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586화 (586/892)

586화. 은하수가 펼쳐지다

마침내 두장생이 또다시 소리쳤다.

“윤 상서, 언 감정께서는 학문에 통달하셨으니 각기 개(開)와 휴(休) 두 곳을 맡아 주십시오!”

윤청과 언상은 각기 호법을 따라 개문과 휴문에 대응하는 위치로 가서 섰다. 다섯 사람이 윤재성의 침실을 감싼 다섯 문의 위치에 가서 서자, 그들은 모두 은은한 빛이 서로를 연결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영기 섞인 바람이 불어와 이 광경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제자들은 나를 따라 함께 두(杜), 경(景) 두 곳을 지키면 된다! 두 분 작은 공자님들께서는 호법을 따라 재상 대인의 방문 앞 3척(약 90cm)밖에 서 주십시오!”

상평 공주는 얼른 두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야, 전아, 겁내지 말렴. 이는 모두 할아버지를 구하려는 거란다. 어서 가서 서거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망쳐서는 안 된다!”

“네!”

두 아이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대답한 후, 얼른 굳게 닫힌 방문 앞으로 달려가 자리 잡았다. 그들의 곁에는 불분명한 형체의 거인이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때, 뜰 안은 온통 빛이 흐르고 있어 속세를 벗어난 광경처럼 보였다. 두장생도 몸에서 법광(法光)을 내뿜고 있어 마치 신선처럼 보였다. 불진을 휘두르는 그의 동작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그의 표정도 점차 엄숙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보던 윤청마저도 얼마간 넋이 나갔을 정도였다.

“윤재성은 이 시대의 성현으로, 백성을 교화한 공을 세웠으며 호연정기를 지니고 있으니 이렇게 절명(絶命)해서는 안 되는 자입니다. 제자 두장생, 부디 선존(仙尊)께서 힘을 빌려주시기를 청하옵고, 하늘에 자비를 구하나이다.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改天換地), 북두성이 방향을 트니 뭇 별들이 자리를 옮기는구나(斗轉星移)!”

두장생이 이렇게 외치며 불진을 한번 휘두르자, 탁자 위에 있던 화살 한 대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높이 치솟았다.

계연은 자신의 객사 뜰 안에서 과하게 힘을 준 두장생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두장생의 말장난에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들고 있던 바둑돌을 가볍게 내려놓았다.

그러자 천지화생에 의해 그의 의식 세계가 펼쳐지며, 경기부 전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두운 밤으로 변했다. 그 어두운 밤하늘에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별은 바로 문곡성이었다.

이 엄청난 광경을 직접 본 두장생은 흥분으로 온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무척이나 경악한 주변 사람들은 그의 표정이 엄청난 고통으로 온통 일그러져 있다고만 생각했다.

“여러분, 반드시 자신의 위치를 잘 지키고 서 계셔야 합니다. 이 술법은 제 법력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서 저도 이번 생애에서 딱 한 번만 펼칠 수 있습니다. 만약 실패하면 윤 재상님의 목숨도 위험해지지만, 저 또한 수행으로 쌓은 모든 것을 잃고 죽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말을 마친 두장생은 불진을 윤재성의 방을 향해 휘두르며 온몸의 힘을 끌어올려 힘껏 소리쳤다.

“생문(*生門: 팔문(八門) 가운데 생동감 넘치는 활동의 문)이여, 어서 열려라!”

퍼엉……!

윤재성의 침실 방문이 활짝 열리더니, 뜰 안에 모인 영기가 섞인 바람과 빛이 방 안을 향해 쏟아져 들어갔다. 뒤이어 하늘 위에서 한 줄기 한 줄기 별빛이 떨어져 내리더니, 뜰 안이 맑은 바람과 유성우(流星雨)로 가득 찼다.

