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476화 (476/892)

476화. 온 하늘의 별빛이 계연에게로 빨려 들어가다

한편 수선자들에게 있어 이 광경이 주는 전율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신비롭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들은 이런 광경이 펼쳐진 연유를 더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결코 음양 돛이 만들어낸 게 아니야, 절대로!”

나이 든 수사(修士) 하나가 선미(船尾)에 자리한 선창의 입구에서부터 갑판 위로 나와 주위의 은하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방에 별빛이 몽롱하게 빛나는 가운데 반짝이는 별들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 게다가 별은 가만히 제자리에 고정된 게 아니라, 각자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별빛을 만들어낸 간단한 술법이 아니라, 진짜 은하수를 불러낸 수준이었다.

“누군가 음양 돛의 힘을 빌려 술법을 펼친 게 분명하네.”

또 다른 누군가가 그의 곁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자는 노인처럼 나이 든 얼굴에 새카만 머리카락을 지닌 수선자였다.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그의 표정만은 그가 느낀 놀라움과 충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대체 누구지? 현심부의 장교(掌敎)거나 사조(*師祖: 스승의 스승) 뻘 되는 자인가?”

먼저 갑판에 서 있던 나이 든 수선자가 상공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늘 위에는 여러 명의 수선자가 비행선을 따라 날고 있었는데, 그중 누군가에게서 법광(法光)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빛이 너무 밝아 안쪽의 사람이 누구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잠시 침묵에 잠겨 있다가, 후에 나타난 쪽이 돌연 화제를 바꿔 이렇게 말했다.

“태음(太陰)과 별의 힘이 이토록 농후한데, 가져가지 않으면 낭비겠지!”

“자네 말대로야. 일단 최대한 수집하고 나서 현심부에는 나중에 소소한 성의 표시와 함께 알려주면 되겠지.”

이렇게 결론 지은 두 사람은 소매를 휘둘러 수납용 법기(法器)를 불러내어, 태음의 힘을 담은 별빛과 달빛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두 사람처럼 태음의 힘을 흡수하려는 수선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나마 어떤 이들은 현심부의 눈치를 보느라 오묘한 이치를 깨달으려는 이들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태음의 힘을 끌어당기기 시작하자 그들도 결국은 참지 못했다.

수행이란 것이 원래 궁극적으로 소요(*逍遙: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롭게 세상을 사는 것)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다, 현심부 수사들도 제지하지 않는데 참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정괴나 요물들은 가장 늦게 움직인 이들이었다. 이는 그들이 수선자들보다 더욱 예의를 차려서라기보다는, 이 비행선 자체가 선인(仙人)들의 지반이었기 때문에 감히 경거망동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선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선인보다 태음의 힘에 더욱 의존적인 그들 또한 곧 체면 차리지 않고 태음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현심부 수선자들은 이때 다른 이들에게 관여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들은 온 힘을 비행선의 진법을 유지하는 데에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타난 별빛과 은하수는 무척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진짜 하늘 위를 흐르는 물길에 휩쓸린 것처럼 파도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이에 현심부 수선자들은 비행선이 행여 뒤집히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실은 선체를 보호하는 진법에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 술법을 펼친 고인(高人)이 충분히 상황을 통제할 테지만, 그래도 현심부 수선자들은 비행선을 걸고 도박을 하고 싶지 않았다.

현심부의 두 지사(知事)는 함께 진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음양 돛을 관찰하고 있었다. 사실 굳이 따져보자면, 지금 저 은하수로 인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것은 비행선을 따라 상공에 떠오른 수선자들이나 법력을 이용해 별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승선한 수선자들이 아니라 이 비행선 그 자체였다.

비행선이 낮과 밤 동안 태양과 태음의 힘을 흡수하는 것은 사실 비행선에 있어서는 일종의 제련(*祭煉: 도교에서 일컫는 태극제련법(太極祭煉法: 개인 수행의 완성과 죽은 일체 유혼(幽魂)에 대한 제도(濟度)를 위한 수련법)이나 다름없었다.

