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417화 (417/892)

417화. 기분이 무척 좋은 거원자

저녁 시간이 되자 계연은 그들을 보내지 않고 직접 주방에 가서 요리를 했다.

계연이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무척 드물었으므로, 거원자도 다른 이들도 모두 기대하고 있었다.

위원생과 상의의는 함께 계연을 도우러 주방으로 향했고, 거원자도 궁금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물론 그는 돕는다기보다는 계연이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에 가까웠다.

주방에는 이미 천우방 백성들에게 산 닭 두 마리와 시장에서 사 온 큼지막한 돼지고기, 절인 배추며 말린 채소가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식탁에는 푹 고아낸 닭 요리와 삶은 닭고기, 말린 채소를 곁들인 구육(*扣肉: 양념해 오래 쪄낸 돼지고기), 배춧국, 심지어 비름나물을 곁들인 찐 두부 요리가 올라왔다.

준비된 요리를 다 올리자 식탁이 꽉 찰 정도였다.

식탁 앞에 서서 냄새를 맡은 계연은 무척 뿌듯했다. 이 요리들은 보기에 무척 간단해 보여도, 간단한 요리일수록 실은 맛을 내기가 더 까다로운 법이었다. 그의 예민한 후각으로 판단했을 때, 오늘 요리는 전부 성공이었다.

게다가 요리를 하며 집중하는 도중, 계연은 자신의 마음이 마치 거울처럼 명징(明澄)해지는 것을 느꼈었다. 의식 세계 안의 자연 속에 놓인 단로 옆에 조대(*竈臺: 부뚜막)가 생기고…… 그렇게 어느새 요리가 완성된 것이다.

“계 선생님, 어떻게 요리를 이렇게 잘하세요? 우리 집 요리사들도 선생님께는 한 수 접고 들어가겠네요!”

위원생이 잔뜩 흥분하여 감탄하자 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솜씨를 좀 부려봤지. 다들 망설이지 말고 어서 드세요. 참!”

계연은 소매 안에서 백옥으로 된 술병을 하나 꺼내 한 잔씩 따랐다. 은은한 향이 뜰 전체에 퍼지자, 모두는 취기가 몽롱하게 올라오며 영기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좋은 술이 있어서요, 아, 술 안 드시는 분 있나요?”

계연이 술을 따르던 동작을 잠시 멈췄다.

“없어요!”

“없습니다!”

그들이 서둘러 대답하자, 계연은 다시 일일이 술을 따른 후에 먼저 젓가락을 집었다.

* * *

그날 밤 자정이 된 시각.

옥회산 일행은 구름을 타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위원생, 상의의, 위무외는 모두 술기운이 가시지 않아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술에 취하지는 않은 상태였고, 거원자를 비롯한 세 사람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사부님, 조금 전에는 몰랐다가 방금 생각이 났는데요. 저희가 그렇게나 많이 마셨는데, 왜 그 술병이 비지 않았을까요?”

구풍이 웃으며 제 제자를 바라보았다.

“계 선생께서 꺼내신 백옥 술병은 ‘두호(斗壺)’라고 불리는 아주 귀한 보배란다. 십두(十斗), 백두(百斗), 천두(千斗)의 종류가 있지. 그런 술병을 만드는 방법은 일찍이 대가 끊겨 사라졌다고 들었다. 그 술병에는 좋은 술을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고, 영기를 흡수해 술맛을 더욱 순수하고 향긋하게 만들어 준다더구나.”

“아, 그런 보물도 있었군요. 계 선생님은 술을 무척 좋아하시니 그 술병도 더욱 아끼시겠네요. 그리고 제가 요란하게 계 선생님의 요리를 치켜세우긴 했지만 정말로 그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냥 찌고 볶은 보통 요리였는데 그런 맛이 날 줄이야…… 아버지, 우리 집 요리사 손맛이 계 선생님보다 못해요…….”

위원생의 말은 상의의도 깊이 동의하는 바라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거원자가 하하하 웃더니 위원생을 향해 말했다.

