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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444화 (444/892)

444화. 구름이 깊어 알 수 없는 선하도

선하도 장로 중에서는 총 세 사람이 싸움에 나섰다. 계연과 우두머리 노인, 그리고 유학자 차림을 한 수사와 여인 하나는 높이 솟은 산봉우리 위에 서서 아래쪽을 관망하고 있었다. 이들의 시선은, 이제는 많이 흩어졌지만 여전히 검은 안개 속에 뒤덮인 다른 산봉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요마는 결국 요마로군. 힘써 수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이런 더러운 살기를 이용해 경지를 돌파할 생각을 하다니. 언젠가는 하늘이 내린 액운(劫數)을 맞게 될 텐데.”

“사형, 저 어둠 속에는 아직 대요(大妖)나 마두들이 많이 숨어있는 듯합니다.”

여인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악을 처단하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지. 우리도 움직이자꾸나. 계 선생님은 잠시 이곳에서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필요한 곳에 선검으로 도움을 주실 수 있게 말입니다.”

“예!”

계연은 함께 싸우러 가지 못하는 것에 아무런 불만도 없다는 듯이 곧장 대답했다. 다른 세 사람은 각각 세 줄기의 노을빛으로 변해 근처의 산봉우리로 날아갔다.

계연의 법안으로 보니, 선하도의 수사들은 무척 노련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중심 부근부터 각 방향에는 수사들이 고른 인원으로 퍼져있었고, 여섯 명의 장로들은 각기 다른 여섯 방향으로 날아가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하광진(霞光陣)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그것이 내뿜는 노을빛은 점점 더 밝아졌다.

사실 계연은 자신이 나설 필요가 아예 없거나 혹은 나서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사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무척 빨랐고, 진법을 유지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계연은 마치 방관자처럼 왼손으로 검을 잡은 채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그는 산 정상에 홀로 서서 하늘을 뒤덮은 뇌운과 주위를 밝히는 노을빛, 요기와 마기가 폭발하듯 상승했다가 다시 스러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쩌다 요마의 피나 살기가 이곳을 향해 떨어지더라도 계연의 몸에 닿지 못하고 저절로 주변으로 튕겨 나갔다.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한 산봉우리에는 준수한 외모의 청년을 비롯한 여러 마두가 잠복한 채로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목, 그래서 저희도 나설까요, 아니면 이대로 물러날까요?”

현재 청년의 시선은 두텁게 낀 안개와 시야를 뒤덮은 법광과 요기를 꿰뚫고, 저 멀리 홀로 서 있는 계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자가 서 있는 산봉우리에는 어떤 사악한 기운이나 불결한 것들도 떨어지지 못했다.

“다른 선하도 수사들도 대단하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자는 저기서 움직이지 않는 저자야. 맨 처음의 그 검광도 저자의 손에서 비롯된 게 분명해.”

청년이 이렇게 말하는 동안, 계연도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을 느낀 듯 살짝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회백색의 법안을 마주한 청년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구름이 깊어 알 수 없는 선하도(雲深不知仙霞島)라……. 우리는 물러서자. 저들은 여기서 싸우라지. 어차피 이곳의 살기도 충분히 흡수했으니.”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

다음 순간, 산봉우리 위의 마기(魔氣)가 지면 위로 물처럼 흘러내리더니 흙에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의 무리는 사라졌으나, 대단한 실력을 지닌 요마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남은 요괴들은 준수한 청년 모습을 한 마두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수사들과의 싸움을 이어갔다.

여러 갈래로 퍼져나간 노을빛은 마기(魔氣)와 요기(妖氣)를 제압하거나 독을 품은 살기(煞氣)를 억눌렀다. 선하도 수사들은 각자의 싸움에서 법력을 소모하면서도 거대한 진법을 무리 없이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은 균열의 규모가 너무 크구나. 지맥이 끊겨서 땅 깊은 곳의 살기가 새어 나왔다고는 해도, 아직 이렇게 혼탁할 정도라니. 다행히 분파의 수사들이 진법으로 억눌러 놓았으니, 이만하면 곧 안정되겠지.”