* * *

한편 경기부 부성은 온통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원래 이때는 부성의 백성들이 가장 활동적인 시각이었는데, 갑작스레 일어난 하늘의 변화 때문에 사방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정 골목 안 천막을 세우거나 노점을 깐 장사꾼들은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진 것을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하늘이! 하늘이 어두워졌어!”

“하늘이 어두워졌다고?”

“세상에! 조금 전까지는 백주 대낮이었는데!”

“정말로 해가 졌어! 밤이 되었다고!”

그러자 행인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놀라고 신기해하며 밤하늘 가득히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한편 주루나 찻집에 있던 손님들은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혹은 이야기를 듣다가 돌연 주위가 어두컴컴해진 것을 알아차리고는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어 했다.

그러다 이들은 누군가가 바깥에서 “하늘이 어두워졌다!”, “해가 졌다!”라고 소리치는 걸 듣고는, 건물 밖으로 나가 거리의 다른 이들처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 모든 변화는 윤 재상댁에서 시작되었으나 성안의 백성들이 이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이나 영각이 예민한 소수의 사람은 별들이 가장 밝게 빛나는 방향에서 별빛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 *

‘천지화생’은 계연이 펼친 것이었으나, 그는 정말로 두장생에게 ‘힘을 빌려준’ 것이 맞았다. 두장생이 본인의 법력을 펼쳐야만, 그것을 통해 계연도 그를 어찌 도와야 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빌려온 힘이라지만 이 술법을 부리는 데에는 두장생 자신의 힘도 필요했다. 이는 그의 법력에 대한 일종의 시험일뿐만 아니라 연기력도 필요한 일이었다.

한편, 별빛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자 윤재성의 저택 후원에서는 거대한 팔괘도(*八卦圖: 팔괘(八卦: 중국 상고 시대에 복희씨(伏羲氏)가 지었다는 여덟 가지의 괘. 건(乾), 태(兌), 이(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坤))의 위치와 방향을 정한 그림)가 솟아올랐다. 그러자 모든 별빛이 그곳으로 이끌려가며 아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영기 섞인 바람과 흐르는 빛이 윤재성의 침실로 쏟아져 들어간 것은 마치 시작일 뿐이었다는 듯, 저택 안 모든 이들은 곧 떨어져 내리는 별빛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드는 것을 알아차렸다. 은은한 푸른색을 띤 흰빛이 사방팔방에서 모여들고 있었다.

솨아아아……!

파도 소리 비슷한 것이 윤재성의 저택 안팎에 울려 퍼지더니, 영기와 별빛이 모여드는 동시에 팔괘도 위로 은하수의 허상이 떠올랐다.

이에 긴장한 두장생은 잔뜩 땀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그가 입은 옷이 땀에 푹 젖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물을 다루는 술법으로 땀을 닦아낼 정도의 틈도 없이, 정신을 집중해 불진을 휘둘렀다.

그러자 곧이어 흰빛이 두장생의 온몸을 뒤덮었다. 그를 감싼 별빛과 영기가 너무나 강력해서 두장생은 이제 버티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놀랍고도 영광스러운 순간은 그의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터이므로, 그는 이를 꽉 깨물고 버텼다.

“속세에 은하수를 펼쳐 문곡성의 보살핌을 청하옵니다!”

두장생이 약간 쉰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치자, 공중에 있던 팔괘도가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자 별빛이 반짝이며 흐르는 은하수가 뜰 안에 펼쳐졌다.

지켜보는 이들은 차마 여기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마치 저 하늘 위 은하수 안에 서 있는 듯한 감각을 느꼈고, 물살이 자신들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끼기까지 했다.

솨아아…… 솨아아……!

파도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지며 법단 앞에 선 두장생의 동작도 점차 빨라졌다. 윤재상댁 안에서 계연이 머무는 뜰의 별빛만 약간 흐릿할 뿐, 저택 전체는 은하수 안에 잠겨 있었다.

