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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507화 (507/892)

507화. 예, 예, 알겠습니다

계연은 어차피 노염생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가진 비장의 수단 두 개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제가 어화술에 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위력이 꽤 괜찮은 삼매진화라는 술법은 부릴 수 있어요. 다른 것도 삼매진화와 마찬가지로 위력이 센 어뇌술인데, 칙령 뇌주라고 해요.”

노염생은 예전에 계연이 수리건곤에 대해 글을 쓰며 추론하던 내용을 슬쩍 본 적이 있었는데, 힐끗 본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술법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계연은 그런 대단한 술법도 보여주기 부끄러워할 정도로 겸손한 성품이었는데, 그런 그가 스스로 위력이 꽤 괜찮다고 말할 정도라면 무척 신통하다는 소리였다.

“이 늙은이가 한번 볼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계연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살짝 입을 열었다.

“후우……!”

계연은 진화의 연기가 아니라 곧바로 삼매진화 덩어리를 뱉어냈다.

화앗!

진화는 본래 의식 세계의 측면에 있던 것이었으므로, 진화가 형체를 드러내자마자 노염생의 마음에 즉시 하늘을 뒤덮는 불바다의 모습이 펼쳐졌다. 산, 하천, 바람, 구름, 불타지 않는 것이 없었다.

순간의 환상을 떨쳐버리고 노염생이 다시 공중에 떠오른 진화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리저리 움직이는 불씨의 모습이 안정적이었다. 진화는 전체적으로 회색을 띤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지도 않았다.

‘위험해, 이 불은 대단히 위험한 불이다!’

“삼매진화는 제가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술법이에요. 삼매진화는 신화(*神火: 신의 뜻을 담은 불)로 이루어진 단로 속의 진화와 음양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음양 진화로 나뉘는데,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하늘과 땅과 사람)를 본떠 ‘삼매(*三昧: 세 가지 현묘하고 은밀한 것)’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그것을 하나로 제련한 것이 삼매진화예요. 이 불길에 한 번 당하면 벗어날 수도 없고 나을 수도 없어서, 저도 쉽게 쓰지는 않고 있어요.”

노염생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연의 말만 들어도 삼매진화의 위력을 실감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는 계연이 진화를 다시 거둬들이도록 가만히 있었다.

계연은 그다음으로 소매 안에서 번개가 번쩍이는 뇌주를 불러냈다.

치지지직…… 지지직……!

이번에 느껴지는 압박감은 위력을 드러내지 않았던 삼매진화보다 훨씬 강력했다. 주된 이유는 바로 뇌주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금빛과 붉은빛으로 번개가 번쩍였고 그 위에 적힌 글자가 빛을 뿜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뇌겁의 기운이 때때로 새어 나와, 주위에 바람이 일며 돌 탁자 주위로 모래바람이 소용돌이쳤다.

노염생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 뇌주의 영향으로 정말 구름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 영험한 부적은 칙령 뇌주라고 하죠. 예전에 크게 다친 한 검은 교룡의 정수와 원기가 빠져나가는 순간, 제가 칙령의 힘으로 그것들을 거둬들였지요. 그리고는 삿된 것을 내쫓는 올바른 뜻을 합쳐 뇌주로 만들었고, 뇌주의 위력을 늘리기 위해 때때로 벼락을 수집해 왔었어요. 그러다 뇌주가 뇌겁의 힘을 흡수하기도 해서 상태가 불안정해졌었는데, 최근에는 그나마 조금 회복한 상태예요.”

이렇게 설명한 계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쉽게 꺼내진 않아요.”

그러자 노염생이 떨떠름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내리는 벌과도 비슷한 위력일 테니, 당연히 계 선생님처럼 덕망을 갖추신 분이 이런 것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겠지요.”

화와 목 속성을 모두 보여주었으니 계연은 이제 금빛 비늘을 꺼냈다.

“이건 경현해각 안의 경면해의 계수(癸水)의 정수가 모여…….”

“거울 바다에서 낚았던 금빛 철갑상어입니까?”

“예, 바로 그 철갑상어의 비늘이에요. 그 철갑상어에 어린 계수의 정수와 원기를 반 정도만 이 비늘로 옮긴 다음 뽑아냈지요. 수 속성의 영물로 삼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노염생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생각했다.

“그리고 금 속성이 남았네요. 겉보기에는 그저 그렇지만, 무척 잘 늘어나고 아주 대단한…….”

“예, 예, 알겠습니다…… 더 설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계 선생님이 대단하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하십시오…… 토 속성 이야기나 하죠. 토 속성 영물이 모자라니 어디서 얻어야 할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군요…….”

“일단은 제련하는 방법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요. 제가 이쪽 방면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거든요. 어젯밤에 제가 시도해본 바로는…….”

계연은 정말로 노염생의 도움이 필요했으므로 더는 그를 자극하려 하지 않았다. 노염생은 이에 남몰래 한숨을 내쉬다가 곧 진지한 태도로 계연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다 보니 노염생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큰 흥분을 느꼈다.

‘녹여낼 진귀한 것들이 이토록 많은 데다 나와 계연과 같은 고인(高人)들이 함께 제련할 법보이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 탄생할까?’

생각만 해도 노염생은 흥분에 가슴이 뛰었다.

계연과 노염생은 뜰 안에 앉아 열띤 토론을 나눴다. 그동안 교씨 집안 노복이 이들이 들 조찬을 들고 와, 이들은 앉은 자리에서 식사도 해치운 상태였다.

* * *

계연과 노염생이 법보의 제련에 대해 심도 높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이 든 태감 하나가 교씨 집안을 방문했다. 바로 황제의 심복인 환관 공순이었다.

