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화. 그게 되면 내가 스승으로 모시겠다
한편 멀리 쪽배에 탄 수선자는 자신의 낚싯대에 주의를 기울이는 동시에 틈틈이 계연 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비행선에 탄 수선자가 그저 무료함에 낚싯대를 드리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낚싯대를 들어 올릴 것처럼 비행선 위의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하, 진짜 물고기를 낚으면 내가 스승으로 모시겠다!’
그 수선자는 한껏 조롱하는 표정으로 계연을 비웃다가 다음 순간 눈알이 튀어나올 듯 두 눈이 휘둥그레하게 변했다.
비행선 위의 계연이 푸르른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낚싯줄이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며 팽팽히 잡아당겨졌다.
촤아앗…… 철퍽……!
거울처럼 잔잔하던 수면 아래로 낚싯바늘에 걸린 무언가가 이리저리 몸부림치고 있었다. 물고기가 온 힘을 다해 펄떡이자 거울 바다 위에 빛이 반짝이며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정말 물고기가 있네요! 선생님이 정말로 낚으셨군요! 대단하세요!”
위원생이 기쁜 얼굴로 크게 소리치자 그들 주위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한편 수면 아래의 물고기가 줄을 팽팽하게 늘였다가 다시 조금씩 돌아오길 반복했기 때문에 계연은 조금도 집중력을 분산할 수가 없었다.
‘대체 뭐지? 힘이 이렇게나 세다니!’
계연은 비록 무공을 닦는 이들처럼 신체를 따로 단련하지는 않았지만, 수행을 통해 자주 영기(靈氣)를 흡수해왔고 법력도 있었으므로 힘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로서도 이토록 힘이 드는 것을 보니, 자신이 낚은 것이 과연 보통 물고기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도우(道友)! 그 물고기는 함부로 잡아당기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법기인 낚싯줄이 끊어지진 않을 테니 결국 물고기가 상할 겁니다. 일단 저것이 움직이도록 해주어 힘을 빼야 합니다!”
마침내 저쪽의 낚시꾼이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이러다 계연의 법기가 손상되어 물고기가 도망치면 마음만 아프고 수확은 하나도 없게 된다. 그렇다고 계연의 법력이 강해 법기가 망가지지 않는다면 물고기가 상하게 될 것이다. 저 물고기는 그야말로 보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엄청난 손해였다.
“아이고, 도우! 어서 날아서 물고기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십시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조급해해도 계연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물고기가 끄는 대로 팔을 좌우로 움직이기만 했다. 낚싯줄은 때때로 희미한 법광(法光)을 내뿜고 있었다.
한창 힘겨루기를 하던 계연은 곧 일종의 규칙을 발견해냈다. 이에 계연은 그에 맞춰 물고기를 끌어당겼다 놓아주었다 하면서 가느다란 전류를 퍼뜨렸다.
이것은 계연이 오랫동안 뇌겁(雷劫)과 균형을 맞추던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물고기는 얼마간은 그에 대해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점차 온몸이 저릿해지고 힘이 빠졌는지 당기는 힘이 확실히 약해졌다.
계연은 좋은 기회를 포착하고는 공세(攻勢)로 전환했다.
“허억, 도우! 그러다 그 귀한 걸 망치게 된다니까요!”
이를 지켜보던 낚시꾼은 급한 마음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바람을 타고 비행선으로 날아왔다.
“도…….”
그가 채 말을 뱉기도 전에 계연이 입매를 단단히 굳힌 뒤, 맹렬한 기세로 낚싯대를 한 번에 들어 올렸다.
촤앗!
그러자 하늘로 물이 솟구치며 3장(약 9m) 높이까지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금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물고기가 딸려 올라왔다. 사방으로 흩뿌려진 물방울은 찬란히 빛을 반짝였다.
바람을 타고 오던 수선자는 입을 쩍 벌리며 숨을 들이마셨다.
“허억……! 사부님!”
낚시하던 수선자는 머리보다 입이 먼저 움직이는 바람에 무의식적으로 ‘사부님’이란 말을 내뱉었다. 계연이 듣기에는 충분한 거리였으므로, 계연은 곧 그가 있는 쪽을 흘끔 쳐다보고는 다시 커다란 물고기로 시선을 돌렸다.