비행선을 책임지는 지사들은 옥회산의 대진인들이 교대로 직책을 맡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즉 이들은 어느 정도 도행을 갖춘 이들이라는 뜻이었다. 두 사람은 이 은하수가 실은 비행선을 따라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들은 혹시 모를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진법을 유지하면서도, 저 은하수를 제련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생각이었지만, 이들이 저 힘을 모두 다 이용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미 그 자체로 보물인 현심부의 비행선은 더욱 대단한 물체가 될 것이다.

“만약 저 은하수를 비행선에 흡수시킬 수만 있다면…….”

“그만 진법에나 집중하세!”

두 사람은 선창 내의 한 조용한 별실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로 술법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러자 신령한 빛을 내뿜는 법주(法珠)들이 벽에 빼곡히 걸린 진도(*陣圖: 진법을 그려낸 그림) 위에서 빛났다.

뒤이어 비행선의 빛이 더욱 환해지며 비행선 주위에 있던 태음의 화염도 더욱 맹렬해졌다. 이것은 비행선에 걸린 진법이 별의 힘을 제련하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반응이었다.

한편 갑판 위의 어느 곳에서는 옥회산 수선자가 모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들이 가진 옥패는 이 순간 모두 각자의 머리 위로 떠올랐는데, 그것은 마치 반짝이는 별처럼 주위에 있는 태음의 힘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얻기 어려운 수행의 기회를 낭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거원자는 태음의 힘을 흡수하는 동시에 이렇게 말했다.

“현심부 사람들도 반응이 꽤 빠르군. 하지만 꿈도 크지. 계 선생께서 술법을 부려 은하수를 만들어낸 것은 결코 남 좋은 일 해주기 위해서가 아닐 텐데!”

거원자의 말대로, 계연은 현재 공중에서 천지묘법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운용하며 장엄한 은하수의 풍경을 끌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계연 자신의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계연도 이제는 음양 돛의 힘이 예상보다 더욱 뛰어난 것을 보고, 치유를 넘어 이 힘을 조금 더 흡수하려는 생각도 있기는 했다.

계연은 다른 수행자들이 이 힘을 고루 나눠 받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강력한 별의 힘은 자신도 다 흡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 법력을 이용해 만들어낸 은하수를 현심부에서 이용하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 계연은 이미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온 것이었다.

이 상태를 일각(一刻) 정도 유지한 후 계연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하수가 형성되던 때는 순식간인 것처럼 보였는데, 이는 계연이 천지화생으로 불러낸 그의 의식 세계가 너무나 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진정한 별의 힘은 그보다 천천히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때가 그 힘이 가장 짙게 드리워진 순간이었다.

이때 계연은 온몸이 별빛에 뒤덮여 있어, 수많은 형체가 중첩되어 동시에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의식 세계 속에서 법천상지(*法天象地: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술법으로, 머리로는 하늘을 떠받치고 두 발로 땅을 디디는 거인의 형태)의 모습으로 서 있던 계연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칙령의 힘을 담아 이렇게 천지를 뒤흔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온 하늘의 은하수는 모두 내게 돌아오라.’

이는 가장 간단한 형태의 도기결(導氣決)이었다. 천지묘법으로 끌어낸 은하수의 풍경은 태음의 힘으로 화해 그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쏴아아…… 쏴아아……!

비록 소리가 귓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보통 사람은 물론이고 승선한 모든 존재가 자신의 의식 속에서 파도가 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은하수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연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음양 돛의 힘을 빌려 끌어낸 태음의 힘을 수리건곤(袖里乾坤)을 이용해 받아들이고, 천지화생을 펼치며 의식 세계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계연을 중심으로 은하수 안에 새로운 달이 떠올랐다. 무궁무진한 별빛이 강물처럼 파도쳤고, 밝은 달은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계연은 태음의 힘을 끝없이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힘을 자신의 의식 세계로 이끌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위세의 은하수는 계연의 의식 세계 속 산과 하천을 모두 뒤덮을 듯이 밀려 들어왔고, 곧이어 계연의 인도에 따라 삽시간에 의식 세계를 벗어나 왼쪽 팔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자 극한에 치닫는 벼락의 양기(陽氣)에 감싸진 계연의 몸과 혼백 위로, 태음의 힘이 세상을 뒤덮을 기세의 홍수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쏟아져 내려왔다.

