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화. 위험한 정봉 나루터
정체를 알 수 없는 깃털을 얻은 후로 계연은 법안을 열고서 좀 더 신경 써서 노점을 살폈다. 계연은 심지어 한 선문에서 운영하는 건물 안에도 들어가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지 살피기도 했다.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물건 대부분은 계연에게 있어 모두 ‘특별한 물건’이었다. 계연은 수행계에 대한 견식이 좁았기 때문에, 각종 신기하고 기이한 물건 때문에 눈이 다 돌아갈 지경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계연은 이번에 각종 정괴를 잔뜩 알게 되었다. 그중 어떤 정괴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능력이 있거나, 영초(靈草)나 영약이 죽지 않게 잘 돌보는 정괴처럼 모두에게 인정받는 능력도 갖추었다.
특히 영초를 관리하는 정괴들은 무척 희귀한 존재였다. 영초와 영약은 주변 환경에 대한 요구가 무척 까다로웠고, 각종 조류의 먹이가 되거나 사악한 존재들에게 노려지기도 쉬웠다.
그러니 영초가 제대로 자라려면 이런 특수한 정괴가 돌보거나, 요수(妖獸)가 계속 근처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러니 옛이야기 속에서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진 후 영약을 발견했다는 이들은 엄청나게 운이 좋은 것이었다.
비록 무척 신비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것들은 수선계에 존재하는 정상적인 정괴들이었다. 그러므로 계연의 소매 안에 있는 정체 모를 깃털과 이러한 정괴들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계연 일행은 ‘영보각(靈寶閣)’이라는 이름의 상점을 나온 뒤, 나루터까지 함께 왔던 여섯 명의 사람들과 이들을 이끄는 젊은 수선자를 마주쳤다.
그들도 계연과 거원자를 발견하고는 무척 기쁜 얼굴로 인사했다.
“계 선장(仙長)님, 그리고 거 선장께서도 여기 계셨군요?”
“정말 두 분이셨군요, 하하! 꺼억-!”
흥분한 기색으로 반갑게 인사하던 중 어떤 이가 길게 트림을 했다.
한편 계연과 거원자, 구풍을 본 젊은 수선자는 계연 일행을 향해 양손을 맞잡으며 살짝 허리를 숙였다.
“세 분 어른을 뵙습니다!”
수선자가 생각하기에 그 자신은 이 세 사람의 수행이 어느 정도인지 꿰뚫어 볼 수도 없는 데다, 이분들은 여섯 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이곳으로 무사히 데려왔다. 게다가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온화하고 맑은 것을 보니 선도(仙道)를 닦는 고인(高人)임이 틀림없었다.
“어서 예를 거두세요, 여러분도요.”
젊은 수선자를 향해 대답하던 계연은, 막 자신들에게 정중히 예를 올리려던 여섯 명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저들의 입가에 기름기가 묻은 걸 보니 이제는 상태가 좀 좋아진 것 같았다.
계연에게서 느껴지는 맑은 기운 때문인지, 식사 도중 젊은 수선자에게 질문을 했던 소녀가 돌연 이렇게 털어놓았다.
“계 선장님, 그리고 거 선장님. 조금 전에 여기서 복숭아나무 가지를 든 이상한 사람이 계속 저희를 지켜보며 웃고 있었어요. 보아하니 아무래도 저희를 해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를 듣던 젊은 수선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상대방에게서 사이(邪異)한 기운이 느껴진다고만 했을 뿐, 그자가 이들을 해치려 한다고는 말한 적 없었다. 게다가 겨우 한번 만난 선장에게 도움을 구하다니! 만약 이곳이 속세이고 보통 사람인 그들이 사악한 존재를 만나 수선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거라면 모를까, 정봉 나루터 같은 곳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기에 계연의 반응이 이 수선자는 무척 의외로 느껴졌다. 계연은 살짝 내리깔았던 눈꺼풀을 크게 뜨고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사람이라면 저도 봤어요. 확실히 삿된 기운이 느껴지긴 했지요. 복숭아꽃은 핏빛 홍조를 띠고, 가지 위에 죽음의 기운이 미소 짓더군요. 그런 사악한 존재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네요.”
