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494화 (494/892)

494화. 상선(上仙)의 명을 받아 이 산을 지키다

병사들의 상태와 반대로, 파자산에 자리한 산골 마을의 백성들은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노염생이 불러낸 거대한 산의 형상은 상공에서 떨어져 내린 후 흔들리다가 마침내 조용해졌다.

내내 두려운 마음이 들게 하던 요사한 기운도 사라졌고, 산이 떨어진 후에도 신령한 빛무리가 잠시 지속되다 사라졌으니, 백성들로서는 당연히 ‘산신’께서 요괴를 성공적으로 제압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담이 큰 이들은 하늘이 어두워지기 전에 좀 더 깊이 들어가서 멀리서라도 산이 떨어진 곳을 보고 오려 했다.

마을 어른들이 모두 나서 그들을 말렸으나 결국은 이 젊은 사냥꾼들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일곱 명의 신체 강건한 사냥꾼들은 사냥용 창과 활, 밧줄, 횃불과 화절자를 들고 산 깊은 곳으로 향했다.

반 시진(1시간) 후, 아는 길을 따라 능숙하게 산을 탄 그들은 마침내 한 언덕배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위에 선 사냥꾼들은 멍한 얼굴로 산이 떨어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익숙했던 산길과 펼쳐져 있던 광활한 골짜기가 사라져 있었다.

“내,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지?”

“빨리 나 좀 꼬집어 보게!”

“저기에…… 산이 하나 늘어났어!”

사냥꾼들은 저도 모르게 공중에 떠 있던 산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산이 정말로 떨어져 내린 것이로구나!’

새로 생겨난 산은 이미 주위의 산세와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원래 있던 봉우리보다 높이도 훨씬 높았다. 새로 생긴 산은 명실상부 파자산에서 가장 거대한 산봉우리가 된 것이다.

산의 사냥꾼들은 새로 나타난 산 근처로 다가가지 않고,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자 흥분한 기색으로 얼른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러 떠났다.

* * *

사냥꾼들이 멀리 떨어진 언덕에 서서 경탄을 금치 못하던 동안, 계연과 노염생은 여전히 도사연을 가둔 산 근처에 서 있었다. 노염생은 청신법(淸神法)으로 도사연을 깨우려 해봤으나, 중상을 입고 자기방어 기제가 발동되었는지 의식이 깊은 곳으로 침잠하여 깨울 수가 없었다.

도사연의 원기(元氣)가 많이 손상된 터라, 너무 자극적인 방법은 쓰지 않는 것이 좋았다. 까딱 잘못하면 정신에 심한 타격을 입거나 혼백이 몸을 떠날 수도 있었다. 이에 그들은 도사연이 깨어날 때까지 이곳에 가만히 두기로 했다.

진산법으로 도사연을 가두긴 했으나, 그 외에 큰 중상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옅은 영기(靈氣)가 계속 모여들어 원기를 회복하기에도 충분할 터였다. 다만 그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뿐이었다. 반면 도사연이 정신을 차리는 것은 그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도사연을 깨우기 위한 두 사람의 여러 시도에도 도사연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노염생은 결국 법력을 거뒀다. 계연은 구멍 안으로 용연향 한 방울을 날려 보냈다.

“계 선생님, 알아서 일어나도록 그냥 놔둡시다.”

계연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대답했다.

“네, 어쩔 수 없겠네요. 도사연은 원래가 팔미호인 데다 조금 전에는 구미호의 경지에 도달하기도 했는데, 설마 별일이 일어나진 않겠죠?”

그러자 노염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 늙은이의 진산법은 꽤 쓸만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도(仙道)를 닦는 이들 중 제 진산법과 비견되는 재주를 가진 이는 몇 없지요. 도사연의 요력(妖力)을 완전히 몰아낼 수는 없으니, 숨만 쉴 수 있을 정도로 눌러 놓을 수밖에요. 바깥에서 이 산을 부수는 힘만 없다면 도사연 혼자서는 결코 도주할 수 없습니다.”

계연이 또 한 번 질문할 것 같았는지, 노염생이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만약 외부의 힘이 이 산을 부순다면, 분명 도행이 높은 자일 테니 저도 곧바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노염생이 말하는 높은 도행의 기준은 계연도 짐작할 수 없었다. 만드는 것보다는 부수는 편이 훨씬 쉬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산을 부수러 왔다면 어쨌든 실력이 그리 뒤떨어지는 상대는 아닐 것이다.

