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322화 (322/892)

322화. 사람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계연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랬군요. 사람들을 모아 불의 기운을 왕성하게 하다니, 이번 법사는 조금 실력이 있는 편이네요.”

“이런 방면에 대해 좀 아십니까?”

“가본 곳이 많아서요. 이런 비슷한 일을 많이 봤었거든요. 가장 큰 법회에서는 거의 천 명에 달하는 법사들이 동시에 실력을 겨뤘었어요. 아주 떠들썩했었죠.”

계연은 당시의 수륙법회를 떠올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셨군요!”

양평락은 계연이 말한 장면을 잠깐 상상만 해봐도 분명 엄청난 광경일 것 같았다. 그가 막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근처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젊은이 몇이 길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들은 양평락을 보더니 이렇게 인사했다.

“어, 아우도 왔군! 옆에 그분은 누구셔? 본 적이 없는 얼굴인데!”

“매형! 각 마을 모든 집의 장정들은 꼭 와야 한다고 해서 저도 나왔어요. 아버지도 곧 오실 거예요. 참, 이분은 새로 알게 된 선생님이신데, 글공부하는 분이세요. 먼 곳에서 오셨는데, 이런 법사(法事)를 많이 보셨대요.”

그러자 계연이 그들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하며 인사했다.

“제 이름은 계연으로, 유람을 떠났다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함께 저 마을의 법사를 구경하러 가보려고요.”

서생의 신분은 아무 때나 쓰기 무척 쉬웠다. 특히 계연은 한눈에 봐도 비범한 기운이 느껴지는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겉으로만 봐서는 정확히 몇 살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결코 어려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자 젊은이들도 그를 향해 양손을 맞잡고 인사하며 함께 가자고 초대했다.

법사를 초청한 것이 비밀로 해야 하는 일도 아닌 데다, 그 법사도 관기(*官氣: 벼슬하는 이의 기운) 나 문기(*文氣: 학문을 닦는 사람의 기운)가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었기 때문이다.

양평락에게 인사한 남자는 장부(張富)라는 이름으로, 그는 양평락보다 훨씬 입담이 좋았다. 일전에는 계연이 묻고 양평락이 대답하는 상황이었다면, 장부는 계연이 입을 열 필요도 없이 마을의 여러 가지 일을 설명해 주었다.

계연은 그 김에 정풍도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그가 지난 몇 년간 앉아 수행하던 곳이었다. 원래 그 섬의 이름은 산첨자도(山尖子島)였는데, 이제는 근방 모든 어민이 그곳을 정풍도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마을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일행은 곧 편만촌에 들어서게 되었다. 마을 앞 모래사장은 이미 넉넉한 공간이 깨끗하게 비워져, 사람들은 그곳에서 북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모닥불을 피울 장작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것을 보니, 밤에 그곳에 불을 붙일 모양이었다.

계연이 멀리서부터 바라보니,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선두에 선 이가 소리치는 것을 따라 복창하고 있었다. 그들은 뭐라고 소리칠 때마다 북을 두드리며 분위기를 돋웠다.

“주위 마을 여러분! 모두 이곳에 와서 양기(陽氣)를 모읍시다!”

“양기를 모읍시다!”

“양기를 모읍시다!”

* * *

계연은 잠시 그곳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양평락과 장부 등이 마을 아낙에게서 붉은 끈을 받아온 것을 발견했다.

“이게 뭐죠?”

장부는 어리둥절해하는 계연에게 붉은 끈 하나를 건넸다.

“저 법사께서 말씀하시기를, 팔에 이 붉은 끈을 묶으면 액막이가 된다고 하셨어요. 저쪽 사람들도 전부 묶고 있는 게 보이시죠? 모래사장에 있는 사람들도 전부 차고 있어요. 지금 양화(陽火)를 밟고 있거든요.”

“양화를 밟는다고요? 그것도 법사가 말한 건가요?”

그건 계연이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말이었다.

“예, 이틀 동안은 양화 밟기를 하고 내일은 천인연(千人宴)이라는 큰 잔치를 열 거예요. 내일 밤부터는 횃불 진을 들 건데, 기다란 용처럼 사람들이 줄지어 바다 근처를 걸으며 삿된 것을 쫓는 거예요. 듣기로는 그렇게 하면 생선들을 멀리 몰아낸 요괴를 내쫓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정도만 지나면 다시 생선들이 잡힐 거래요!”

