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360화 (360/892)

360화. 원래 모습을 드러내다

쿵! 퍼억! 퍽! 타악!

금빛이 번쩍이며 노승들이 불법(佛法)의 힘을 이용해 민첩한 공격을 쏟아부었다. 육 산군은 중간에서 팔을 휘둘러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는데, 얼마 버티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두들겨 맞을 때마다 이를 드러내며 고통을 참는 얼굴이었다.

그들을 둘러싼 금색 빛무리가 점점 더 밝아지며 육 산군이 내뿜는 요기는 반대로 기세가 줄어들었다.

“불문(佛門)이 자리한 깨끗한 곳에 너같이 방자한 놈을 들일 수 없다!”

“삿된 것, 어서 원래 모습을 드러내라!”

“옴…… 마…… 니…… 반…… 메…… 훔…….”

노승들이 고함지르는 소리와 온 사찰에 울리는 진언(*眞言: 석가의 가르침의 담은, 신비한 힘을 가진 것으로 믿어지는 주문. 다라니라고도 함) 소리는 육 산군의 반격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점점 더 머리가 아프게 했다.

솨앗!

찬란한 금빛이 노승의 석장 위에 모여들더니,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떨어졌다. 다른 두 노승은 합장한 상태로 대명주를 외웠다. 그러자 금빛으로 이루어진 그물이 점점 더 조여들더니 육 산군의 몸을 휘감았다.

탕!

공중에서 떨어진 석장은 정확히 육 산군의 이마를 때렸다. 그와 동시에 눈을 찌를듯한 금빛이 폭발했고, 육 산군은 고통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선재 대명왕불! 요괴야, 네가 스스로 물러가지 않은 것이니, 불법이 무정하다 원망하지 마라!”

노승은 다시 석장의 끝을 쥐고서, 다른 한 손으로 합장하며 진언을 외웠다.

“옴…… 마…… 니…… 반…… 메…… 훔……!”

뒤이어 주위의 대명주 읊는 소리가 점차 커졌고, 사찰 중앙의 대전에 자리한 대명왕불의 불상에서 무수한 빛이 흘러나와 사찰 전체를 은은한 금빛으로 뒤덮었다.

그 금빛이 석장 위로 몰려들자 온도가 순식간에 높아지며, 육 산군은 이마가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이제 피부가 그을리다 못해 뼈까지 지져지고 있었다.

“요괴야, 원래 모습을 드러내라!”

육 산군은 이를 드러내며 고개를 들어 석장으로 자신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내리누르는 노승을 노려보았다. 그의 두 눈은 이제 검은색에서 점차 노란빛이 감돌기 시작했고, 홍채에는 금색 윤곽이 드러났다. 뒤이어 동공마저 작은 점으로 수축하더니 황금색으로 변했다.

곧 야수가 송곳니를 드러내고 위협하는 듯한 소리가 주위에 퍼져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승려들은 자신들을 꾹 내리누르는 듯한 엄청난 기운을 느꼈다.

“내가 그간 정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곳이 불문(佛門)을 수행하는 곳이고, 지난날 한 고인의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신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내가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은들 선생께서는 나를 꾸짖지 않으시겠지! 하하하하!”

육 산군은 꿇어앉았던 한쪽 다리를 천천히 펴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노승의 금빛으로 뒤덮인 팔에는 근육이 불끈 솟았고, 노승은 곧 두 손을 이용해 석장을 내리눌렀다. 하지만 노승의 두 팔이 점차 떨리기 시작하면서 육 산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노승은 더는 육 산군을 내리누를 수 없어 그가 일어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육 산군은 전보다 체격이 더욱 거대해져 있었는데, 그가 몸을 일으키니 노승은 이제 고개를 위로 들어올려야 할 정도였다.

아직 사람의 형태이기는 했지만, 육 산군의 피부는 점차 단단하게 변했으며 피부의 색깔이나 골격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 내 원래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지 않았나?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주지!”

이 말과 함께 그의 체격이 급격히 부풀어 올랐고, 옷의 색깔도 황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모습으로 변했다. 뒤이어 피부에 털이 솟아나더니, 팔다리의 뼈가 툭툭 튀어나오며 손끝과 발끝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어깨는 끝없이 넓어졌고 등 뒤의 척추뼈가 하나씩 솟아올랐다.