이에 교용은 가족들을 모두 이끌고 나가 성지를 받들었다.

“짐이 하늘의 명을 받아 아뢰노라. 전(前) 서전 수사 제독인 교용은 충의(忠義)를 지닌 인재로서, 짐은 본래 그가 좀 더 정양할 수 있도록 기다리려 했으나, 조정의 일이 너무나 다망하여 충군애국(忠君愛國)하는 어진 신하인 경이 다시 조정으로 돌아와 사직을 함께 짊어지길 바라노라……. 경은 오늘 자로 본래의 관직에 복귀하며…….”

교용조차 예상치 못했던 것은 그가 원래의 관직에 제수되었을 뿐만 아니라, 옛 수하들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황제가 윤허했다는 점이었다.

일찍이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교용을 포함한 그의 가족들은 모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다시 관료사회에 복귀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정도 고생은 감수하고 살 수 있지만, 명성을 떨치고 풍족하게 살고 싶지 않은 이가 누가 있겠는가?

태감이 성지의 낭독을 끝내자 교용과 그의 가족들이 모두 큰소리로 외쳤다.

“폐하의 성은에 감읍하나이다!”

교용은 감격한 나머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외친 뒤, 고개를 들어 태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태감이 성지를 다시 잘 말아 두 손으로 그에게 건넸다.

“하하하……. 교 대인.”

교용이 얼른 예를 거둔 뒤 태감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성지를 받아들며 말했다.

“공공께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다만 제, 제 집안 사정이…….”

원래는 그와 같은 태감이 성지를 전하러 왔다면 소정의 사례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게다가 공순처럼 황제에게 총애받는 환관이라면 더욱 잘 보여야 했다.

공순도 당연히 교용의 난처함을 알았기 때문에 얼른 두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아이고, 교 대인,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소인은 그저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뿐이지, 다른 속셈은 전혀 없습니다. 참, 오기 전에 폐하께서 교 대인께 전하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공공!”

그러자 태감이 후원이 있는 방향을 슬쩍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 분 선장께서 아직 계시는지요? 폐하께서는 다시 두 분 선장을 뵙고 선도(仙道)의 가르침을 얻고 싶어 하십니다.”

교용도 황제의 뜻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소신이 반드시 폐하의 말을 전달하겠다고 공공께서 대신 아뢰어 주십시오. 다만 신선이 행하는 일을 평범한 사람인 제가 추측할 수가 없어, 저도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황상께서는 경을 무척 신임하고 계십니다.”

“아하하, 아직 공공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하하, 천만의 말씀입니다…….”

교용은 강직한 성품이야말로 관리가 갖춰야 할 우수한 덕목이고, 진정으로 갖추기도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 정도가 과하면 쉽게 부러진다는 것은 이제야 깨달았다. 제왕과 중신들의 포용력이 넓지 않다면 이러한 성품을 고집하는 것은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성지를 전한 태감이 떠나자마자, 교용은 얼른 후원의 객사로 향했다.

원래 교용은 두 사람을 선장이라 불렀었지만, 후에 계연이 교용에게 자신을 계 선생님이라 부르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때 노염생도 곁에서 자기를 ‘늙은 거지’라 부르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처럼 불경한 호칭을 교씨 집안 사람들이 어찌 사용할 수 있겠는가? 이에 교씨 집안사람들은 알아서 노염생을 노 선생님이라 불러왔다.

“계 선생님, 노 선생님! 두 분을 방해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혹…….”

객사로 이어지는 문을 넘던 교용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가 일각(15분) 전에 왔을 때는 두 사람이 저 돌 탁자에서 무슨 토(土)며 수(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지금은 종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설마 떠나신 건가?”

태감에게 반드시 말을 전하겠다고 공언하고 온 참이라 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행히 여지를 조금 남겨 두 분 선장이 황제를 뵈려 할지 말지에 대해 확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황제의 말을 전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교용이 양쪽 객사를 바라보니 두 쪽 다 방문이 잘 닫혀 있었고, 뜰 중앙의 돌 탁자 위에는 아침 식사를 들고 남은 식기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교용은 포기하지 않고 먼저 계연이 머무는 곳 앞으로 가서 방문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침상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원래도 물건이 없던 방이긴 했으나 짐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노염생의 방에 가보니 마찬가지로 사람이 머물지 않은 곳 같았다.

“아이고…… 두 분 선장께서 떠나셨구나……. 황상께 어찌 고해야 하지!”

교용이 낙담한 기색으로 식기를 정리하러 돌 탁자 근처로 돌아오자, 쟁반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작은 옥병(玉甁)과 종이 한 장이 보였다.

이에 교용은 단번에 기쁜 기색을 띠며 먼저 조심스럽게 종이를 들어 올렸다. 종이의 내용을 다 읽고 난 교용은 깊이 한숨을 내쉬며 최소한 황제에게 고할 말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종이를 내려놓은 교용은 다시 조심스럽게 자그마한 옥병을 들어 올렸다. 그것은 손바닥 반만 한 길이에 손가락 두 개 정도의 두께였는데, 살짝 흔들어 보니 대략 한 잔 정도 되는 액체가 들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계 선생님께서 남기신 서신에 적힌 선주(仙酒) 용연향이구나.’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교용은 몰래 옥병의 마개를 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농밀한 술 향기가 퍼져나갔다. 그것은 어젯밤 계연이 나눠준 술보다 훨씬 강한 향기였고, 이를 맡은 교용의 정신과 마음이 어지러워질 정도였다.

몸을 한번 부르르 떤 교용은 자신이 유혹을 참지 못하고 마셔버릴까 봐 얼른 다시 마개를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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