‘그야말로 은하수가 쏟아져 내려오는구나!’

계연이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태음의 힘과 벼락이 서로 충돌하며 심오한 도력의 파동이 폭발했다.

우웅…… 콰앙!

위이잉…… 쿠구궁……!

한편 비행선의 상공에는 계연을 중심으로 희미한 파문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 파동이 훑고 지나간 이들은, 수선자며 요물이며 할 것 없이 모두 저릿한 감각과 동시에 자신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에 정괴와 요마(妖魔)들은 태음의 힘을 흡수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너무 놀라 온몸을 움츠렸다. 게다가 은하수가 사납게 넘실대기 시작하며 다른 수행자들 또한 수행을 멈추고 상황 변화를 주시했다.

의식 세계란 사람의 신체와 정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그것이 끝없이 광활해 보인다 해도 그렇게나 많은 태음의 힘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었다.

계연은 물론이고 대단한 경지의 진선(眞仙)이 온다 해도, 이 힘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계연은 태음의 힘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왼쪽 팔로 계속 흘려보내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많은 양을 흡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연은 거의 다 나았다고 여겼던 뇌겁(雷劫)이 이토록 끈질길 줄은 미처 몰랐다. 그것은 흩어지지 않으려는 듯 단단히 뿌리내린 상태였는데, 당장 손쓰지 않으면 정말로 고질병이 될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은 별의 힘이 극에 달해 있었으므로, 계연은 아예 이 왼팔의 ‘전쟁터’를 몸 전체로 옮겨 버렸다. 계연이 태음의 힘을 흡수하는 동시에 이 기운을 뇌겁과 충돌시키자, 계연의 온몸은 태음의 힘으로 터질 듯이 차올랐다가 씻겨 내려가길 반복했다.

우르릉……!

계연의 주위로 벼락의 위세가 퍼지며, 뒤이어 들릴 듯 말 듯한 천둥소리에 수선자들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콰광……!

그 순간 정말로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도행이 낮은 이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천둥 번개가 울려 퍼진 다음 순간이었다.

솨앗-!

눈 깜짝할 사이에 은하수가 사라지며 주위의 별빛이 어두워졌다.

이는 계연이 의식 세계의 은하수를 거둬들이고 천지묘법을 흩뜨렸기 때문이었다. 계연의 힘이 사라지자 음양 돛만으로는 그만한 힘을 모으고 유지할 수가 없어 곧바로 사라진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상황이 너무나 놀라웠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광활한 은하수가 모두 계연을 향해 빨려 들어간 거라고 여겼다.

비행선의 음양 돛에는 여전히 은은한 별빛이 남아있었는데, 이는 계연이 술법을 펼치기 전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상황과 대비되어, 지금은 그 돛이 빛을 잃은 듯 어두워 보였다.

계연은 지금도 별빛에 뒤덮여 그 모습이 모호한 상태였다. 한편 비행선 위를 날고 있던 수선자들은 계연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모두 그가 누군지 보고 싶어 했다.

그건 갑판 위의 수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옥회산과 일부 현심부 수선자들을 제외하면, 모두 저 빛무리 속에 있는 고인(高人)이 누구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계연은 남아있던 뇌겁이 사라져 온몸이 가벼워지자, 일단은 얼른 이 상태를 점검하고 안정시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남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한 줄기 빛으로 변하여, 선창 안으로 휙 날아 들어가 모든 이들의 시선에서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갑판에 있던 이들 중 옥회산 수선자들에게만 계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 깨달은 것이 있어 저는 이만 객사로 가서 며칠간 폐관 수행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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