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510화 (510/892)

510화. 산신옥(山神玉)과 여의전(如意錢)

“자자, 이곳입니다. 일단은 여기 앉아 잠시만 쉬고 계십시오. 제가 3층에 가서 물건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이곳에는 진법이 걸린 모양인지 올라오자마자 풍경이 뒤바뀌었다. 이곳 전체는 응접실 같은 모습이었고 귀중한 것을 보관한 진열대 같은 것은 없었다.

응접실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계연이 바깥에서 본 건물의 규모를 떠올려 보니, 응접실이 2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을 듯했다. 게다가 진법이 설치되어있기까지 하니, 2층에는 이곳 말고도 여러 방이 있을 터였다.

영보헌의 관리자는 3층으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내려왔다. 그는 손에 나무 상자를 하나 들고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두 사람을 앞으로 가지고 와 탁자 위에 내려놓고 잘 보이도록 활짝 열었다.

“자, 한번 보십시오.”

계연은 전에 한번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척 보자마자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러나 노염생이 계연보다 먼저 입을 열어 한숨을 내쉬었다.

“산신석이잖아? 에이…….”

상자 안에는 두 가지 물건이 들어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먹 크기의 까맣고 누런 돌이었다. 그 돌 아래에는 황토가 깔려 있었다.

노염생은 고개를 저으며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산신석이 물론 희귀하긴 하지만, 삼매진화, 계수의 금빛 비늘, 뇌겁 같은 것과 비교할 수나 있겠는가?

계연은 사실 산신석 정도면 충분하다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난감했다. 하지만 노염생의 까다로움에 계연도 동화된 모양인지, 계연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왕 대단한 법보를 제련할 거라면 재료를 고르는 데에 좀 더 까다로워도 될 것 같았다.

“아이고, 도우! 이것은 산신석이 아니라 산신옥(山神玉)입니다!”

“산신옥이요?”

계연은 산신옥이란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호기심이 들었다. 곁에 앉은 노염생은 놀란 얼굴로 다시 상자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계연의 물음에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그는 주먹만 한 돌멩이를 꺼내고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실내의 영기를 돌멩이로 모으는 동시에 법력을 주입했다.

그의 동작에 따라 상자 안의 흙이 스르르 떠오르더니 가루 하나하나가 그의 손바닥을 향해 날아갔다. 십여 초 후, 상자 안의 모든 흙이 관리자의 오른손 주위를 맴돌며 중앙이 텅 빈 구체의 모습을 형성했다.

“이제 잘 보십시오!”

그러자 공중의 흙이 모습을 변형하며 때로는 일직선이 되었다가, 다시 한곳으로 모였다가 나무와 풀의 모습을 만들기도 하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전설에 따르면 산신옥은 도행이 높은 토 속성 정괴의 심장이라고 합니다. 수명이 다하는 순간 평생의 수행이 모여 만들어진다고 하지요. 자, 이 물건이 두 분의 법안에 들 만합니까?”

조금 전 영보헌 관리자는 흙을 다루는 술법을 펼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손안에 든 돌의 힘을 빌려 흙을 변하게 했다. 이런 행위 자체가 이미 산신석으로는 할 수 없는 경지였으므로, 노염생이 볼 때 이 물건은 얻기 힘든 산신옥이 맞는 듯했다.

그러자 노염생이 계연을 향해 물었다.

“계 선생님, 산신옥 정도라면 자격이 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계연도 무척 흡족했으므로 얼른 ‘되고 말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 산신옥을 가져가려면 어떻게 값을 치러야 하나요?”

“하하! 제가 비록 수선자이긴 하나, 영보헌을 경영하는 만큼 장사꾼의 기질이 없어서는 장사가 안 됩니다. 게다가 이런 귀중한 것을 거래하는데 저도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 두 분 고인(高人)께서도 분명 이해해 주시겠지요…….”