파닥파닥……!
커다란 물고기는 수면 위로 모습이 드러난 후에도 격렬하게 움직이며 꼬리로 바닷물을 이리저리 흩뿌리고 있었다. 물고기의 몸 주위에는 빛이 흐르고 있었고, 빛은 바닷물과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바닷물과 빛은 물고기의 꼬리에 찰싹 달라붙어 어떻게든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이 마지막 반항을 했다.
주위의 바닷물은 사방으로 파문이 이는 가운데 약간 어두워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계연이 처음 낚싯대를 들어 올릴 때 물고기를 완전히 수면에서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물고기가 다시 바닷물과 이어지게 된 것이다.
풍덩……!
물고기는 결국 다시 수면 아래로 숨어들었고, 뒤이어 엄청난 힘이 낚싯대를 통해 계연에게 전해졌다. 계연의 몸이 앞으로 살짝 끌려갔을 정도였다. 이 찰나를 이용해 물고기는 낚싯바늘을 끌고서 바다 깊은 곳으로 헤엄쳤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수선자는 마음이 조급해졌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이 푸른 장삼을 입은 수선자가 능히 물고기를 상대할 수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이 유리 바다 아래에 사는 영물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계연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인내심이었으므로, 계연은 계속 낚싯대를 붙들고서 반 시진(1시간) 동안 버티며 내려보내는 전류의 양을 조금씩 늘렸다.
“대추 씨도 먹었으면서 도망치려고?”
계연은 웃으며 이렇게 소리친 뒤 다시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푸른 낚싯대가 한껏 둥글게 휘었다. 고치실로 만든 낚싯줄의 법광(法光)은 바닷물 위로 흐르는 빛에 의해 약간 어두워 보였다. 그러다 때때로 밝게 빛났는데, 계연이 흘려보낸 전류 탓이었다.
계연은 어마어마한 괴력을 지닌 물고기의 힘이 물고기를 감전시키는 전류 때문에 조금씩 빠지는 걸 느꼈다. 계연은 자신이 제련한 낚싯대 자체의 특수성과 낚시 기술을 활용해 그리 힘들이지 않고 물고기와 대치했다.
그에 더해 조금 전 놓쳤던 경험으로 계연은 더욱 요령이 생긴 참이었다.
마침내 물고기가 다시 한번 꼬리의 힘을 이용해 반동의 힘을 주려는 찰나, 계연이 이를 악물고 낚싯대를 반달 모양이 되도록 들어 올렸다. 그는 오른손으로 낚싯대를 꽉 움켜쥔 채로 왼손 손가락을 구부려 낚싯대 위를 툭 쳤다.
텅-!
그 소리와 함께 낚싯대 위로 빛이 파문처럼 번지며, 계연이 일으킨 진동이 낚싯줄을 타고 내려가 아래의 물고기에까지 닿았다.
촤르륵……!
그렇게 금빛 물고기의 꼬리와 바닷물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던 순간, 계연이 눈을 반짝 빛내며 낚싯대를 높이 들어 올렸다. 이번에 물고기는 완전히 수면 위로 끌어올려져 하늘 높이 솟구쳤다.
계연은 즉시 낚싯대를 왼손으로 옮겨 잡은 뒤, 오른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흔들었다. 그러자 공중에 솟구쳤던 물고기가 계연의 소매 안으로 들어가며 물고기와 바다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겼다.
“계 선생님, 물고기는요?”
위원생이 텅 빈 낚싯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동작이 너무 빨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계 선생님이 소매 안으로 물고기를 받은 것 같긴 했다.
“여기 있지.”
계연이 오른팔을 움직이자 얇은 물거품에 감싸인 금빛 물고기가 갑판 위로 미끄러져 나왔다.
“이건 물고기가 아니죠? 아니, 제 말은…… 보통 물고기가 아니죠?”
