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438화 (438/892)

438화. 대단한 이력을 지닌 법사

이금래가 바닥에서 덜덜 떨자 여인이 황망한 얼굴로 이리저리 그를 살폈지만, 그녀도 정확히 어떤 처치를 해줘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다른 배가 가까이 다가와 그 배의 선장이 넘어온 다음에야 이금래는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선장은 푹 젖은 이금래의 옷을 벗기고, 면포로 이금래의 몸을 물기 없이 닦은 뒤 다시 깨끗한 옷을 입혔다. 그와 동시에 이금래의 인중을 꼬집고 배를 눌러 먹은 물을 토하게 했다. 그런 처치가 다 끝난 뒤에는 입안으로 생강탕을 두 접시나 들이부었고, 이금래는 그제야 살짝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원래 강신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껏 품었었던 이금래는 오늘 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금래는 자신을 구한 선장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면서 동전을 반 꾸러미나 답례로 주었다. 이금래는 속으로 어쩌면 이 선장이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구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반 꾸러미나 되는 돈을 받은 선장은 기분이 좋아져, 자신의 배에 탄 제 형제에게 노를 건네어 배를 몰고 따라오라고 한 뒤, 이금래의 화방을 대신 몰아 이금래를 강기슭까지 데려다주었다. 현재 이금래의 상태로 노를 젓는 것은 확실히 무리였기 때문이다.

이금래의 화방이 뭍에 닿자, 그를 도왔던 선장은 입이 귀에 걸린 얼굴로 떠나갔다.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스스로 올라온 사람을 도와 응급처치를 해주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돈을 받았으니, 선장에게는 확실히 수지맞는 장사였다.

이금래는 화방의 연탑에 누워 담요를 두 장이나 덮었고, 여인은 옆에서 그를 살뜰히 살폈다. 위급한 상황이 지나자 그들은 모두 정신을 차려서, 더는 조금 전처럼 당황하여 허우적대지 않았다.

춘혜부 부둣가는 이 시각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놀잇배, 누선, 화방 등 대부분 배들은 이미 기슭을 떠난 뒤였다.

이금래에게 도움을 베푼 선장의 배마저 떠나자, 덜덜 떨며 넋이 나간 듯 보이던 이금래가 바깥을 살피더니 옆에 있던 여인에게 물었다.

“소옥아, 저 사람 말에 의하면 내가 스스로 올라왔다던데, 뭐라고 말했느냐?”

여인이 조금 전을 떠올리며 여전히 두려움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저, 저는 공자께서 죽는 줄 알고 너무 겁이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공자께서 이미 배 위에 있었다고 말했어요.”

여인의 말은 사실 그대로였지만 이금래는 듣자마자 손뼉을 쳤다.

“잘했다! 그렇게 말해야지!”

이금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걸상에 맞아 빨갛게 부어오른 이마에 손을 대자 통증이 느껴졌다.

“쓰읍…….”

그러자 여인이 그의 눈을 슬쩍 피하며 무척 송구한 얼굴로 말했다.

“이 공자, 저는 고의가 아니었어요…….”

“아니, 괜찮다, 괜찮아. 네가 던지지 않았으면 이 일은 실패했을 수도 있었어!”

손을 휘휘 내젓는 그의 얼굴에는 꾸짖음은커녕 흥분한 기색이 가득했다. 뒤이어 이금래는 목에 건 붉은 비단 주머니를 끌러 그 안에 있던 부적을 조심스레 꺼냈다.

여인의 호기심 어린 시선 아래, 이금래가 부적을 펼치자 그 위로 희미한 푸른빛이 스쳤다.

“되었다! 하하하하…….”

이금래가 껄껄 웃음을 터뜨리다가 돌연 웃음을 뚝 그쳤다. 그러고는 좌우를 살피면서 화방의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곧 이 화방에서 너무 득의양양해하면 안 되겠다고 느끼고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적을 다시 주머니 안에 잘 갈무리하는 그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

“헤헤, 소옥아, 오늘 밤 네게 큰 도움을 받았구나. 며칠 후에 너를 속량(*贖良: 몸값을 내고 양민의 신분이나 자유를 얻는 것)시켜준 다음 첩으로 맞아주마.”

그의 말에 여인의 얼굴에도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소옥 같은 여인들은 겉으로는 호의호식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감옥 안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천적(*賤籍: 천인, 노비의 호적)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든 여인의 꿈이었다.

