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550화 (550/892)

550화. 난과(暖鍋)

요마들이 모인 곳은 수없이 많아서, 산, 동굴, 계곡, 호수는 물론 심지어 성 하나에 그들이 자리 잡은 경우도 무척 많았다. 요괴들 사이의 관계도 무척 혼잡하여, 여러 집단이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길 반복했다. 그런 곳들의 사정을 일일이 알아보기는 힘들었고, 점괘를 쳐도 결과를 얻기도 어려우니 그저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었다.

계연은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게다가 상대가 어느 요마의 무리이든, 자신은 그들 사이에서 이미 아주 높은 ‘위험 등급’에 속한 인물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아무런 단서도 없이 복숭아나무 가지를 든 소년을 무작정 찾아볼 수는 없으니, 그는 월록산 수사들에게 그 소년에 대해 설명한 후, 대정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계연은 흰 구름 위에 올라 남쪽으로 향했다. 그는 곧바로 집으로 향하지 않고, 통천강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예전에 그 천서(天書)가 완성되면 제일 먼저 응굉에게 보여주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계연은 응굉과 막역한 사이였으므로 그 정도의 요구는 당연히 들어줄 수 있었다.

대정국은 이미 가을에 접어들어 지금은 통천강이 가장 바쁠 시기였다. 남북으로 향하는 화물선이 바삐 오고 갔고, 화물선에는 가죽, 곡식, 신선 식품을 비롯한 각종 물건이 가득했다. 그리고 화물선 외에 손님을 실어 나르는 여객선도 무척 붐볐다.

계연은 통천강에 가까워지자 습관적으로 장원 나루터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위에 오래 머무르지는 않고, 그저 통천강 위를 바삐 오가는 여러 배를 바라보다가 한쪽 기슭에 내려섰다. 그리고는 맞은편에 펼쳐진 경기부의 부두를 눈에 담았다.

예전에 이곳은 이렇게까지 번화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풍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오가는 배의 숫자와 부두의 크기 같은 것보다도, 각종 부두 시설과 건물이 새로 늘어나 있었다. 예전에 저 맞은편은 이곳 장원 나루터만큼 번화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장원 나루터의 강신 사당을 합쳐도 저곳이 좀 더 떠들썩해 보였다. 이는 그간 대정국의 국력이 많이 강해졌다는 지표이기도 할 것이다.

그때 계연은 돌연 무언가를 느끼고 시선을 돌려 약간 먼 곳의 장원 나루터를 바라보았다. 혼잡하고 흐릿한 인파 사이로 누군가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 * *

장원 나루터와 그 맞은편 부두에는 몇 달 전에 각기 큰 식당이 문을 열었다. 그곳은 새로운 음식,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음식을 기발하게 먹는 방법을 이용한 식당이었다. 식당은 짧은 시간 안에 무척 유명해져 도성의 고관들과 귀족들도 찾아와 맛을 볼 정도였다.

하지만 부두 같은 곳에 문을 연 만큼, 이 가게는 고급스러운 노선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부두에서 일하는 일꾼들이 모여 함께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을 책정했다. 맛도 있고 먹는 방법이 재미있기도 한데다, 음식을 내오는 식기도 특이하고 재료도 특별했으므로 더욱 인기를 끌었다.

계연이 장원 나루터에 이르자 척 보기에도 손님으로 들끓는 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의 이름은 ‘위씨난과루(魏氏暖鍋樓)’였고, 안에서 파는 것은 구리로 만든 작은 냄비를 이용한 훠궈와 비슷한 요리로 보였다. 먹는 방법도 그와 비슷해, 재료를 익힌 다음 양념에 찍어 먹는 방식이었다.

대정국을 비롯해 범인(凡人)이 세운 천하의 어느 나라에서든, 구리는 보통 화폐를 제조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무려 돈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는 재료로 식기를 만들었으니, 재미있기도 한 데다,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무척 체면이 서는 곳이었다.

