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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506화 (506/892)

506화. 신기한 보물

우웅-!

선검이 가볍게 진동하며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검의를 내뿜었다. 검신(檢身) 또한 눈처럼 새하얀 은빛을 내뿜으며 곧바로 다시 끈을 내려칠 듯한 기세였다. 그러자 계연이 손을 뻗어 넝쿨검을 제지했다.

“진정하렴, 한번 시험해본 것뿐이야. 꼭 잘라야 하는 건 아니야.”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검을 다시 검집에 넣은 후, 검신을 몇 번 톡톡 두드려 넝쿨검을 위로했다. 그러자 넝쿨검이 다시 계연의 몸 뒤쪽에 가만히 떠올랐다.

계연은 내내 금빛으로 반짝이는 끈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끈 위를 더듬었다. 세세히 살펴보니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아주 옅은 흠집이 나 있었다. 이에 영기를 살짝 끈에 주입해보니 흔적도 없이 흠집은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신기한 보물이 있다니!’

계연이 웃으며 흡족해하던 순간, 맞은편 방 안의 노염생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어왔다.

“계 선생님, 늦은 밤에 자지 않고 대체 무얼 하고 계십니까?”

아까까지는 괜찮았다고 쳐도, 조금 전 선검의 검의가 하늘을 뒤덮던 순간 노염생은 너무 놀라 펄쩍 뛰었다. 주위에 아무런 삿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서 망정이지, 노염생은 무슨 요마(妖魔)가 습격해온 줄 알았을 정도였다.

계연이 얼른 그에게 사과했다.

“노 선생님의 휴식을 방해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자러 가겠습니다, 하하하…….”

계연은 이렇게 말하며 정중히 그의 방문을 향해 양손을 맞잡고 예를 취한 뒤, 해치 그림과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은 끈을 들고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수상쩍게 왜 저리 기분이 좋은 거야…….”

노염생은 방 안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비록 호기심이 일긴 했지만, 아무리 자신과 계연이 사이가 좋다더라도 남의 수행에 간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반면 방으로 돌아온 계연은 잠을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계연은 어린아이가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얻은 것처럼, 이불을 뒤집어쓰고 끈을 만지작거렸다.

물론 계연이 정말로 놀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계연은 이 금사 끈의 특별함을 발견한 후로 내내 각종 신기하고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침상에 앉은 계연이 소매를 떨치자, 그 안에서 각종 부적이 나타났다. 이는 정봉 나루터의 상점가에서 구매한 것들로 주위에 금제(禁制)를 펼칠 수 있었다.

계연은 벽 사방에 12개의 부적을 나눠 붙이고, 법전(法錢)을 꺼내 부적마다 법전을 하나씩 붙였다.

그러자 주위가 단번에 고요해졌다. 이는 안쪽에서 바깥의 기척을 듣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이 방 안이 바깥 세계와 유리된 듯한 감각이었다.

준비를 마친 계연은 소매 안에서 투명하게 반짝이는 실뭉치와 가지런히 쌓인 물고기의 비늘, 그리고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칙령 뇌주(雷咒)를 소환했다.

“법력으로 제련한 명주실은 금(金)에 속하고, 금빛 철갑상어의 비늘은 수(水), 뇌겁은 목(木), 삼매진화는 화(火)에 속하는 동시에 음양(陰陽)의 기운을 품고 있으니…… 토(土)가 모자라네!”

계연은 지금 자신만의 법보(法寶)를 제련해 내려는 것이었는데, 계연의 마음에는 이미 대략적인 생각이 선 상태였다. 이 금사 끈은 오행에 속하지 않는 특수한 사물이었다. 이에 계연은 이 안에 오행을 직접 녹여내어 금사 끈의 성질 자체를 바꿔, 오행을 모두 겸비한 법보를 만들어낼 계획이었다.

계연은 법기를 제련하는 대단한 술법은 알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있었고 자신이 가진 칙령의 힘을 믿고 있었다.

어차피 재료가 부족하기도 했고, 보물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은 그저 서로 섞일 수 있는지 시도해보는 것뿐이었다. 이것이 섞여야 그 후의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촉매제는 바로 삼매진화였다.