계연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의 주변에 청백색의 빛이 일렁이며 넝쿨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를 발견한 구풍이 깜짝 놀라며 다급히 소리쳤다.
“계 선생님, 안 됩니다! 정봉 나루터에서는 싸움이 금지되어 있어요. 진선(眞仙)이든 고인이든 여기서는 누구도 상대를 공격할 수 없어요!”
반면 거원자는 크게 놀란 기색 없이, 웃는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소, 구 진인? 만약 진선의 경지에 이른 고인이 정말로 손을 쓴다면 어찌 될 것 같소?”
“그럼…….”
구풍은 계연과 모습을 드러낸 선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런 고인이 정봉 나루터에서 누군가를 공격한 적은 아직 없지만, 만약 정말로 공격한다면? 월록산에서 감히 제지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들이 할 일은 ‘진상을 규명’하는 것뿐일 것이다. 그들은 소동을 부린 삿된 존재를 고인이 처리했다고 말할 뿐, 결코 고인이 공격한 것이 틀렸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진선이라고 불릴 정도의 수준을 갖췄다면, 분명 마음과 영혼이 맑고 깨끗한 수선자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는 넝쿨검이 그 삿된 존재에 반감을 느껴 스스로 움직인 것뿐이었다. 푸른 넝쿨에 감싸인 선검은 생기(生氣)와 함께 조화로운 기운을 지니고 있었으므로, 북숭아나무 가지를 든 자와는 상충하는 기운이었다.
그러므로 계연이 정말 손을 쓸 거라는 뜻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상대를 없애야 할 필요까지는 없었으므로, 계연은 그저 한번 보기나 하려는 생각이었다.
계연이 선검을 가볍게 쓰다듬자, 그 위의 넝쿨과 잎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기다리렴.”
이렇게 말하자, 계연과 거원자만 느낄 수 있던 선거의 날카로운 검의(劍意)가 사라졌다. 뒤이어 계연은 선검을 가로로 쥔 채로, 오른손으로 그 위를 가볍게 훑었다. 그러자 한 줄기 맑은 기운이 여섯 사람을 훑고 지나갔고, 그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별일 없을 거예요.”
이렇게 말한 계연은 바깥 봉우리의 나루터에 정박한 거대한 탄천수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이곳을 거니는 동안 복숭아나무 가지를 쥔 사람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싶더니, 정봉 나루터를 떠난 게 아니라 이미 승선한 것이었다.
뒤이어 여섯 사람은 계연의 일행이 그들과 같은 비행선을 타고 북경 항주로 간다는 걸 알고 무척 기뻐했다. 떠나는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 * *
한편 그 시각, 탄천수의 꼬리 부근에 커다란 맹수 가죽을 뒤집어쓰고 몸을 잔뜩 말고 있던 사람이 부르르 떨었다.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분명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아이고, 대체 방금 느낀 그 한기는 뭐였지?’
소년처럼 보이는 남자는 이렇게 불평하며 복숭아나무 가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 고개를 내려보니, 복숭아꽃의 꽃잎 하나가 찢어져 있었다. 그 단면은 마치 검에 베인 것처럼 깔끔하고 날카로웠다.
‘세상에……! 도대체 무슨 존재지? 정봉 나루터는 너무 위험해!’
* * *
이틀 뒤, 탄천수의 울음소리가 정봉 나루터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거대한 요수에게 있어 이틀은 그저 낮잠 자는 시간에 불과했다. 탄천수가 다시 몸을 움직이자 정봉 나루터에는 바람이 미친 듯이 몰아쳤다.
그렇게 탄천수가 떠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금빛 돛을 단 거대한 비행선이 정봉 나루터로 날아왔다. 물론 탄천수에 비하면 어린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의 크기였다.