위원생도 수행의 정도를 걷고 있는 수선자였으므로 곧 이 물고기의 특별함을 알아보았다. 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말을 하려던 순간, 바람을 타고 날아와 비행선 근처에 떠 있던 수선자가 갑판에 내려오기도 전에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보통 물고기가 아니지요! 이 물고기는 경면해(鏡面海)에만 삽니다. 음기(陰氣)를 가진 물에 사는 이놈은 금빛 철갑상어라고도 불리는데, 물의 정수(精髓)가 모여 생겨난 영물입니다. 힘도 세고 아주 끈질기죠. 바다와 닿아 있으면 힘이 계속 보충되기 때문에 물에서 끌고 나오기 몹시 어렵습니다.”
계연이 그를 바라보자 그자가 얼른 계연을 향해 양손을 맞잡으며 인사했다.
“사부님께서는 준비하고 오신 게 분명하군요! 대체 얼마나 신묘한 술법을 쓰셨길래 반 시진도 안 되어 금빛 철갑상어를 낚으신 겁니까? 저도 작년에 한 마리 낚았는데, 그것이 이끄는 대로 10일 밤을 따라다니다가 겨우 물 위로 끌어 올렸지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계연의 낚싯대를 자세히 살폈다. 그러다 그는 낚싯바늘에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것이 달린 것을 발견했다.
“아하, 이름이 참 예쁘네요!”
위원생은 바닥에 꿇어앉아 커다란 물고기를 관찰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고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입을 뻐끔대고 있었다.
반면 계연은 눈썹을 약간 찡그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단정한 외모에 눈썹이 날카롭고 눈빛이 반짝였다. 수염은 기르지 않았고 머리를 묶거나 틀어 올리지도 않았으며, 약간 넉넉한 남색 장포를 입고 있었다.
“도우, 사부라는 말은 아무에게나 쓰면 안 됩니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이건 결코 아무렇게나 부르는 게 아닙니다! 제 이름은 육민(陸旻)으로, 경현해각의 수사입니다. 도우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는 웃음기를 거두고 무척 정중한 태도로 계연을 향해 장읍례(長揖禮)를 올렸다. 그러자 계연이 즉시 옆으로 피해 서서 그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이미 경현해각에 몸담은 수선자인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스승을 모셔도 되나요? 게다가 설령 경현해각에서 동의하더라도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그러자 그 수선자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도우께서 거절하신 겁니다. 제가 도우를 스승으로 모시기 싫은 게 아니라, 도우께서 저를 제자로 받아주지 않은 거지요.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그의 말에 계연이 어이없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후회하지 않을 테니!”
그의 대답에 육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이번 일로 스승이 하나 늘어나게 되었다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참, 제가 감히 도우의 존함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또 금빛 철갑상어는 대체 어떻게 낚으신 건지도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 물고기는 본래가 물의 정수라, 경면해(鏡面海)에 흐르는 빛을 양분으로 삼지요. 저것을 낚으려고 해도 저것의 체력을 다 소진시킬 수는 없고, 그저 정신적으로 철갑상어를 피곤하게 만드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자 계연이 간단히 그를 향해 인사했다.
“제 이름은 계연이라 하고,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후에 계연은 낚싯줄을 가리키며 말했다.
“뇌법(*雷法: 번개를 부리는 도교의 술법)으로 천천히 마비시켜, 경면해(鏡面海)에 있는 물의 정수의 힘을 모으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그런 후에는 낚싯대를 쳐서 이미 잔뜩 모인 번개의 힘을 폭발시켰지요. 그렇게 해서 끌어올렸습니다.”
“번개의 힘을 이용하셨다고요?”
그의 말에 육민이 의아하다는 듯 덧붙였다.
“뇌법은 금빛 철갑상어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난폭하게 만들 뿐이지요. 대체 어떤 뇌법을 쓰신 겁니까?”
계연은 굳이 더 이상 설명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이렇게 딱 잘라 대답했다.
“안 믿으셔도 상관없어요.”
“아뇨, 아뇨! 믿습니다! 낚시에 있어서 도우께서는 제 사부님이 되실 자격이 충분하시니까요, 당연히 믿습니다. 하하, 혹시 도우께서 썼다는 그 뇌법을 저에게도 살짝만 전수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 저도 이 물고기를 활용하는 법을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계연은 이 금빛 철갑상어를 제련하는 데에 별 흥미가 없었고, 자신의 뇌법을 전수하는 데에는 더더욱 흥미가 없었다. 그에게는 이 생선을 활용할 다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