장부는 그렇게 설명하며 온통 흥분한 기색이었다.

계연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아아……. 그렇군요. 이렇게 또 견문을 넓히게 되었네요!”

“하하, 선생께서 책을 많이 읽기는 하시겠지만, 이런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실 거예요. 저희가 이번에 모신 것은 이 동도도(東濤道) 동부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법사님이시거든요, 쫓지 못하는 요괴가 없다네요!”

그의 말에 계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그럼 저도 꼭 가서 봐야겠네요!”

“자자, 일단 이 끈부터 묶으세요. 저희랑 함께 양화 밟기를 하러 가시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니까요!”

계연은 건네받은 붉은 끈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미 그것을 팔에 묶은 다른 이들을 쳐다보았다.

“저도 묶어야 하나요? 이 붉은 끈이 액막이용이라면, 그냥 손에 들고만 있어도 되지 않나요?”

“그, 법사께서 그런 말씀은 없으셨어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면 문제없는 거겠죠. 그냥 손에 들고 갈게요. 참, 모셔 왔다던 법사도 저기에 계신가요?”

계연은 재빨리 화제를 돌리고는 손에 들고 가는 것으로 결정해 버렸다.

“네, 그럴 겁니다.”

“그럼 우리도 빨리 갑시다!”

내일 그 잔치 자리에 참여하려면, 먼저 이곳의 풍습을 따라야 했다. 게다가 계연은 이것이 무척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심심풀이 겸 그들을 따라 모래사장으로 향하며 인파에 끼어들었다.

다만 계연은 인파에 섞여 함께 움직이긴 했지만, 그들을 따라 소리치지는 않았다. 대열이 모닥불 용 장작 옆을 지날 때, 계연은 마침내 그 유명하다는 법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인 넓은 소매의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옷에는 음양쌍어(*陰陽雙魚: 두 마리 물고기가 태극 문양을 이루고 있는 모양)와 팔괘도(*八卦圖: 역을 구성하는 64괘의 기본이 되는 8개의 도형인 건(乾)·태(兌)·이(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의 위치와 방향을 정해놓은 그림)가 그려져 있었다. 또한, 그는 각종 구름 문양의 장식을 달고 머리 위에는 진주로 장식된 높은 관을 쓰고 있었다. 보검(寶劍)을 쥔 한 손으로는 등짐을 졌고, 다른 쪽 손으로는 불진(*佛塵:수행자가 마음의 티끌과 번뇌를 털어내는 상징적 의미의 불기. 짐승의 털이나 삼(麻) 등을 묶어서 자루 끝에 맨 것)을 들고서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는데 꽤 그럴듯해 보였다.

계연이 예상치 못했던 것은 이 법사의 몸에 정말로 영기와 법력이 흐른다는 점이었다. 비록 잡다한 형태의 법력이긴 했지만, 그래도 수행을 쌓아 심화(*心火: 심(心)의 별칭)를 이용해 정제한 영기의 법력이었다.

계연의 비범한 기운과 차림새는 어민들 사이에서 무척 눈에 띄었다. 이에 많은 이들이 그를 흘끗 바라보았고, 법사 또한 계연을 쳐다보았다.

계연이 자신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 법사는 조금 놀란 것처럼 보였다. 그는 비록 손으로는 계속 불진을 흔들고 있었지만, 그래도 계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해 보였다.

양화 밟기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계속해서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계연은 몇 바퀴 돌다가 장부의 일행을 따라 벗어났다.

곧이어 해변가의 장작더미에는 불길이 솟아올랐고, 양화 밟기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은 잔칫상이 차려지고 횃불 진을 만들 것이다.

장부와 양평락을 비롯하여 나중에 도착한 양평락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장부는 본래 편만촌 사람으로, 사실 오늘 오후에는 마을 밖으로 일꾼을 고용하러 나갔던 것이었다. 양씨 집안과 장씨 집안은 사돈 사이였으므로, 그들은 계연을 이끌고 다 함께 장부의 집에 묵었다.