“계 선생님께서 너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구나. 원생아, 계 선생님 같은 고인은 세간에 보기 드물다.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반박귀진(*返璞歸眞: 지극함이 다해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의 경지에 이른 분이시지. 어떤 일을 하시든지 가장 순수한 본연의 뜻을 찾아낼 수 있는 분이시다. 선도에서도 그렇고, 요리할 때도 마찬가지겠지. 어쩌면 선생께는 요리도 일종의 ‘도(道)’일지도 모르지!”

거원자는 자신이 느낀 바를 토대로 이렇게 추측했다. 계연이 요리하는 모습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소탈함과 오묘함이 느껴졌다.

거원자는 사심을 담아 식사 자리에서 계연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었다. 바로 계연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진 것이었다.

“대체 선(仙)이란 무엇입니까?”

신선처럼 보이는 이가 이렇게 묻는 것이 의외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그 질문의 대상이 계연이었으므로 그 자리의 누구도 이 질문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계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식탁 위의 요리와 주위를 가리키며 본심 그대로 대답했다.

“소요(*逍遙: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거니는 것) 그 자체지요!”

그와 비슷한 말을 다른 이도 한 적이 있고, 거원자 자신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거안소각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이 계연의 말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데다 오묘한 도를 품고 있어, 거원자는 그 순간 계연의 뜻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마치 드넓게 펼쳐진 천지에 놓인 단로 곁에서, 조대(竈臺)에 솥을 올린 채로 웃고 떠드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거원자는 오늘 온 것이 헛걸음이 아니었다고 느꼈다. 게다가 계 선생님이 옥회산에 조금 늦게 오는 것도 괜찮았다. 어쨌든 자신은 오늘 계 선생을 뵈었고, 오늘 깨달은 것을 옥회산으로 돌아가 소화할 시간도 필요했다. 계 선생님의 방문으로 폐관 수행을 도중에 관두고 나오는 것보다는 몇 년 후에 오시는 것이 거원자에게도 좋았다.

기분이 좋아진 거원자는 넓은 소매를 휙 휘둘렀다. 바람을 몰고 구름을 타고 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자유로움과 풍류가 넘쳤다.

“어서 가자, 몇 년 후에 계 선생께서 옥회산에 오시기만 기다리면 되겠구나. 바람을 타고 소요하며, 수천 개의 봉우리와 굽이친 물길을 건너…….”

* * *

옥회산 사람들은 떠났지만 거안소각 안은 오히려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작은 글자들이 소리는 낮췄지만 저마다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아이고, 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

“나도야!”

“그 노인네 정말 대단했어. 하마터면 우리를 발견할 뻔했잖아.”

“그 사람이 거원자야. 어르신께서도 그가 쓴 칙령에 관한 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계시니, 당연히 대단한 사람이지!”

“아아, 생각났다! 그 사람이었구나!”

작은 글자들이 식탁 앞으로 날아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들은 식탁 위에 놓인 깔끔하게 비운 그릇을 바라보며 제각각 떠들어댔다.

“잘도 먹었네, 음식이 하나도 안 남았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국물도 안 남았어!”

“그보다 중요한 건 설거지도 안 하고 갔다는 거야. 우리 어르신보고 닦으라는 거야, 뭐야?”

“맞아, 감히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우리가 옥회산으로 쳐들어가서 그놈들을 잡아 오자!”

“옥회산으로 쳐들어가자!”

“옥회산으로 쳐들어가자!”

“너희 정말 바보 아니야?”

“누가 바보라고?”

“너, 너, 그리고 너!”

“야!”

“으아아!”

글자들은 뜰 안에서 이리저리 정신없이 날아다녔다. 종이학은 한쪽에서 그들의 그런 모습을 진지한 모습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계연은 쟁반을 들고 와서 글자들이 벌이는 소란을 깔끔히 무시한 채 그릇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거안소각이 구석진 곳에 자리해있고 편액에 대추나무까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글자들이 목소리를 낮췄더라도 한밤중에 누군가 이 소란을 들었을지도 몰랐다.

