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334화 (334/892)

334화. 괴이한 소리

“아무것도 들리거나 보이는 게 없습니까?”

응약리는 법력을 끌어올려 계연이 바라보는 방향을 주시했으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두 진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계연은 다시 시선을 돌려, 그 붉은빛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 동쪽으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빛은 머리 위를 스쳐 지났는데도 요원(遼遠)하게 느껴졌고, 속도도 느린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무척 빨랐다.

계연은 구름을 타고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 붉은빛이 떠난 방향을 따라갔다. 하지만 그가 있는 대로 속도를 올려도 전혀 간격을 줄일 수가 없었다.

먼 곳의 붉은빛은 점차 멀어지며 더욱 밝게 빛났다. 그렇게 북소리가 거의 사라지려던 순간, 비행선 밑의 거경 장군이 미세한 소리를 냈다.

“우우…….”

으오오-!

그러자 북소리 외에 기괴한 울음소리가 먼 곳 붉은빛이 있는 곳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니 마침내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정월 초하루에…… 저게 대체 뭐지?’

계연은 고개를 숙여 조용히 떠 있는 거경 장군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그건 서로 호응(呼應)한 건가?’

계연은 곧장 거경 장군의 등 위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응약리도 서둘러 뒤따라왔고, 지귀와 임점은 잠시 망설이다가 비행선에 남았다.

계연은 거경 장군의 등에 서서 그를 향해 물었다.

“거경 장군, 조금 전에 북소리를 듣거나 하늘에 뜬 붉은빛을 보았나요?”

거경 장군의 상태는 뭔가 이상했다. 그는 조금 주저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계 선생님께 아룁니다. 무슨 북소리를 듣지는 못했고, 붉은빛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 하지만 조금 전에 무언가 저를 짓누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저 자신을 통제하기도 쉽지 않아서 하마터면 바다 깊이 잠수해 들어갈 뻔했어요.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고요. 그런데…….”

거경은 힘껏 고개를 쳐들고 눈알을 굴려 등 위에 있는 계연을 바라보았다.

“그랬는데 무언가가 괴이한 소리를 냈어요. 그 울음소리를 듣고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바로 사라져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 소리를 들었다고요?”

계연은 조금 놀랐지만, 곧 수긍할 수 있었다.

“예, 목소리도 괴이쩍고 약간 쉬어있는 것 같았어요. 꼭 제 지척에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어요. 군모(君母)께서 분노하셨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두려워해 본 적은 없었어요!”

거경이 떠 있는 해수면이 한차례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는 조금 겁에 질린 듯한 기색으로 계연에게 물었다.

“계 선생님께서는 도행이 무척 높은 고인이시니, 보고 들은 것도 많으실 테지요. 그 울음소리를 낸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어떤 요괴입니까?”

“잠깐, 거경도 들었단 말이야? 왜 나는 못 들었지?”

응약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거경 장군을 향해 물었다. 거경 장군 정도의 요괴는 응약리의 발끝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응약리는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런데 내가 듣지 못하는 것을 왜 저 아둔한 고래는 들을 수 있었을까?’

“예? 마마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까?”

그 말에 거경 장군이 더욱 놀랐다. 그는 응약리에게 조금 전 느꼈던 압박감과 공포를 설명하기 시작했고, 응약리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계연을 바라보았다.

응약리가 보기에 이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척 괴이쩍었다. 계 숙부님마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이 일은 일단 이대로 두자. 우리끼리 아무리 생각해봤자 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구나. 주루에 아직 값을 치르지 않았으니, 계산하러 가야겠다.”

비행선에 돌아온 계연은 곧바로 주루로 향했고, 돈을 내기 전부터 이미 더 머무를 생각이 없었으니 곧바로 떠나려 했다.

