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381화 (381/892)

381화. 천지묘법(天地妙法)

“도법이요? 아…….”

청송 도인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되물었다. 운산관의 도법은 수많은 세월 동안 아침저녁으로 닦은 것이었으므로, 그것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가 제일 잘 알았다. 이제 그것은 상징적인 의미 정도일 뿐이었다.

“네, 하지만 이전의 운산관 도문(*道門: 도가(道家))의 관상(*觀想: 우주 만물과 소통하고 하늘과 합일(合一)하기 위해 사물을 마음속으로 형상화하는 도교의 명상법)법과는 다를 거예요. 두 분은 일단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조금 이따가 제가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원하지 않으시면 바로 말씀하셔도 되고요.”

두 도인은 어리둥절했으나 더 캐묻지 않고 계연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들은 마음속의 흥분을 애써 억누르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들은 멍청이가 아니었으므로 그게 무엇이든 당연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 점심 식사는 운산관의 평소 식사에 비하면 무척 풍성했다. 생선, 고기, 각종 채소에 산에서 딴 신선한 버섯으로 끓인 버섯탕도 있었다.

계연은 작은 그릇 두 개를 청해 청송 도인이 만든 생선 요리와 돼지고기 요리를 조금씩 떼어내 그릇에 덜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주방 근처의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식사를 시작했다.

잠시 후, 담비 두 마리가 망설이며 그릇이 놓인 주방 근처를 탐색했다. 그들은 이미 영지를 얻은 상태였으므로, 저 흰옷을 입은 선생이 자신들을 위해 음식을 덜어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걸 안다 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침내 음식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담장에서 내려와 그 안에 담긴 요리를 맛있게 먹어 치웠다. 이는 그들이 처음으로 맛본 따뜻한 음식이었다.

운산관이 세워진 이래로 지금까지, 아마 오늘이 가장 엄청난 변화를 맞은 날일 것이다. 연하봉 위의 운산관은 고요했으나, 그 안의 도인들은 운명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연은 직접 제선과 제문을 위해 현재 수행계의 여러 부문을 설명해 준 다음, 신체의 규혈(*竅穴: 혈 자리와 같은 위치에 같은 이름을 하고 있지만, 규혈은 몸 안에 숨겨져 있음)과 몸속의 천지(天地), 수행 방면에서의 음양오행, 천지 간 영기(*靈氣: 영묘한 기운)의 변화, 여러 가지 술법, 신통력의 본질을 연이어 설명해주었다. 뒤이어 진자주가 무척 특수한 성력(*星力:별의 힘)에 대해 알려주었다.

만약 보통의 선문이었다면 수행의 기초를 쌓는 데에 도기결(*導氣決: 천지화생(天地化生)을 다루며 기를 모으는 비결을 알려주는 법결)과 연기결(*鍊氣決: 오장육부와 오행을 연결하는 기를 소우주의 심화(心火)나 신수(腎水) 등으로 단련시켜 영기를 변화시키는 술법)을 먼저 가르쳐 줄 것이다. 하지만 계연이 지금 운산관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완전히 새로운 기초였다.

진자주는 계연이 가진 중요한 바둑돌 중 하나로서, 몇 년 동안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진자주의 도가와 그들이 모시는 별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은 계연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계연은 낮에 햇볕을 쬐며 진자주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깨우쳐 식사 후에 운산관 사제에게 적당한 설명을 해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계연은 그간 여러 번 손을 본 <도기결>과 얼핏 무용해 보였던 운산관 도문(道門)의 성두(星斗) 관상법을 합쳐 <천지화생(天地化生)>의 기초를 완성했다.

이제는 이것을 도기결이라고 볼 수는 없었고, 이것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는 ‘도기접성(*導氣接星: 기를 모아 별의 힘과 연결하는 것)’의 술법이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제선과 제문을 입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계연도 사람이니만큼 당연히 사심이 있었다. 그래서 계연은 이 새로 만든 <천지화생>에 자신의 가치관과 그간 깨달은 것들을 섞고 싶어 했다.

