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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가기연-522화 (522/892)

522화. 맞붙어서는 이길 수 없다

“이 자식, 태도가 너무 안하무인이야!”

금갑 역사에 맞고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준수한 외양의 남자는 분노한 얼굴로 내뱉었다. 그는 두 팔을 휘두르며 억수처럼 내리는 빗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중에 한 줄기 강물이 형성되더니 금갑 역사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던져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벼락이 쉬지 않고 떨어졌다. 거대한 금갑 역사는 강바닥에 잠긴 모습으로 쉼 없이 떨어지는 벼락 속에 서 있었다.

금갑 역사는 마치 땅에 뿌리 박힌 것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고개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금갑 역사 특유의 경멸이 담긴 시선이 내내 느껴졌기 때문에, 요마들은 그가 자신들을 아직 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금갑 역사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쾅!

금갑 역사가 일으킨 파동으로 인해 요괴가 어수술로 만들어낸 강물이 흩어졌다.

촤아앗!

공중에 형성된 물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내리자, 산자락 아래 폭우로 인해 만들어진 작은 개울이 곧바로 강물처럼 불어났다. 그것은 엄청난 기세로 지대가 낮은 곳을 향해 흘러갔다.

“조심해! 저자가 걸친 갑옷은 대단한 술법이 걸린 보물이 분명해. 일반적인 술법으로는 타격을 가할 수 없을 테니, 힘으로 부숴야 할 거야!”

“하지만 힘이 엄청나니까 조심해야 해!”

원숭이 요괴는 자신의 괴력에 자부심이 있었으나, 조금 전 금갑 역사와 부딪힌 후로는 힘으로는 금갑 역사를 못 이긴다는 것을 깨달은 상태였다.

그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맞은편 산등성이가 ‘콰광!’하며 무너져 내렸고, 금빛 한 줄기가 이쪽을 향해 재빨리 날아왔다.

“온다!”

“원(*猿: 원숭이)형이 막으면 우리가 하체를 공격할게!”

“좋아, 이번에는 지지 않을 테다!”

원숭이 요괴가 두 발을 단단히 딛고 서자 아래로 토령(*土靈: 흙의 영물)이 모여들며 원숭이 요괴의 온몸이 노란빛에 뒤덮였다. 그러자 원숭이 요괴의 몸이 금갑 역사의 법체보다 훨씬 거대해졌다. 그는 두 팔로 가슴을 두드리며 전방의 금빛을 향해 포효했다.

쿵쿵쿵쿵……!

“크흥! 다시 한번 붙자!”

원숭이 요괴의 도전에 응답하듯이 금갑 역사는 곧바로 그를 향해 날아갔다. 다른 요물들은 그들에게서 얼른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거대한 두 형체가 부딪히려던 순간이었다.

원숭이 요괴가 한쪽 어깨를 비스듬히 내민 채 상대와 부딪힐 자세를 잡았지만, 금갑 역사는 그와 부딪히려던 순간 형체를 모호하게 만든 뒤 살짝 옆으로 비껴나갔다. 그리고는 몸을 숙이고 왼쪽 무릎을 위로 들어 올렸다.

콰직-!

무언가 부러지는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금갑 역사는 요괴의 어깨를 잡은 채 땅에 뿌리를 내린 듯이 오른발로 단단히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는 원숭이 요괴의 무릎을 부숴버린 왼발을 내렸다. 그런 뒤, 다시 오른발을 회전축으로 삼아 몸을 돌리며 두 손으로 원숭이 요괴의 어깨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금갑 역사보다 훨씬 거대한 원숭이 요괴는 한순간에 역사에 의해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이 모든 것은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일어나, 원숭이 요괴는 채 반응할 시간도 없었다.

원숭이 요괴는 자신의 양쪽 어깨가 단단히 틀어 잡히던 순간, 온몸이 저릿하더니 마비된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뒤이어 금갑 역사의 갑옷에 달린 빛나는 표대(*飄帶: 어깨나 팔에 거는 장식용 띠) 두 개가 벗어날 수 없게 요괴의 몸을 단단히 감쌌다.

끼기기긱……!

근육과 관절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원숭이 요괴는 공중으로 들어 올려진 채로 회전했다.

“준비, 조준, 던지기!”

금갑 역사가 오늘 두 번째로 내뱉은 말이 산간에 울려 퍼졌다. 관성에 의해 원숭이 요괴의 얼굴 가죽이 펄럭이며 원숭이 요괴의 상반신이 산허리에 단단히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산 아래쪽에서는 토령이 모여들어 원래도 견고한 흙과 돌이 더욱 단단해졌다.

