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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452화 (452/892)

452화. 급박한 상황에 나서서 역귀를 처리하다

모탄촌 서북쪽 상공에서는 노을빛을 담은 구름이 휘황찬란한 법광(法光)과 함께 날아왔다. 구름은 어두컴컴한 와중에 홀로 밝게 빛나 무척 아름다우면서도 시선을 끌었다.

계연과 상역은 일부러 법광을 드러낸 채 비행하고 있었는데, 이는 혹시 마주칠지 모를 요마(妖魔)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는 목적이었다. 자신들을 보고 공격해도 좋고, 아니면 겁에 질려 도망쳐도 좋으니 요마들을 속세에서 쫓아 보내려는 생각이었다.

“음?”

계연이 법안을 이용해 살펴보니, 저 멀리 무거운 죽음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역도 계연과 마찬가지로 그곳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계 선생님, 큰일이 벌어진 듯합니다.”

“얼른 가죠!”

발아래의 노을빛이 번쩍이더니 이들은 즉시 속도를 올려 수상한 낌새가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계연과 상역이 구름을 타고 나는 속도는 절대 느리다고 볼 수 없었지만, 죽음의 기운이 묵직하게 도사린 구역이 너무 커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어렴풋이 성벽과 마을의 윤곽이 보였다. 하지만 사람이 만들어내는 화기(火氣)가 정상적인 상태보다 훨씬 약했다.

밤바람이 불어와 노을빛 구름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위에 서 있던 두 사람이 법안을 열어 아래를 바라보니, 특이한 귀물(鬼物)이 내뿜는 어두컴컴한 빛이 보였다.

이 방면에 있어 상역은 계연보다 견식이 넓었으므로 곧바로 상황을 유추해냈다.

“이런, 계 선생님! 저건 살기(煞氣)에 의해 생겨난 귀물입니다. 이 근처에는 원래도 시신들이 많았고, 저승에서도 이를 처리할 힘이 없어 귀물은 이미 재해가 된 모양입니다!”

대지 곳곳에 퍼진 어두운 빛은 흉악한 귀물의 존재를 상징했다. 그들은 저승의 관리나 신령들이 법력을 이용해 귀물과 맞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수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났다.

어떤 곳은 성 전체가 음산한 녹색 빛무리가 덮여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어떤 귀물은 성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양기(陽氣)를 빨아먹고 있었다. 그것은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냈는데, 마치 기쁨에 겨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통에 찬 비명 같기도 했다.

밤하늘에 퍼진 노을빛은 무척 눈에 띄었다. 비록 일반 백성들은 이를 볼 수 없었지만, 신령이나 귀신들은 이에 무척 민감했으므로 이미 몇몇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불그스름한 채운(彩雲)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계연과 상역은 성을 포함한 지역을 한 바퀴 돌아보며 귀물의 상황을 파악한 뒤, 결국 직접 나서기로 결정했다.

“계 선생님은 구경만 하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 상역은 결인(結印) 하여 술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가 손목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팔을 휘두르자 여러 갈래의 노을빛이 요동치며 아래를 향해 날아갔다. 빛이 지나간 곳에서는 역귀들이 곧바로 불에 타올랐다.

* * *

이곳에서는 저승의 관리들이 판관의 통솔 아래 역귀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높은 하늘에서 노을빛 구름이 가까워지고 있었는데, 저승의 관리들은 초조한 마음에 이게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었다.

“판관 대인, 하늘에 뜬 저 노을빛이 무엇입니까? 혹 누가 도우러 온 걸까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노을빛이라 하여 꼭 정통의 수선자이리란 법은 없다. 요사한 것들도 저런 빛을 꾸며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판관은 이렇게 대답하며 판관붓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가 손목을 움직여 역귀들을 짚어낼 때마다 역귀들의 혼백이 요동쳤고, 뒤이어 저승의 관리들이 칼을 휘둘러 역귀를 베어버렸다.

역귀들은 숫자도 많고 무척 삿된 기운을 풍겼다. 살기가 무척 강해, 역귀들을 죽여도 기운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남은 기운은 다른 역귀에게 붙어 더욱 강력한 역귀를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그 경우에는 손 쓰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비록 일반적인 역귀들은 처리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그래도 싸움이 오래 이어지다 보니 저승의 귀신들은 모두 피로를 느꼈다. 그들은 역귀를 상대하는 것만으로 힘에 부쳤기 때문에, 성안의 상황을 통제할 여력은 없었다.

범인(凡人)들이 내뿜는 불의 기운이 역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 혹은 악귀가 가진 질병의 기운(病氣)을 상대하는 데에 불의 기운의 작용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사람이 한번 악귀에 의해 병의 기운이 옮으면, 역병을 얻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사람이 죽기 전에 내뿜는 양기(陽氣)를 역귀들이 흡수할 수 있었는데, 이는 역귀들을 더욱 흥분하게 했다.

게다가 사람이 죽으면 시신이 내뿜는 병의 기운은 더욱 강해져서, 전염병이 더욱 빨리 퍼지는 온상이 된다. 그 경우에는 역귀가 없어도 사람들이 병에 걸릴 수 있었다.

저승의 관리들은 최근에야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저승에서는 현재 이를 통제할 여력이 없어서 주로 역귀를 처리하는 데에 온 힘을 쏟고 있었기에, 고작해야 성안의 의원이나 관원, 지역 유지의 꿈에 나타나 역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에 그쳤다. 역귀들을 다 죽이지 못하면 이 상황을 결코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다.

관리들이 막 상공에 뜬 노을빛 구름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돌연 노을빛이 여러 갈래로 쏟아져 내렸다. 그것이 훑고 지나가자 귀신들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역귀들이 전부 불에 타올랐다.

