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309화 (309/892)

309화. 번개와 칙령의 힘이 담긴 주문

계연은 잠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법안을 완전히 열어 신무애를 관찰했다. 곧이어 계연은 오랜 세월 수행해 온 귀신의 기운을 낱낱이 읽어낼 수 있었다. 반면 신무애는 다시 한번 계연의 초점 없는 흐릿한 눈과 마주치자, 그가 자신의 모든 비밀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무애, 사실은 저도 당신이 찾아오기를 기다렸어요.”

계연의 차분한 어조에는 일종의 숙연함이 담겨있었다. 게다가 그는 아까처럼 그를 성주(城主)라고 부르지 않고 직접 이름을 불렀다.

“조월국의 신을 모시는 풍조가 쇠퇴하면서, 대부분의 지방이 이매망량(*魑魅魍魎: 온갖 요물을 이르는 말)들의 낙원이 되었지요. 당신은 무애귀성을 세워 수많은 떠도는 넋과 흉악한 귀신들을 받아들인 후, 성에서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비록 그것이 당신 자신의 수행을 위한 일이긴 했지만, 그 규칙은 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렇게 말한 계연은 고개를 돌려 이제 밝은 불빛으로만 보일 뿐, 성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 무애귀성을 바라보았다.

“게다가 저 네 사람을 풀어준 것을 보니 당신은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자이고, 성에서 어떤 소동도 일어나지 않은 걸 보니 저들을 제압할 구속력도 갖고 있어요. 게다가 귀신의 몸으로 이 정도의 도행을 쌓는 건 무척 드문 일이에요.”

“예? 하하하……. 그 말은 계 선생님께서 제 도행을 아까워하는 마음이라도 생겼단 말씀입니까? 정말 도량이 넓으십니다!”

신무애는 계연에게 이렇게 조롱을 던진 후, 고천명의 얼굴에 깜짝 놀란 기색이 스치는 것을 목격했다. 신무애가 보아하니 계 선생이란 자가 이런 말을 한 데에 무척 놀란 듯했다.

“맞아요, 정말로 아까운 마음이 들어요. 속세의 왕조가 흥성하고 쇠퇴하는 것은 저도 멈출 수 없는 대세예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창생 만물이 겪을 혼란과 재난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요. 난세(亂世)에는 엄격한 법률을 적용하고, 깊은 병에는 독한 약을 사용하는 것처럼, 무애귀성의 존재가 바로 그와 같은 작용을 하는 거예요. 마치 생각 없이 꽂은 나뭇가지가 무성히 자라난 것처럼, 저승의 통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애귀성은 조월국 일대의 귀신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게 된 거죠.”

계연은 무척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가 실은 신무애가 꽤 마음에 들었고, 당신의 무애귀성이 쓸모가 있으니 건드리지 않았다는 말만 빼고서 말이다.

“하하…….”

계연은 이렇게 웃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의 마음에 불평이나 의혹이 있다 해도, 나를 만나러 여기에 온 것은 어찌 보면 인연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말한 계연은 오른손 손바닥을 펴서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 후 멀리 무애귀성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의 이런 동작 때문에 신무애를 비롯해 물요괴들 모두가 무애귀성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단 몇 초 만에 귀성 위를 뒤덮은 구름에 신비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아래쪽 먹구름은 지붕처럼 그대로 덮여있지만, 상층부의 구름에선 여러 줄기의 금빛 번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직! 지지직!

쿠르릉! 콰광……!

하늘이 폭발하는 듯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쪽에 있던 수많은 요괴가 놀라 귀를 틀어막았다.

번개가 내뿜는 빛이 너무나 밝아, 귀성 상공의 음기 섞인 구름 전체가 금빛으로 물들었다. 이에 귀성을 포함한 넓은 구역이 모두 금색 덮개로 뒤덮인 것처럼 보였다.

쿠궁……!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금빛은 더욱 찬란해졌고, 번개의 범위는 오히려 점점 더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구름층 위에 금색 빛 한 덩이만이 남았는데, 그것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몇 초 후, 번개의 빛을 품은 금색 부적이 계연의 손바닥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종이나 옥에 쓰인 것이 아니라, 공중에 금빛으로 ‘구사박매(*驅邪縛魅: 삿된 것을 물리치고 결박하다)’라는 네 글자가 둥둥 떠 있는 형태였다.

바로 묵영이 죽기 전 내뿜은 물과 뇌원(雷元)의 힘을 대표하는 주문이었다. 게다가 이 부적 안에는 계연의 신묘한 칙령이 서려 있어서, 천둥 번개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계연의 손 위에 떠 있는 금빛 부적에서는 계속해서 천둥 번개가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와, 주위에 금방이라도 벼락이 떨어질 듯했다.

번개 부적의 빛이 주위의 도로를 밝게 비추었고, 이를 지켜보던 이들의 창백해진 안색도 드러났다. 물의 정괴 대부분은 차량 뒤편에 몸을 웅크리고 부적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금빛 부적은 계연이 손바닥 위에 잠시 머무르다가 자연스럽게 그의 소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모든 소리와 빛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신무애, 내가 왜 당신과 무애귀성을 놓아주었냐고 물었었죠? 사실 그 물음 자체가 틀린 거였어요. 물론, 지금은 정말로 놓아준 거지만요.”

귀신들은 땀을 흘리지 않지만, 이때 신무애는 마치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말은 즉,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

신무애는 방금 그 금빛으로 빛나던 네 글자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순간 폭발적으로 빛나던 금빛을 떠올려보면, 분명 대단한 위력을 지녔을 것이다. 이 계 선생이라는 사람은 시종일관 가볍고 담담한 어조였지만, 실은 그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엄청난 위협이었던 것이다.

