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479화 (479/892)

479화. 구조 요청

“어흥…….”

용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적지 않은 수선자가 선미 갑판 위로 모여들어 폭풍우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 전에 본 그 교룡인가?”

“그런 것 같군. 대체 무슨 일이지?”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설마 다른 수컷을 만나 싸우는 건가?”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계연과 거원자는 엄숙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거원자 근처에 각각 검은 머리와 흰 머리를 가진 늙은 수사(修士) 둘 또한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중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수선자가 주위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저 교룡이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 같군요.”

용족과 교류한 경험이 적지 않은 계연도 대충 상황을 눈치챈 상태였다. 게다가 소 울음소리와 비슷한 용의 포효는 거의 고통에 찬 울부짖음에 가까웠다.

비행선 위의 수선자들이 자신들이 지나온 뒤쪽을 바라보던 때, 멀리 절망에 빠진 교룡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선광(仙光)을 발견했다. 뒤이어 그는 얼마 전 마주친 계역 나룻배를 떠올렸다.

“저는 용왕님을 모시는 붉은 교룡(赤蛟)입니다, 부디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여러 선장(仙長)께 부탁드립니다! 윽……! 음머어-!”

교룡의 구조 요청을 들은 수선자들이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교룡이 자신들을 향해 말을 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이 의견을 나누던 중 계연은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전방을 가리켰다. 비록 용왕이 그 늙은 용 하나만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를 일 아닌가! 계연의 손짓에 넝쿨검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전광석화처럼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날아갔다.

근처에 있던 늙은 두 수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서로를 마주 보는 그들의 표정에는 경악이 서려 있었다.

‘선검?’

솨앗-!

눈처럼 새하얀 검광(劍光)이 지나가자, 폭풍과 해수면이 좌우로 쩍 갈라졌다. 그러자 양분된 곳의 기류와 바닷물이 무형의 벽에 부딪혀 소용돌이쳤다.

챙……!

다음 순간, 멀리서부터 검명(劍鳴)이 들려왔다.

비행선 뒤쪽의 먼 폭풍우 속에서 붉은 교룡 하나가 미친 듯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떨어져 내리는 벼락에 스스로 다가가기도 했다.

그 교룡의 몸 위에는 기괴한 벌레가 빽빽이 달라붙어 있었는데, 어떤 것은 부드럽게 꿈틀대며 교룡의 비늘 위에 달라붙어 있었고, 어떤 것은 갑충(甲蟲)처럼 그를 물어뜯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그 장면을 보았다면, 온몸의 털이 곤두섰을 정도로 소름 돋는 모습이었다.

“어흥……!”

교룡은 자신에게 달라붙은 괴충(怪蟲)들을 향해 화염을 만들어 내뿜었다.

콰르릉……!

이때,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교룡의 몸을 관통했다. 그의 몸을 타고 찌르르 흐르는 전류에 괴충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지만, 여전히 몸에 달라붙은 벌레들보다는 적었다.

슈수수숫!

폭풍에 의해 요동치는 혼탁한 바닷물 위로 무수히 많은 괴충이 뛰어올라 다시 교룡에게 달라붙었다.

교룡은 이제 정말로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혈기가 왕성한 교룡이었으므로, 공포를 느낀 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비록 자신보다 도행이 높은 이들을 두려워하긴 했지만, 그것은 경외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지금 이 온몸이 떨릴 정도의 공포와는 달랐다.

자신에게 빽빽하게 달라붙은 이 벌레들은 심지어 용의 위엄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벌레들은 이대로 자신을 파먹어 버릴 것처럼 끊임없이 비늘을 물고 뜯었다. 게다가 벌레들은 자신이 속도를 내는 것도 방해하여 바닷물 속에서 더욱 많은 벌레가 자신에게 달라붙게끔 했다.

남은 요력(妖力)은 아직 충분했으나, 자신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이 괴충들은 서로 협력하여 자신을 이 혼탁한 바닷물 속으로 끌어내리고 싶어 했다.

“어흥-!”