선하도를 이끄는 장로는 결인(結印) 하여 술법으로 요마(妖魔)들을 처리하는 동안, 십여 리 정도 떨어진 곳의 크고 작은 균열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가장 큰 균열은 이미 이전에 분파의 수사들이 진법으로 막아놓은 상태였지만, 다른 균열에서는 여전히 독과 살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수사들을 싫어하는 요마들은 정통의 수행법을 닦을 생각도 없고 천도(天道)에 대한 깨달음도 없었다. 하지만 균열에서 나오는 살기는 실력을 한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영약(靈藥)이었다. 그것은 수행의 난관을 돌파하고, 요마들이 부리는 각종 술법을 배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심지어 요괴들 자신이 받아야 할 하늘이 내리는 액운을 지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액운은 눈덩이처럼 크기를 불려 작은 액운(小劫)이 큰 액운(大劫)으로, 큰 액운이 죽어야만 끝나는 액운(死劫)으로 변하였다.

“흥, 일단 이놈들부터 죽이고 보자!”

요마의 수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지만, 이는 이제 정(正)과 사(邪)가 맞붙는 문제를 뛰어넘어 선하도의 체면 문제가 되었다. 몇 명의 목숨과 맞바꾸더라도 이 요마들을 전부 죽여야만 했다.

노인은 찬란한 노을빛을 밟고서 선하도 수사들이 모인 중심에서 백여 리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다른 다섯 명의 장로들도 그와 마찬가지로, 중심에서 2백여 리 정도 떨어진 위치에 각각 퍼져 육각형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각각의 위치로 날아가는 동안 마주치는 요마들을 높은 도행을 바탕으로 모두 죽였다. 한 번에 죽이지 못해 계속 뒤따라오는 이들은 적당한 위치에 도착한 후 한꺼번에 처리했다.

그렇게 각자의 위치에 선 여섯 명의 장로들은 서로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상공 한 지점을 향해 날아올랐다.

뒤이어 새로운 대진(大陣)이 펼쳐지며 주위로 노을빛이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진 안의 요마들은 타는 듯이 뜨거운 느낌을 받았다.

이에 수사들과 한창 싸우던 요마를 비롯해 여태까지 숨어있던 이들이 모두 뛰쳐나와 죽기 살기로 싸웠다.

한 마두(魔頭)는 마기로 이루어진 날개를 펼쳐 자신의 무리와 함께 상공으로 날아오른 뒤 네다섯 명의 수사들과 맞붙었다. 마두의 손에는 아직 뛰고 있는 심장이 들려 있었는데, 어느 수사가 목숨을 잃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지던 순간, 마두는 마침내 멀리 노을빛이 불기둥처럼 솟구치더니 여섯 방향을 향해 퍼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어서 도망쳐야 해, 선하도의 늙은이가 이중 진법을 깔았다! 이화(*離火: 오행(五行) 중 불을 가리킴. 이(離)는 팔괘(八卦)에서 남쪽을 가리키고, 남쪽은 태양이 정오에 자리하는 위치)가 타오르기 시작하면 그때는 너무 늦어!”

“흥, 마귀는 마귀로군. 겁에 질려 벌벌 떨며 속닥거리는 꼴이라니. 저 선인들을 모두 죽이면 진법을 지탱할 이들도 사라지지 않겠는가? 아우우-!”

거대한 늑대가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번개가 번쩍이던 먹구름이 갈라지더니 환한 보름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산맥 바깥은 아직 대낮이었으므로 저 달은 환각일 뿐 실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달빛이 아래를 비추자 요마들의 마음이 요동치며 조금 전 느꼈던 작열감이 거의 사라졌다.

뒤이어 거대한 늑대가 ‘커흥-!’하며 포효하자, 거대한 늑대의 얼굴을 한 안개가 환영처럼 떠올라 수십 리를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선인과 요마, 가릴 것 없이 한 구역의 모든 생명을 집어삼켰다.

“하하하하……! ‘구름이 깊어 알 수 없는 선하도, 무쌍의 날카로움을 지닌 장검산(雲深不知仙霞島, 銳意無雙長劍山)’이라더니, 그렇지도 않은 듯하구나! 아우우-!”

