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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478화 (478/892)

478화. 거센 폭풍 속

그 2주 동안 밤마다 현심부의 수선자들은 물론이고 승선한 다른 수행자들, 몇몇 평범한 사람들까지 모두 무언가를 기다렸다.

정괴와 요마들은 비록 그날 밤의 벼락 떨어지는 소리에 무척 두려워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일 밤 갑판 위로 향했다. 고작 놀라는 것 정도로 살점이 떨어지진 않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벼락에 맞아 정말로 살점이 떨어진다 해도 수행을 닦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다만 그날 밤과 같은 은하수는 다시는 펼쳐지지 않았다. 비행선 안에서 은밀히 도는 소문으로는, 그날 술법을 펼친 고인은 이미 충분한 태음의 힘을 흡수해 굳이 다시 힘을 쓸 필요가 없다고 전해졌다.

탑승객들도 생각해보니 그 소문이 옳은 것 같았다.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자신들조차 태음의 힘을 흡족하리 만치 흡수했었다. 모두 목격했듯이 그 고인은 은하수 전체를 가져가 버리지 않았던가!

홀로 은하수를 거둬간 고인이 얼마나 많은 양을 흡수했을지는 이들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 고인의 도행은 승객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높거나, 혹은 무언가 대단한 법보(法寶)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무척 높은 확률로 둘 다일 수도 있었다.

반면 예상과 달리 현심부의 수선자들은 그리 마음이 급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언제든 계연과 대화를 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은하수를 만들어낸 수선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다른 승객들에 비하면, 현심부 수선자들은 이미 엄청나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도 많았다.

* * *

계연이 수행을 마치고 나오자, 비행선 아래쪽에는 어느새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었다.

* * *

바다에 든 지 2주가 지난 어느 날 아침.

태양이 수면 위로 올라와 사방을 붉게 비추자, 저 멀리 보이는 해역이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계연은 선창 내 거울이 있는 구역을 이용하는 것보다 갑판 위에 서서 직접 풍광을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비록 그의 시력으로는 특수한 사물이 아니고서는 모두 흐릿하게 보였지만, 이는 계연이 일찍부터 들인 습관이었다. 게다가 계연의 의식 세계가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현묘한 상태가 되면, 바깥 세계의 풍경이 그대로 중첩되어 열에 아홉은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계연의 머리카락이 등 뒤로 나풀거렸다. 그는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금빛 붉은 색채를 지닌 깃털을 꺼내, 햇빛에 대고 자세히 관찰했다.

아침 햇살이 깃털에 닿자, 색채가 더욱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났다. 그러다 한순간 햇빛이 깃털 위를 물처럼 흐르는 듯 보였다. 계연이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의 착각일 뿐이었다.

거원자는 계연의 곁에 서서 마찬가지로 그 깃털을 살펴보고 있었다. 지금은 그들 곁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거원자는 마침내 내내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실은 정봉 나루터에서 이 깃털을 사셨을 때, 선생님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혹시 이 깃털에 무슨 특별한 힘이라도 있는 겁니까?”

계연이 깃털에 영기와 법력을 조금씩 주입하자, 깃털 주변으로 요기(妖氣)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그는 즉시 손을 놓았다.

그런 뒤에 그는 고개를 돌려 거원자를 향해 물었다.

“혹시 무언가 느껴지세요?”

주변으로 열기가 느껴졌기 때문에 거원자도 계연이 깃털에 영기를 주입한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무언가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아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열기가 나오는 것 빼고 다른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계 선생님께서는 무언가 보이십니까?”

그러자 계연이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요기가 느껴져요. 무척 짙고 무시무시한 요기예요.”

그렇게 말한 계연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현실와 비현실의 사이에 있는.”

“요기라고요?”

그러자 거원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으며 깃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조금 전에 요기가 느껴졌다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요기?’

거원자의 반응은 계연의 예상대로였다. 전에는 계연도 너무 놀라 판단력이 흐려져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계연은 깨달은 것이 있었다. 바로 이 요기는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 요기는 ‘의식’의 측면에 존재하는 것일 터였다.

