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483화 (483/892)

483화. 절정에 달한 요리 솜씨로 만들어낸 걸작

금빛 철갑상어와 한참을 씨름하느라 그들 주위에는 이미 적지 않은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다. 그중 어떤 이가 이 물고기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경면해(鏡面海)에는 계수의 정수가 모인다는데, 그것이 금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로 변한다고 들었소. 무척 희귀한 생물이라지.”

“그게 바로 저 물고기요?”

“아마 그럴 것이오!”

“경면해(鏡面海) 아래에는 보통 물고기가 살지 않겠지요?”

“그건 누구도 모를 일이지…….”

구경꾼들은 금빛 철갑상어를 살피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계연은 바닥에서 생선의 주둥이를 잡아 올려 그것을 자세히 관찰했다.

“이 물고기는 경면해(鏡面海)에서 잡았으니 경현해각의 소유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혹시 이에 대해 값을 치러야 하나요?”

어떻게 봐도 일반적인 생선이 아니었으므로 계연은 그대로 들고 갈 수 없어 이렇게 물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낚시를 하실 수 있도록 이미 허락한 마당에, 스스로 낚은 물고기에 저희가 어찌 값을 치르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제 의견을 한번 고려해 주시지요! 저는 한번 말한 건 꼭 지킵니다!”

계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말을 잇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곁에 있던 위원생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우리가 먹을 복이 터졌구나.”

위원생의 얼굴에 막 기쁨이 솟아오르려는 찰나, 육민이 경악한 얼굴로 거의 비명을 질렀다.

“뭐라고요! 먹는다고요? 도우……! 아니, 사부님! 그럼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됩니까?”

그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한 말투였다가 뒤에는 또 감정이 확 바뀌었다. 육민은 기대감이 충만한 얼굴로 계연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저는 이 금빛 철갑상어를 먹었다는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고, 하물며 맛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됩니까?”

계연은 더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생선을 들고 위원생을 데리고 선창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쩌면 이 물고기로 계수의 정수를 제련해내는 것이 가장 가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연은 사실 이 물고기를 낚자마자 예전에 은규자로 끓여 먹었던 어탕이 떠오른 상태였다. 그는 그 맛을 내내 잊을 수가 없었는데, 이 생선은 크기도 크니 매콤하게 조리거나 불에 구워도 무척 맛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계연은 이 생선의 형체가 녹아 어탕이 되지 않도록 할 자신이 있었다.

계연은 육민을 상대하지 않았지만, 육민이 기를 쓰고 따라오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 비행선은 현심부의 배였고, 비행선이 정박한 곳은 경현해각의 소유이니 딱히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육민은 넉살도 좋고 낯가죽이 두꺼운 자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을 졸졸 따라왔는데, 계연과 위원생이 그를 쳐다볼 때마다 슬쩍 미소 지어 보였다. 아무리 계연이 눈썹을 찌푸리고, 위원생이 불쾌해하는 눈빛을 보내도 그를 쫓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옥회산 수선자들이 묵는 객사(客舍) 바깥까지 따라왔다. 계연과 위원생이 대문 안으로 들어서고 그가 따르려던 찰나, 위원생이 재빨리 문을 쾅 닫아버렸다.

문이 닫히면 진법이 발동되기 때문에, 육민은 결국 바깥에 오도카니 남겨졌다.

“저기…… 계 도우……! 어린 도우!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계 도우, 내 도우를 스승으로 모실 테니 제발 맛보게 해주십시오!”

육민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만약 자신이 저 철갑상어를 낚고, 선문에서 자신에게 결정권을 넘긴다고 해도 자신은 결코 금빛 철갑상어를 요리해 먹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다른 이가 낚은 것은 먹어도 그리 마음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졸졸 따라온 것이다.

육민은 한참 옥회산 수선자들이 묵는 객사(客舍) 바깥을 서성이다가 결국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현심부 수선자들을 찾아갔다.

몇 분 후, 육민은 현심부의 한 지사(知事)를 찾아냈다. 그는 지사가 자신을 데리고 옥회산의 객사로 가주길 바랐으나, 지사는 오히려 그를 괴이쩍은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계 선생님이 머무는 객사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두 지사께서 저를 도와 몇 마디 좋은 말 좀 해주십시오. 저는 그렇게 무례한 자가 아니고, 일전의 일은 모두 오해이니 저도 그 철갑상어를 좀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분들이 원하신다면 돈도 낼 수 있습니다!”

