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310화 (310/892)

310화. 음기가 한층 더 강해지다

“기억하고 있다니 되었다. 전부 죽여라!”

신무애는 고개를 돌려 무애귀성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수하들을 향해 계연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계연이 ‘만약 필요한 자가 아니라면’이라고 했던 말은 쏙 빼고, 반드시 그들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신무애의 말에 귀장과 귀졸들은 혹은 눈썹을 찌푸리거나 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명령을 한 신무애는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오랜 세월 수행한 귀신들이니 뿜어내는 음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말 잘됐군. 이 기회를 빌려 무애성의 음기를 더욱 강화해야겠다. 게다가 조금 전 천둥 번개와 함께 온 하늘이 금빛으로 뒤덮인 것을 성안의 모든 이가 목격했을 테니, 그걸 이용하면 되겠어.”

무애성으로 돌아온 신무애는 성안 귀신들의 얼굴에 놀라움 혹은 두려움이 담긴 기색을 읽어냈다. 비록 구름 위에 천둥 번개가 번쩍이는 것을 보지 못했더라도, 하늘 전체가 금색 번개 구름으로 뒤덮였기 때문에 그들은 종말이 다가온 듯한 공포를 느꼈었다.

다행히 그 상황은 오래지 않아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이 일로 유명귀부에서는 재빨리 소식을 퍼뜨렸다. 그들은 성주와 교분이 있는 한 고인(高人)이 성주가 귀음체(*鬼陰體: 귀신이 수행을 통해 얻은 신체)를 단련해낸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무애귀성을 음기로 뒤덮는 것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귀성의 음기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고 발표했다.

신무애는 성으로 돌아온 후 모든 성문을 닫고, 술법을 펼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성 전체를 봉쇄했다.

신무애는 일이 실패할 경우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고, 설령 이 일이 드러난다 해도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 무애귀성은 오직 그의 뜻으로 움직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 * *

연회가 끝난 후 묘시 4각(*卯時 四刻: 오전 6시), 유명귀부 깊은 곳의 한 누각 안에서 신무애는 방석 위에 앉아 정신을 집중해 수행을 닦고 있었다.

그는 성으로 돌아온 후 도행이 높은 귀장들로 하여금 귀병과 귀졸들을 이끌고 가 그의 사형 명단에 오른 악귀들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이 순간 신무애는 성의 음기가 점차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수하들이 적지 않은 귀신들을 처리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귀장 하나가 누각 안으로 들어와 그를 향해 인사를 올린 뒤 보고했다.

“성주께 아룁니다. 정황상 추측한 이들을 포함하여 2백여 명의 악귀들을 처리했고, 흑령사도 잡아들였습니다. 그자가 성주를 만나 뵙고 싶다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신무애는 감고 있던 눈을 떠 귀장을 바라보았다.

“내게 무슨 할 말이 있다더냐?”

“그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성주님을 오직 충심으로 모셨고 잡아 온 범인(凡人)들도 모두 성주께 헌상하려 했다 합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보면 자신이 그 네 사람을 살린 것이라며, 만약 자신이 데려오지 않았다면 등원루의 귀신들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신무애의 창백한 얼굴 위에 웃음기가 번졌다.

“다른 말은 없었느냐?”

귀장은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대답했다.

“없었습니다.”

“음, 그자의 구혼삭을 빼앗은 후 죽여라.”

“예!”

귀장은 이렇게 대답한 후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성주님, 그자를 만나보지 않으실 겁니까? 그가 성주께 충심이 깊은 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그자를 보든 안 보든 어차피 죽을 것인데, 내가 가는 게 무슨 상관이냐? 참, 등원루가 뭐 하는 곳이지?”

귀장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성에서 꽤 이름난 주루입니다.”

“으음, 그 주루와 관련된 귀신들도 모두 처리해라. 그럼 항중도 억울하진 않겠지. 물러가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귀장은 다시 한번 예를 올린 후 몇 걸음 뒤로 물러나다가 몸을 돌려 나갔다.

* * *

귀성의 한 감옥 안.

흑령사는 기대감을 담은 눈빛으로 대문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귀졸의 안내 하에 귀장 하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항중은 다급히 새카만 쇠창살을 붙잡고서 이렇게 물었다.

“오(吳) 장군! 성주님을 뵈었소? 어찌, 나를 만나주겠다고 하셨소? 이는 분명 오해요! 내 직접 성주님께 설명하고 벌을 받겠소!”

“항중, 성주께서 너를 만나겠다 하셨다! 문을 열어주어라.”

“예!”

귀졸이 살기를 내뿜는 열쇠를 꺼내 감옥의 자물쇠를 열었다.

“다행이군, 다행이야!”

흑령사는 감옥을 나와 감격에 찬 얼굴로 무표정의 귀장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읍했다.

“감사하오, 오 장군! 정말…….”

흑령사가 고개를 드는 그 순간이었다.

챙!

칼이 검집에서 나오는 소리와 함께 검광이 번쩍였다. 그러자 흑령사는 채 말을 잇지 못하고 머리가 잘렸다. 뒤이어 그의 몸이 안개처럼 변하더니 감옥 바깥으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 * *

고천명의 행렬은 이제 무애귀성에서 멀리 떠나온 상태였다.

해가 뜨자 물의 정괴들은 하나둘 그들 본연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떤 이들은 얼굴에 비늘에 돋아났고, 어떤 이들은 긴 수염이 자라났다.

이들은 원래도 도행이 그리 높은 자들이 아니어서 정말로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할 수는 없었고, 이번에도 환술(*幻術: 남의 눈을 속이는 술법)의 힘을 빌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햇빛은 음기와 관련된 것이나 사술(邪術), 환술과 상극이었고, 그래서 요괴들 대부분은 밤에 환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미혹하는 것이었다.