영보헌 관리자는 잔뜩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두 분 도우께서 귀히 여기는 물건이 있다면 무엇이든 제게 보여주십시오. 설령 제가 물건 보는 눈이 없더라도 여기에는 가치를 판별해줄 다른 도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만약 따로 보일 만한 물건이 없거나 있더라도 쉬이 내주시기가 어렵다면, 오행(五行)의 정수로 계산하셔도 됩니다.”

이에 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노염생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노 선생님, 오행의 정수나 다른 적당한 물건이 있다면 제게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노염생이 기가 차다는 듯이 계연을 쳐다본 다음 마찬가지로 전음을 보냈다.

“계 선생님, 저는 비렁뱅이입니다. 지금 저한테 빌리시려고요? 설마 돈이 없지는 않으시겠지요?”

만약 계연이 속세의 금전이 없다고 하면 노염생도 믿겠으나, 수행계에서 화폐로 통용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면 믿을 수가 없었다.

‘법전(法錢)을 낼까? 아니면 일단 구봉 동천으로 돌아가서 옥회산 수선자들에게 좀 빌릴까?’

법전으로 별것 아닌 물건의 값을 치르는 것은 괜찮지만, 이 산신옥은 정말로 진귀한 것이었다.

‘조금 귀찮기만 할 뿐 만드는 데 아무런 자본도 안 드는 법전으로 값을 치러도 될까?’

일단 계연은 법전을 꺼내 시도해보기로 했다. 거래는 어쨌든 쌍방이 원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상대가 필요로 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거래가 성립될 수도 있으니, 구태여 자신이 심리적인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건 제가 만들어 본 것인데, 이 안에는 순수한 법력이 모여 있어요. 정해진 것 없이 시전자의 뜻대로 이용할 수도 있고요. 어떠세요?”

법전은 겉모습만 봐도 무척 아름다웠으므로, 계연이 꺼내 들자마자 노염생과 영보헌 관리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가 자세히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계연은 호쾌하게 영보헌 관리자에게 법전 한 줌을 주었고, 영보헌 관리자는 그것을 조심스레 받아든 다음 자세히 살폈다.

“너무 조심스럽게 다루실 필요 없어요. 한번 사용해 보세요.”

“사용해봐도 됩니까? 그, 그럼……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영보헌 관리자는 나머지를 계연에게 다시 돌려준 다음, 그중 하나를 들고서 다른 한 손으로 산신옥을 쥐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는 산신옥의 힘을 이용해 흙을 움직이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법력 대신 법전의 힘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스스슥……!

그러자 그의 주위로 흙이 빠르게 모여들더니 산신옥 앞에서 단단히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가 법력을 끊자 손안의 법전이 약간 빛을 잃었다. 그런 후 그는 공중에 떠 있는 흙뭉치를 손으로 살짝 튕겼다.

그러자 ‘딩!’ 하는 맑은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지며 중앙에서 금속 물질이 한 알 나타났다.

“흙이 모여 금이 되었군요(凝土生金: 오행의 순환 원리에 따라 흙(土)에서 금(金)이 생겨난다는 것을 뜻함)! 드디어 성공하다니! 아니지, 제가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이것 덕분이군요!”

간단히 시도해보았을 뿐이었지만 영보헌 관리자는 이미 이 법전의 신묘한 용도를 깨달았다. 마음 가는 대로, 시전자의 뜻대로 법전을 어떻게든 사용할 수 있었다.

“도우, 이 여의전(如意錢)을 얼마나 갖고 계십니까? 만약…….”

관리자는 계연이 손에 쥔 양이 대략 30닢 정도 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만약 이것 백 닢을 내시면 산신옥을 도우께 팔겠습니다!”

그러자 계연이 한숨을 돌리며 언제 필요할지 몰라 법전을 제련해 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법전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만들 수는 없었지만, 백 닢 정도라면 가지고 있었다.