노염생은 계연을 안심시킨 뒤에도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조금 교활하긴 하지만 도사연이 나올 방법이 한 가지 있긴 합니다. 이곳 지맥과 연결된 산신이 요녀에게 협조한다면, 산세(山勢)를 움직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말한 노염생은 눈썹을 찌푸린 채 사방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여기에 산신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산신, 토지신, 하백(*河伯: 물을 맡아 다스린다는 신), 수신(水神) 등의 터주신들은 모두 한 가지 특징을 공유했다. 바로 숨는 데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한 지방의 물줄기와 지맥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는 이상, 숨어든 신령을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노염생과 도사연이 싸우는 동안 파자산 산맥은 하마터면 거의 붕괴할 뻔했다. 그러니 만약 이곳에 산신이 있다면, 숨을 수 있을 만큼 가장 깊이 숨어들었을 게 분명했다. 결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이런 문제 때문에 구신술이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터주신에 속하는 신령들의 특수성 때문에, 구신술은 입문조차 어려웠고 정통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구신술은 가장 신통하고 비밀스러운 정상급의 술법 중 하나였지만, 이 술법을 온전히 가지고 있는 수행자나 수행 세력은 아주 드물었다. 있다고 한들 쉽게 밖으로 전해지지 않으며, 그들 세력에 속한 제자라 해도 도행이 충분치 않으면 가르쳐주지 않았다. 선문마다 가진 구신술의 차이도 컸고, 그 나눠지고 뜯겨나간 내용들만이 때때로 세간에 유출되었는데도 무척 진귀하게 취급되었다.

노염생은 상대적으로 꽤 온전한 구신술을 전수받았는데, 어쨌든 완벽한 내용이 아니어서인지 아직도 완전히 섭렵하지 못한 상태였다. 때로는 손톱만 한 틈 때문에 결과적으로 천 리 차이가 나게 되는 법이었다.

이에 도행이 높은 신령에게는 잘 쓸 수 없었고, 힘이 약한 터주신이라 해도 항상 소환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운에 기댈 만한 확률은 아니었으나, 힘이 약한 터주신들은 지맥 혹은 수맥과의 연결이 아주 약해 불러오기가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한번 시도는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계 선생님, 신령을 불러오는 술법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비록 산신에게 조금 밉보이긴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계연은 그도 구신술을 한다는 말에 즉시 흥미를 보였다.

“혹시 구신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계연은 그동안 자신을 제외하고 구신술을 할 줄 아는 이를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자신이 쓰는 구신술은 특수한 칙령에서 발전한 것이기 때문에 더 독특한 편이기는 했다.

이에 노염생이 구신술을 펼치려는 듯하자, 계연은 그의 술법이 자신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노염생은 계연이 놀란 얼굴로 묻더니 잔뜩 흥미를 보이는 걸 보고, 의기양양한 기분이 들어 그를 향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구신술 말입니다! 그 술법은 무척 은밀히 전해지는데, 저도 예전에 얼마간 배운 적이 있을 뿐이라 그리 대단한 실력은 못됩니다.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볼 수 있으니까요.”

계연은 그의 이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즉시 옆으로 한 걸음 비켜나며 손짓했다.

“그럼 어서 시작하죠!”

노염생은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둥글게 돌렸다. 그와 동시에 왼손 손바닥은 앞으로 활짝 펼치고서 입으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뒤이어 그의 손가락 끝에 희미한 붉은 빛이 서렸다.

노염생은 진지한 얼굴로 검지를 왼손 손바닥에 대고서 가볍게 미끄러트리며 특수한 부적을 형성해냈다.

계연은 곁에 서서 그 모든 과정을 신중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노염생의 구신술은 자신의 것과 아예 궤가 달랐다.

노염생이 손가락을 들고 무어라 중얼거릴 때부터 부적이 나타날 때까지는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서 그는 오른손으로 왼손 손바닥을 한번 쓸어내린 뒤, 왼손을 지면에 대고 가볍게 때렸다.

펑……!