그래서 천지화생을 역으로 드러내는 방법과 의식 세계에 있는 자연 속에서 하늘에 별을 띄우는 법 등을 입문 수준으로 추가했다.

그들의 이론 체계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이 바로 이 특별한 도기접성의 방법인 <정반천지화생묘법(正反天地化生妙法)>이었다.

기를 모아 별의 힘과 연결하는 동시에, 법결을 수련하면 온몸의 규혈뿐만 아니라 의식 세계 안에서 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원래부터 의식 세계 안에 천지를 갖추어 신령함을 드러냈던 계연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술법을 펼칠 때 몸 안팎의 별끼리 서로 호응하는 정도까지는 배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어떤 신묘한 변화가 생길지는 계연도 아직 알 수 없었다. 법력의 위력이 조금 더 강해지고 도를 깨닫는 데에 도움을 될 거라는 정도만 예측할 수 있었다.

도기접성의 법결 외에도 다른 선문이나 수선자들이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연기결은 계연이 만든 체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의 연기결은 처음 얻었을 때의 <옥회소련>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계연은 그것을 <천지소련(天地小練)>이라고 명명하긴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전자보다 크게 고명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름조차 따로 짓기 귀찮아서 <천지화생>에서 따와 <천지소련>으로 지은 것이었다. 만약 후대에 <천지소련>이 소실되더라도, 아무 연기결이나 이용해서 수련해도 될 정도였다. 다만 계연의 연기결보다 효율이 많이 떨어질 뿐이다.

물론 이는 제선과 제문에게는 아직 머나먼 일로, 그동안 계연과 진자주는 자신들의 아는 모든 것을 정리하여 완벽한 수련 체계를 만들 계획이었다.

사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완성된다면, 이로써 가장 크게 이득을 보는 이는 운산관 도사들 말고도 계연 본인이다. 다만 후에 신도(神道)를 수행해야 할 진자주에게는 별 쓸모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연은 제선과 제문을 실험실 쥐처럼 쓰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간 영기를 받아들이며 수행해왔기 때문에, 그들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신체가 강인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범인(凡人)이니,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진자주도 마찬가지였지만, 진정한 실험 쥐는 계연 자신이었다. 그만이 여러 방면을 곰곰이 따진 뒤 적합하다고 판단한 뒤에야 <천지화생>과 <천지소련>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굳이 제선과 제문에게 알려 그들을 걱정시킬 필요가 없었기에, 계연은 따로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직접 이 이론을 변화 및 발전시키는 것이 두 사람이 수련하는 것보다 빠를 거라고자신했다.

아직은 글로 쓰인 법결을 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계연은 때가 되면 자신의 진도에 따라 이 ‘천지묘법(*天地妙法: 훌륭하고 신기한 술법)’을 운산관에 전달해줄 예정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계연과 진자주는 제선과 제문에게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진자주는 정통 수행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으므로, 주로 계연이 나서서 그들의 이해를 도왔다.

제선과 제문은 처음에 계 선생님이 도관의 별자리 그림에 무슨 술법을 펼쳐 영험함을 더해주었다는 정도로만 이 상황을 간단히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설명을 들으며 그제야 점차 깨달았다. 이는 더 이상 운산관의 성두관상법이 아니라, 그것을 기초로 삼아 운산관에 ‘맞춤 제작’한 신묘한 수행법이었다.

계연이 그 두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자세히 가르침을 주었고, 제문과 제선은 모두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깊은 밤이 되어 별이 반짝이는 시각이 되자, 두 사람은 계연의 인도 아래 수행의 첫 단계를 시작했다.

운산관 주위의 영기는 점점 더 농후해졌고, 하늘에서는 환한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 대전 안의 별자리 그림에서는 은은한 빛이 반짝여, 마치 저 하늘 위의 별빛과 서로 호응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운산관 일대를 별빛이 더욱더 강하게 비추었고, 짧은 시간에 이미 영기에 휩싸인 제선과 제문의 얼굴에서는 희미한 별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사람이 이렇게나 빨리 수행의 첫 단계에 들어선 것을 보고 진자주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계 선생님, 청송 도인과 청연 도장은 모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며칠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하, 그리 오랜 세월 성두관상법을 수행해온 기초가 있는 데다, 이 수행법 자체가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참, 이건 저 담비들에게 주는 거예요. 지금은 진공께서 잠시 갖고 계시다가, 담비들이 점차 사리를 구별할 수 있게 되면 이걸 배우게 해주세요.”