그들은 식사로 토란 밥과 생선찜, 채소탕을 곁들어 내놨다. 두 집안 사람들은 서생인 계연이 이런 종류의 음식에 익숙하지 않을까 봐서 밥을 하기 전에 몇 번이나 그에게 꺼리는 것이 있는지 확인까지 했다. 후에 계연이 무척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그들은 모두 마음을 놓았다.

편만촌과 같은 주변의 어촌에서는 이미 약 20년 가까이 글 읽는 이를 배출하지 못했다. 마을의 촌장 정도만 어느 정도 글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 정도의 수준조차 계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기 때문에, 두 집안 사람들은 계연을 무척 귀하게 대접했다.

한밤중이 되어 계연은 홀로 어촌을 벗어나 바닷가로 나왔다. 주변 해역을 둘러보니, 최소한 편만촌 부근에서는 어떤 요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는 무척 깊고 넓기에, 그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든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내일 법사(法事)가 끝나고 나면, 제대로 한번 조사해볼 생각이었다.

* * *

다음 날 열린 잔치는 무척 떠들썩했다. 주변 마을의 사람들은 각자 준비한 음식을 들고 편만촌으로 몰려들었다. 이 일은 본래부터 한 마을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잔치를 준비했고, 또 곧 있으면 연말이기도 해서 무척 경사스러운 분위기였다.

식사하는 동안 계연은 편만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불의 기운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천 명에 가까운 장정들이 줄지어 횃불을 들고 모였을 때는 그 정점에 달했다.

그제야 계연은 그들이 모셔 온 법사가 확실히 실력 있는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변화는 그 법사가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런 의식과 비슷한 과정을 여러 번 거친 데다, 밥도 배불리 먹어 기운이 넘치는 장정들이 횃불을 들고 서자 자연히 그 기세가 남달랐다. 마치 군대의 병사들이 뿜어내는 살기(煞氣)와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법사는 횃불을 들고 가장 앞에 섰고, 계연도 그 무리에 끼어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을 이끄는 법사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우렁차고 기세등등했다.

“모두 저를 따라오십시오! 진을 흩트리지 말고, 몸체가 긴 용(龍)의 형태처럼 걷는 겁니다!”

그렇게 소리친 법사는 횃불을 들고서 솔선하여 앞을 향해 걸어갔다. 편만촌에서 출발하여 바닷가를 따라가는 행렬에는 장정들이 뿜어내는 불의 기운이 용솟음쳤다.

계연은 대열 안에 끼어 있다가 이런 변화를 느끼고서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네! 과연 사람은 우습게 보면 안 돼!”

계연은 이제 장부가 일전에 말한 이야기를 좀 더 믿게 되었다. 지금 기세로 볼 때, 어설픈 요괴들은 이 기세에 놀라 달아나고도 남을 터였다. 심지어는 어느 정도 도행이 있는 요괴들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기세였다. 이런 용의 움직임과 같은 형세는 딱 봐도 고인(高人)의 가르침을 받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요사(妖邪)한 것들은 어서 물러나라! 저와 함께 소리치십시오! 요사한 것은 썩 물러나라!”

맨 앞에 있던 법사가 이렇게 고함을 지르자 그의 뒤를 따르던 마을 사람들 모두 큰 소리로 복창했다.

“요사한 것은 썩 물러나라!”

“요사한 것은 썩 물러나라!”

처음에는 구호가 잘 맞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연달아 외칠수록 딱딱 맞아떨어졌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비범한 기세의 횃불 진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3백 장(*약 900m)이 넘는 횃불 진은 함께 전방을 향해 움직이며 끊임없이 구호를 외쳤다.

이 시각에 바닷가는 원래 무척 어두컴컴했는데, 지금은 이들이 들고 있는 횃불 덕분에 사방이 낮처럼 환했다. 이들은 모두 바다 근처에 사는 어민으로서, 바닷가를 걸을 때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밑을 주의하며 걷고 있었다. 법사의 인도 아래, 파도가 칠 때마다 어민들의 고함이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요사한 것은 썩 물러나라!”

“요사한 것은 썩 물러나라!”

횃불의 불빛은 이 근처만 비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계연의 눈에는 불의 기운이 용솟음치며 주변 해역에 점점 더 넓게 퍼지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주변 해역의 모든 기운을 억누르는 듯 점점 더 맹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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