발밑의 땅이 가볍게 떨리더니 수면 위에 이는 파문이 그들 주위로 퍼져나갔다. 이 점은 계연의 구신술과 무척 흡사했다.

“이 산의 산신을 뵙기를 청합니다.”

노염생의 목소리가 노염생의 신통력을 따라 천둥처럼 주위에 울려 퍼졌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결국 계연과 노염생의 앞에는 산신이 나타나지 않았다.

노염생은 잠시 기다리다가, 별로 겸연쩍어하는 기색도 없이 자신이 진산법으로 만들어낸 커다란 산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이 산은 산신이 있다고 한들 지맥과의 연결이 아주 약한 듯합니다. 게다가 제가 진산법을 펼쳐 이 산의 산세(山勢)를 바꿔버리기까지 했으니, 그 탓에 구신술이 먹히지 않은 듯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가능성 있는 추측은 이 산에 산신이 없는 것이겠지요. 대수국에서는 신도(神道)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민간에서 세우는 사당에 대한 통제가 무척 엄격한 편입니다. 그러니 원력(愿力)의 도움 없이 보통의 정괴가 산신이 되기는 힘들지요.”

그 말에 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크겠군요.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는 게 좋겠어요. 대신 여기에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도록 수를 남겨 둘게요.”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소매 속에서 사람 모습을 한 노란 종이 부적을 불러냈다. 이에 노염생은 잔뜩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것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종이를 작은 사람의 모습처럼 오려낸 그것은 위에 다른 부적처럼 아무런 난해한 그림이나 문자가 적혀 있지 않아 더욱 신기했다.

계연은 노란 종이 부적을 살짝 앞으로 던졌다. 그것은 공중에서부터 천천히 떨어지며, 금가루 같은 노란 빛이 주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역사(力士)는 모습을 드러내라.”

그러자 다음 순간 노란 부적이 황금색 빛무리로 변하며, 그들 눈앞에 금갑(金甲)을 갖춰 입은 우람한 신장(神將)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갑 역사는 나타나자마자 그들의 표준적인 동작을 취했다. 바로 살짝 몸을 구부린 뒤 계연을 향해 절도 있는 태도로 양손을 맞잡고 예를 취한 것이다. 그는 뒤이어 큰 종이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주인님.”

“음, 이곳 산 아래에는 여우 요괴인 도사연이 갇혀있다. 그러니 그 요물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고, 산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잘 지켜보아라.”

금갑 역사는 읍한 자세 그대로 낮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노염생은 궁금함과 신기함에 눈을 빛내며 금갑 역사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는 이런 술법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선도(仙道)에도 꼭두각시를 부리거나, 분신(分身) 혹은 화신(化身)하는 술법의 종류가 있었고 부적의 종류에도 없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 이 금갑 역사 부적과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금갑 역사는 이렇게 대답한 뒤, 팔을 내리고 허리를 곧게 편 뒤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 그러자 역사의 모습이 점차 흐릿해지더니 산세와 하나가 되었다.

계연과 노염생은 법안을 사용했기 때문에 역사의 모습이 흐릿하게나마 보일 뿐, 보통 사람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됐습니다. 노 선생님, 저희는 이만 가는 게 좋겠어요. 대수국의 국사에게 따로 물어볼 말이 있어 더는 여기 머물 시간이 없거든요.”

“하하, 그럼 이만 가시지요!”

뒤이어 두 사람의 발아래에 구름이 생기더니 천천히 두 사람을 상공으로 들어 올렸다. 수십 장(丈) 높이의 상공에 떠오른 계연은 무심코 한 방향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화기(火氣)가 옅지만 분명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마 산간 마을이 자리한 곳인 듯했다. 그곳에서는 현재 원력이 솟아오르고 있었는데, 원력은 곧바로 흩어지지 않고 주위의 산맥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칙령법과 현황(玄黃)의 기운 때문에 계연은 이 방면에 조예가 깊은 편이었다. 결코 자신이 잘못 보았을 리가 없었다.

그때는 마침 사냥꾼들이 마을로 돌아와 자신이 본 풍경을 침 튀기며 늘어놓던 순간이었다. 그들이 새로 생긴 산이 얼마나 높고 큰지, 산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한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산신을 향해 더욱 근면하게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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