“아악……!”

“으아악!”

관리들이 아무리 죽여도 큰 변화가 없던 역귀들이 이번에는 온몸을 비틀고 날뛰면서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불에 타오르자마자 죽는 역귀는 없었지만, 역귀들이 다른 역귀에게 부딪히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역귀가 불에 타올랐다.

이에 저승의 관리들은 저도 모르게 공격을 멈추고 역귀들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런 후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노을빛 구름 위에 서 있는 두 선인(仙人)이 보였다. 그중 한 사람이 손을 결인한 채 술법을 펼치고 있었는데,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노을빛이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성안에 있던 대부분의 역귀가 화염에 타올랐다. 그 순간, 상역이 맺은 결인의 모양을 바꾸더니 팔을 뻗어 위로 올렸다.

후욱-!

불길에 타오른 역귀들이 폭발하더니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계연은 아래쪽의 역귀를 관찰하면서도 상역이 부리는 술법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상역이 부리는 술법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다워, 일종의 예술처럼 느껴졌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이 어디에서 오신 선인이신지는 모르지만, 저희는 저승에 속한 귀신들로, 이미 저 역귀들과 여러 날 동안 싸우던 중이었습니다. 다만 이곳은 역귀가 훑고 지나간 곳 중 하나일 뿐으로, 역귀들은 이미 여러 지방에 퍼져나갔다고 들었습니다…….”

판관이 포권(抱拳)한 채 구름 위에 선 두 사람에게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는 속으로 그들이 조금만 더 도움을 베풀어 주길 바랐다.

그러자 계연과 상역도 간단히 판관에게 인사했다. 곧이어 계연이 이렇게 대답했다.

“역귀들이 생겨난 원인은 지맥의 살기(煞氣)가 폭발했기 때문이에요. 저희도 마침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고요. 여러분은 성 곳곳을 살펴봐 주세요. 놓친 역귀가 있는지 확실히 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말한 계연은 상역을 향해 말했다.

“상 선생님, 저희는 각기 흩어져서 움직이도록 하죠. 저놈들을 찾으면 힘이 닿는 데까지 처리하도록 합시다. 역병으로 비롯되어 나타난 역귀들은 다른 요마보다 훨씬 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니까요.”

계연은 지난 생의 경험으로, 이런 귀물은 처리하기 무척 까다롭다는 것을 알았다. 일반적인 요마들은 죽이면 상황이 끝나지만, 역귀들은 역귀들을 죽이더라도 이미 역병이 퍼져나간 후라면 병에 걸린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퍼져나갔다.

“선생의 말대로 따르겠습니다!”

* * *

상역이 계연의 말에 응한 후, 두 사람은 빛으로 변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래쪽에 남은 저승의 관리들과 몇 마디 나눌 새도 없었다.

원조국 서북부의 이 작은 지역에는 이미 역병이 퍼진 상태였고, 역귀들이 곳곳에서 날뛰고 있었다.

계연이 역귀를 처리하는 수단은 상역의 술법처럼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그저 바로 선검을 뽑아 그 검기(劍氣)로 역귀들을 처단하는 것이었다. 계연은 확실한 효과만 있다면 자신의 방식이 설령 ‘모기를 잡는 데에 폭탄을 터뜨리는(大炮打蚊子)’ 것일지라도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역귀들이 횡행하는 범위는 요대구 등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었다. 모탄촌 사람들이 들은 소식은 전부 ‘다른 현’이나 ‘인근 마을 어디’였기 때문에, 이들은 근처 현성 몇 곳에만 역병이 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밤 계연과 상역이 돌아다녀 본 결과, 이 역병이 퍼진 범위는 현이 아니라 부(府) 단위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나라에서도 행정 구역을 현과 부로 나누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계연은 자신이 거의 계주 크기 정도의 지방을 돌아다니며 역귀를 베었다고 느꼈다.

다행히도 계연은 자신의 특수한 법안과 정순한 법력의 힘을 이용해, 아주 자그마한 의심스러운 기운이라도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런 곳이 눈에 띄기만 하면 계연은 바로 날아가 선검으로 역귀를 베었다.

처음에는 마주친 저승의 귀신들과 대화를 몇 마디 나누기도 했으나, 후에는 그들과 말을 섞지 않고 떠났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밤중이 되도록 하늘에는 계연이 내뿜는 법광(法光)이 번쩍였다. 그는 마침내 대하현(大河縣)에 도착했는데, 현성 안에는 역시나 역귀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이에 그는 저승의 귀신들 쪽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검을 뽑았다.

챙-!

청량한 검명이 울려 퍼지며 계연이 선검을 휘두르자, 저승의 관리들과 역귀들은 온통 눈앞이 하얀빛으로 뒤덮이는 것을 느꼈다. 뼈를 에는 듯한 검기의 날카로움을 느끼자마자 모든 일은 이미 끝이 나 있었다.

역귀들이 내지르는 비명과 울음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이곳은 역귀들이 휩쓴 구역 중에서도 변두리에 속했으니, 이제 상황이 슬슬 정리되고 있는 듯했다. 계연은 구름 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법안으로 관찰해보니, 역귀가 내뿜는 귀기(鬼氣)로 뒤덮인 곳은 더는 없는 듯 보였다. 이에 계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별안간 음산한 빛이 눈에 띄었다.

대하현은 다른 현성과 마찬가지로 성황신이 없었다. 이때, 현성 안에는 야유신(*夜游神: 밤에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선악을 조사한다는 신) 두 명과 저승사자 한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계연이 검법을 펼쳐 역귀를 처리한 것을 보고 곧바로 포권하며 정중히 인사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장(仙長). 저희는…… 어……?”

야유신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계연은 구름을 밟고 빛으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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