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화. 물고기와 용이 한데 섞여있다(魚龍混雜)
그들은 마침 배고픔이 극에 달해 있었던지라, 요리가 상으로 올라오자마자 게걸스럽게 해치우기 시작했다. 체면을 차릴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까지 배고파하시는 걸 보니, 조금 전에 여러분을 데리고 온 도우께서 모르는 새에 도움을 베풀어 주신 듯하군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여러분은 정봉 나루터에 무사히 올라오지 못했을 겁니다.”
“아, 맛있다……! 그, 그럼, 쩝쩝…….”
“천천히 드세요, 다 드신 뒤에 말씀하셔도 됩니다.”
“네, 선장께서도 어서 드세요!”
“예, 예. 저도 먹겠습니다…….”
젊은 수선자가 우아한 태도로 젓가락을 뻗어 채소와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술로 목을 축인 뒤, 다시 생각에 잠긴 얼굴로 주루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러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식탁 위의 요리 절반 이상이 사라져있었다.
“참, 선장, 아까 그 사람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그자가 저희에게 주의를 기울이자마자 선장께서 급히 저희를 데리고 자리를 떠나셨잖아요.”
한 소녀가 닭고기를 집어 먹고 탕을 한 입 마신 뒤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젊은 수선자가 그녀를 약간 눈여겨 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겉보기에 떠들썩한 정봉 나루터는 지금 사실 물고기와 용이 한데 섞여 있는(*魚龍混雜: 악인(惡人)을 비롯한 온갖 사람이 뒤섞여 있다는 뜻) 상황입니다. 물론 대부분은 안전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경계심마저 내려놓을 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제가 비록 그자의 실력을 꿰뚫어 볼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또한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아주 순간적이지만 사이(*邪異: 사악하고 괴이쩍다)한 느낌마저 들었어요.”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을 듣고 여섯 사람이 음식을 씹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그들은 뒤늦게나마 두려움을 느끼며, 혹여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각종 끔찍한 상상을 떠올렸다.
“이런 곳에서는 정괴(精怪) 같은 겉모습을 가진 이는 대부분 지나친 행동을 삼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완벽한 사람의 모습을 한 것은 무언가 좋지 않은 동기를 숨긴 이들일 수도 있어요. 게다가 저런 이들 중에는 가끔 제정신이 아닌 이들도 있습니다…….”
“허억…….”
“그렇군요…….”
“그래도 제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만 잘 따라오면 별일은 없을 겁니다. 저희는 쭉 정봉 나루터에 있다가 비행선을 타고 항주에 도착하면 곧바로 사숙께서 계신 곳으로 향할 테니까요.”
* * *
“아무리 봐도 저 탄천수의 위세가 제일 대단하네. 저게 식사를 하려고 한 번 입을 벌리면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을까?”
옥회산 일행들은 푸른 기와를 인 건물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중 나이 어린 한 제자가 흥미로운 기색으로 이렇게 묻자, 위원생이 즉시 나서서 대답했다.
“속세에 있는 우리 집에는 커다란 마장(*馬場: 말을 매어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말 천 필을 먹고도 남을걸!”
계연과 거원자는 그들 일행의 가장 앞에서 걷고 있었는데, 비록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흥미롭게 저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들의 맞은편에서 한 무리의 여인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각기 등에 검을 매거나 손에 검을 들고 있기도 했고, 불진(*佛塵: 도교의 법구로, 도사가 번뇌를 물리치기 위해 들고 다니는 먼지떨이)을 들고 있는 자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얼굴을 가벼운 면사포로 가린 채였고, 어떤 이들은 긴 머리를 높이 틀어 올린 채였다. 그런 그들이 걸어오는 모습은 신선처럼 가볍고, 유유자적해 보였다.
그중 맨 앞에 선 여인은 허리까지 와닿는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서 불진을 들고 있었다. 머리 좌우 양쪽에는 붉은 끈을 묶고 있었는데, 그 끈은 발치까지 닿고 있었다. 외모는 맑고 수려했으며, 도행이 무척 높아 보였다.
“계 선생님, 저들은 위미종의 도우(道友)들입니다. 위미종에는 사내가 거의 없고, 위미종의 도우들은 수행계의 다른 이들과 교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요.”
거원자가 낮은 목소리로 계연을 향해 이렇게 설명하자, 계연이 위미종 수선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쪽 무리의 사람들은 서로 스쳐 지나갈 때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다만 옥회산 수선자들이 위미종 사람들을 관찰하는 동안, 그쪽에서도 이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위미종 수선자들은 옥회산 수선자들이 허리춤에 단 옥패를 보고서 이들이 어디서 온 건지 이미 파악한 눈치였다.
“사조(*師祖: 스승의 스승을 일컬음), 옥회산 사람들이에요. 어, 저기 눈이 이상한 사람은 옥패가 없네요.”
위미종의 한 제자가 목소리를 전하는 술법으로 앞서 걸어가는 수선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에 사조라고 불린 여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 그녀는 푸른 장삼을 입은 서생이 ‘눈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이쪽을 살짝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옥회산 사람들이 떠나가자 위미종의 수선자들이 가장 앞에 선 여인을 따라 푸른 유리 기와가 올라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사조(師祖)라고 불린 여인은 안으로 들어서기 전, 다시 고개를 돌려 옥회산 일행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방금 보았던 회백색의 눈을 가진 수선자의 도행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자가 자신에게만 전한 말을 들은 것을 보니, 결코 평범한 사람일 리도 없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일부러 술법을 써서 자신들의 말을 엿들은 것도 아닐 터였다. 그러니 그자는 높은 경지의 도행을 지니고, 마음이 깨끗하고 영혼이 투명한 수선자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 수준에 다다른 이들은 주위에서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사조, 수백 년 동안 바깥 걸음을 하지 않았던 옥회산에서 이번에 저렇게나 많은 이들을 보내왔을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도행이 높아 실력을 꿰뚫어 볼 수 없는 이도 몇 명 있는 걸로 보아, 전에는 저희가 그들을 얕잡아 본 듯합니다.”