교룡은 힘을 끌어모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것들이 들끓는 저 바닷물로 다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벌레들은 한번 달라붙은 후로는 어떻게 해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안에 이런 것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바닷물로 들어가면 자신은 필경 죽을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절망에 빠진 교룡은 전방의 선광(仙光)을 발견했다. 그는 선인과 요괴의 유별함도 개의치 않고 곧바로 도움을 청했다. 어쨌든 용족은 다른 요괴들과는 취급이 달랐기 때문이다.

“저는 용왕님을 모시는 붉은 교룡(赤蛟)입니다, 부디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여러 선장(仙長)께 부탁드립니다! 윽……! 음머어-!”

그는 힘껏 전방을 향해 도움을 청했으나, 그들이 곧바로 도움을 베풀어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만 한 줄기 희망을 본 그는 더욱 힘을 내어 선인의 나룻배가 있는 쪽으로 속도를 냈다.

저 선인(仙人)들이 자신을 구해줄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이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을 터였다.

그런 희망을 품은 채 교룡이 날아오르던 순간.

챙……!

검이 검집에서 나오는 맑고 또렷한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솨앗!’하는 소리와 함께 눈처럼 새하얀 검광(劍光)이 번개보다 밝게 빛나며 주변 해역을 밝혔다. 그러자 날카로운 검의(劍意)가 드러나며 하늘과 바다가 좌우로 갈라졌다.

일검(一劍)에 비행선 후방의 바닷물, 폭풍, 폭우, 뇌운이 모두 갈라지며 깊은 골짜기 같은 통로를 만들어냈다. 그 통로를 통해 교룡과 비행선 양쪽이 모두 서로를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선인이 도움을 준 거야!’

교룡은 기뻐하며 요력을 끌어올려 비행선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러자 선미의 갑판 위에 서 있던 수선자들도 교룡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붉은색이어야 할 교룡의 몸은 끊임없이 화염을 내뿜는 머리 부분만 빼고 온통 새카맸다. 그러다 교룡이 점차 가까워짐에 따라, 수선자들은 그의 몸이 온통 괴이한 벌레로 뒤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환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저것을 본다면 무척 괴로워할 것이다.

“도와주십시오……!”

교룡이 크게 울부짖었다. 검으로 이 빽빽이 달라붙은 벌레들을 베는 것은 어려웠으므로, 넝쿨검은 이미 계연의 곁으로 돌아와 있었다.

계연이 다른 수단을 이용해 그를 도우려던 순간, 한 수선자가 이렇게 말했다.

“도우, 내가 도와주겠소!”

“저희도 돕겠습니다!”

뒤이어 법기(法器)나 부적에서 나온 4, 5갈래의 법광(法光)이 교룡을 향해 뻗어나갔다. 화염 한 줄기도 여러 개의 구체로 변하여 교룡을 향해 날아갔다.

부적에서 나온 다른 법광은 교룡이 아니라 바닷물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부적이 나타나며 해수면을 뒤덮었다. 이 때문에 수면 아래에 있던 괴충들이 물 바깥으로 솟구쳐 오르지 못했다.

교룡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염과 법광이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피하지 않았다.

쿠궁……!

지지직!

불길과 전류가 교룡의 몸 위를 타고 흘렀고, 어떤 법기는 비늘을 발라내듯 괴충이 밀집한 곳을 날카롭게 훑고 지나갔다.

“어흥……!”

교룡의 울음소리는 전보다 더 우렁찼다. 전류와 불길에 그 자신도 물론 고통을 느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벌레들이 떨어져 전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졌다. 이에 그는 속도를 더욱 높여 비행선 가까이 다가왔다.

수십 초 후, 교룡은 이미 백 장(약 300m) 거리까지 날아온 상태였다. 이에 현심부 수선자들은 비행선에 걸린 진법을 일부 열어 교룡이 그 안으로 날아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여러분! 교룡이 내려올 수 있도록 공간을 좀 내줍시다!”

교룡은 하지 않은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법 안에 들어온 교룡은 천천히 속도를 늦췄고, 사람들이 양쪽으로 물러선 덕분에 선미 갑판 위에는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쿠궁……!