“좋아요, 백 닢을 드리지요! 여의(*如意: 뜻대로 된다는 뜻)전이라는 이름이 법전보다 듣기 좋네요.”

계연의 미소를 보고 영보헌 관리자는 자신이 가격을 적게 불렀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괴로워했지만 크게 자책하지는 않았다. 가치로만 따졌을 때, 그는 이 거래가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연은 소매 안에서 법전을 잔뜩 꺼내어 탁자 위에 수를 세며 쌓았다.

“도우, 여기 법전 백 닢이에요.”

“예, 예! 이 산신옥은 이제 계 도우의 것입니다. 잘 보관하십시오!”

영보헌 관리자는 산신옥을 나무 상자에 다시 담은 다음, 두 손으로 계연에게 건넸다. 그는 탁자 위의 법전을 따로 잘 챙긴 뒤, 그제야 생각난 듯 자신이 한번 썼던 법전을 다시 계연에게 돌려주었다.

그러자 계연이 손을 뻗어 그를 만류했다.

“이건 시범용으로 드린 것이니 처음부터 돌려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도우께서 가지세요.”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영보헌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이 법전은 자신이 합리적인 이유로 얻은 이익이었으므로 관리자는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관리자는 이것을 법전이라기보다는 여의전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비록 한눈에 이 물건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이 법전이 지닌 능력에 대해 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안에 담긴 법력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오한 도가 담겨있어 위급 시에 호신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무척 진귀한 물건이었다.

물론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이 법전을 사용하던 순간 자신이 토행(土行)을 다루는 술법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것 하나로도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다. 이 법전은 토행이 특화된 것임이 분명했다. 토 속성의 영물을 구하러 온 것만 봐도, 상대는 그 계통의 술법에 신통한 수선자인 듯했다.

영보헌 관리자는 이번 한 번의 거래로 상대와의 인연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 법전이 눈앞의 계 도우가 제련한 것임을 조금 전에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연이 나무 상자를 받아든 후, 관리자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계 도우, 이 법전을 도우께서 제련하셨다고요? 혹시, 얼마나 많이 더 갖고 계십니까? 제련하려면 무척 어렵습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사실대로 고백했다.

“저희 영보헌 수선자들은 스스로의 수행 이외에도, 천하의 모든 수행자를 위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여의 법전은 용도가 무궁무진하니, 필요로 하는 손님이 분명 적지 않을 것입니다.”

계연도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바였고, 상대가 하려는 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법전을 제련하려면 단약을 제련할 때처럼 법력과 정신력이 많이 소모돼요. 아직 남은 게 좀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아요. 또한 다른 일은 제쳐두고 제가 이것만 제련할 수도 없고요.”

“아, 그렇지요. 그건 도우의 말씀이 맞습니다. 두 분 혹시 급한 일이 없으시다면, 잠시 여기서 차 한 잔 드시겠습니까? 금방 갔다 돌아오겠습니다!”

관리자는 소매를 휘둘러 탁자 위에 다기를 준비한 뒤, 직접 두 사람을 위해 차를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잠시 실례하겠다며 3층으로 올라갔다.

그가 떠나자 노염생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계 선생님, 이 늙은이도 그 법전을 조금 살펴볼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계연이 곧바로 법전 하나를 건넸다. 노염생은 마치 신기한 장난감을 받아든 것처럼 법전을 관찰하며 만지작거렸다.

“신기하네요. 이 안에 담긴 법력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 선생님이 옆에서 돕는 수준의 힘을 발휘할 수 있군요. 다른 이들은 물론이고, 이 늙은이도 이걸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참, 어차피 이 늙은이는 비렁뱅이이니 이건 선생님께서 제게 적선한 걸로 하시지요.”

노염생은 이렇게 말한 뒤 뻔뻔하게 법전을 구멍 난 옷 안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계연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법전을 제련하려면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가까운 이에게 조금 주는 정도는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