그러자 두씨 성의 지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이 일은 저로서는 도울 수 없겠습니다. 저희 현심부는 계역 나룻배를 운영하여, 여러 도우와 승객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할 뿐입니다. 그러니 비행선을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비행선에 탄 도우들이 저희의 말에 무조건 따르도록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왕 계 선생님께서 육 도우를 들이길 원하지 않으셨다면, 그 철갑상어는 포기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간을 들이면 도우께서도 언젠가 그 철갑상어를 잡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육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만약 그 물고기를 낚아도 저는 그 결정권을 갖지 못합니다. 설령 제가 원하는 대로 처분할 수 있다고 해도, 저로서는 먹기 너무 아까워서…….”

두씨 성의 지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저도 더는 돕기 어렵겠습니다. 다른 분이라면 혹시 몰라도 계 선생님께는 절대 밉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입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육민은 아주 정중히 현심부 수선자들이 수행하는 공간에서 쫓겨나, 바깥에서 한참 멍하니 서 있었다. 그도 마침내 오늘 자신은 그 철갑상어를 맛보지 못하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도 그의 걸음은 무의식적으로 계연과 옥회산 수선자들이 머무는 객사로 향했다.

그러자 근처에 도착하기만 했을 뿐인데도 이미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다.

객사는 담장에 둘러싸여 뜰까지 갖춘 정원 형식이었으므로, 내부에는 주방까지 완벽히 갖춰져 있었다.

계연은 바로 그 주방 안에서 한창 양념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는 운산관 청송도인에게서 얻어온 특제 조미료에 더해 거안소각의 신선한 대추꿀을 더했다.

그는 뒤이어 준비된 재료와 양념을 기름에 볶았다. 그리고는 예민한 후각으로 재료들의 향기가 점차 변하는 것을 확인한 뒤, 잘 다듬어 놓은 생선을 넣었다.

치이이익……!

기름 냄새가 퍼져나가면서 생선 살이 점차 액체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에 계연은 거안소각의 대추꿀이 담긴 작은 병을 가져와 그 위로 뿌렸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꿀이 요리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리자, 은은한 노란빛이 커다란 솥 전체에 퍼져나갔다. 꿀이 점차 생선 살 위로 스며들면서, 흐물흐물해지던 고기의 형체가 다시 분명해졌다.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함께 향긋한 냄새가 풍기자 계연은 제 요리 실력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는 한쪽에 놓인 두반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한 번 맛본 다음, 두반장 안의 건더기들을 곱게 갈아 좀 더 부드럽게 만든 뒤 솥 안에 쏟아부었다. 그리고는 몇 번 뒤적이며 잘 섞은 뒤 뚜껑을 닫았다.

그런 뒤 냄새로 대강 추측해보니, 반각(7~8분) 정도만 더 기다리면 요리가 완성될 것 같았다.

솥뚜껑 틈으로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독특한 향기가 퍼져나갔다.

요리를 마친 계연이 고개를 돌려보니, 옥회산 수선자들이 전부 주방 입구에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이 어린 제자들은 모두 군침을 삼키고 있었고, 거원자조차 잔뜩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계연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속으로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신선으로 보이는 수선자들조차 식탐은 어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입구에서 기다리지 마시고, 얼른 식탁과 의자를 준비하는 게 좋겠어요. 조금 있으면 금방 요리가 완성될 것 같거든요. 계수(癸水)의 정수(精髓)로 이루어진 금빛 철갑상어는 과연 어떤 맛일지 기대되네요.”