계연은 자신이 가진 특별한 법안과 의식 내 세계의 특이성 때문에 이 깃털에서 요기를 감지해낼 수 있었다. 이는 절대로 계연의 환각이 아니었다.

거원자는 계연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깃털을 직접 손에 들고 영기와 법력을 주입해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한참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마침내 포기했다.

거원자는 깃털을 다시 계연에게 돌려주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이게 어느 요수(妖獸)의 깃털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것은 계연도 대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비록 약간 터무니없는 추측을 하나 하고 있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 추측일 따름이었다.

“그건 저도 몰라요. 어쩌면 그저 천부적으로 특별한 능력을 타고난 요수일 수도 있고, 어쩌면…….”

계연의 시선이 다시 한번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향했다. 거원자도 그의 시선을 따라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를 계연이 무의식적으로 던진 시선이라고만 여겼다.

“어쩌면 제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깃털은 결코 보이는 것만큼 일반적인 깃털이 아니에요. 아무래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연구해봐야겠어요.”

사실 계연은 삼매진화를 이용해 이 깃털에 불을 한번 붙여보고 싶었다. 하지만 깃털은 딱 하나뿐인데, 만약 이게 재가 되어버리면 어디 가서 이 요물의 깃털을 구한단 말인가?

하지만 삼매진화를 구성하는 것 중 하나는 양매(陽昧)의 불이었다. 물론 이를 단독으로 사용한다면, 전설 속에 나오는 태양의 진화(眞火)만큼의 위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삼매진화의 힘을 빌려 기운을 극양(極陽)으로 전환한다면 얼마간 모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한번 시도해볼까? 그러다 태워버리면 어쩌지?’

이보다 적당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계연은 계속 이렇게 망설이게 될 것이다.

“어흥-!”

이때, 우렁찬 울음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자, 계연을 포함한 선상의 수선자들이 모두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저 멀리 구름 사이로 기다란 용의 그림자가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건 용의 울음소리가 아닌가? 교룡인가?”

그런데도 비행선은 방향을 바꾸려 하지 않고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직선으로 항해했다. 교룡은 여전히 구름 속에서 꿈틀대며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양측이 가장 가까워졌을 때는 서로 간의 거리가 백 장(丈)밖에 되지 않았다.

그 교룡은 몸길이만 수십 장(丈)에 물 항아리처럼 굵은 몸통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네 발은 운무(雲霧)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푹신한 지면을 디디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흥-!”

현심부의 비행선에 비하면 이 교룡은 무척 작아 보였다. 비행선에 탄 승객 중에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교룡을 살피는 이도 있었고, 놀라움을 담은 감탄을 내뱉는 이도 있었으며 겁에 질린 듯 보이는 이도 있었다.

교룡도 마찬가지로 돛이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선인(仙人)의 비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인들이 잔뜩 탄 이런 비행선과는 가급적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편이 좋았다.

“사부님, 저 교룡은 지금 뭘 하는 건가요? 왜 구름 위에서 계속 꿈틀거리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한 수선자가 자기 스승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마 짝을 구하는 것이겠지. 옛말에도 용은 본성이 방탕하다고 전해져 내려온단다. 물론 모든 용족(龍族)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들이 요물 중에서도 가장 짝을 구하려는 열망이 크고 적극적인 이들이라는 건 사실이지. 용족이 번성한 것에는 아마 이런 연유도 있을 것이다.”

“아하…….”

어느 스승과 제자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계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는 속으로 저들이 어떤 소 요괴를 못 만나봐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비록 여기저기 정을 뿌리고 다니는 것에 있어 감히 그가 최고라고 할 수는 없어도, 요물 중에서 분명 세 손가락 안에는 꼽힐 것이다.

“여러 도우분들은 안전에 주의하세요. 저희 비행선은 곧 폭풍이 부는 구역에 들어서게 됩니다. 진법이 쳐진 구역 바깥으로는 날아가시면 안 됩니다.”

현심부 수선자들이 비행선 곳곳으로 목소리를 전해 혹시 모를 위험을 경고했다.

