원기를 흡수하기 위해서인가요?”

계연이 의아해하는 듯한 어조로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잇, 정말 드문 일이지요. 그자가 사람들을 데려간 건 자기가 먹으려고 그런 게 아닙니다. 실은 오늘 밤 성주 나리께서 수행에 성과가 있어 큰 연회를 열기로 하셨거든요. 흑령사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성주께 바치려고 데려간 겁니다. 노리는 자들이 많으니, 지금은 어디엔가 꼭꼭 숨겨 두었겠지요. 성주 나리에 대한 제 존경심만 아니라면, 지금쯤 그 흑령사와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겁니다!”

가늘게 뜬 주인장의 두 눈에 음산한 빛이 번뜩였다. 그는 이렇게 투덜댄 다음 그제야 무언가가 떠오른 듯 이렇게 말했다.

“아, 참. 손님께서는 식사하러 오신…… 어……?”

방금까지 그의 눈앞에 있던 손님 몇 명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손님은? 언제 나갔는지 보았느냐?”

점원 몇 명이 모두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어요.”

계연을 비롯한 일행들은 당연히 그 흑령사라는 자를 찾으러 나선 참이었다. 하지만 그 흑령사는 다른 귀신들이 그 사람들을 노릴까 봐 아주 은밀히 숨겨 놓은 것이 분명했다.

계연의 점치는 실력으로는 구체적인 위치조차 알아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성의 어느 곳에 양기가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일이 복잡하게 됐군!’

이런 상황이라면 두 가지 선택지만이 남아있었다. 첫째는 이 귀성 전체를 전부 뒤엎은 다음 흑령사와 그 재수 옴 붙은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귀성 성주가 연회를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연회장에 들어가 사람들을 되찾아 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방법은 다짜고짜 귀신들의 따귀를 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칫 했다간 귀성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도 그와 다를 바 없기에, 자칫 했다간 귀성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될 터였다.

연비는 그저 범인이라 일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만 눈치챘을 뿐, 이 상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패천은 지금 상황이 무척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계 선생님, 어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참에 그냥 뒤엎을까요?”

그는 이제 계연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는 만약 계 선생님이 원하기만 한다면, 선생님의 법력으로 다시 천지를 뒤엎어, 햇빛과 양기로 귀성 전체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귀성을 없애 버리면, 누가 감히 계 선생님과 대적할 수 있겠는가?

“뒤집어엎다니, 귀성 전체를 말인가요? 무슨 말을 그리 쉽게 하나요?”

계연이 이렇게 반문하자 우패천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저도 실력이 있다 자부하는 편입니다만, 이 귀성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곳 어디에도 선생님의 능력으로 당해내지 못할 귀신은 없을 겁니다!”

“정말…….”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한다’고 계연이 말하려던 순간, 멀리 성문 근처에서 하늘을 찌르는 요기가 솟구쳤다.

“누가 성문을 공격하는 걸까요?”

우패천이 즉시 흥분에 차 이렇게 말하자, 계연이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요기가 왕성하긴 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걸 보니, 그저 신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인 것 같군요. 그 주인장 말에 따르면 오늘 밤 무슨 연회 자리가 있다 하니까, 아마 거기에 참석하러 온 손님인가 봐요.”

세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에 방문한 요괴가 어떤 자인지 보러 성문 근처로 향했다.

성을 방문한 손님의 요기가 저렇게나 대단한 걸 보니, 이 귀성의 성주 또한 절대 만만치 않은 인물일 것 같았다. 그래서 계연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온통 비늘에 덮여 물기를 머금은 마차 하나가 천천히 성안의 대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마차를 끌고 있는 것은 말이 아니라 네 발 달린 물요괴였다. 그것이 콧김으로 뿜어내는 거품이 뒤로 길게 이어져, 차량을 따르는 행렬 전체가 물안개에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

커다란 차량의 앞뒤로는 시종의 차림새를 한 이들이 따르고 있었는데, 각각 무기를 들거나 큼직한 상자를 들고 있기도 했다. 그들 모두 요기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있어 행렬의 모습이 더욱 기세등등해 보였다.

아직은 낮이라 성안을 돌아다니는 귀신들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활동하는 이들은 행렬 가까이 다가가 구경하고 싶어 했지만, 주위의 요기가 너무 왕성하여 행렬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마차 안에 앉은 이들은 용모가 빼어난 남녀 한 쌍이었다. 이들은 성으로 들어온 후에 주렴을 살짝 걷어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이 무애(無涯)귀성은 정말 대단하군. 성주(城主)가 수행의 난관을 돌파했다던데, 그럼 그의 도행이 어느 정도로 늘었을까?”

“도행이 어떻든 결국 귀신일 뿐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오. 수행에 있어 귀신들에게 결여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남자는 돌연 말을 뚝 멈췄다.

“그래서요?”

말을 멈춘 남자가 이상했는지, 곁에 앉은 여인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상대방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전방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차량이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그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못 박힌 듯 따라 움직였다.

“차를 멈춰 세워라!”

남자가 돌연 고함을 지르자 여인이 화들짝 놀랐다.

“어서 나를 따라 내리시오, 어서! 성주 놈이 저분을 초대할 줄이야!”

남자가 급한 어조로 여인의 손을 잡은 후 함께 차에서 내려섰다.

행렬을 구경하던 한쪽에서는 우패천이 눈썹을 찡그리며 계연에게 물었다.

“계 선생님, 저들이 왜 갑자기 행렬을 멈춰 세웠을까요?”