가게의 이름에 더해 예전에 위씨 저택에서 이와 비슷한 것을 봤던 계연은 이곳이 바로 덕승부 위씨 집안에서 연 가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정국 산간의 변경 근처에서 먹는 요리가 개량을 거쳐 이렇게나 큰 성공을 거두다니, 위무외의 장사 능력은 확실히 출중했다.

그때, 식당 대청의 모서리에 놓인 커다란 식탁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식탁 옆에는 나무로 만든 선반이 따로 있었는데, 그 위에 각종 재료가 담긴 접시가 가득했다. 세 사람은 냄비 안에서 잘 익은 고기와 채소를 집어 정신없이 맛있게 먹었다.

“자자, 사양하지 말고 먹게. 양념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다네!”

“예,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으음, 정말 맛있네요!”

그들은 쉼 없이 젓가락을 놀리며 냄비 안에서 익은 채소와 고기를 꺼내먹었고, 틈틈이 다른 재료를 탕 안에 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른 식탁에서는 막 탕에서 꺼낸 뜨거운 고기를 후후 불어먹었지만, 이들은 혀가 데는 것이 두렵지도 않은 듯이 곧장 양념을 찍어 입에 넣었다.

“어떤가? 내 말 그대로지? 정말 맛있지 않은가?”

“맛있군, 맛있어!”

“맛도 있고, 재미도 있군요!”

“하하하하…….”

“그렇네요, 확실히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웃으며 입에 고기를 쑤셔 넣은 후 고개를 돌리다가 바깥에 서 있던 계연을 발견했다. 그는 씹던 고기를 목 뒤로 꿀꺽 넘긴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계 숙부님?”

그러자 동석한 다른 두 사람도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응풍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러자 회색 장삼을 입은 남자가 바깥에 서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응풍은 즉시 젓가락을 내려놓고 식탁 사이를 다급히 걸어 나와 바깥으로 향했다. 그러자 남은 두 사람도 식사를 잇지 못하고 응풍을 따라 바깥으로 나갔다.

“조카가 계 숙부님을 뵙습니다!”

응풍이 허리를 굽히고 읍하자, 따라 나온 두 사람도 얼른 그를 따라 인사했다.

“계 선생님을 뵙습니다!”

계연은 단번에 이 두 사람이 물속에 사는 요괴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세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갑자기 식욕이 돋아 물었다.

“세 분뿐인가요? 자리에 다른 사람은 없나요?”

“없습니다, 없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예예, 어서 들어가시지요!”

“이쪽입니다, 선생님!”

발에 불이라도 붙은 듯 바삐 오가던 점소이는 진작에 계연을 맞이하려 했으나, 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일을 덜었다며 기뻐했다.

응풍이 난과(*暖鍋: 각종 고기와 채소를 넣어 익혀 먹는 훠궈와 흡사한 요리)를 먹으러 오고, 그것도 별실이 아닌 대청에 앉아서 먹으리라고는 계연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들은 넓은 대청을 가로질러 구석에 놓인 식탁으로 걸어갔다. 식당은 온통 웃음소리와 떠들썩한 대화 소리로 가득했고, 손님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젓가락을 바삐 놀렸다. 게다가 식탁마다 목탄이 타며 탕을 끓이고 있어, 원래부터 사람들의 열기로 떠들썩한 가게가 더욱 후끈하게 느껴졌다. 가게는 대문을 활짝 열고 있었는데도 늦가을의 쌀쌀함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손님들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계 숙부님, 여기 상석에 앉으시지요!”

응풍은 손을 뻗어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계연도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앉았다. 그가 앉은 후에 세 사람도 각기 자리를 찾아 앉았고, 응풍이 점원을 찾아 부르며 말했다.

“이보게, 일행이 한 분 더 왔으니 시킨 것 그대로 1인분 더 가져다주게!”

“예이!”

“계 숙부님, 이게 아주 재미있는 요리입니다, 아직 드셔보신 적이 없겠지요!”