사실 계연은 구봉산의 유람선에 더 머물고 싶었지만, 이번 여정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고 유람선의 목적지와도 방향이 달랐다. 게다가 거경 장군을 저렇게 홀로 두고 배를 타고 갈 수는 없었다. 이 비행선은 바다 위를 날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거경 장군에게 따라오라고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행선에서 먹은 밥값은 예상대로 비싸, 무려 은자 열 냥이나 되었다. 계연이 가진 돈의 절반이 이렇게 날아갔다. 실은 다른 요리와 술은 한 냥도 되지 않았지만, ‘선기(仙氣)를 머금은 계절 채소’로 만든 그 요리가 금액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반 요리와 맛도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구봉산 진인 두 사람은 원래 목적이 좋은 연을 맺는 것이었기 때문에, 계연을 따라와 뱃전까지 환송했다.

“계 선생님, 저희가 오늘 만난 것은 필경 인연일 것입니다. 또한, 선생의 기운이 맑고 온화한 것을 보니 높은 도행을 쌓은 수선자이시겠지요. 저희 구봉산은 북경(北境)의 항주(恒洲)에 있는데, 1갑자(*甲子: 60년)마다 선유대회(仙游大會)를 열고 있습니다. 무술년(戊戌年) 한여름에 개최할 것인데, 마침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그때 선생께서 혹 시간이 되신다면 꼭 참석해 주십시오.”

지귀는 이렇게 말하며 대나무 패 하나를 양손으로 공손히 전달했다.

“이것은 저희 구봉산의 신물(信物)로, 선생께서 오시면 저 혹은 임점이 있는 곳으로 모셔다드릴 것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꼭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으면 합니다. 꼭 선유대회가 아니더라도, 어느 때든 방문해주셔도 괜찮습니다!”

계연은 사양하지 않고 대나무 신물을 받아 들었다. 조각 위에는 ‘구봉어령(九峰御令)’이라는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특수한 금제(禁制)가 걸려 있는 것 같았다.

“네, 시간이 되면 꼭 방문하겠습니다!”

계연은 신물을 손에 쥔 채로 양손을 맞잡고 인사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더 나오실 필요 없어요.”

“안녕히 가십시오!”

계연은 두 진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다음 곧바로 비행선을 떠났다. 반면 응약리는 그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날아갔다.

구봉산의 진인들은 계연에게 대나무 패를 주며 정중하게 초대했지만, 응약리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응약리도 딱히 그것이 아쉽다거나 구봉산에 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들이 빈말로라도 자신을 초대하지 않자 기분이 퍽 상했다.

계연은 다시 거경 장군의 튼실한 등에 올라탔다. 비행선은 다시 공중을 향해 날아올랐고, 지귀와 임점을 비롯한 구봉산 수사들은 계연이 있는 방향을 향해 양손을 맞잡으며 읍을 했다. 계연은 고개만 끄덕일 뿐 다시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흥, 수선자들은 거의 다 저렇죠. 요괴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를 못하는군요.”

응약리가 기분이 상한 듯이 투덜대자, 계연은 웃으며 이렇게 위로했다.

“뿌리 깊게 박힌 편견이니 어쩔 수 없어. 만약 강신(江神)이라는 신분을 밝혔다면 좀 더 태도가 좋았을 수는 있겠지. 게다가 저들이 너를 초대하여 네가 만약 그 자리에 참석한다면, 저들은 무척 곤란해질 거야. 그러니 저 수선자들 입장에는 아예 초대를 안 하느니만 못하지.”

“별로 가고 싶지도 않은걸요, 뭐. 거경 장군, 멍하니 뭐 하고 섰어? 어서 가지 않고…….”

“예! 알겠습니다!”

응약리의 노기 섞인 목소리에 거경 장군은 게으름을 부리지 않고 서둘러 꼬리를 저어 속력을 올렸다.

그러자 ‘철썩!’하며 고래의 뒤로 큰 파도가 일었고, 거경은 쭉 앞을 향해 나아갔다. 계연이 탔던 비행선은 점점 더 멀리 날아가, 어느새 밤하늘에 뜬 옅은 빛무리 정도로만 보였다.

계연은 더는 글을 쓸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북소리는 도대체 뭐고, 괴이한 울음소리는 또 뭐였을까? 왜 거경 장군은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나는 또렷이 듣지 못했을까? 동해의 그 방향에는 무엇이 있기에?’