그가 이렇게 어리둥절하던 순간, 차 안에서 비단옷을 입은 남녀 한 쌍이 내렸다. 그들은 황급히 이쪽을 향해 다가와, 계연 일행의 1장(*丈: 약 3m) 정도 거리 앞에 멈춰선 다음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굽히며 장읍례를 올렸다.

“천수호(天水湖) 고천명, 처(妻)인 하추(夏秋)와 함께 계 선생님을 뵙습니다!”

계연이 그를 떠올리려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 그들을 향해 공수하며 인사했다.

“아, 천수호의 고 대인이셨군요, 예전에 대정 통천강에서 열린 진룡의 생신 잔치에 참석하셨었죠?”

“예예! 맞습니다! 계 선생님께서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감히 선생님께 존칭으로 불리기가 쑥스러우니, 그저 이름으로 불러 주십시오. 이쪽은 제 내자(*內子: 남 앞에서 자기 아내를 일컫는 말)입니다. 저와 같은 물요괴로, 아직 교룡이 되지는 못한 몸입니다!”

고천명의 말을 들은 우패천은 돌연 머리털이 주뼛 서는 것 같았고, 한쪽에 서 있던 연비도 충격을 받아 깜짝 놀랐다.

‘호오……. 도대체 계 선생님은 어떤 분이시란 말인가!’

고천명 부부를 본 계연은 곧장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는 인사를 마친 후 웃는 얼굴로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시군요. 두 분 모두 예를 거두세요. 여기서 두 분을 만나다니 참 잘됐습니다.”

계연은 곧장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이들을 향해 손짓하며 소개했다.

“이쪽은 연비라는 성함의 연 대협이시고, 이쪽은 요족(妖族)으로 성함은 우패천이라 합니다.”

그러자 고천명과 고 부인이 함께 두 사람을 향해 공수했다.

“두 분 안녕하십니까!”

그들이 공수하자 우패천과 연비도 황망히 예를 올렸다. 이렇게 그들은 서로 인사와 통성명을 마쳤다.

무애귀성에서 계연을 만나게 된 고천명은 내심 무척 기뻐했다. 용군의 생신 연회에서 그는 계연과 말 한마디 나눌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곳에서 몇 마디 인사를 나누게 되니 그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계 선생님께서도 신무애(辛無涯)를 아시는군요, 연회에 초청받아 오신 거지요?”

“신무애? 그게 귀성 성주의 이름인가요?”

계연은 의아한 얼굴로 이렇게 되물었다.

이를 들은 고천명은 계 선생님이 성주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 성주의 초청을 받아 오신 게 아닙니까? 그럼 축하를 전하고자 일부러 방문하신 것입니까?”

고천명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 동시에, 속으로는 신무애가 그 정도였나 하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신무애가 이 정도의 인물이었나? 계 선생님이 직접 그를 찾아올 정도로?’

“흥, 축하는 무슨! 저희는 어떤 바보 같은 자들이 귀성으로 들어온 것을 발견하여, 계 선생님과 함께 구해주려고 온 것입니다. 여기는 온통 오래 묵은 귀신들뿐인데, 살아있는 사람을 마주쳤으니 다들 눈이 시뻘게지지 않았겠습니까?”

우패천은 코웃음을 치며 계연을 대신해 이렇게 설명했다. 동시에 자신과 계 선생님이 아주 친하다는 듯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신무애 그놈이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 일단 계 선생님이 여기 있는 것을 알게만 된다면, 분명 고분고분 사람들을 내놓을 겁니다!”

고천명은 태세 전환이 빨랐다. 조금 전까지는 성주라고 부르더니 상대방이 계 선생님과 대립하는 듯이 보이자 곧바로 ‘그놈’이라고 호칭을 바꿔 불렀다.

고천명과 그의 부인 하추는 쌓은 도행이 얕지 않았고, 이런 축하연에 초대받아 온 것을 보니 귀성의 성주와 교분이 있는 듯했다. 게다가 두 사람이 함께 이곳에 왔다는 것은 그들도 귀성의 지위를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계연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 되자마자,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계연의 편에 섰다.

우패천과 연비는 그것을 보고 계 선생님의 실력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이 분명하다고 짐작했다.

고천명의 말에 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일은 귀성의 성주도 아직 모를 거예요. 그 사람들은 흑령사라고 불리는 귀신에게 잡혀갔는데, 연회 자리에서 성주에게 바쳐질 것이라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어떻게 그들을 구해야 할지 생각 중이었는데, 고 대인과 부인께서 계시니 일단 성주와 대화해 볼 여지는 생겼군요.”

고천명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성안 깊은 곳을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생님! 이 일은 모두 제게 맡겨 주세요. 제가 이 성주 귀신과 아는 사이이니, 분명 사람들을 넘겨줄 겁니다!”

이렇게 말한 고천명은 웃으며 살짝 허리를 굽힌 다음 자신의 마차로 그를 이끌었다.

“계 선생님, 앉아서 가시지요. 함께 성주 놈을 찾으러 갑시다!”

보아하니 고천명은 귀성의 성주와 꽤 좋은 관계를 쌓은 듯했다. 최후의 수단을 쓰지 않고도 사람을 구해낼 수 있으면 가장 좋았으므로, 계연도 이제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물기를 머금은 듯한 저 푹 젖은 차 안에 앉기는 싫었다. 계연은 물요괴들의 심미관(審美觀)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괜찮아요, 저는 걷는 게 편합니다. 두 분은 어서 타세요.”

“그렇다면 저도 계 선생님과 함께 걷겠습니다!”

고천명은 이렇게 대답한 다음 마차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그들이 타고 온 차량과 행렬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천명 부부와 계연 일행은 행렬의 옆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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