우두머리 격의 노승은 더 이상 석장에 손이 닿지도 않고 석장을 뽑아낼 수도 없는 상태였다. 강렬한 요괴의 기운이 퍼져나가자, 대명사의 승려들 눈에는 기류가 이리저리 비틀리는 것이 보였다.

노승들과 절 안의 승려들은 대명주 읊는 것을 멈추지 않고서, 그 힘을 모아 장법을 날려 공격했다. 그러나 이때는 그것이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요기가 휘감은 육 산군의 몸에는 아무리 공격을 날려도 커다란 돌이 수면에 떨어진 것 같은 소리만 낼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우두머리 격의 노승이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 이렇게 소리쳤다.

“삿된 것을 제압하는 진산대법(鎭山大法)을 씁시다!”

다음 순간, 노승들은 합장하며 큰 소리로 대명주를 외웠다. 그 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금빛 그물망은 모습을 바꿔, 육 산군의 머리 위로 모여든 후 그를 내리눌렀다.

“옴…… 마…… 니…… 반…… 메…… 훔…….”

자신을 내리누르는 무게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져, 육 산군은 곧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에 그대로 부딪혔다. 육 산군은 여러 계단을 뚫고 흙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처박혔다.

잠시 후, 빛의 덮개는 점점 더 면적을 늘려갔고 세 노승은 합장한 손이 덜덜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합장한 손을 떨어뜨리도록 누군가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금빛 덮개 밑으로는 끝없는 요기가 솟구쳐 나와 화염이 불타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늘은 어느새 금빛에서 검은 바람과 형체 없는 불길로 뒤덮여 있었다.

위이잉-!

위태롭게 떨리는 금빛의 덮개 위에는 커다란 금빛 산의 형상이 나타나 있었지만, 이미 균열이 일어난 채였다.

“어흥-!”

호랑이의 포효가 울려 퍼지는 순간!

쿠궁!

퍽! 퍼억! 팟!

금빛 덮개가 폭발하며 세 노승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쾅!

그중 한 노승은 사찰 벽에 날아가 박혔는데, 그 때문에 담장에 균열이 생겼다.

“커흑!”

노승은 은은한 금빛을 띤 선혈을 뱉으며 담벼락에서 떨어졌다. 그러고는 두 팔로 몸을 지지한 채, 덜덜 떨리는 몸으로 사찰 앞쪽을 바라보았다.

사찰을 울리던 진언 소리는 어느새 완전히 끊겨 있었다. 모든 승려가 경악한 얼굴로 대문 앞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채만 한 괴물이 그곳에 서 있었는데, 호랑이 같기도 하고 마귀 같아 보이기도 했다. 거대한 호랑이의 몸체에 얼굴은 사람을 닮아 있었는데, 꼬리를 이리저리 휘저을 때마다 마치 꼬리가 여러 개인 것처럼 보였다.

끝없는 요기가 치솟아 하늘을 찌르면서, 승려들의 눈에는 검은 바람이 몰아치는 와중 하늘을 뒤덮을 기세의 화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환영이 보였다.

거대한 맹수는 앞발을 뻗어 이마에 박힌 석장을 빼낸 뒤, 비죽 웃어 보이더니 그것을 내던졌다.

휘익!

석장은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멀리 선방(*禪房: 사찰에 있는 참선하는 방)까지 날아가 쾅 하고 부딪혔다. 그러자 선방의 반 정도가 무너져 내렸고, 석장은 땅에 2척(*약 60cm)깊이로 박혔다.

육 산군은 석장을 날리며 이 사찰에 걸린 금제(禁制)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과연 불법(佛法)이 닿은 물건은 금제를 통과할 수 있었군.’

이 금제는 결코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육 산군도 차를 마시며 기다릴 생각으로 발을 들이다가, 채 방비하지 못한 채 그대로 부딪혀 날아간 것이었다.