그 순간, 저택의 담장과 건물이 사라지며 주위가 온통 은하수로 바뀌었다. 윤청을 포함한 사람들 대부분은 서로를 볼 수 없었으며, 그저 그들 주위로 찬란히 흐르는 은하수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행여나 진법에 영향을 줄까 봐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두장생은 불진을 휘두르며 겹겹이 흐르는 은하수를 건너 계연이 앉아있는 곳을 꿰뚫어 보았다.

계연은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가 손에 쥔 것은 바둑돌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었다.

계연이 검지로 별을 바둑판 위에 내리자, 빛이 파문처럼 퍼지더니 저택 안 은하수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두장생이 이를 보며 넋을 놓은 순간, 계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생각 하지 마세요.”

온화하지만 위엄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오자 두장생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두장생의 원신(*元神: 육체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생겨나, 수행을 시작하면 혼백을 주관하는 역할을 함. 사람이 죽은 후 환생하는 근간이 됨)이 불안정해져 하마터면 두장생의 원신이 육신을 떠날 뻔한 것이다.

두장생이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전까지는 은하수 바깥의 상황은 보이지 않고 온통 별빛뿐이었지만, 이제는 윤재상댁 바깥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거리에서는 백성들이 놀라거나 경악한 얼굴로 경탄을 내뱉고 있었는데, 두장생은 이 주위를 배회하는 귀신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모두 제자리를 지키세요. 절대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성패는 이번 한 번에 달렸습니다!”

두장생이 힘껏 소리치며 불진을 앞으로 휘둘렀다.

“가라!”

촤아아앗!

은하수가 생문(生門)의 방향으로 흘러가자 윤지와 윤전이 서로 손을 맞잡았다. 아이들은 형체가 모호한 호법의 옆에 서서 이를 악문 채 몸을 꼿꼿이 세웠다. 두 아이는 제 옷자락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한 차례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자 몸을 기우뚱하더니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아이들 곁에 있던 호법은 몇 초간 그 형체를 유지하다가, 곧바로 회색 잿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두 아이는 여전히 서로를 부축한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제 실내의 상황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누운 침상을 향해 은하수가 쏟아져 들어가는 것이 아이들에게 보였다.

콰광!

윤재성이 머무는 건물의 지붕이 은하수에 의해 뚫리더니, 윤재성의 침상이 통째로 은하수를 따라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상공을 향해 높이 치솟았는데, 마치 하늘과 땅 사이에 은하수로 된 폭포가 만들어진 듯했다.

윤재상댁 안에 어린 은하수의 빛은 점차 희미해졌지만, 하늘과 땅 사이를 잇는 은하수의 빛은 더욱 환해졌다. 그러자 이를 발견한 도성 백성들은 멍하니 영안가 방향을 바라보았다.

* * *

한편 황궁 어서방 안에서는 홍무제 양호가 상소를 처리하다가, 돌연 실내가 어두워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어서방 안에는 내내 촛불로 등을 켜두고 있었으므로 그는 아직 어찌 된 일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양호는 상소 하나를 처리하고는 곧장 이렇게 분부했다.

“등을 더 밝게 키워라.”

평소라면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태감이 즉시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양호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태감이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이에 양호도 창문 밖을 내다보니, 바깥이 칠흑같이 어두운 것이 보였다.

‘먹구름이 잔뜩 몰려온 건가? 곧 비가 쏟아지겠군.’

“바깥이…….”

태감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막 입을 떼려던 순간, 바깥에서 누군가 이렇게 소리쳤다.

“폐…… 폐하께 아룁니다!”

태감 하나가 놀란 얼굴로 어서방에 들어와 제대로 예를 고하는 것도 잊고는, 바깥을 가리키며 양호에게 보고했다.

“폐하께 아룁니다, 방금, 하늘이 푸르다가 갑자기 어두운 밤으로 변하였습니다. 지금은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뭐?”

양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가를 다시 내다본 다음, 상소와 붓을 내려놓고는 책상을 돌아 나와 바깥으로 향했다. 그러자 두 태감도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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