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난가기연-587화 (587/892)

587화. 어찌 이런 일이!

양호가 어서방 바깥으로 나서자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바삐 돌아다니는 시위들을 빼고, 맑은 하늘이 어느새 밤하늘로 변했다는 것이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 보는 것만으로도 풍경에 취하는 듯하여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 시각이 몇 시냐?”

“폐하께 아룁니다, 지금은 아직 사시(*巳時: 오전 9시~11시)일 것이옵니다.”

황제를 따르는 태감은 언제나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고, 실은 시각을 통보하는 이가 따로 있기까지 했다. 이 태감은 황제가 가장 아끼는 이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황제의 시중을 든 덕에 재빨리 대답할 수 있었다.

“사시?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았단 말이냐! 이정춘은? 얼른 그에게 사천감에 가서 태상사 언상을 궁으로 들라 하라. 어서 가거라!”

밤낮이 뒤집힌 신기한 현상에 황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당연히 사천감의 언상이었다. 다만 그가 이렇게 명을 내리자마자 태감이 대답했다.

“폐하, 이 공공과 언 대인께서는 지금 모두 윤 재상댁에 가 계십니다. 오늘은 두 천사께서 윤 재상을 위해 술법을 부리는 날이지 않습니까?”

이를 듣고 양호는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 그러다 그는 곧 ‘밤낮이 뒤바뀐 이 일이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폐하, 어서 남쪽 하늘을 보십시오!”

한 태감이 이렇게 소리치자 양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남쪽 하늘에 한 줄기 은빛이 솟아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 높이 오르더니 뭇 별들이 모두 연결된 것처럼 보였다. 양호가 이를 유심히 지켜보니, 마치 반짝이는 별들이 강물처럼 흐르듯이 보였다.

‘설마 두장생의 실력이 저 정도란 말인가?’

양호는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믿을 수 없어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윤재상댁 안에 있던 이들은 어느새 다시 저택 안의 풍경과 서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위의 담장마저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마치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모두 허상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왜냐하면 이때 그들은 거의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재성의 침상은 약 10장(약 30m) 높이의 공중으로 떠올라 있었는데, 은하수는 그의 침상을 그대로 관통하여 하늘 저 높이 솟구친 모습이었다.

은하수는 점점 더 팽창하고 별빛은 더욱 찬란히 빛나다가, 마침내 반각(7~8분) 뒤에 윤재성의 침상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의 시선도 윤재성을 따라 내려와, 마침내 모든 이들은 다른 이들과 뜰 안의 광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법단 앞에 서 있던 두장생을 비롯한 이들은 가장 먼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었다. 두장생의 세 제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미 땅에 쓰러진 뒤였다. 두장생은 본인은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불진을 쥔 손마저 덜덜 떨리는 걸 보니 한계에 이른 듯했다.

윤재성의 침상은 마침내 완전히 땅으로 내려왔다. 원래 그가 머물던 방은 지붕은 물론이고 문과 창문도 사라진 뒤였다. 바람에 의해 어딘가로 날아간 것인지, 한눈에 봐도 뻥 뚫려 있었다.

침상이 완전히 땅에 내려앉은 순간, 두장생이 쥐고 있던 불진에 달린 흰털이 모두 떨어져 뜰 곳곳으로 날아갔다.

쿵!

뒤이어 두장생은 꼿꼿이 선 채로 뒤로 풀썩 쓰러져 버렸다.

두장생이 쓰러짐과 동시에 어두운 밤하늘이 스르르 흩어지더니 다시 하늘은 원래처럼 맑게 돌아갔다. 이 과정은 무척 빨랐으나 맨 처음에 밤이 되었던 것처럼 갑작스럽진 않았다.

잠시 뒤, 파란 하늘에 뜬 흰 구름이 드러나며 경기부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마치 조금 전에 보았던 밤하늘이 환각이었던 듯했다. 하지만 도성 곳곳 멍하니 서 있는 백성들을 보면 조금 전 있었던 일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하늘이 원래대로 돌아가자마자, 윤 재상댁에서는 내내 이어진 고요함이 깨졌다. 두 어의는 다른 이들보다 먼저 달려 나가, 하나는 윤재성에게로, 다른 하나는 법단으로 향했다.

두장생의 상태를 보던 어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윤재성을 진맥한 어의는 희색이 만연한 얼굴로 소리쳤다.

“세상에! 이리 놀라울 데가! 윤 재상께서는 아직 허약하시지만, 맥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어찌 이런 일이……! 윤 재상께서는 이제 쾌차하실 수 있습니다!”

어의는 감격에 차서 재상께서는 이제 쾌차하실 수 있다며, 연신 놀랍다고 소리쳤다. 반면 법단에 있던 이들을 진맥해본 어의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두 천사는 가망이 없을 듯합니다. 맥박이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하는군요. 호흡도 실처럼 가늘고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합니다!”

그는 두장생을 진맥한 뒤 다시 그의 세 제자에게로 향했다.

“이 세 사람은 괜찮겠습니다. 잘 쉬고 나면 회복할 겁니다.”

이때, 바깥에서 경공을 이용해 뛰어 들어온 윤중을 비롯한 이들도 모두 법단 주위에 서 있었다. 그들은 윤재성이 호전될 거라는 말을 듣고는 하인들을 불러 그를 돌보게 하면서 두장생의 상태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두 천사를 반드시 회복시켜야 합니다. 인삼차를 준비해라!”

윤청은 제 아비를 살펴본 후 두장생 쪽으로 서둘러 다가오더니 이렇게 물었다.