수선자들이 즉시 방에서 식탁과 의자를 가지고 나왔다. 어떤 이들은 건곤납물술로 소매에서 옥 그릇과 옥 젓가락 등등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리는 솥 하나에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둘러앉아 먹을 수 있도록, 옥회산 수선자들은 술법을 이용해 커다란 원형 식탁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다 되어 계연이 솥뚜껑을 열자, 새빨간 양념이 고르게 입혀진 철갑상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매콤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계연은 그 냄새만 맡고도 이 철갑상어 요리가 자신이 지금까지 만든 요리 가운데 가장 완벽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금빛 철갑상어는 겉보기와 달리 진짜 생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먹지도 싸지도 않으므로 안쪽에 오장육부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 철갑상어는 오로지 순수한 계수의 정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서, 비늘만 제거한 뒤 내장 손질은 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솥에 넣을 수 있었다.

계연은 제거한 비늘을 일단 버리지 않고 따로 보관했다.

옥회산 수선자들이 조급해하며 기다리는 것을 보고, 계연은 얼른 살점 하나를 집어 맛을 보았다. 신선한 생선 살에 더해 매콤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지자, 계연은 하마터면 혀까지 씹을 뻔했다.

“하하하하……! 이 정도면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도 있겠어!”

그는 흡족한 얼굴로 웃으며 솥째로 들고 주방을 나섰다. 운산관에서 배워온 이 방식은 무척 간편했다.

아무리 진법으로 안팎을 나눴다고는 해도, 객사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는 결국 바깥에까지 전해졌다. 그 독특한 향기는 마치 특별한 힘이라도 지닌 것처럼, 냄새를 맡는 이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도록 했다.

육민은 옥회산 객사 바깥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누구도 밖으로 나와 그를 초청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그는 냄새를 맡으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미치겠군! 수행한 지 3백여 년이 넘었는데 이토록 참기 힘든 건 처음이야. 일단 여기서 벗어나기라도 해야겠어!”

그는 마지막으로 그 향긋한 냄새를 한껏 들이마신 뒤, 곧바로 자리를 벗어났다.

육민이 떠나자 커다란 생선 살을 입에 넣고 씹고 있던 계연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곁에 앉은 거원자도 껍질 붙은 살을 집어 입에 넣은 뒤 웃으며 말했다.

“수행자치고는 성격이 참 독특한 사람이군요. 제가 수백 년을 살았어도 저렇게 낯가죽이 두꺼운 자는 처음 봅니다.”

그러자 계연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수백 년 세월의 대부분을 산속에서 수행하며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세상이 이리 넓은데, 당연히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법이지요.”

계연의 반문에 거원자가 멋쩍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예, 계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어어, 잠깐! 그렇게 큰 껍질을 홀라당 가져가 버리면 어찌하느냐! 내 몫도 좀 남기거라!”

미식(美食) 앞에서는 거원자 같은 신선도 느긋하게 앉아 있을 수 없는 법이었다. 그는 위원생의 사형인 관화가 커다란 껍데기를 살점과 함께 집어 가는 것을 보고는 얼른 젓가락으로 막았다. 이에 깜짝 놀란 관화가 얼른 ‘노인 공경’을 실천했다.

이 생선 요리는 살점도 뼈도 모두 맛있었지만, 가장 맛있는 것은 지방처럼 흐물흐물한 데다 온갖 양념이 배어 있는 껍질이었다.

금빛 철갑상어는 그리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먹는 이들이 많고 그들 전부가 오랜 시간 먹지 않을 수도, 또 한 번에 엄청나게 먹을 수도 있는 수선자들이었다. 이에 곧 젓가락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솥의 바닥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자 계연은 한 솥 가득 지은 쌀밥 위에 살점과 각종 건더기가 남은 국물을 쏟아부어 탕을 만들어내는 필살기를 펼쳤다.

요리 솜씨의 절정에 이른 데다 처음으로 금빛 철갑상어를 맛보기도 했으니 계연은 이번 식사가 더없이 흡족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그 말고 달리 누가 한 무리의 ‘신선’들이 밥그릇을 들고 싹싹 비운 뒤, 행여나 남은 몫이 없을까 얼른 탕을 퍼담는 것을 보았겠는가?

“후우…….”

양명이 밥그릇과 수저를 내려놓으며 길게 흡족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맛있게 식사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마 최소한 2백 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아하하하!

“재미있군, 재미있어…….”

그들은 모두 계 선생과 함께 있으면 독특한 일상의 정취가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도 범속(*凡俗: 평범하고 속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찬찬히 떠올려보면 오히려 선도(仙道)의 깨달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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