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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477화 (477/892)

477화. 고인(高人)은 하루만 왔다 갔네

고인(高人)이 빛으로 변해 사라졌는데도, 정괴와 요마들은 여전히 몸을 바로 펴지 못했다. 조금 전 들었던 벼락 떨어지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여서, 하늘의 위세가 겁(劫)으로 변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했다. 천겁(*天劫: 하늘에서 내리는 벌)은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었으므로, 오래도록 정괴와 요마들은 그 두려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계연도 사라지고 비행선 주위의 은하수도 흩어졌으니 오늘 밤의 ‘태음(太陰) 잔치’는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음양 돛이 여전히 태음의 힘을 끌어들이고 있긴 하지만, 조금 전과 비교하면 너무나 희박하게 느껴졌다.

한편 선미 쪽 갑판 위에 서 있던 두 노수사(老修士)도 일찍이 수행을 멈추고 이제는 별이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이 병 모양의 법기(法器)를 흔들어보니, 안쪽에 태음의 힘이 반 정도 차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한 시진(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렇게나 많은 태음 진수(眞水)를 모으다니!”

“오늘은 운이 좋았지. 그나저나 조금 전 그 수선자가 대체 어느 선문의 사람인지 궁금하군. 현심부와는 무슨 관계일까?”

“그건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지.”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나누며 각자 손에 든 병 모양의 법기를 바라보았다. 뒤이어 그들은 무언가를 깨닫고 놀란 기색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고인이 은하수 전체를 거둬들였지?”

“그랬지…….”

물론 그 은하수는 진짜가 아니었지만, 달빛과 별빛으로 이루어진 태음의 힘만은 진짜였다.

‘도대체 어떻게 한순간에 은하수를 드러냈다가 다시 담아갈 수 있지?’

* * *

옥회산의 수선자들은 계연이 전해온 목소리를 듣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만이 계연의 목소리를 들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계 선생께서 폐관 수행하러 가셨으니, 남은 이들은 계속 수행하거나 야경을 감상하도록 하게. 나는 선생을 위해 먼저 가서 지키고 서 있을 테니.”

이렇게 말한 거원자는 몸을 일으켜 옷자락을 흩날리며 순식간에 환영처럼 화해 떠나갔다.

거원자가 떠나자 옥회산의 나이 어린 제자들은 좀 더 마음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위원생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사부인 구풍에게 물었다.

“사부님, 방금 그 은하수는 계 선생님이 만드신 거죠?”

이에 구풍은 웃으며 위원생과 마찬가지로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나이 어린 수선자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사형(師兄)인 양명도 다른 두 진인(眞人)과 함께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었다.

“계 선생님이 하신 게 아니면, 현심부의 도우(道友)들이 했겠느냐? 설령 음양 돛이 선생님의 신통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들, 현심부 수선자들은 아니지. 이 비행선의 지사(知事) 둘을 합쳐도 계 선생님에 비하면 한참 멀었을 것이다.”

나이 어린 제자들은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조금 전의 광경과 자신이 수련을 통해 얻은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풍이 엄한 얼굴로 이렇게 당부했다.

“외부에는 함부로 이 일에 대해 발설하면 안 된다. 은하수를 불러낸 고인이 계 선생님이라는 걸 아는 이는 이 비행선에 몇 없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예!”

“그럴게요, 사숙(師叔)!”

옥회산 제자들이 이렇게 대답하는 동안, 양명을 비롯한 옥회산 진인들은 금색 법포(法袍)를 입은 현심부 수선자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비행선의 지사 중 한 명이 두 제자를 데리고 옥회산 수선자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갑판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은 근처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멀리서부터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옥회산 도우분들을 뵙습니다!”

계연이 이곳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비행선의 지사는 여전히 그들 일행을 유심히 살폈다.

옥회산 수선자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인사했다.

“현심부의 도우분들을 뵙습니다.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셨는지요?”

그러자 지사가 옷자락을 단정히 정리하며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양 도우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혹 진인분들과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러자 옥회산의 한 진인이 이렇게 나서서 말했다.

“구 사형, 양 사형, 제가 먼저 제자들을 데리고 객사로 돌아가겠습니다. 두 분께서는 현심부 도우들과 이야기 나누세요.”

“그래, 부탁하네, 왕 사제(師弟).”

현심부의 수선자들이 왕 진인을 향해 살짝 양손을 맞잡고 예를 취하자, 그도 현심부 도우들을 향해 인사한 뒤 제자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그러자 현심부의 지사가 다시 양명을 바라보며 정중한 태도로 물었다.

“옥회산 도우분들, 계 선생께서는 객사로 돌아가신 겁니까?”

이에 양명이 사제들과 눈짓을 나눈 뒤 이렇게 대답했다.

“계 선생님께서는 피곤해하셔서 일찍 객사로 돌아가 쉬고 계십니다.”

그는 계연이 폐관 수행하러 갔다고 말하지 않고 피곤하다고 대답했다. 현심부의 수선자는 그의 말을 의심하는 기색 없이 음양 돛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 선생님은 정말 신통한 법력을 지니신 분입니다. 현심부의 수선자가 아님에도 음양 돛을 이용해 그토록 신묘한 술법을 부리시다니요. 은하수가 펼쳐지던 그 광경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넋이 나갈 정도였지요…….”

이렇게 말한 지사는 다시 그들에게 고개를 돌린 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도우분들, 계 선생님은 옥회산의 고인이십니까?”