20여 장(약 60m) 길이의 붉은 교룡이 갑판 위로 미끄러지자, 비와 점액질이 묻은 비늘이 갑판과 마찰하며 끼기긱 소리를 냈다. 교룡은 갑판 위에서 십여 장 정도 미끄러지다가 자리를 잡았다.

현심부 수선자들은 계연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망설이지 않고 교룡에게 진법을 열어준 이유는 바로 계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저 교룡을 가장 먼저 도와준 것이 계연이었으니, 저 교룡을 비행선 안으로 들여도 무방하리라 판단했다.

교룡이 진법 안으로 들어오자, 수면 아래에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려던 기척이 잠잠해졌다. 폭풍우와 거친 파도는 그대로였지만 이제 괴충은 보이지 않았다.

“후우…… 허억…….”

교룡은 갑판 위에 쓰러진 채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용의 몸에서는 탄내와 피비린내가 함께 풍겼다.

이곳의 많은 수선자들은 오늘 처음으로 교룡을 보았거나, 이렇게 지척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다. 교룡은 대부분 도행이 높은 요괴들이었고, 그에 더해 용족 특유의 오만함도 갖춰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교룡의 주변으로는 점점 더 많은 수선자와 간 큰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두 눈을 감은 채 숨을 몰아쉬는 교룡의 수염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한참 마음을 가다듬고 체력을 회복한 후 살짝 눈을 떴다. 호박색의 동공으로 주위를 잠시 훑어보던 교룡이 곧 이렇게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선장께서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저는 오늘 죽었을 겁니다…….”

그는 이제 마음이 많이 진정된 참이었으나,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자 다시 간담이 서늘해졌다.

계연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이미 그의 앞에 서 있었는데, 그의 말을 듣고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물었다.

“그 괴이한 벌레들은 도대체 무엇이었나요? 높은 하늘을 날 수도, 깊은 바닷속에서 헤엄칠 수도 있는 교룡이 어쩌다 그런 상황에 놓인 건가요?”

조금 전 수선자들의 공격을 지켜보며, 계연은 그 벌레들이 혐오스럽게 생기긴 했지만 그리 대단한 것들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괴충들은 수선자들의 공격에 그대로 죽거나 아니면 우수수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교룡 혼자 그것들 모두를 처리할 수는 없겠지만, 도망조차 못 칠 정도는 아니었다.

넝쿨검은 모습을 숨기지 않고 계연의 등 뒤에 비스듬히 떠 있었다. 그러자 룡은 직감적으로 이 고인(高人)이 바로 선검을 이용해 바다와 하늘을 가르고 가장 먼저 자신을 도와준 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는 폭풍우에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황해(*海: 거친 바다) 바닷물로 들어가 이 해역을 건너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폭풍이 불어닥치는 어두운 밤이어서 해저(海底)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해류 때문에 물살이 불안정해, 최대한 바닥과 가까이 붙어 헤엄치게 되었습니다. 저 벌레들은 원래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는데, 그때는 흙바닥과 잘 구별이 되지도 않고 조금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것들을 건드렸고…….”

다시 그 상황을 회상하던 그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친 다음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었다.

“메뚜기 떼가 동시에 날아오르듯, 해저에 있던 그것들이 전부 제게 달라붙었습니다. 마치 그곳 해저 전체가 그 괴충들로 뒤덮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제가 재빨리 온몸의 혈과 구멍을 막지 않았더라면, 눈이며 귀며 코로 전부 들어갔을 겁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괴충들로 뒤덮이자 온몸이 무거워지며, 요력(妖力)과 영기가 계속해서 바깥으로 새어 나갔고 이에 속도를 내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그 벌레들의 수가 끝도 없었다는 겁니다…….”

교룡의 생생한 설명에 수선자들 모두 그 상황을 충분히 그려낼 수 있을 정도였다. 네 발을 복부에 붙인 채 해저를 헤엄치던 중, 알고 보니 해저에 깔린 게 전부 벌레들이었고 그것들이 온몸에 달라붙어 자신을 물어뜯으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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