“정말요?”

“당연히 참말이지! 내가 언제 널 속인 적 있더냐!”

이금래는 흡족한 얼굴로 여인의 손을 쓰다듬으며 속으로는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 * *

강청어가 계연과 백제가 탄 화방 근처로 돌아오자, 뱃머리 아래의 수면에서 파문이 일었다.

“강청어 너 정말 대단하다! 사람을 또 한 명 구하다니!”

호운이 앞발을 내밀어 물을 휘저으면서 한껏 강청어를 칭찬했다. 비록 호운이 때로 사람들을 싫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계연의 가르침을 받아 시비(是非)에 대한 개념만은 명확했다.

뻐끔, 뻐끔, 뻐끔…….

강청어가 그의 말에 대답하듯 거품을 만들며 뻐끔댔다. 그러면서 이 정도는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선생님,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백제는 물에 빠진 이에게 어떤 특별한 기운도 느끼지 못했으므로, 그저 선상에 서 있던 여인의 ‘절묘한 도움’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청어에 의해 배 위로 올라온 남자의 몸 위로 희미한 법광(法光)이 스치는 것을 보고서 그가 일부러 물에 빠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러자 계연이 이렇게 대답했다.

“백 선생이야말로 춘목강의 강신이시니, 선생의 말대로 처리해야지요.”

* * *

다음 날 아침, 이금래는 비단 주머니를 들고서 춘혜부 부성 안 법사가 사는 거처로 향했다.

곧이어 그가 조용한 류엽(柳葉) 골목으로 들어서자 정교하게 지어진 저택이 그의 시야에 보였다. 대문은 다른 집들처럼 주홍색이나 다른 칠을 하지 않았고, 간단한 그림이 두 개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송곳니를 드러낸 기괴한 동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선으로만 간단하게 그려진 새 한 마리였다.

똑똑똑-.

이금래가 대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대문의 빗장이 풀리더니 14, 15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맷자락에 구름무늬가 들어간 푸른 비단 장삼을 입고서, 작은 관(冠)으로 머리를 올린 뒤 옥 비녀를 꽂고 있었다. 혈기 넘치는 입술 색에 하얀 치아를 지닌 소년은 보기만 해도 비범한 느낌이 났다.

“감사합니다, 작은 사부(師傅). 다시 폐를 끼치게 되었군요!”

이금래는 즉시 공손한 태도로 소년을 향해 예를 올렸다.

“음, 들어오세요. 스승님은 안에 계세요!”

소년은 이금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그가 들어오자 다시 문을 잠갔다.

뜰 안에는 비록 누각이나 정자는 없었지만, 대신 건물이 여러 채 있었다. 이금래가 후원으로 들어가자 은은한 단향(檀香) 냄새가 풍겨왔다.

후원의 한 방 안에서는 선풍도골(*仙風道骨: 신선의 풍채와 도인의 골격. 뛰어나게 고아한 풍채)의 모습을 지닌 장포를 입은 노인이 눈을 감고서 방석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앞에는 작은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향로와 찻주전자, 그리고 찻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향로에 꽂힌 단향은 거의 다 타버린 후였고, 그 장면은 무척이나 고요하고 속세를 벗어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방 안의 풍경을 본 이금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당장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그는 감히 소년보다 앞서 걷지 못했으므로, 천천히 소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이 방 앞에 도착하자, 남자아이가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스승님, 이 선생께서 오셨습니다.”

“으음!”

노인이 천천히 눈을 뜨고는 희색이 만연한 이금래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이 선생께서 원하던 것을 얻은 모양이오.”

그러자 이금래가 더는 참지 못하고 헤벌쭉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대사(大師)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사실 어젯밤 춘목강에서 일부러 물에 빠졌다가 하마터면 정말로 죽을 뻔했었습니다. 그래도 그 신령한 물고기를 끌어낼 수 있었고, 그의 도움으로 배 위로 올라왔지요. 여기 부적입니다.”

이금래는 이렇게 말하며 붉은 끈이 달린 비단 주머니를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었다.

그러자 노인은 미소 짓는 얼굴로 주머니를 받아 그 안의 부적을 살폈다. 부적 위에는 정말로 은은한 푸른빛이 흐르고 있었다. 이를 본 노인의 눈빛에 희미한 놀라움이 스쳤다.