그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양명과 구풍도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계 선생님은 저희 옥회산과 막역한 사이이지만, 옥회산의 수선자는 아닙니다.”

“그럼 선생께서 몸담고 계신 곳은 어디입니까?”

그러자 구풍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선생께서는 따로 몸담은 곳이 있다고는 말씀한 적이 없으십니다.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아는 이가 없을 겁입니다.”

“아…….”

그러자 현심부의 지사가 약간 주저하는 듯하더니 이렇게 물었다.

“그럼 도우들께서는 계 선생님이 부리는 술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겠군요? 저어, 계 선생님께서도 내일이든 언제든 다시 성력(星力)을 끌어와 수행할 예정이시겠지요? 그럼 혹시 대략적인 날짜라도 저희에게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진도(陣圖)를 다시 배치해 비행선의 진법을 최대로 열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께도 얼마간 힘을 보탤 수 있게 말입니다!”

“하하하…….”

그러자 옥회산의 진인들이 웃으며 대답했다.

“도우께서 어떤 생각이신지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계 선생님께서는 성정이 자유롭고 호쾌하셔서, 무슨 일을 결정할 때도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때그때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십니다. 게다가 저희처럼 도행이 얕은 이들로서는 선생의 오묘한 술법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도우께서도 이미 아시겠지만, 조금 전과 같은 일은 우연한 기회로 맞닥뜨릴 수 있을 뿐, 바라거나 강요해서는 얻을 수 없습니다.”

“휴우, 저희가 어찌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옥회산 도우들께 와서 이리 캐묻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참, 여러분께서는 북경 항주로 가신다고 들었는데, 그럼 분명 선유대회에 참석하는 것이겠지요?”

“물론이지요!”

“계 선생님도 가십니까?”

“계 선생님도 가십니다!”

이를 들은 주(周)씨 성의 지사가 다시 한번 양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그럼 더는 실례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저희 배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선유대회에서 옥회산 도우들과 더욱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군요! 저는 그럼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러자 양명과 구풍 등의 이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얼른 그를 향해 양손을 맞잡고 예를 취했다.

“물론입니다! 저희 옥회산에서는 오랫동안 선유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터라, 현심부 도우들의 많은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감히요, 동행하시는 계 선생님은 물론이고 거 진인께서도 대단한 인물이시지 않습니까?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는다는 게 맞겠지요!”

“하하하, 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현심부 수선자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가는 것도 빨랐다. 이는 더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문제는 너무 깊이 물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가 같은 비행선에 탄 상태니, 영혼과 마음이 맑고 깨끗한 수선자라면 서로를 충분히 감지할 수도 있는 거리였다. 아직 계연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이야기가 더 깊어지면 계연도 자신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실례가 될까 봐꺼리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선유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옥회산 측에서는 현심부와 미리 관계를 다져놓으면 당연히 좋은 일이었다. 비록 계 선생님의 존재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셈이었지만, 그들이 알기로 계 선생님께서는 이런 사소한 일에 개의치 않는 성정이었다.

* * *

한편, 객사의 뜰 안에서는 거원자가 나무 탁자 옆에 앉아 막 우려낸 뜨거운 차를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계연은 방 안에서 가만히 자리에 누워 입정(入靜)한 상태에서 몸 안에 일어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이 뇌겁(雷劫)은 계연을 괴롭힌 지 이미 몇 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계연은 마치 오랫동안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다가 한순간에 푼 듯 온몸이 솜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법력의 순환도 무척 순조로워, 이제야 완전한 회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계연이 마지막에 남은 뇌겁의 힘을 온몸으로 끌어와 태음의 힘으로 정화했기 때문에, 몸 곳곳은 지금까지도 약간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저릿함은 예전의 통증에 비하면 무척 편안하게 느껴졌다.

계연의 의식 속 산과 하천에서는 별빛이 모습을 감춘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그 안쪽에서는 벼락이 모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계연의 뇌법(*雷法: 번개를 다루는 술법) 경지가 한 단계 상승했음을 계연의 마음과 생각이 암시하는 것이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듯, 계연은 줄곧 수행에 힘써왔지만 모든 술법에 전부 출중하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어뢰술(御雷術) 같은 것이 그 예외에 속했다. 계연은 자신이 가진 칙령 뇌주(雷咒)로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정도였다. 그나마 계연이 몇 년간 뇌겁과 ‘투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뼈 아픈’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에, 벼락을 다루는 실력이 한층 능숙해진 것이었다.

게다가 계연은 그간 손대지 못하고 있던 뇌주를 다시 회복시킬 방법을 떠올린 상태였다. 만약 뇌주를 원래 모습대로 회복시킬 수만 있다면 하늘에서 내리는 뇌겁과 같은 수준의 위력을 지닐 테니, 이는 계연의 필살기가 되고도 남을 터였다.

지금 당장 계연의 몸에 남은 유일한 문제는 태음의 힘이 과도하게 몸에 들어왔다 나간 후여서, 오행(五行)의 완전한 원만함을 이룬 계연조차 음양(陰陽)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는 것이었다. 이에 계연은 삼매진화의 기운을 조심스럽게 온몸 곳곳에 흐르도록 만들었다. 다만 차갑고 뜨거운 기운이 동시에 느껴져, 계연은 벼락을 맞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괴로웠다.

그렇게 해서 다른 이들에게는 며칠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계연은 2주 내내 잠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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