이 말을 꺼낸 여인도 계연이 이쪽을 바라보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옥회산의 고명해 보이는 도인이 자신을 보았으니 그녀로서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게 더 어려웠다. 그녀는 계연의 곁에 있던 거원자도 그와 마찬가지로 수행의 깊이를 알 수 없었던 것을 떠올리고는 씁쓸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마음에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도손(*徒孫: 제자의 제자) 뻘인 수선자가 이렇게 말하자, 사조라 불린 여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는 저들이 왜 왔는지 아는 것이냐?”
“저, 사조…… 무술년(戊戌年) 이때라면 당연히 선유대회에 참석하러 가는 것이겠지요.”
그러자 그녀의 사조가 그제야 깨달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또 일 갑자(*甲子: 60년)가 지났구나…….”
그들은 이런 대화를 나누며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넓었는데, 아마 공간을 축소하는 진법(陣法)을 사용한 듯 보였다.
1층은 사방이 뚫린 널찍한 공간으로 벽 곳곳에 법패(*法牌: 법력이 담긴 영패)가 걸려 있었는데, 어떤 것에서는 빛이 났고 어떤 것은 어두웠다. 법패 위에는 각 비행선과 선수(仙獸), 현도(*懸島: 공중에 떠 있는 섬)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주위에는 이곳의 사무를 책임지는 월록산 수선자들이 바삐 일하고 있었다.
특징이 뚜렷하여 척 봐도 위미종인 수선자들이 들어오자, 월록산 수선자 중 한 명이 이들에게 다가와 정중히 인사했다.
“소생은 이(李)씨 성으로, 월록산에서 정봉 나루터의 일을 맡아보는 지사(知事) 중 한 명입니다. 위미종의 도우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음, 이 도우께서는 예를 거두시지요. 그저 저희 탄천수를 타고자 하는 이들이 누군지, 특별한 화물은 없는지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위미종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접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지사로서 이씨 성의 수선자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얼른 관련 기록이 적힌 옥간(玉簡)을 한 묶음 꺼내 오늘 도착한 탄천수에 관한 항목을 찾아냈다. 그는 그 옥간을 뽑아내어 두 손으로 위미종 수선자에게 건넸다.
“한번 살펴보십시오, 전부 거기에 적혀 있습니다. 만약 따로 급한 일이 없으시다면, 탄천수에 타고 싶은 승객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 정봉 나루터에 이틀 정도만 더 머물러 주시지요. 만약 조용히 수행할 곳이 필요하시다면 위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위미종 수선자들은 위층에 올라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몸을 돌렸다. 수행을 닦기에는 자신들의 소유인 탄천수보다 더 좋은 곳은 없었다.
그때 위미종 수선자들의 우두머리에게는 도손(*徒孫: 제자의 제자)이 되는 한 수선자가 지사에게 물었다.
“이 도우께서는 정봉 나루터의 지사라고 하셨지요? 그럼 이곳을 오가는 고인(高人)들도 잘 아시겠군요. 아까 이곳에 온 옥회산 수선자들 중 수행이 무척 높은 분이 두 분 계셨는데, 혹시 누군지 아십니까?”
그러자 이씨 성의 지사가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 두 분 중 수염을 기른 분은 거원자라는 성함의 옥회산의 거 진인(眞人)이신데, 그분은 바깥 걸음을 잘 하지 않는 분입니다. 저희 월록산에 그분께서 마지막으로 오셨을 때가 6백 년 전이니까요. 연세가 정확히 어느 정도이신지는 몰라도, 그분의 도행은 분명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시겠지요.”
수선자들에게 있어 나이는 그들 수행의 척도가 되지는 못했다. 타고난 자질 등의 원인으로 인해, 60세의 젊은 수선자라고 해서 100세의 수선자보다 실력이 낮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원자 정도로 오래 산 이들은 수행이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왜냐하면 그 정도 나이에 어느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일찍이 늙어 죽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원자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지사는 계연을 떠올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다른 한 분은 저도 오늘 처음 뵌 분이지만, 거 진인을 비롯한 옥회산의 수선자들이 무척 공손한 태도로 그분을 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분은 옥회산의 수선자는 아닌 것 같았고, 다만 그들과 무척 막역한 사이인 듯 보였습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위미종 수선자들은 대화가 끝나자마자 신속하게 자리를 떴다. 그들이 떠나자 이 지사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미종 수선자들은 외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들의 그런 성향을 알고 있는 외부 사람들이라 해도 꺼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위미종 사람들이 막무가내라는 뜻이 아니었다. 선도(仙道)를 닦는 이들 중 정말로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이들은 무척 소수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조금도 참지 못하는 이들은 적지 않았고, 위미종 사람들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더 가까웠다. 위미종의 수련법은 잔잔한 물처럼 고요하고 맑은 마음을 요구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보기에 그들의 태도는 무척 냉담하게 느껴졌다.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경우,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약간의 양보도 하지 않는 위미종 수선자들의 악명은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