계연 일행이 이들을 무애귀성 안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그곳이 음지(陰地)였기 때문에 원래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고, 이제 이들이 태양 빛을 받게 되니 원래 모습이 드러난 것이었다.

목숨을 구한 네 사람은 햇빛이 마차 안을 비추자 자연스럽게 잠에서 깼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감싼 시종들의 모습을 목격한 후, 더는 차 안에 머무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연비 곁에 바짝 붙었다.

물요괴들의 행렬은 계속 특이한 물안개 같은 것에 뒤덮여 있었다. 그 안에서 같이 걸으면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사실 이들이 걷는 속도는 일반 보행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고천명은 이것이 일종의 ‘파도를 타는 술법(滑浪之法)’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정오(正午)에 가까워진 시각, 행렬은 마침내 한 강가에 이르렀다. 이곳은 천수호의 행렬이 물에 들어가는 곳이었다. 이 강물은 천수호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일행들은 물속에서 물살을 따라 전진하기만 하면 되었다.

정괴들이 이미 강으로 들어간 반면, 고천명 부부는 아쉬운 듯이 아직도 기슭에 서 있었다.

“계 선생님, 시간이 나시면 천수호 수부(水府)에 놀러 오십시오. 비록 용연향 같은 것은 만들지 못하지만, 좋은 술은 몇 단지나 있습니다!”

고천명 부부는 계연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한 뒤 정중한 태도로 작별 인사를 올렸다.

“계 선생님이 오시기만 하면, 제가 직접 주방에 가서 요리하겠습니다!”

계연은 물속에서 요리하는 것은 대체 어떤 광경일지 상상하며 그들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했다.

“시간이 나면 반드시 방문할게요.”

계연의 말에 하추는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럼 오시는 거로 알고 있을게요. 약속을 어기시면 안 돼요!”

“아이고, 부인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계 선생님 같은 고인께서 약조를 어기실 리가 있겠소!”

부부는 서로 짠 듯이 말을 주고받으며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우패천과 연비를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한 후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우형, 연 동생, 그리고 네 분. 연이 닿으면 다시 만납시다. 저와 부인은 이만 강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형,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에 또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우패천과 연비는 각각 이렇게 인사했고, 네 사람은 정중히 인사를 올리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천명이 자신들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고천명 부부는 한 걸음씩 강물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강물이 갈라지거나 회오리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고, 이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강물이 머리 위를 덮을 때까지 걸어 들어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강물에 잔잔한 파문만이 남았다.

잇따른 충격을 받아 이런 일에 조금 둔하게 된 네 사람도 마침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가운동은 그들이 사라진 곳을 보며 감개무량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살면서 이렇게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주흥은 경외심을 담은 눈빛으로 계연을 바라본 다음, 우패천과 연비를 향해 다가가 작은 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연 대협, 우 대협, 이제 요괴나 귀신들은 모두 떠난 거죠?”

연비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우패천이 하하 웃으며 대답했다.

“음, 음. 그렇소. 이제 요괴는 없고 귀신은 절대로 있을 수가 없지. 안심해도 좋소. 아이고, 사실 저 요괴 행렬과 같이 가면서 어찌나 불편하던지!”

“맞습니다, 하하! 선장(仙長)과 두 분 대협께서 목숨을 구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귀성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가운동도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이고, 인사도 한 번이면 됐지, 열 번이나 하면 듣는 이도 짜증 나니 그만하시오. 계 선생님 같은 고인도 개의치 않으시니 말이오. 자자, 출발합시다. 어서 녹평성(鹿平城)으로 갑시다.”

중호도의 위씨 집안은 녹평성 밖에 드넓은 장원(庄園)을 세워 살고 있었다. 지금은 강호에서 그다지 이름을 날리지는 못하지만, 녹평성 주변에서는 이름난 가문이었다. 그리고 하씨 집안 세 남매와 주흥 모두 녹평성 사람이었다.

목숨을 구해준 선장과 두 대협이 자신들과 목적지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된 네 사람은 당연히 무척 기뻐했다.

우패천은 가운동과 주흥의 목을 양쪽에 각각 끌어안고 일행을 지나쳐 작은 소리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내 뭐 좀 묻겠소. 녹평성이 무척 크다 들었는데, 거기에 혹 유명한, 헤헤……. 그, 기루(妓樓)가 있소?”

평범한 농부처럼 보이는 우패천이, 순박한 얼굴로 이렇게 ‘순박하지 않은’ 질문을 해오자 가운동과 주흥은 모두 당황스러워했다.

* * *

중호도에 도착하자 마침내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여러 마을이 나타났다. 계연은 이제야 조월국의 농촌 마을을 보게 된 셈이었다.

가운동 삼 남매와 주흥은 요괴며 귀신들에게서 벗어난 데다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영기(靈氣)를 흡수했기 때문에, 마침내 원래 상태로 회복한 참이었다. 그래서 여정 내내 이들 사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우패천이 가씨 집안 두 자매에게 시시때때로 농을 걸며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그가 아무리 그들을 즐겁게 하고 친절히 대해도, 가씨 자매는 무표정으로 홀로 생각에 잠긴 듯한 연비에게 더욱 호감을 느꼈다.

우패천은 벌써 여덟 번째로 호감을 드러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에 그는 홀로 멀리 떨어져 자신의 진정한 마음이 보답받지 못한다며 탄식했다. 계연이 보기에 그는 겉으로 행동하는 것과 달리 마음만은 순수했다.

우패천은 순박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항상 눈을 이리저리 바삐 굴려댔다. 게다가 일찍이 주흥과 가운동에게 기루에 관해 묻기도 했으니, 가운동이 오라비로서 어찌 여자들에게 일찍이 경고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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