“어의, 두 천사를 침상 위로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 땅바닥이 차니 실내로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모두 도와주십시오, 가볍게 들고 내려놓을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깨끗하고 따뜻한 방으로 두 천사를 옮겨 두 천사가 쉬시도록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호, 그리고 아원, 두 천사를 옮길 수 있도록 도와라. 그리고 너희들, 두 천사의 제자들께도 적당한 곳에 거처를 마련해 드려라.”

그 말에 윤중과 아원은 윤재성의 곁에 있다가 얼른 두장생에게로 다가왔다. 다른 이들은 이미 대부분 땅바닥에 쓰러진 두 천사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조금 전 그들이 본 광경이 너무나 충격적이라 아직도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은 어의를 따라 윤재성을 다른 건물 안으로 옮겼다. 원래 윤재성이 머물던 곳의 문짝과 창문이 전부 떨어져 나간 데다 지붕도 뜯겨 나갔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바닥에 쓰러진 두 천사와 세 제자를 옮기는 것을 돕고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혼란이 지나자 저택의 후원은 그제야 평온을 되찾았다. 모든 이들이 바삐 떠난 이때, 술법을 부린 뜰에 남은 이는 단 세 사람뿐이었다. 윤청, 언상, 그리고 태감 이정춘이었다.

“보아하니 재상께서는 곧 회복하실 수 있겠군요. 두 천사가 어찌 될지 그것이 걱정입니다!”

이정춘이 다른 두 사람을 향해 이렇게 탄식하자 윤청도 고개를 끄덕였다.

“부친의 상태는 이제 안정된 것이 확실합니다. 두 천사께서는 법력을 지닌 수선자이시니, 부디 곧 쾌차하시길 바랄 수밖에요.”

언상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감탄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두 천사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비록 힘을 빌려왔다지만, 그래도 두 천사의 각오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평생에 단 한 번 있는 기회를 윤 재상을 살리기 위해 사용하다니요.

게다가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서 말입니다! 전에는 제가 확실히 두 천사를 잘못 본 듯합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그분께 사죄드려야겠습니다!”

태감 이정춘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대답했다.

“언 대인의 말씀대로입니다. 만약 두 천사께서 처음에 이런 술법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폐하께 알렸다면 지극한 부귀영화를 얻을 수 있으셨을 겁니다…….”

이렇게 말한 이정춘은 자신의 말에서 무언가를 의식한 듯 얼른 윤청을 향해 해명했다.

“상서 대인, 소인이 말실수를 하였습니다. 윤 재상의 목숨은 천하 만민을 이롭게 하는 일이니 응당 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제 말에는 결코 다른 뜻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윤청이 평온한 안색으로 대답했다.

“괘념치 마십시오, 이 공공. 공공의 말씀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저 하늘이 두 천사를 돕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들은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이정춘이 언상과 윤청을 향해 먼저 양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두 분 대인, 이제 술법이 끝났으니 재상 대인과 두 천사는 여러분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우선 궁으로 돌아가 황상께 이 일을 아뢰어야 하니, 이만 가봐야 할 듯합니다!”

“예, 어서 돌아가 보십시오!”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상서 대인께서도 바쁘실 테니 배웅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차도 필요 없습니다. 제 두 발로 걷는 게 훨씬 빠르니까요. 황상께서도 분명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알고 싶어 하실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마친 이정춘은 공손히 예를 올린 뒤 빠른 걸음으로 떠나갔다. 윤재성의 병세가 나아졌다는 걸 확인했으니 더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황상께서도 분명 조금 전 하늘에 일어난 변화를 목격하셨을 테니, 지금쯤이면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 마음이 조급하실 것이다.

윤씨 집안 사람들의 배웅 없이 홀로 나가는 길이니, 그는 당연히 가장 짧은 길을 이용했다. 회랑을 따라 어느 뜰을 지나던 도중, 그는 무심코 저 멀리에서 푸른 장삼을 입은 선생이 홀로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락(*院落: 담장으로 따로 막아놓은 정원이나 건물)에 난 아치문을 통해 그 광경을 바라보니, 이정춘은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그리로 눈길을 주었다.

바둑을 두던 선생은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는 듯, 내내 바둑판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정춘이 회랑을 따라 걷다가 모서리를 돌 때까지, 그 선생은 바둑돌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몇 걸음 더 걷다가 저 선생을 어디선가 본 듯하여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하지만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는 다시 걸음을 서둘렀다. 윤 재상댁에 초대받은 손님인 듯하니, 아마 예전에 이곳에서 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 * *

이정춘은 보기 드문 선천의 경지에 이른 고수였기 때문에, 걸음이 무척 빨랐다. 그의 몸놀림은 질주하는 말보다도 민첩하여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문(*午門: 황궁 남쪽의 정문(正門)) 밖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순조롭게 입궁하여, 곧바로 어서방으로 향했다.

어서방 안에서는 황제가 다시 하늘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보고 원래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소를 살펴볼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바로 그때, 바깥을 지키던 태감이 이정춘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얼른 들어와 아뢰었다.

“폐하, 이 공공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오, 얼른 들라 하라!”

“예!”

태감이 밖으로 나서자 이정춘은 마침 지척에 도착해 있었다. 이에 태감은 얼른 이정춘에게 다가가 어서방으로 들라고 전한 후, 조금 전 있었던 하늘의 변화와 황상의 반응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정춘은 대략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은 얼굴로 어서방 안으로 들었다. 그러고는 상소를 보던 황제를 향해 공손히 예를 올렸다.

“폐하, 소인 막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홍무제가 고개를 들어 아래쪽의 노태감을 향해 곧바로 물었다.

“예를 거두어라. 윤 재상의 집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조금 전, 맑은 아침 하늘이 어두컴컴한 밤하늘로 바뀐 후에 은하수가 하늘과 땅을 이은 듯한 광경을 보았다. 혹시 그것이 윤 재상과 관련이 있느냐? 얼른 대답해 보거라!”

0