지금 이 사해(四海)의 개념은 선인들이 규정한 것이 아니라 용족들에게서 비롯된 터였다.

먼 옛날에는 거센 폭풍이 일거나 해류가 흐르는 곳을 제외하면 세계의 경계는 비교적 모호한 편이었다. 그 때문에 용족들은 자신들이 차지할 영역을 늘리기 위해 서로 끊임없이 싸웠다.

그러다 약 천몇백 년 전, 광활한 사해 곳곳에 흩어져 사는 진룡(眞龍)들이 모여 사해의 경계를 정했다. 그리하여 현심부가 지금 날고 있는 바다는 동해였다.

운주는 아득히 넓은 동해에 에워싸인 땅으로, 동토(東土)라고도 불렸다. 지금까지도 운주에 있는 연해(沿海)의 국가에서는 바다를 그저 바다라고 부르거나 혹은 동해라고 불렀다. 어떤 나라는 동쪽에 자리하지 않았는데도 동해라는 말을 썼다. 이는 조상으로부터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이름이었던 것이다.

비행선이 곧 지나치게 될 곳은 거센 바람이 부는 해역이었다. 선상에 있던 이들이 전방을 바라보니,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온통 어둑어둑하고 파도는 다른 해역보다 높이 일었으며 바닷물도 더욱 혼탁했다.

뒤이어 비행선이 점차 고도를 하강하며 해수면에 닿았고, 그들은 곧 바다 위를 항해하기 시작했다.

휘이잉…… 휘이잉……!

주위에는 바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더욱 어지럽게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행선 주위로 반짝이는 빛이 여러 개 떠올라, 비행선 전체가 몽롱한 빛에 잠긴 커다란 알처럼 보였다. 이는 어둑어둑한 거친 바다에서 유달리 눈에 띄었다.

쏴아아…… 철퍽……!

선체 주위로는 높이 솟구친 파도가 일어 비행선이 아래위로 넘실거렸다. 하지만 위아래로 규칙성 있게 움직일 뿐, 사방으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어서 주루의 식탁 위에 놓인 탕에서 국물이 쏟아지는 일은 없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이때 모두 자신들의 객사(客舍)에 있었고, 계연을 비롯한 일부 수선자들만이 갑판 위에 나와 있었다.

계연은 사실 제 안위를 무척 신경 쓰는 편이었다. 이에 폭풍을 능히 상대할 만한 도행을 지녔음에도, 굳이 폭풍 속을 날아오를 생각은 없었다. 구경할 만한 풍경도 없는 데다, 폭풍의 힘을 빌려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비행선 위에서 구경하는 것은 여전히 흥미로웠다. 이 비행선은 무척 신기한 물건이라, 선체 주위로 폭풍이 불어닥쳐도 보이지 않는 힘에 가로막혀 안정적으로 변했다. 해수면은 계속 넘실대며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비행선 밑바닥에는 줄곧 비행선을 끌어당겨 안정적으로 만드는 파도가 있었다.

거친 바다에 들어선 지 이틀째 되던 밤은 먹구름에 의해 온통 암흑에 잠긴 것처럼 깜깜했다.

솨아아아……!

쿠르릉……!

어지러운 폭풍과 높이 이는 파도뿐만 아니라, 이제는 폭우에 더해 때때로 벼락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별빛조차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와중에, 비행선 한 척만이 폭풍우 속에서 홀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계연은 선미에 홀로 서서 폭풍우를 바라보았다. 하늘을 뒤덮은 뇌운(雷雲)은 일반적인 구름이 아닌지, 이런 강풍에도 조금도 흩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떨어지는 벼락 자체에는 그다지 특이한 점이 없었다.

“어흥……!”

바로 그때, 저 멀리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지 않는 계연은 즉시 그것이 얼마 전 짝을 찾던 교룡임을 알아차렸다.

“머어……! 음머어어!”

콰르릉……!

휘이이-!

혼란스러운 폭풍우 속에서 기괴한 소리가 섞여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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