계연은 쟁반을 들고 와서 계연을 도와 접시들을 정리하려는 글자들을 물리친 뒤 스스로 하나씩 그릇들을 겹쳐 쌓았다. 그런 후에 술잔과 젓가락 등을 하나씩 거둬들였다.

고개를 들어 종이학을 한번 바라본 계연은 체념한 듯 미소 지었다. 그가 쟁반을 들고 주방으로 돌아가자, 글자들은 잠시 후 계연을 따라 일렬로 주르륵 주방으로 향했다.

사실 계연에게 설거지는 무척 쉬웠다. 술법을 쓸 필요도 없이, 대야에 물을 받아서 그릇을 한번 문지르기만 하면 모든 이물질이 물을 따라 떨어져 내렸다. 거의 물 안에서 그릇과 젓가락을 꺼내 드는 동시에 이물질이 전부 씻겨나가는 속도였다.

계연이 몸을 일으켜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그의 주위에 모여들었던 글자들이 다시 밖으로 흩어졌다. 그들은 다시 한번 끝없는 말다툼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그 ‘전장’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어, 각각 입씨름하는 주제가 달랐다.

“휴, 하하…….”

계연은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 뒤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웃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침실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어르신께서 쉬신다!”

“쉬…….”

“쉬…….”

“쉬…….”

밖은 마치 무음으로 설정된 텔레비전처럼 조용해졌다. 하지만 글자들의 말다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글자들은 이미 소리 없이 이야기 나누는 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실상 그들 자체가 글자이니 원래부터 뜻을 표현하기 위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들은 두세 개의 큰 진영으로 나뉘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글자들끼리 조합하여 논쟁을 이어갔다. 비록 전체 글자의 수도 적고 욕설의 뜻을 내포한 글자도 없었으나 그들은 여전히 저들끼리 떠들썩했다.

종이학은 나뭇가지 위로 자리를 옮겨, 군사들이 모의 훈련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는 글자를 내려다보았다. 때때로 종이로 된 날개를 퍼덕거리는 걸 보니 무척 재미있어하는 듯했다.

방 안에 있던 계연은 잠들지 않고, 예전에 쓰고 방 안에 남겨두었던 가위 등 공구와 노란 종이 묶음을 꺼내 들었다. 얼마 전 뇌겁(雷劫)에 의해 금갑 역사 두 명이 훼손되었으므로, 역사부적의 수량을 늘리려는 생각보다는 부적을 보수하는 것이 더 시급했다.

금갑 역사의 원형은 부적이었으나, 본질적으로는 다른 점이 있었다. 특히 계연은 그간 금갑 역사를 사용해오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금갑 역사를 사용하면 할수록 계연은 이것이 더욱 손에 익는 듯한 느낌이었다. 총 여섯 장의 금갑 역사는 처음 만들어냈을 때와 얼마간 사용한 후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소환될수록 역사는 천지의 영기와 대지의 영력(靈力)에 점차 적응했다.

게다가 그들과 합쳐진 수백 가지의 동작들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런 부적 위에 새로 만들어낸 동작들을 점차 덧붙이면서, 계연은 부적의 근본적인 질을 끌어 올렸다.

처음 금갑 역사를 만들 때부터 동작의 종류를 늘린 것 때문인지, 혹은 제련과정의 원인인지, 아니면 단순히 계연이 만들어내서 특별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원래의 금갑 역사 부적이라면 결코 그런 과정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계연은 이미 만들어진 역사 부적이 너무 많은 동작을 익히게 되면 쉽게 제련에 실패하는 문제를 회피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계연은 이미 가진 금갑 역사들의 능력을 계속해서 높여나갔다.

개수와 질량 중에서 계연은 적당한 수의 부적이 있다는 전제 아래 질량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계연이 가진 여섯 장의 금갑 역사의 동작은 원래의 324개에서 점차 6백여 개로 늘어났다.

이전에 뇌겁으로 인해 총 두 장의 역사 부적이 훼손되었는데, 계연은 아직도 그것이 못내 쓰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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