계연에게는 이제 삼매진화를 적당히 조절하기만 하면 금사 끈을 잿가루로 만들지 않고 그 성질만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다만 법력으로 제련한 명주실과 금빛 철갑상어의 비늘은 진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타버릴 것이다. 어쩌면 뇌겁 정도는 곧바로 타버리지 않고 어느 정도 버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행 중 목(木)이 화(火)를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듯이, 삼매진화에 의해 그대로 타버리지 않고 오히려 뇌겁이 삼매진화 안에서 뒤엉킬 경우가 문제였다.

‘만약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계연은 저도 모르게 오한이 든 듯이 몸이 떨렸다. 삼매 뇌화(雷火)가 폭발하는 것만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통제에는 또 자신이 있지.”

이렇게 중얼거린 계연은 명주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계연은 법력으로 제련한 명주실을 좀 더 짧은 금사 끈에 얽은 다음 곧바로 삼매진화를 내뿜었다.

화염이 닿자 제련을 거친 특수한 명주실마저 찰나의 시간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잿가루가 되었다. 이에 계연은 약간 머쓱해졌으나, 자신이 삼매진화라는 비장의 수법을 가진 것이 다행이라고 위안했다.

계연은 금사 끈을 금빛 철갑상어의 비늘 위에 묶고 삼매진화를 펼쳤다. 그러자 불과 물이 섞이지 않는 성질에 따라 비늘 위로 빛의 막이 덮였다. 계수(癸水)의 정수(精髓)가 주위로 파문을 만들어내며 삼매진화에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순간.

콰앙!

촤아앗-!

실내는 폭포수가 한바탕 쏟아붓고 간 듯한 모습이 되었고, 계연도 상반신이 홀딱 젖었으나 곧이어 물기가 모두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온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마치 신선처럼 신비로워 보였다.

첫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계연의 예상대로였다. 법보(法寶)를 제련하는 게 그리 쉬울 리가 없었다. 이것만을 연구하는 수사들도 오랜 세월과 정신력을 투자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비록 계연의 통제력이 강하고 선도(仙道)를 수행하는 데에 천부적인 자질이 계연에게 있다고 해도 단번에 성공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시도해보지 않은 건 이것뿐이네…….”

계연은 환한 빛을 내뿜는 칙령 뇌주(雷咒)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일단은 명주실 제련을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 진화를 금사 끈에 붙게 한 다음, 곧바로 불길을 끄고 명주실을 성질이 바뀐 금사 끈에 녹여 넣는 거야!’

계연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자, 새로운 금사 끈을 사용하지 않고 한번 사용했던 끈을 다시 한번 제련하기 시작했다.

기대와 흥분이 뒤섞인 상태에서도 계연은 평정을 유지하며 법보를 제련할 각종 방법을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어느새 하룻밤이 지나고, 계연은 어느 정도 확신을 얻고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법기(法器) 혹은 법보를 제련할 때는 수선자의 도행이 높은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충분한 경험과 실력, 적절한 시기와 기연(機緣)까지 필요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토(土)의 속성을 지닌 사물뿐만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제는 겸허한 마음으로 고인(高人)에게 가르침을 청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마침 자신과 사이도 좋고, 믿을 만한 진정한 고인이 맞은편에 머물고 있었다.

마침 여명이 밝아오는 시각이었으므로, 계연이 금제를 걷어내자 어슴푸레한 빛이 창호지를 투과해 방 안을 밝게 비췄다.

간밤에 한숨도 자지 않은 계연은 상쾌한 기분으로 침상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자, 햇빛이 계연의 몸을 따뜻하게 비추었다.

마찬가지로 한숨도 자지 못한 노염생도 방문을 열어 계연에게 인사했다.

“계 선생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예, 저는 잘 쉬었어요. 노 선생님은요?”

계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저 그렇지요, 뭐. 만약 밤새도록 선생이 뭘 하신 건지 알려주시면 좀 더 개운할 수도 있고요…….”

그러자 계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노염생은 계연이 전처럼 입을 닫거나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길 거라 여겼다. 그 순간, 계연이 노염생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을 내뱉었다.