하지만 늑대의 환영이 다시 실체화되기 직전, 여러 갈래의 노을빛이 그 안에서 다시 날아올랐다.

원래 적지 않은 요마들은 싸움을 관망하고 있었는데, 선하도의 여섯 장로가 두 번째 진법을 치며 출구를 봉쇄하는 것을 보고는 더는 이들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노을빛으로 감싸인 구역 안에서 삽시간에 검은 안개가 차오르며, 요기가 충천하고 마귀들이 내뿜는 화염이 하늘을 뒤덮었다.

심지어 도행이 높은 대요(大妖)나 마두들도 자신들의 신통력을 발휘해, 뇌운(雷雲)의 힘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비록 벼락을 다루는 힘을 완전히 뺏어올 수는 없었지만, 뇌운 곳곳에 크고 작은 구멍이 생기면서 요마들도 벼락을 부릴 수 있었다.

콰직-!

쿵……!

콰지직…… 콰광!

그 순간, 수십 개의 벼락이 계연이 서 있던 산봉우리로 떨어져 내렸다. 보아하니 적지 않은 요마들이 모두 이전의 준수한 청년 마두처럼, 계연이 선하도의 중심인물이라 여기고 있던 것이었다.

계연은 검을 쥔 왼손은 여전히 뒷짐을 진 채로, 오른손을 하늘로 뻗어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벼락을 가볍게 소매 안으로 거둬들였다. 그것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칙령인 뇌주(雷咒) 속으로 흡수되었지만, 번개의 빛이 조금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비록 지난번 뇌겁으로 인해 아직 뇌주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요괴들이 부린 벼락을 흡수하는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계연이 산봉우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노을빛은 여전히 하늘을 뒤덮고 있었지만, 요마의 수가 선하도 수사들의 몇 배나 되었다. 심지어 균열에서 새어 나오는 독과 살기 때문에 요마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전에는 모습을 숨기고 있던 대요나 마두 등이 나섰고, 이들은 단독으로 수사들과 맞붙을 수도 있었다. 이에 요마들은 처음 선하도 수사들을 맞닥뜨린 두려움이 많이 가신 것처럼 보였다.

“하!”

크게 코웃음 친 계연은 오른손을 다시 뒤로 보내, 왼손에 쥐고 있던 넝쿨검의 칼자루를 뽑아 들었다.

챙-!

맑은 검명(劍鳴)이 사방으로 퍼지며 눈처럼 새하얀 검광(劍光)이 스쳐 지나갔다.

“아우- 윽……!”

산봉우리 위에서 달을 향해 울부짖던 늑대의 소리가 뚝 끊겼다. 선하도의 수사 세 명을 상대하던 그의 머리가 선검에 의해 뚝 잘렸기 때문이다.

핏물이 솟구치며 거대한 늑대의 머리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뒤이어 늑대의 시체도 머리를 따라 쿵쿵하는 소리를 내며 골짜기로 굴러갔다.

계연은 자신이 아무렇게나 검을 뽑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법력에 한계가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저 요마들의 대부분이 자신을 선하도의 우두머리라 여기며 꺼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은 줄곧 이 전장에서 저들에게 ‘중요한 인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때때로 공격을 해줘야 했고 심지어는 그 일격에 벼락같은 기세를 담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없었다. 선하도 수사들은 도행이 높은 요마들을 발견하면 즉시 달려들었다.

그럼 그것을 본 계연이 선검에 법력을 가득 담아 날렸다. 힘을 비축했다가 날아오는 선검의 날카로움에는 그중 누구도 대적할 수 없었다.

계연은 연이어 몇 차례 공격을 날렸다. 선검에 당한 요마들은 상처를 입었다기보다는 육체와 혼이 곧바로 소멸해 버렸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불안에 떨던 요마들은 이런 장면을 여러 번 목도한 후, 계연이 여전히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저자는 마치 이 전장을 굽어보다가 너무 지루해지면 심심풀이로 검을 휘두르는 듯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요마들이 죽어 나갔다.

이에 요마들이 내뿜는 기운과 화염은 단번에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행을 어느 정도 쌓은 이들은 냉정을 되찾고, 도망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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