우패천은 얼굴에 솟아난 식은땀을 닦으며, 고천명에게 다가가 모기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형……. 계 선생님은 보기와 달리 성격이 좀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 그런 것 같군요…….”

고천명은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 중 계연을 제외하면 저 금문(金文) 부적의 위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계 선생님은 여차하면 정말로 무애귀성을 없애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계연은 목적을 이루자 다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

“긴장할 필요 없어요. 이 번개 부적은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아서, 정말로 사용했다면 나도 오랫동안 아까워했을 거예요. 게다가 귀성 안에는 심성이 괜찮은 귀신들도 적지 않은데, 이 벼락이 떨어졌으면 아무리 세심히 다룬다 해도 다치는 이들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으니, 저도 이제 안심이 되네요.”

‘다쳐? 죽는다고 하는 게 맞겠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무애는 더는 무례하게 굴지 못하고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 조금 전 성황신보다 오히려 더 공손하면 공손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 선생님!”

한쪽에 있던 고천명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계 선생님!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방금 그것이 무슨 어뢰술입니까? 저는 교룡인데도 방금 선생님의 술법에 피부가 바늘로 찔리는 듯 저릿저릿하고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계연도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이건 칙령뇌주(*勅令雷咒: 번개와 칙령의 힘이 담긴 주문)예요. 이 주문에는 번개의 원기(元氣)가 담겨있어요.”

여기까지 말한 계연은 웃으며 고천명을 바라보았다.

“고 대인 정도의 교룡이 가진 정기(精氣)와 원기가 담겨있다고 보면 돼요. 그것으로 어뢰술을 이용해 벼락을 내려치면, 위력이 어마어마하죠!”

“허억…….”

고천명은 그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고 몸을 떨었다. 신무애도 그 광경을 상상하며 두려움을 느꼈다.

‘수백 년 된 교룡의 정기와 원기로 만든 벼락을 단번에 내리꽂는다고?’

이것은 간단히 계산하더라도 또 다른 교룡이 나선들 막아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신 성주!”

“예!”

계연이 돌연 이렇게 부르자, 신무애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내가 당신이 귀성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했던 말에 담긴 뜻을 알고 있나요?”

“예, 예! 알고 있습니다!”

“좋아요. 그럼 맡기겠습니다. 저희도 이제 출발하죠.”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한쪽에 서 있던 작류성 성황신을 잠시 바라본 다음 먼저 걸음을 뗐고, 우패천도 다급히 연비를 이끌어 그를 따라갔다.

고천명은 신무애를 향해 간단히 양손을 맞잡고 인사한 후, 하추를 데리고 함께 계연을 따라갔다. 물의 정괴(精怪)들은 아직도 두려움이 남았는지 전전긍긍하다가 얼른 차량을 이끌고 그들을 쫓아갔다. 너무 놀라 정신적 충격을 받은 네 사람은 물요괴들이 이끄는 차량 안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천둥 번개가 울리는 소리에도 아무도 깨지 않았다.

신무애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다가, 뒤늦게서야 자신이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던 계연은 손안에 새로 나타난 바둑돌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소리 없이 도음(道音)을 전했다.

“신 성주. 연회 자리에서 산 사람을 잡아 와 잔치를 열자 했던 귀신들은, 필요한 자가 아니라면 모두 없애세요.”

신무애는 그들이 떠난 방향을 향해 허리를 구부리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예!”

가장 큰 소리로 떠들었던 악귀 열 몇 명이 곧바로 신무애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그자들을 사형 명단에 올리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흑령사도 그 명단에 올렸다.

곧이어 물요괴들의 행렬이 멀리 떠나가자, 작류성 성황신이 먼저 신무애를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신 성주, 저는 이만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성황신이 이렇게 입을 열자, 신무애는 그제야 그의 존재를 알아챘다. 신무애가 성황신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하며 의혹에 찬 얼굴로 질문했다.

“왕(王) 성황신께서도 계 선생님을 기다리던 것이 아닙니까? 선생께서는 이미 떠나셨는데요.”

성황신이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계 선생님을 만나려던 것도 몇 가지 일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는데, 이제는 궁금한 것이 없습니다. 신령은 담당 지역을 너무 오래 떠나있으면 좋지 않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황신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는 저 신비한 수선자의 신통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신무애 다음으로 저 무애귀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들이 있다면, 바로 그와 같은 신령들일 것이다. 하지만 원래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으니, 더 남아 불필요한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말을 마친 성황신은 한 줄기 빛으로 변해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으니, 신무애는 그가 데려온 두 귀장(鬼將)과 귀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조금 전에 목격한 상황에 무척 놀란 상태였다. 그 번개 부적이 그들 가까이에 있던 순간, 귀졸들은 당장 몸을 돌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공포를 느꼈었다. 하지만 그래도 물요괴들이 느낀 두려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까 연회 자리에서, 산 사람을 먹자고 했던 놈들이 누군지 모두 기억하느냐?”

신무애가 이렇게 묻자 귀장 하나가 나서서 대답했다.

“대부분 기억합니다. 그 외에는 대충 짐작이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연회에 참석한 귀신들은 이 귀성 안에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이들이었다. 같은 성에 살고 있으니, 그들은 서로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격인지도 잘 알았다. 그래서 누가 살아있는 사람을 먹고 싶어 하는지, 누가 조금 전과 같은 상황에서 으스대기를 좋아하는지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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