콰과광……!

균열이 사방으로 퍼지며 원숭이 요괴의 상반신이 산속에 처박혔다.

“이런! 어서 구해!”

“어서 가자!”

재빨리 반응한 네다섯 명의 요괴가 빛으로 변해, 날카로운 발톱이나 꼬리 혹은 술법으로 금갑 역사의 하체를 노렸다.

딩-!

쿠궁……!

끼기긱……!

날카로운 발톱과 요괴들의 술법이 금갑 역사의 갑옷과 마찰하며 불꽃이 튀었다. 그러자 금갑 역사가 걸친 갑옷 조각 몇 개가 찢어지며 금갑 역사의 두 다리에 피가 흘렀다.

하지만 금갑 역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서 있는 자세를 유지했다. 마치 주위의 공격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전류가 흐르는 팔이 휙 하고 뻗어나가더니 장법으로 원숭이의 하체를 내리쳤다.

푸욱……!

그러자 핏빛이 사방으로 폭발했다.

뒤이어 높이가 4, 5장(약 12~15m)에 이르는 거대한 원숭이의 형체가 두 개로 절단되었다. 흘러내린 피와 내장은 폭우에 의해 산 아래로 씻겨 내려갔다.

주위에 있던 요마들은 원숭이 요괴의 피를 뒤집어쓴 후 그를 살릴 가망이 없음을 깨닫고 곧바로 후퇴했다.

금갑 역사는 다리에 입은 상처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원숭이 요괴를 단단히 틀어쥐었던 노란 표대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빗속에서 다시 흙의 영기가 금갑 역사를 향해 모여들었다. 땅에 떨어진 금속 갑옷 조각은 중력을 거슬러 날아와 다시 역사의 갑옷 위에 완벽히 맞춰졌다.

‘저 표대에 잡히면 절대 안 돼!’

이는 지금 모든 요마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었다. 표대에 사로잡힌 원숭이 요괴가 술법도 부리지 못하고 죽어버렸다는 게 좋은 본보기였다.

그들이 상대하는 금갑 역사는, 역사가 되기 전에는 뇌겁을 견뎌냈던 부적이었다. 번개가 번쩍이는 듯한 역사의 눈빛과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잔혹한 장면이 지켜보는 요마들을 두려움에 전율하게 했다.

“그 신장과 맞서지 마! 그자는 진선(眞仙)의 술법을 담고 있으니 당신들은 이기지 못해! 어서 산신을 찾아, 산신! 그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산신당 밑, 천 자(약 300m) 아래에 머무는 걸 좋아해. 일단 주위의 토령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 산신을 잡을 수 있어! 가서 산신을 찾아!”

도사연의 날카로운 고함이 바위 틈새에서 들려왔다. 원숭이 요괴가 바로 지척에서 죽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도사연도 금갑 역사가 다른 요마들의 공격에도 끄떡없이 원숭이 요괴를 죽이는 것을 똑똑히 목격한 상태였다.

보아하니 그 원숭이 요괴가 금갑 역사가 느끼기에 가장 위협적이라 생각되는 요마였던 듯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죽었으니, 앞으로는 더욱 금갑 역사를 상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왕 금갑 역사를 상대하기 어렵다면 약한 부분을 찾아 공략해야 했고, 그게 바로 도사연에 의해 일찍이 실력을 간파당한 이곳 산신이었다.

그 말에 요마들이 거의 즉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리가 이 자를 상대할 테니, 당신들은 가서 산신을 잡아!”

준수한 외양의 남자가 거대한 뱀으로 변하더니, 빗물을 모아 물기둥을 만든 후 금갑 역사가 서 있는 곳으로 날려 보냈다.

콰광……!

그러자 금갑 역사가 서 있는 산맥이 마치 바다 위의 섬처럼 변했다. 가득 차오른 물은 금갑 역사를 거의 매몰시킬 듯했고, 원숭이 요괴의 시체는 더욱 멀리 밀려났다.

그와 동시에 다섯 명 이상의 요마들이 파자산 곳곳으로 향했다. 산신을 잡기만 하면 그를 협박해 이곳 산세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고, 말을 듣지 않는다면 바로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 그것도 같은 결과를 낼 터이니 말이다.