“실은 어제 얻은 금사 끈으로 법보를 하나 제련해보려고 시도해봤어요.”

“예에?”

노염생이 즉시 흥미가 끓어오르는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그러자 계연이 뜰 안에 놓인 돌 탁자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마침 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서요, 노 선생님께 가르침을 좀 청하려고 합니다.”

노염생은 계연이 진지한 얼굴을 한 것을 보고 환히 웃으며 서둘러 방 안에서 나왔다.

“그러시군요! 한번 천천히 말씀해 보십시오, 이 늙은이가 아는 대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계연이 탁자 앞에 앉아 소매를 휘두르자 탁자 위로 찻잔과 찻주전자가 나타났다. 주전자에서는 김이 폴폴 나고 있었고, 쟁반 위에는 달콤한 향기가 나는 꿀단지도 하나 놓여 있었다.

“하하하! 천하에 계 선생님만 가진 이 특별한 꿀을 오늘 또 보다니, 제가 먹을 복이 있나 봅니다!”

노염생은 높은 도행을 지닌 수선자로서, 당연히 영기가 섞인 사물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예전에 거안소각에서 처음 이 꿀을 맛본 뒤 그 특별함을 알게 되었고, 어제 계연의 요리에서 이 꿀을 맛보고 더욱 그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자신과 같은 수행을 지닌 사람에게도 효능이 있을 정도라면, 단순히 영기만 담긴 꿀은 아님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꿀은 천연 상태 그대로였으므로, 결국 이 꿀을 채취한 꽃이 특별하다는 말이 된다.

“하하, 노 선생님께서 좋아하신다면 후에 꿀이 또 만들어지는 대로 한 단지 남겨 드릴게요.”

“두 단지!”

노염생이 손가락 두 개를 흔들며 말하자 계연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요. 제가 쩨쩨하게 구는 게 아니라 그 꿀은 정말로 얻기가 어려워서 그래요. 선생님께 한 단지 드리는 것도 저희가 막역한 사이라 그 정도 나눠 드리는 거예요. 다른 이들에게는 한 숟가락 주는 것도 이미 인정을 베푼 거라고요.”

자신과 ‘막역한 사이’라는 말에 노염생의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하하하…… 물론 그렇겠지요, 이 늙은이도 계 선생님이 옹졸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잊지 말고 꼭 한 단지 남겨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거안소각 앞에 자리 잡고 매일 밥 동냥을 할 테니까요.”

뒤이어 두 사람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계연은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이 금사 끈에 일어난 변화와 더불어 간밤에 자신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을 모두 노염생에게 말해주었다.

만약 다른 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노염생은 웃으며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계연이다 보니, 어떤 내용은 듣기에 상식적이지 못하고 황당무계할 정도였으나 노염생은 웃음거리로 치부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오행에 속하지 않는 사물에 오행을 녹여내어 평형을 이루고, 다시 음양을 겸하게 한다…….”

누군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인정사정없이 ‘모자란 놈’이라고 욕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연의 말이 끝나자 깊은 생각에 잠겨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맞아요, 그런데 다른 네 가지 속성의 사물은 모두 있지만, 토(土) 속성의 영물이 모자라 아직 녹여낼 수가 없어요.”

노염생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계연의 말인즉, 토 속성의 영물만 모자랄 뿐 다른 네 가지 속성과 음양의 기운을 녹여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뜻이었다.

“아직 토 속성 영물이 없다면, 이 늙은이의 생각에는 상생(*相生: 음양오행설에서, 금에서는 물이, 물에서는 나무가, 나무에서는 불이, 불에서는 흙이, 흙에서는 금이 남을 이름)의 순서대로 녹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천지 만물은 음양의 기운으로 인해 생겨나는 법이고, 법기를 제련하려면 그를 녹일 만한 힘이 필요하니 삼매진화를 토대로 삼을 생각이에요. 음양의 기운을 가진 화(火) 속성의 삼매진화를 일으킨 후, 목(木) 속성의 천도뇌겁(天道雷劫)을 녹이면 불길이 더욱 강해지겠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말에 노염생이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삼매진화? 천도뇌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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