‘정말로 사람을 구하는 물고기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데다가, 그 표정은 순간적으로 지나갔기 때문에 이금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음, 확실히 영험한 빛이 묻었군. 장인을 찾아가 물고기 상을 조각하게 한 뒤, 이 부적을 그 안에 넣으시오. 그런 뒤에 자주 제사를 지내면, 그 물고기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오.”

이렇게 말한 노인이 이금래에게 부적을 돌려주자, 이금래는 부적을 잘 갈무리하고는 연신 공수하며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사!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는 제 작은 성의입니다!”

이금래가 소매 안쪽에서 현지에 있는 대통전장(大通錢庄)의 은표(*銀票: 은자와 바꿀 수 있는 수표의 일종)를 한 장 내밀었다. 그 위에 적힌 액수는 백은(白銀) 10냥이었다.

“음, 얘야.”

노인이 부르자 곁에 서 있던 남자아이가 얼른 다가와 대신 은표를 받고는 한쪽에 놓인 작은 상자 안에 넣었다. 그 후 얼른 집에 돌아가 장인을 찾을 생각에 들뜬 이금래를 데리고 방을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나자, 선풍도골의 외양을 가진 노인이 즉시 방석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노인은 앞에 있던 작은 탁자를 건드렸고, 그 위에 있던 찻잔과 주전자가 부딪쳐 소리를 냈다.

노인은 작은 상자 앞으로 걸어가 그것을 연 뒤, 은표를 꺼내 자세히 살폈다. 그는 위에 찍힌 붉은 도장과 낙관, 은표 위의 정교한 무늬 등을 살피고는 이것이 진짜임을 확인했다.

은표가 진짜임을 확인한 후 마음이 놓인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헛헛해졌다.

‘에잇, 도성에 머물 수만 있었다면 은자 10냥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텐데!’

“휴우…….”

그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깊이 탄식했다.

“하하, 값진 은표도 받아놓고 왜 한숨을 쉬시오?”

낯선 목소리가 들리자 노인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움찔했다. 그러다 다시 마음을 진정시킨 노인은 애써 초연한 표정에 희미한 노기가 섞인 얼굴로 몸을 돌렸다. 방 바깥에는 비단 장포를 입은 중년의 유학자가 서 있었다.

“속세에 몸담은 이들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오늘 낸 재물은 훗날 더 큰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니……. 쯧쯧…….”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은 노인은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는 각하는 누구시오? 비록 내 이미 그쪽이 뜰 안에 들어선 것을 알았지만, 이토록 소리도 없이 방으로 들어오는 것은 실례가 아니오?”

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실례가 많았소. 나는 백제라 하고, 춘목강의 강신이오. 각하의 존함은 어찌 되시는지?”

백제는 이 노인을 보자마자 그의 도행이 얕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재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고인(高人)이 아님은 더더욱 자명했다.

“아하하하……! 춘목강 강신? 하하하! 젊은이, 어찌 그런 농담을 하나!”

노인이 배를 붙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중년 남자는 확실히 범인(凡人)이었고, 기껏해야 무공을 좀 하는 자일 터였다.

‘감히 춘목강 강신을 들먹이다니!’

그러자 백제가 웃는 듯 마는듯한 얼굴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실 노인이 이금래에게 가르쳐준 방법은 청청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는 일이었다. 비록 탐욕에 눈이 멀어 시작한 일이라 이금래 자신에게는 심리적인 안정감 말고는 별 이득이 없겠지만, 청청에게는 어느 정도 좋은 점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에 백제도 화를 내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가만히 노인의 말을 기다렸다.

노인은 백제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그가 무공을 할 줄 아는 자라고 확신하며 그를 겁주려 소리쳤다.

“하, 이 몸은 세외선인(*世外仙人: 속세를 떠나 사는 신선)인 계연을 스승으로 모시고, 대정국의 선황제에 의해 천사(天師)로 책봉된 두장생이오!”

이렇게 말한 노인은 상대의 얼굴에 떠오르는 경악한 표정을 보고서 무척 만족했다. 원래는 감춰둔 특별한 수단을 사용하려 했는데, 보아하니 그럴 필요는 없을 듯했다.

백제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서 이렇게 물었다.

“스승이 계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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