* * *
현심부(玄心府)의 비행선은 그 크기로만 보면 위미종의 탄천수에 비해 장난감 정도였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대단히 거대한 물체였다.
이틀 동안 구경을 실컷 한 계연과 옥회산 수선자들은 바깥에 더 머물 이유가 없었으므로 곧바로 비행선에 올라탔다.
비행선은 정봉 나루터의 바깥 봉우리의 항구에 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강물 위에 정박한 배처럼 보였다. 강물을 대신해 깔린 짙은 안개가 비행선 밑을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운무(雲霧)의 주목적은 정봉 나루터를 숨기는 것이었고, 그 외의 부차적인 목적으로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이들이 비행선에 오를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계연은 이것이 퍽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일행이 바깥 봉우리에 있는 항구에 도착하자 이미 수선자를 비롯해 온갖 정괴, 사람, 요물 등이 비행선에 오르기 위해 모여든 것이 계연의 시야에 보였다. 비행선과 항구 사이에는 거대한 교두보가 이어져 있었다.
항구에는 비행선에 타고자 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내리는 이들도 꽤 많았다. 마침 건장한 정괴 하나가 자기 몸보다 몇 배는 큰 화물 상자를 지고 내리는 것이 계연의 눈에 보였는데, 그가 내딛는 걸음에서 상자의 무게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비행선에 오르는 입구에는 금색 법포(法袍)를 입은 현심부 수선자들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회색 털을 가진 개처럼 보이는 선수(仙獸)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앉은 크기는 사람 키만 했고 얼굴에는 귀가 네 개 달려 있었다. 선수의 시선은 시종일관 승객들에게 머물렀는데, 그는 한쪽 눈만 뜨고 한쪽 눈은 감은 채였다.
“하하, 보아하니 선문에서도 눈 감아 주고 있군.”
거원자의 말에 위원생과 상의의를 비롯한 어린 제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했고, 계연과 구풍, 양명 등의 수선자들만이 거원자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양명은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오랫동안 두문불출했던 나이 든 진인(眞人)을 위해 설명해 주기로 했다.
“정봉 나루터처럼 선문에서 관리하는 곳들은 발전 속도가 무척 빨라, 지금 이곳은 1, 2백 년 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입니다. 선인, 요괴, 마귀, 불자(佛子), 인간, 귀신, 정괴 모두 교류할 곳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양명은 그들을 지나치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바로 이런 특수한 장소이기 때문에 요물의 기운이 어딘가 수상쩍더라도, 너무 눈에 띄거나 위협적이지만 않으면 선문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수선자나 불문(佛門)의 승려들조차 때로 스스로의 죄업(罪業)에 시달릴 때가 있으니까요.”
계연은 이런 발전을 무척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수선자들이 관리하는 나루터이니만큼 질서가 있을 것이고, 이는 요마(妖魔)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계역 나룻배는 간단하게 말해서 일종의 특수한 공공 교통수단인 셈이었다. 나룻배를 운영하는 선문은 아무런 이득도 없이 이런 수단을 제공하진 않았다. 나룻배를 운영하는 것은 결국 이익을 얻기 위해서였고, 그러므로 상업적인 모습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
다만 형식상으로라도 좀 더 좋아 보이도록 각 선문은 승선장 입구에서 요금을 받지 않았다. 승객들은 정봉 나루터의 상점가에 자리한 건물에서 월록산 측에 요금을 내고, 그런 후에는 월록산 측에서 나룻배를 운영하는 각 선문에 자신들이 거둬들인 요금을 보낸다. 이렇게 하면 보기도 좋을뿐더러 편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계연을 비롯한 승객들은 이미 월록산 측에서 발급한 영부(靈符)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이 일종의 탑승권인 셈이었다. 입구에 나와 있는 현심부의 수선자들은 위험한 이들이 있는지 식별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지만, 그보다는 탑승권을 검사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평범한 사람이 타고 내릴 때도 너무 무례하지만 않으면 눈감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