금갑 역사에 대한 두려움에다 도사연의 말까지 더해지자, 요마들은 더는 금갑 역사와 맞서려 하지 않고 상공에 뜬 채 물, 벼락, 흙 등을 움직여 역사의 발을 묶었다.

도사연의 말에 모든 주의가 쏠리지 않았다면, 혹은 폭우가 이토록 거세지 않았다면, 금갑 역사의 갑옷이 떨어졌을 때라도 자세히 관찰했었다면, 그들은 금갑 역사가 흙의 영기를 흡수한 흔적을 발견해 역사의 약점을 추측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원숭이 요괴가 죽은 순간, 금갑 역사를 향해 공격을 쏟아부어 역사가 다시 힘을 축적할 여유가 없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부적 자체를 부술 수도 있었다. 비록 금갑 역사가 뇌겁을 견뎌낸 부적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제련을 통해 만들어진 존재이니만큼 한계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요마들은 온갖 방법을 써서라도 저 붉은 얼굴의 거한(巨漢)을 묶어두어야만 했다. 시간은 요마들의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때마다 요마들은 위험해졌다.

검은 뱀은 홍수와 산사태를 만들어내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 중심에는 금갑 역사가 서 있었다. 금갑 역사의 몸은 여전히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나, 그를 둘러싼 소용돌이 때문에 전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가 없었다.

요물들은 멀찍이서 법력을 펼치며, 행여나 금갑 역사의 갑옷에 달린 노란 장식끈에 붙들릴까 봐 금갑 역사 가까이로는 가지 못하고 있었다. 요마들은 자신의 도둔술(*逃遁術: 도망칠 때 사용하는 술법)에 자신이 있었으나, 굳이 그것을 시험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산사태와 함께 일어나는 홍수에 마치 온 산이 잠겨버린 듯했고, 물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상공의 먹구름과 이어졌다. 만약 계연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수만금산(*水漫金山: 중국에서 민간에 내려오는 전설인 <백사전(白蛇傳)>에서 비롯된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물에 잠긴다는 뜻)이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라 개탄했을 것이다.

쿵, 쿵, 쿵……!

금갑 역사는 그 회오리의 중심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거대한 돌덩이가 날아올 때면 금갑 역사는 주먹을 휘둘러 그것을 부쉈다.

치지지직……!

금갑 역사의 몸에서는 전류가 흐르며 반짝이고 있었다. 역사는 그러다 돌연 팔을 뻗더니 하늘을 향해 손을 틀어쥐었다.

콰지직- 콰앙……!

그러자 삽시간에 어뢰술을 다루는 권한이 금갑 역사의 손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 벼락은 요마를 향해 떨어지지 않고 금갑 역사 본인을 향해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진 벼락은 금갑 역사의 오른팔을 감쌌고, 다음 순간 그는 앞쪽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펑-!

그 엄청난 충격에 홍수로 이루어진 소용돌이의 아랫부분에 구멍이 생겼다. 보랏빛 벼락 한 줄기는 기다란 창으로 변한 것처럼, 자신을 가로막는 물길에도 조금의 위력도 잃지 않고 물살을 관통하더니 곧바로 소용돌이 바깥쪽의 거대한 검은 뱀을 향해 날아갔다.

“얼른 피해!”

치지직……!

“아악-!”

뱀은 이미 경계를 잔뜩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벼락을 피하는 동시에 요력(妖力)을 운용해 공격을 막아내려 했다. 그런데도 벼락으로 만들어진 창은 뱀 요괴의 꼬리를 관통하고 말았다.

쉐에에엑-!

쿠구궁……!

이에 물길이 어지러워지자 금갑 역사는 발아래의 산등성이를 무너뜨린 뒤 앞을 막는 물길을 뚫고 근처의 요마들에게로 향했다.

놀란 뱀 요괴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꼬리를 달고 즉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의 꼬리에는 보통의 그릇 정도 크기의 관통상이 나 있었는데, 검게 그을린 흉터에는 전류가 흘렀다.

괴이하게도 뱀 요괴는 꼬리에서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했으나 정신적으로 따가운 고통을 느꼈다.

“뱀 형, 얼른 저 홍수를 통제해! 저자가 나오려고 해! 어서!”

다른 요마들은 물을 다루는 데에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힘을 다해도 금갑 역사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안에서 벗어나려는 금갑 역사에게서는 심지어 천군만마와 비슷한 기세가 느껴질 정도였다.

뱀 요괴는 얼른 산사태와 홍수를 안정시키며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조심해, 벼락을 부리는 힘을 다시 빼앗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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