계연은 막 새해가 된 이때 맞닥뜨린 이 괴이쩍은 일에는 분명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거경 장군이 정신을 차린 후 맹렬하게 울어 젖힌 소리와 연관이 있을지도 몰랐다.

“휴……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구나. 세상의 오묘함은 완전히 꿰뚫어 볼 수 없으니!”

계연이 이렇게 탄식하자, 응약리는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러나 끝내 묻지는 않았다.

* * *

먼 곳의 친우와 술을 한잔 걸치고 돌아온 응풍은 마침내 통천강 용궁으로 돌아왔다.

용궁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여러 궁전이 무너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곳은 방금 막 지어 올린 것처럼 보였다.

교룡의 모습을 하고 있던 응풍은 비단옷을 입은 남자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길을 지나던 인어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누가 감히 통천강 용궁을 공격한 것이지?”

“돌아오셨군요, 전하. 누군가 용궁에 쳐들어온 것이 아니옵고, 용왕께서 주무시다가 재채기를 두 번 하신 것뿐입니다. 이에 통천강 일대 수역이 모두 엉망이 되었습니다.”

응풍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게 된 일이군. 아버지께서 재채기하실 줄이야. 좋은 구경을 할 기회를 놓쳤군.”

응풍은 더는 묻지 않고 곧바로 정전(正殿)으로 가서 커다랗고 푹신한 의자 위에 가서 앉았다. 그는 팔걸이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서, 옆에 준비된 간식거리를 한 움큼 집어 입에 던져 넣었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술병 하나를 꺼내어 개봉한 뒤 주향을 음미하고는, 조심스럽게 술을 입안으로 살짝 부었다.

“쩝쩝……. 많이 마시면 안 돼. 이건 계 숙부님께 드려야 하니까!”

백옥으로 만든 이 술병은 ‘천두호(千斗壺)’라고 불리는 보물이었다.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정교한 술병 안에는 술 천 말(*斗: 약 18L)을 담을 수 있었기에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헤헷, 계 숙부님께서 분명 좋아하시겠지!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시면, 내게 뇌주(*雷咒: 번개 저주) 술법을 가르쳐주실지도 몰라. 그렇게 된다면…….”

응풍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생각했다. 그는 술친구인 고천명을 통해 계 숙부님이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다른 신통한 술법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중 삼매진화야말로 가장 두려운 것이었지만, 응풍이 제일 흥미롭게 여긴 것은 바로 뇌주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그는 자신의 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약리는 어디 있지?”

중얼거리던 응풍은 눈썹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약리는 아버지를 도와 구름을 몰고 비를 뿌릴 때를 제외하고는 용궁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계연이 지난 생에 쓰던 표현을 빌리자면, 응약리는 집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응풍이 돌아온 지 꽤 되었는데도 응약리는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이, 약리 못 봤느냐?”

응풍은 새로 만든 간식거리를 들고 가던 인어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인어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강신마마께서는 용궁에 안 계십니다. 소인도 마마께서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릅니다.”

응풍은 눈썹을 찌푸리며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이어 야차가 이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를 향해 물었다.

“약리가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두 야차는 원래부터 보고하러 들어온 것이었으므로, 응풍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인사한 뒤 이렇게 대답했다.

“전하께 아룁니다. 얼마 전 계 선생님께서 방문하시어, 용왕님과 강신마마 그리고 전하를 모시고 가려고 하셨습니다. 이에 강신마마께서 계 선생님을 따라 함께 떠나셨습니다.”

“음? 아버지도 가셨느냐? 나만 남은 것이냐?”

야차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용왕님께서는 마침 잠이 깊게 드시어, 계 선생님과 강신마마께서 몇 번을 불러도 깨우지 못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직 용담 안에 계십니다.”

응풍은 눈을 크게 뜨고 궁전 뒤 용담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께서 일어나지 않으셨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자는 척을 하신 게 분명하다! 계 숙부님이 오셨는데도 함께 가지 않으시다니, 뭔가 이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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