계연은 백옥으로 된 서표(書標)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서표 위에는 깨알같이 작은 글씨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선수(仙獸)들의 수련법입니다. 선수들의 수련법은 도인(導引), 변화(變化), 온법(蘊法)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건 도인을 비롯한 변화의 초급 부분을 담은 내용입니다. 선문에서는 온법 단계에서 자신들의 선수를 위해 특수한 방법을 만들어 주지만, 이 수련법은 영지를 얻은 짐승이나 요괴들에게 자신을 제어하고 끊임없이 발전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죠.”

계연은 잠깐 숨을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그들에게 나쁜 것은 아니지요. 응 선생님께 얻고서, 일전에 어떤 일로 제가 조금 손을 본 것이거든요. 그 후에도 좀 더 부드러운 방법으로 한 번 더 다듬었어요. 이제 막 영지를 얻은 동물들이 용과 같은 체력과 기백을 지닐 순 없으니까요.”

여기까지 말한 계연은 진자주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진공, 제가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낼 순 없으니, 공께서 그만큼 많이 감당해주셔야 할 거예요.”

운산관을 위한 모든 일은 사실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진자주가 계유신이 되는 길을 평탄하게 닦아놓기 위해서였다.

진자주는 엄숙한 얼굴로 정중하게 양손을 맞잡으며 인사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계연의 앞에서 했던 ‘영혼과 감정을 지닌 천지만물과 중생 모두를 돕고 구원하겠다’는 그 맹세는 진자주의 뇌리에 아직도 생생하게 박혀있었다.

약속에 담긴 무게는 원래도 무거웠으나, 진자주는 이제 그 약속이 말만큼 그리 간단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이 한 약속 그대로 행할 것이고, 반드시 계 선생님께 약속한 결과를 이룰 것이다.

* * *

특별할 것 없는 운산관의 누추한 주방 안에 놓인 오래된 탁자에는 식사한 후의 어지러운 흔적이 아직 남아있었다. 계연과 진자주는 그 탁자에 앉아 운산관, 심지어 정통 도문(道門)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농후한 영기가 끊임없이 모여들고 별빛이 환히 비추는 환경 아래서 어느새 이틀이 지났다.

날씨는 그다지 쌀쌀하지 않았는데, 탁자 위의 접시에서는 상한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계연은 진자주에게 선물로 줄 목적으로 소매 안에서 책 몇 권을 꺼냈다. 자신이 쓴 책 두 권을 제외한 다른 책은 <외도전>과 <통명책>이었다.

진자주는 책을 하나씩 뒤집어 보며 자세히 살폈다. 그의 표정을 관찰하던 계연은 진자주가 자연스럽게 천록서를 읽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신령함이 깃든 몸을 갖고 있으니 읽을 수 있다고 예측하긴 했었다. 쌓은 수행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해서 그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계연이 쓴 책 두 권은 장안법, 미신술(迷神術), 바람, 물, 벼락, 불 등을 다루는 법 등 기초적인 술법을 설명한 책이었다. 하지만 모두 계연의 이해에 바탕을 두고 쓴 책이라 평범한 다른 책과는 달랐다.

“진공께서 혹 시간이 나시면 <외도전>과 <통명책>도 많이 봐두세요. 거기에 제가 주석이며 내용을 보충해 놓은 게 많거든요. 수행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실 거예요. 다른 두 권은 운산관 도인들을 위해 남겨놓는 거예요. 진공께 저 책은 너무 소소한 술법뿐이라, 후에 계유신이 되는 길에 들어서면 그때 얻게 될 신통력은 저런 술법과 비교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진자주는 서책을 갈무리해 품에 넣고 계연을 향해 다시 양손을 맞잡으며 인사했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계연이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제선과 제문을 바라보았다. 이틀이 지났으니 운산관의 두 도인도 곧 깨어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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