이후에 승려들이 상황이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자, 금제 안으로 들어가 진언(眞言)을 외우던 것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이 금제의 힘을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비록 육 산군이 조금 전에 사찰 안으로 밀고 들어가려 하긴 했지만, 실은 그 자신도 쉽게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원래 모습을 드러낼 용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육 산군은 저 늙은 승려들의 삿된 것을 물리치겠다는 집념을 얕본 것이었다. 육 산군은 자신이 상대방을 떠본다고 해서 상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나올 것이라고 짐작하면 안 되었다. 승려들은 가진 수단을 모두 써서, 불법을 이용해 육 산군의 요기(妖氣)와 법력을 강하게 누르려고 했다.

승려들이 이렇게 과감한 수단을 쓴 것을 보면 승려들이 요괴에게 호감이 없는 것이 분명했을 뿐만이 아니라, 승려들은 절대 조룡을 만나게 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차라리 원래 모습을 드러내 금빛 불광(佛光)을 폭발시켜 버리는 것이 육 산군에게는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이었다.

육 산군은 석장을 던져 금제에 구멍을 내면서, 이 금제가 강력하긴 하지만 변화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들인 힘은 크지만, 기술 자체는 간단했다. 결코 굽히지 않는 단단함을 보니, 선부(仙府)에서 쓰는 산세(山勢), 수세(水勢), 천세(天勢), 지세(地勢)와 연결된 신묘한 술법은 아니었다.

육 산군은 사찰 앞에서 피를 토하는 노승을 쓱 쳐다본 뒤, 그보다 더 멀리 날아간 노승 두 명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심각한 중상을 입은 듯했지만, 실은 명왕의 불법이 그들의 신체를 보호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세 노승에게는 저항할 힘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육 산군이 이 기세를 몰아 그들을 공격한다면 뜻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육 산군은 속으로 차갑게 웃기만 할 뿐, 그들을 죽이려 하지는 않았다.

그는 바람을 몰아 대명사 상공으로 올라간 다음 사찰 전체를 굽어보았다.

그러자 화염으로 변한 요기가 몰아치는 바람에 의해 하늘 한편을 가득 채웠다. 이를 보는 사찰의 승려들은 두려움과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동시에 느꼈다.

“조룡! 아직도 나오지 않을 텐가? 대명사의 승려들이 이토록 당신을 감싸고도는 걸 보니,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긴 한가 보지. 설마 이들이 모두 당신 때문에 죽는 꼴을 볼 셈인가?”

육 산군의 목소리가 대명사 전체에 천둥처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뒤이어 거대한 요괴의 형체가 천천히 대명사 가까이 내려왔다.

그러자 밝은 황색의 빛무리가 사찰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 금제 때문에 조금 전 육 산군이 사찰 대문 앞에서 튕겨 나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육 산군이 천천히 상공에서 내려와 뾰족한 발톱이 달린 앞발을 금제 위에 대자, 금제의 빛이 더욱 밝아졌을 뿐 금제는 육 산군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육 산군의 앞발에 알 수 없는 빛이 덧씌워지자, 금제가 그의 뾰족한 발톱에 의해 우유 위에 덮인 막이 찢어지듯 틈이 벌어졌다. 뒤이어 육 산군의 발톱에서 요기가 흘러나왔다.

끼이익…… 끼기긱…….

그 상태로 육 산군이 발을 오므리자, 도자기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사찰 안의 승려들은 긴장한 얼굴로 상공을 뒤덮은 금제를 바라보았다.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거대한 요괴의 두 눈은 검은색과 호박(琥珀) 같은 노란빛이 뒤섞여 있었는데, 그 눈에는 기이한 능력이 있었다. 바로 사람의 넋을 흔들어 공포에 빠지게 한 뒤,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팍!

뒤이어 금제에서 이런 소리가 나자 승려들이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사찰의 금제는 얇은 유리잔처럼 쩍 금이 가더니 마침내 깨져 버렸다.

승려들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사찰의 금제가 이렇게나 약했다니! 원리대로라면 요괴가 얼마나 강하든 간에 이렇게 쉽게 금제를 부수는 것은 불가능했다.

금제는 육 산군의 발톱 아래에서 수십 초도 버티지 못했다. 육 산군이 일으킨 요풍(妖風)이 짙은 요기와 함께 사찰 안으로 밀어닥쳤다. 그러자 곧 거대한 요괴의 앞발이 사찰의 지면에 닿았고, 다른 한쪽 발도 내려앉았다. 뒤이어 세 번째, 네 번째 발까지 완전히 땅을 밟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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