응풍은 웃으며 계연에게 어찌 먹어야 하는지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당연히 훠궈를 먹어본 적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보기에 매운맛이 아예 없는 이 요리는 그다지 흡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탕은 육수와 간장, 오래된 식초, 짭조름한 양념 가루 등이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이에 계연은 소매 안에서 기름종이에 쌓인 무언가를 꺼냈다. 예전에 운산관에서 챙겨온 것으로, 종이를 열자마자 알싸한 매운 냄새가 퍼졌다.

“하하, 난과를 먹는 데 이게 빠지면 안 되지. 다들 맛보세요.”

계연은 깨끗한 접시를 몇 개 가져와 그 위에 조미료를 조금씩 쏟아 세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응풍은 잘 익은 고기를 들어 그것을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그러자 그 즉시 혀 위로 통증과 비슷한 감각이 휘몰아쳤다.

“허…… 허업……. 후, 매콤하네요! 그래도 아주 맛있습니다!”

뒤이어 계연도 고기를 한 점 집어 매운 가루를 살짝 찍은 뒤 입에 넣었다. 그는 고기를 씹으며 흡족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매운맛은 본디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었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매운맛은 요괴와 수선자들에게 아무런 감각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전혀 아프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계연이 꺼낸 것은 그가 특별히 제조한 것이었다. 이 가루는 삼매진화를 이용해 볶은 것으로, 먹으면 혀에서 불에 타는 듯한 은은한 작열감이 느꼈다. 보통 사람이 먹어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매운 것은 아니었지만, 늙은 용이 먹어도 매운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쓰읍…… 허…… 정말 맵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맛있네요!”

“역시 계 숙부님이 드실 줄 아시는군요! 이걸 찍어 먹으니 훨씬 맛있습니다!”

다른 두 사람은 처음에는 약간 어색한 듯 굳어있다가, 함께 식사하면서 주위의 분위기에 동화되어 점차 편안한 태도를 되찾았다.

“응 전하, 아버님께서는 용궁에 계시나요?”

응풍이 고기를 씹어 삼킨 뒤 얼른 대답했다.

“실은 얼마 전에 아버지께서 막 돌아오셨을 때, 동해에서 어떤 이가 찾아왔었습니다…….”

응풍은 좌우를 두리번거린 뒤 계연에게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계 숙부님, 용시충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그 물음에 계연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보기만 했겠는가, 직접 보기도 했었다. 짐작건대 저번에 비행선을 타고 가다 맞닥뜨린 그것인 듯했다.

“아, 그럼 제가 설명할 수고를 덜었군요. 어쨌든 그 용시충에 관한 일로 아버지는 돌아온 후로 잠도 자지 못하고 곧바로 출타하셨습니다. 아마 이른 시일 안에는 돌아오지 않으실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아버님이 돌아오시면, 책을 완성했으니 아무 때나 보러 가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네, 반드시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 뒤 돌연 얼굴에 흥분한 기색을 떠올리더니, 다시 식사하는 계연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 숙부님, 저어, 이 조카가 숙부님의 곤선승이 무척 궁금합니다. 한 번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옆에서 조용히 먹기만 할 뿐 입을 열 엄두를 못 내던 다른 물요괴들도 호기심 어린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계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응풍은 이럴 때 보면 참 늙은 용과 닮은 부분이 있었다.

계연이 오른쪽 소매를 한번 흔들자 금색 실로 엮은 듯한 끈 하나가 미끄러져 나왔다. 탁자 위에 동그랗게 똬리를 튼 형태로 나타난 그것의 양 끝에는 각각 장식용 술과 옥이 달려 있었다. 척 보기만 해도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이 선유대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그 법보임이 틀림없었다. 응풍은 이 법보에 대해 들은 후로 내내 직접 보고 싶어 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계연이 곤선승을 들어 응풍에게 건네주며 받아도 된다고 눈짓했다. 그러자 응풍이 무척 기뻐하며 그것을 받아든 후, 무게를 재보기도 하고 잡아당겨 보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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